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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첫번째 인간인 사령관은 라붕이 출신임.


즉, 라오 세계관으로 전이해서 사령관으로서 살고있음.



어느 날, 한적한 새벽.

늘 철야에 찌들어 살던 사령관(라붕이)는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철야뛰느라 여념이 없는 상황.

그렇게 영혼없이 서류업무를 해치우던중 갑자기 머리위에서 무언가가 떨어짐.






"..? 뭐고."




.....에.




(쿠우웅!)




아무런 전조도, 예고도 없이 아무것도 없었을 자신의 머리 위에서 큼직한 무언가가 이상한 소리와 함께 떨어지는거임ㅇㅇ



"아야야.... 갑자기 천장에서 뭔....."









아야야야........




"..........."





사령관은 뜬금없이 왠 사람새끼가 내 위에 포개어진 채로 나처럼 뒤통수를 부여잡고 아파하는 것을 보게 되고...




.........









"............"









...............










"........................"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악!!!!!!!!!!"




호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잠시 사고가 정지되어버린 사령관과 두 번째 인간은, 서로를 바라보며 본능적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러니까... 너도 라오챈 출신이라고...?



"그래..."


너도... 고닉이었냐?



"..........그래..."


............


혹시, 파딱이셨습니ㄲ.....



"닥쳐 이 썅놈아!!!!"


따흐흑...! 사령관 게이야..... 제발 날 버리지 말아주세요오오!!! 저는 금태양이 아니라구요!!!



"아,아니.... 애초부터 쫓아낼 생각도 없었으니까 달라붙지좀 말라ㄱ....


아오 ㅆㅂ! 좀 떨어져 할배새끼야!!!"


호에엥.... 저 받아줄거에요오...?!



".....말투 안고치면 지게에 태워서 철의 탑에다가 유기해버릴줄 알아라."















그래서, 이 후의 일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 이 말이지?



"그래. 다른것도 아니고 두 번째 인간이 발견된거니까. 그것도 내 머리 위에서말이지."



사령관과 두 번째는 사령관의 침실에서 향후의 일에 대해서 진지한 논의를 시작했다.


음... 근데 한가지 걸리는게 있는데...



"걸라는거? 예를 들면?"


........



서서히 식은땀의 수가 늘어나는 두 번째 라붕이의 입이 천천히 떨어졌다.


.....여기 애들은 성향이..... 어느 쪽이냐...?



"성향? 갑자기 성향이 왜......

아..."



각잡고 뭔 소리를 하나 싶었던 첫 번째 라붕이 사령관은 이제서야 두 번째 라붕이의 질문의 의도를 파악했다.



"그러니까.... 얘네가 두 번째 인간에게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느냐, 그거 묻는거지?"


ㅇㅇ.....



과연 오르카가 두 번째 인간 라붕이를 보고 어떤 생각을 품을 것인가. 그것은 향후 두 번째 인간의 입장에서는 매우 크나큰 문제였다.


여기, 설마 챈문학처럼 두 번째는 이유도 없이 무조건 억까하고 의심한다거나... 쫓아내지는 않을까?!



"음... 사실 나도 그걸 곰곰히 생각해 보긴 했는데,"


.....했는데?



".........



...모르겠다."


........에.



"아니.... 나도 여기가 공식을 기반으로한 "공식 세계관"인지, 라오챈의 2차 창작을 기반으로한 "챈문학 세계관"인지, 그걸 정확히 알진 못하거든. 그래서 나도 그것에 대해서는 섣불리 확정을 못짓겠어."


그, 그럼 이제 어쩌면....



"흠... 그냥 공식 쪽이면 일이 잘 풀릴텐데..."



만약 이곳이 올바른 가치관과 심성을 가진 "공식 세계관"이라면, 후회물이나 두 번째 인간 마녀사냥같은 나쁜 방향의 이야기로 흘러갈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다.

공식 인게임의 오르카의 성향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2차 창작같은 비공식을 전부 배제하고 진지하게 바라본다면, 그저 두 번째 라는 이유로 밑도 끝도 없이 괴롭히는 일은 없을테니.



"하지만, 최악의 경우... 이상한 챈문학 같은 조금 뒤틀린 세계관이라면, 너는 물론 나도 어떻게 될진 알수가 없겠는걸."


아니, 잠깐만... 너 사령관 아니었어? 사령관이면 여기서 엄청 오래 살았을거 아냐. 그럼 이미 이쪽 애들에 대해선 이미 왠만한건 다 알고있어야 할텐데?



"지금까지는 두 번째라는 변수가 없었으니까. 그러니 나도 정해진 틀 내에서 길을 벗어나지만 않으면 되는 상황이었으니, 이런 방면으로는 고민해본 적도 없지."


음.... 기왕 말 나온김에 묻겠는데, 너네 지금 몇지역이냐? 8지역은 넘었어?



