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떨림이 섞인 인사. 방 안에 미묘하게 분포되어있는 은은한 허브 향이 앞으로 벌어질 두 남녀의 행위를 대변해 주었다.


기나긴 파견 임무 끝에 재회한, 서로 연모의 감정을 품고 있는 남녀가 마주하여 회포를 푼다. 이런 낭만적인 전개 역시 나쁘지는 않겠으나 애석하게도 두 남녀의 신체는 이미 서로를 갈구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유독 이런 상황에 참을성이 부족한 남자는, 거친 손놀림으로 눈 앞의 매혹적인 여성에게 손을 뻗었다.


몸을 허락한 여자. 레오나는, "정말 보고 싶었어, 레오나. 오랜만에 다시 만났네? 너와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어." 같은, 여유와 위트가 넘치는 인사를 기대했지만 아직 그녀의 '달링'은 여러모로 교육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졸려. 다음에."


남녀의 관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번째가 신뢰요, 두 번째로는 적당한 '밀당'이라고 하던가. 레오나는 다소 냉랭한 어투로 사령관을 밀어냈다.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사령관은 당황하여 몸을 굳혔으나, 지금 흐르는 이 싸늘하게 굳은 공백을 레오나가 끊어냈다.


"하아... 노골적으로 실망한 표정 짓지 마, 달링. 하지만 시간이 늦은 건 사실이니까."

"미,미안! 그럼 다음에..."

"됐어. 들어오기나 해."

"그, 그렇지만... 지금 시간이..."


'이럴 때 까지 눈치 없을 필요는 없지만 말이지.'라는 생각을 속으로 삼키며, 레오나는 그를 완벽한 자신에게 어울리는 완벽한 남성으로 길들이기 위해 그의 손을 살며시 붙잡아 자신의 방 안으로 이끌었다. 돌이켜보면 먼저 연락해서 은근히 둘만의 시간을 요구한 것은 레오나 본인이었으니, 이대로 그를 문전박대 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는 이유가 강했지만.


"달링은 나를 손님을 문전박대하는 그런 매몰찬 여성으로 만들 속셈이야?"

"절대 아닙니다."


늘 이런 식이다. 레오나가 조금만 강하게 나서면, 사령관은 결국 얌전히 그녀의 뜻을 따라주었다. 자존심이 강한 그녀를 배려한 탓일까? 아니면 그녀가 길게 말 꼬리를 잡는 것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그동안의 경험으로 체득한 것일까. 그 정답이 무엇이든, 사령관은 그녀의 방 안으로 들어서며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는, 등 뒤로 감추고 있던 자그마한 선물을 내밀었다.


"이거, 선물이야."

"어머! 공물?"

"숙녀의 숙소에, 이토록 늦은 시간에 찾아온 결례를 사과하기 위한 뇌물 정도로 치자고."

"능글 맞긴."


말로는 톡 쏘듯이 하지만 결국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추지 못하는 레오나. 그녀는 그가 내민 작은 선물을 조심스레 받아 들며 환한 미소를 띄었다. 포장지를 가볍게 벗겨내면 그 모습을 보이는 핑크 빛의 베이비 돌. 노골적으로 속이 비치는 재질의 수면 용 속옷을 받아 든 레오나는, 결국 피식 나오는 웃음을 숨기지 못하고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 묻었다.


"당장 입기를 바래?"


대답을 기다리지 않겠다는 듯, 그를 침대에 밀치며 고혹적인 미소를 보이는 레오나에게 그 역시 기다렸다는 듯 대답한다.


"기왕이면 오늘 그걸 입고 함께 밤을 보냈으면 좋겠는데."

"달링도 알고 있지?"

"뭐를?"

"달링의 유혹... 정말 낡았어."


레오나의 가벼운 투정에 결국 그 역시 너털웃음을 보이며 옷을 서서히 벗기 시작했다. 그의 탈의가 이어질수록 보이는 선이 굵은 남성의 몸. 레오나는 그의 다부진 몸을 보며 서서히 그녀 자신의 몸 역시 그를 받아들일 준비를 시작했음을 깨달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과연 내일 무사히 일어날 수 있을까? 수많은 걱정들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하지만, 결국 그녀 역시 그를 바라고 또 바래왔기에 지금의 걱정은 고이 접어 넣어두기로 결심했다.


군인이기에 언제 어디에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그녀에게, 사랑하는 이와 몸을 섞고 한 침대에서 한 이불을 덮고 속삭이는 필로토크는, 견디기 힘든 유혹으로 다가왔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내 사이즈를 정확히 알고 있었어? 의외네."

"레오나의 체형을 몰래 조사하느라 힘 좀 썼지."

"그런 능력을 평소에도 보였으면 좋겠는데."

"걱정 마, 침대에선 자신 있으니까."


그와 함께 탈의하여 선물 받은 베이비 돌로 갈아입은 레오나의 신체는, 은은하게 속이 비추어지는 재질 덕분에 매혹적으로 빛났다. 지금 방 안의 옅은 수면 등은 지금 상황에서 그녀의 몸매를 더욱 부각 시켜주는, 일종의 성관계 용 러브젤과 같은 효능을 보여주었다.


"꺄앗!"


끈적이는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던 두 남녀 중에서 먼저 인내심이 바닥난 것은 역시 그였다. 거친 손길로 침대에 눕히는 그를 향해 레오나는 잠시 불만의 시선을 보냈으나, 이내 시작된 정중한 애무에 결국 그녀의 입은 불평 대신 미적지근한 신음을 내뱉었다.


먼저 허리부터 시작되어 배꼽을 부드럽게 쓸어 만지고, 그 후로는 허벅지로 서서히 내려가는 그의 조심스러운 손길에, 레오나는 결국 처음의 불만을 완전히 내려 놓고는 온전히 그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서서히 고조되는 흥분에 덧붙여 방 안에 은은하게 퍼져있는 허브 향이 성적 밀착감을 높여주며 두 남녀는 어느새 완벽히 밀착하여 서로의 성감대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레오나."

"뭐야... 한참 열중하더니..."

"오늘 애매한 날이었지?"

"정말... 무드 없기는... 콘돔을 쓰면 되잖아."


결국 이런 식으로 행위를 방해 받은 레오나의 표정이 살며시 찌푸려졌지만, 그의 입꼬리는 더욱 올라갈 뿐이다.


"걱정 마. 확실하게 10개월 휴가를 보내줄게."

"뭐? 자, 잠깐!"




꼴려서 딸치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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