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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레모네이드 베타의 주둔지. 이제는 폐허가 되버린 이 장소에 펙스 콘소시엄 마크가 그려진 헬리콥터 몇대가 날아와 착륙을 했고, 몇몇 바이오로이드들이 일제히 헬기에서 내렸다. 마지막으로 착륙한 헬기에서 시티가드 소속 징벌의 사디어스 경정과 유린의 소니아 경정이 내렸고, 뒤따라 정장 차림에 단정한 머리, 그리고 안경을 쓴 지적으로 보이는 한 여성도 같이 내렸다.





"도착했습니다. 제타님."



"이거 참... 보스. 아무래도 우리가 제대로 찾아온거 맞지?"



"... 물어볼게 있어서 통신을 한번 보냈었는데... 아예 연락이 두절된 이유가 여기 있었군요..."





레모네이드 제타. 7명의 비서 레모네이드 개체중 한명이자, 엡실론과 함께 펙스 7인의 회장들의 부활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중립파로서, 자신의 세력 확충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사무적인 여성이다. 그러나 레모네이드 베타에게 보내는 통신이 받지 않는걸 넘어 아예 통신 자체가 되지 않는것에 의문감을 느끼고 그녀의 주둔지로 찾아왔지만... 제타와 사디어스, 소니아, 그리고 휘하의 바이오로이드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누군가에 의해 공격을 받아 폐허가 되버린 레모네이드 베타의 파괴된 주둔지였다.





"일단 주둔지를 내외적으로 탐색해보죠. 사디어스. 소니아. 1,2분대를 데리고 주둔지 내부를 탐색하고 와요. 3분대는 나와 외부를 수색하죠."



"네 제타님."



"오케이 보스."





사디어스와 소니아가 각자의 병력을 이끌고 주둔지 건물 내부로 들어갔고, 제타는 나머지 병력과 함께 주둔지 외부 여기저기를 살펴보았다. 혹시라도 생존자가 있다면 그들을 구출해내고, 베타의 주둔지를 습격한 이들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야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 좀 더 유연히 대처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봐 버디... 너 우리들 성향 잘 알고 있는거지?"



"뭐 그렇지. 근데... 이건 우리가 봐도 정말로 치가 떨리는군..."



"이것 봐... 바이오로이드나 AGS나 아주 그냥 필요 이상으로 훼손을 시켜놨군."



"대체 누가 이 곳을 어떤 이유로 습격을 한거지... 그리고 베타 씨의 세력이 아주 작은것도 아니었는데..."





소니아와 사디어스 둘 다 한 사디즘하는 성격이지만 이 곳에서 희생된 이들의 처참한 모습은 그녀들 조차도 고개를 젓게 만들 정도였고... 이내 주둔지 내부를 조사하다가 베타의 집무실까지 도착하였다. 그리고 이 곳에서 본 것은...





"이 미스세이프티 시체는... 아무래도 베타 씨에게 보고를 하다가 사망한 것 같군..."



"이것 봐 버디. 이거 베타 씨의 케스토스 히마스 아냐?"



"맞는것 같군... 제타 님께 보고 올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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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어떠십니까 제타님... 복구가 가능한가요?"



"... 아뇨. 완전히. 그리고 철저히 파괴해버렸습니다."



"보스. 문 앞에 있는 미스세이프티의 시체를 보아하니 베타 씨의 신변에 큰 문제가 생긴건 틀림없는것 같아."



"네. 분명 베타 씨에게 보고를 올리다 사망했을테고... 이 곳에 없는걸 보면 어쩌면 습격자들을 피해 대피에 실패하고 끌려갔겠죠."



"주둔지 내부를 샅샅히 조사했습니다만... 어떤 세력이 습격을 했는지에 대한 정보는 찾지 못했습니다."



"이상하군요... 베타 씨가 습격을 당할만한 이유가 없을텐데요..."



"일단 돌아가는게 어떨까? 보스. 지금 여기선 얻을 수 있는건 베타 씨가 습격당했고, 행방을 알 수 없다는것 말고는 없는것 같은데 말이야."



"그게 좋겠어요. 일단 우리도 돌아가도록 하죠."





