도도, 냉정, 완벽. 가히 저 단어들이 옷을 걸치고 돌아다닌다 표현해도 될 정도로 차가운 모습의 레오나지만, 역시 그녀도 현재 절찬리에 진행 중인 '미스 오르카'에 관심을 보여왔다. 평소와 같았다면 '완벽한 나에겐 필요 없는 타이틀이야' 같은 말을 했을 테지만, 자존심 강한 그녀에게 슬며시 경쟁자들의 선전을 흘러주니 참지 못하고 오르카에 서둘러 돌아온 모양이다.


지금의 대화도 형식적인 작전 성과 보고를 제외하고는 전부 미스 오르카 투표에 관한 것들 뿐이었다.


"레오나가 그런 것들에 관심이 많을 줄 몰랐어."

"뭐?"

"분명, '완벽한 나를 두고 무슨 투표야?' 같은 소리를 할 줄 알았거든."

"...."


가늘게 떠지는 눈매가 이쪽을 향하고, 그녀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커피가 따라진 잔을 잡아 들었다.


"뭐, 달링의 말대로 솔직히 큰 관심은 없어."

"에이~ 관심 많아 보이는데?"

"정확히는, 다른 사람들이 누굴 찍는지는 상관 없다는 소리야."


다시금 내려지는 커피 잔. 하지만, 방금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일순 방 안을 감돌기 시작한다. 아직 다 마시지 않은 검은 색 커피가 이리저리 요동치며, 아름다운 레오나의 얼굴을 비추었다. 


하얗고 뽀얀 피부. 세기의 장인이 손수 깎아낸 듯 단아한 얼굴. 그리고 그 단아한 화폭에 자리 잡은 앙증맞은 이목구비는 가히 여신의 자태와 같았다. 군용 바이오로이드로 탄생했으나, 이토록 아름다운 자태를 보고 있노라면 그 탄생 목적이 의심이 갈 법 했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자태의 주인은, 서서히 눈매를 좁히며 티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 톡- 치며 턱을 괴고 고민에 잠기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신경이 쓰이는 것은..."

"....신경 쓰이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 저토록 신경 쓰이기에, 그녀는 이토록 분위기를 어둡게 다잡는 것일까? 절로 군침이 꿀꺽 삼켜지며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긴장감을 버텨냈다. 그러나 방금 레오나가 티 테이블을 가볍게 노크하듯 친 그 행동이 무엇인가 트리거가 된 것인지, 일사분란 한 구둣발 소리와 함께,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의 대원들이 완전 무장을 하고 검은 정장을 차려 입은 채 사령실에 난입하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레오나?"

"내가, 아니 우리가 신경 쓰는 것은 단 하나."

"...."

"다른 사람이 아닌 '달링'이 누구를 찍었는가... 니까."


마치 굳건한 성벽처럼 내 앞에 도열 한 발할라의 자매들은, 레오나의 신호가 떨어지면 당장에라도 행동에 착수할 것처럼 느껴졌다. 이런 위압적인 분위기에 절로 몸이 굳어 군침을 삼키자, 레오나는 가볍게 웃으며 '매혹적인 제안'을 보냈다.


"물론, 공짜로 찍어 달라는 말은 하지 않겠어. 그건 달링에게 너무 불리하겠지."

"진짜? 그, 그럼 나에게 뭘 해줄 거야?"

"살려는 드릴게."


정정한다. 매혹적인 제안이 아니라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