결국 큰 소득을 얻지 못한 제타의 조사단은 베타의 주둔지 폐허를 나와 다시 헬리콥터에 오를 수 밖에 없었고, 이내 복귀하자마자 오메가 산업으로 통신 연결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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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뉴욕에 위치한 펙스 콘소시엄 본사. 레모네이드 오메가 사후 그녀의 거대한 세력은 결국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세력들을 구축해나가고 있었고, 그 중 오메가의 부관이었던 오메가 산업의 정보부장 커넥터 유미는 오메가 산업의 직속부대를 이끌면서 레모네이드 제타가 보낸 통신을 연결하였다.





"잘 지내셨나요. 유미 씨."



"네... 어떻게든 잔존 부대중 일부를 이끌어가고 있어요. 근데... 이제 저에게까지 이런 보고를 올려드릴 필요는 없지 않나요...?"



"아뇨. 오늘 연락을 드린건 다른 안건이 있어서에요."



"다른 안건이라뇨...? 대체 무슨 일이죠?"





오메가 생전 레모네이드 제타는 공장 건설을 비롯한 AGS 생산량등을 정확하게 보고를 올리는 등 레모네이드 오메가와 정보를 계속 공유하고 있었고, 그녀의 사후에도 여전히 오메가 산업중 일부를 이끌고 있는 커넥터 유미에게 정기적으로 보고를 올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사무적인 안건에만 통신을 보내온 제타였지만 처음으로 그녀가 전혀 다른 일로 유미에게 통신을 보냈고, 이에 유미는 대체 무슨 일이 있는건가 싶어서 그녀의 전혀 다른 보고를 들었다.





"이... 이럴수가...! 대체 누가... 누가 이런 짓을... 벌인걸까요..."


"한번 알아봐야겠죠. 우리한테까지 불똥이 튀면 안 되니까요."


"혹시... 다른 레모네이드 분들이..."



"글쎄요... 일단 소거법을 사용해보도록 하죠. 제가 조사를 하고 왔고 이걸 유미 씨에게 보고를 올리는 중이니 일단 저희 둘은 빼도록 하고요."



"엡실론님은 우주에 계시니까 당연히 불가능해요..."



"델타의 잔존 세력이 유럽에서 이 아메리카 대륙까지 넘어와서 이런 짓을 벌일것 같진 않고... 남은건 알파와 감마겠군요."



"알파님은 분명 회장님들의 부활에 같이 반대하고 있었으니... 알파님도 하셨을리가 없어요... 그럼 설마...?"



"남은건 감마의 세력입니다만... 오늘 주둔지를 직접 보고 왔는데, 감마도 아닌것 같아요."



"감마님도 아니라구요?"



"네. 제가 알고 있는 감마 씨는 전쟁광이지만 학살은 싫어하는 여자입니다. 베타 씨처럼 싸움을 좋아하지 않는 세력에게 굳이 찾아가서 떄려눕힐 성격은 아니에요."



"그럼... 저희 레모네이드 세력들중엔 베타 님을 습격한 이들이 없는거죠?"



"지금까지 소거법으로 정리해보면... 아무래도 레모네이드 세력의 소행은 아닌것 같아요."


"네... 그러면... 대체 누가... 누가 이런 짓을... 벌인걸까요..."



"저희 레모네이드 세력들을 제외하고 가장 큰 군벌 집단이면... 딱 하나 있죠."


"설마... 오르카 저항군이...?"



"글쎄요... 하지만 제가 아는 정보가 맞다면 그곳엔 새로운 인간이 발견되서 이끌고 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혹시 이번 일의 소행이 오르카 저항군이 맞다면... 그 인간의 성향을 대충 알 수 있을 거에요. 그러니 유미 씨는 각별히 주의해주세요. 저희 레모네이드 개체와는 다르게 유미 씨에겐 독자적인 거부권은 없으시잖아요."



"...네. 충고 감사합니다."



"앞으론 연락을 조금 더 자주 할께요. 이런 일까지 벌어졌으니까요."



"네. 수고하세요."





레모네이드 제타와 커넥터 유미의 통신이 종료되었고, 유미는 사무실을 나와 오메가가 사용하던 회의실로 가보았다. 아직도 그녀의 기억엔 과거, 오메가가 심장발작을 일으켜 회의실에서 쓰러졌고, 이를 감마의 부관 멀린에게 연락받아서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 오메가를 급히 오메가 산업 의료진들에게 인계하였지만, 결국 눈을 뜨지 못했던 레모네이드 오메가의 마지막 모습까지. 모든 것이 여전히 눈 앞에 아른거리고 있었다. 분명히 유미에게 있어서 레모네이드 오메가는 결코 좋은 상사가 아니었고, 언제나 그녀에게 구박받으면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만, 죽고나서도 그녀가 관리하던 오메가 산업이 급속도로 분열되면서 자신의 업무 역시 가중되었기에, 그녀에게 밀려오는 스트레스와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사무실로 돌아가자, 그녀에게서 또 다른 통신이 도착해있었다.





"응...? 이건... 포세이돈 인더스트리? 감마님한테서 연락이 왔다고...?"





하필 제타와 베타에 대한 안건으로 통신을 하였고, 마지막으로 소거되었던 감마에게서 온 연락이기에 내심 불안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무시는 할 수 없었기에 통신에 응답하였다.





"ㄴ,네. 무슨 일이시죠."



"아아. 유미? 저 멀린이에요."



"아. 멀린 씨. 무슨 일이시죠?"



"다름이 아니라. 저희 포세이돈의 회장님께서 유미 씨가 이끌고 있는 오메가 산업과 접선을 원하신다고 해서요. 혹시 가능하시려나요?"



"ㄴ,네? 그게 무슨 말이죠? 회장님이라뇨...?"





당연히 유미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오메가의 부관이자 오메가 산업의 엄연한 고위직이었던 그녀가 7인의 회장의 완전한 죽음을 못봤을리도 없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포세이돈의 회장이라는 존재가 자신과 접선을 원한다고 하는 것이었다.





"엣? 아아, 그 뭐냐..."



"야, 멀린. 이리 나와. 같은 부관 출신이라서 너한테 맡겼다니... 어휴..."



"ㄴ, 네... 죄송합니다."



"어이 유미. 나다. 그쪽 오메가 산업은 뭐 어떻냐."



"본사에 있는 정예 부대는 제가 이끌고있어요. 하지만, 세력이 너무 방대했다보니... 이미 여러 세력으로 갈라졌어요."



"역시 내 예상이 맞았군. 일단 우리도 자초지종 설명을 하도록 하지. 우린 현재 새로운 인간을 찾아서 그를 새로운 회장으로 모시고 있고, 너희들의 힘을 빌리고 싶은 일이 있다. 지금 뉴욕으로 가고있는데 접선이 가능한가?"



"저희들의 힘이요...? 대체 무슨 일이죠...?"



"흐음... 목소리에서 의심이라는게 묻어져서 나오는군. 안심해라. 너희들을 공격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좀 복잡하게 얽힌 문제라서 말이야..."



"일단... 알겠습니다... 뉴욕으로 오시면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알겠다. 도착하면 다시 통신을 넣도록 하지."



"네. 알겠습니다."





포세이돈 인더스트리로부터 날아온 통신이 종료되자마자, 유미는 바로 레모네이드 제타에게 다시 통신을 넣었다.





"유미 씨? 무슨 일이시죠?"



"저... 제타님... 드릴 보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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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포세이돈에 새로운 회장이요?"



"네... 처음에 전 멀린 씨가 장난을 치는걸로 생각했는데... 감마님이 이어서 통신을 하신걸 보면 아무래도 맞는 정보인것 같아요."



"좀 이상하군요... 감마도 엄연히 레모네이드 개체면 프로그램 상 그녀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건 이미 죽은 포세이돈의 회장 아닌가요? 그럼 감마가 자발적인 의지로 새로운 인간을 섬기고 있다는거 아니에요?"



"감마님만 섬기는것 같지 않았어요... 멀린 씨도 회장님이라고 하셨으니까요..."



"그럼 감마와 멀린 뿐만 아니라 포세이돈 그 자체를 이끌고 있다는 소리인데... 유미 씨. 저도 뉴욕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ㄴ,네? 지금요?"



"감마의 포세이돈 인더스트리와 접선을 하는거죠? 거기에 저도 좀 끼어야 할 것 같아요. 감마에겐 알리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네. 그럼 이따가 뵙도록 하죠."





유미와 제타의 통신까지 종료되고, 제타는 다시 휘하 바이오로이드들을 모아 헬기에 몸을 실었다.






"제타 님? 그게 사실인가요?"



"네. 포세이돈이 새로운 인간이 찾아내어 자신들의 회장으로 올렸다는군요."



"뭐야 버디. 남자한테 관심이 생긴거야?"



"시끄러워 소니아. 갑자기 성별 얘기가 왜 튀어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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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뒤, 포세이돈의 함선이 뉴욕 맨해튼에 정박을 하였고, 뒤이어 제타를 태운 헬기 역시 펙스 콘소시엄 본사 옥상에 착륙하였으며, 아래에선 포세이돈의 회장과 레모네이드 감마와 알파, 위에선 레모네이드 제타가 내려와 회의실로 향하고 있었다.





"아? 이봐 너. 제타 아니야?"



"감마. 오랜만이군요. 근데... 알파? 당신이 어째서 감마와 함께 있는거죠?"



"제타 당신이야말로 여긴 어쩐 일이죠?"



"저도 당신들에게 볼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만. 뭐 문제라도 있나요? 그리고..."





레모네이드 감마와 알파가 같이 있는것 만으로도 이미 제타를 놀라게 하기엔 충분했지만, 무엇보다도 놀라운건 바로 이 두 비서 레모네이드 개체를 이끌고 있는 젊은 인간 남성. 유미에게 어렴풋이나마 들었던 그 포세이돈의 새로운 회장의 존재 그 자체였다.





"당신이 포세이돈의 새로운 회장이신가요."



"그래. 네가 레모네이드 제타인가? 난 현재 포세이돈 인더스트리를 이끌고 있는 회장이다. 만나서 반갑다."



"으음?"





진중한 격식을 갖춘 회장이 제타에게 공손히 오른손을 내밀자, 제타 역시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역시 그가 평범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인걸까. 처음으로 받아보는 인간의 공손함에 살짝 당황하면서도 오른손을 내밀어 그와 악수를 하였다.





"당신에게선 무언가 다른 것이 느껴지는군요. 평범한 인간님이 아니신거죠?"



"그래 뭐. 적어도 이 곳의 인간은 아니라고는 해두지."





이내 외부에서 방문한 이들이 펙스 콘소시엄 본사의 회의실에 도착하였고, 항상 어두컴컴했던 회의실에 정말로 오랜만에 환한 불빛이 들어왔고, 정말로 오랜만에 원탁의 자리가 채워져갔다.





"다들 어서오세요..."



"그럼 우리부터 이 곳에 온 이유부터 밝혀야겠지. 커넥터 유미라고 했나. 혹시 우리에게 힘을 빌려줄 수 있겠나?"



"힘이라뇨...?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우린 지금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프랑스에 새로운 둥지를 튼, 악마나 다름 없는 자를 없애기 위한 전쟁..."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프랑스엔 델타의 잔존 병력이 있는데..."



"그래. 델타년의 병력이 있었지. 근데 그년의 병력이 지금 어떤 좆같은 새끼가 다 먹어치운것 같아서 말이야."



"대체 무슨 말씀이시죠...?"



"...알파. 당신은 어째서 당신의 클로버 산업을 두고 포세이돈에 합류하고 계신지도 물어보고 싶군요."



"저희 클로버 산업은 포세이돈에 인수합병되었어요. 아무래도 저희들이 알고있는 모든걸 다 말씀드려야겠군요."



"흐음... 그럼 잠깐 기다려요. 간만에 레모네이드들이 한 자리에 모였는데, 엡실론에게도 통신을 넣어보죠."



"하, 그거 좋지. 이 기회에 우리 포세이돈의 회장님한테 얼굴도 좀 비춰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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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아암... 대체 무슨 일이야 제타..."



"정신 차려요 엡실론. 지금 생존중인 모든 레모네이드들이 모였으니까요."



"이봐 엡실론. 잠 좀 깨라고."



"레모네이드 엡실론이라... 오비탈 와쳐를 관리한다고 했지?"



"응...? 어어어...?? 저기... 설마, 인간...?"



"어때요 엡실론... 잠이 확 깨죠?"



"알파... 진짜 오랜만이다 너..."



"자 그럼, 모여야 할 이들도 다 모였으니..."



"좋아. 우리가 알고있는 모든걸 다 얘기 해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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