"....그래. 8지역 뿐만 아니라 최근 이벤트 시나리오도 대충 다 완료했어. 프로젝트 오르카나 방주 이벤트 라던가, 런던 이벤트도.... 진작에 다 끝냈고."


오..! 그럼 무용뿐만 아니라 바르그나 블프도 있을테니 전력도 엄청 강하겠네!



"뭐... 그렇긴 하지."



처음으로 "라오 세계관" 이라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털어놓을 상대가 생긴 탓일까.

두 명의 라붕이는 피로와 스트레스로 굳어있던 표정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며 본연의 미소가 점점 드러나고 있었다.


이야~ 부럽다 임마! 오르카 사령관 자리를 다 해먹고~!



"....부럽긴. 사람 사는게 다 거기서 거기지."


음?



"그나저나, 너도 라오챈에서 인생 유기 하다시피 했냐?"


ㅇㅇ. 나 프로필 누르면 시꺼멓다.



"...이 새끼 할배를 넘어서 존나 틀딱이었네....

지게 안필요하냐?"




두 라붕이는 어느새인가 혼란과 긴장은 온데간데 없이 자연스럽게 즐거운 이야기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두 번째 라니까 생각나는게, 나도 라오챈 종신파딱으로 살면서 문학글 존나 많이 쓰고 살았는뎈ㅋㅋㅋㅋ



"..? 뭐야, 너 파딱이었냐?"


ㅇㅇ. 주딱 씨발놈이 강제로 파랗게 칠해버림.



"아이고....."



종신 파딱이라는 단어 하나만 들었을 뿐인데 벌써부터 소름이 돋는 사령관 라붕이는 두 팔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게할배에다 종신 파딱이면, 닉네임만 봐도 누군지 알겠네. 너 닉넴 뭐였는데."


............



".............."


...........


넌?



"에."


........



"............"




......


이 이야기는 그만하도록 하지.



"ㅇㅇ....."



두 라붕이는 서로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고정닉에 대한 이야기를 그만두었다.


야. 그건 그렇고, 너 여기서 누구랑 서약했냐?



"서약? 갑자기 그건 왜?"


에이~ 알면서 뭘 물어~ 런던 이벤트까지 끝났다면서? 그즘이면 스토리 분량이 3년치잖아ㅋㅋ



"........"


그럼 당연히 그 긴시간 동안 특별히 아낀 애가 있을거 아냐~!

누구냐? 역시 정석대로 리리스? 아님 콘챠나 바닐라?



"....어...."


응?



"......딱히, 서약같은건 안했어."


엥?! 서약을 안했다고? 한명도?!



"...그래."


아니 왜??? 라오 하면 서약이 메인아냐? 근데 왜 하나도 안했어?



"아니 그냥.... 너도 잘 알잖아. 사령관 자리라는게 시간 여유도 없는 자리라는거.

게임 속에서도 사령관이 하도 일이 많아서 과로로 쓰러진거, 너도 기억나지?"


어... 그건 나도 알고 있긴한데...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 여태것 아무한테도 반지를 안준거야?



"신경쓸 것도 많고, 할 일도 태산이니까. 그래서 서약이니 뭐니 그런걸 할 시간이 없었을 뿐이야.


....그 외에 다른 이유는 없어."



어째서인지 사령관 라붕이는 오르카 관련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말끝을 흐리거나 혹은 어물쩍 넘어가는 등 여러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자주 보여주었지만, 두 번째 라붕이는 아직 서로가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벌써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하는것이 불편한것일까 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간단히 넘겼다.


뭐... 그래그래! 서약이야 뭐, 나중에 여유되면 천천히 하면 되지~



"........


넌 어떤데."


응?



"너 말이야. 넌 누구랑 서약했냐고."


아..... 내가 서약한 애 말이지? 그건.......



".........."



.......




(대충 다음에 알려드리죠 콘)



"뒤질래?"


ㅋㅋㅋ벌써 알려주면 재미없잖아~



"아니, 지금 알려주나 나중에 알려주나 여기서 뭔 의미를 갖는다고..."


그렇게 궁금하면 다음에 니가 첫번째로 서약한 애 누군지 알려줘~ 그럼 나도 알려줌ㅇㅇ.



"...그래그래. 맘대로 하셔."



대충 대답한 라붕이 사령관은 의자에서 일어나 진작에 비워진 두 개의 커피잔을 정리하며 본래의 주제로 넘어왔다.



"일단, 향후 일에 대해서 먼저 논의를 해보자고. 우선 지금 제일 중요시 해야하는건 너의 향후 거취에 관한거니까."


엥? 나 여기서 그냥 살면 되는거 아니었어??



"....그렇긴 한데, 너 이후에 뭘 어떻게 할지 계획은 있냐?"


............



"남들이 너한테 어디로 어떻게 들어왔냐, 정체가 뭐냐, 뭐하는 사람이냐... 이런식으로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건데."


...?! 어.... 그, 그게.......



"모르겠지? 그러니까 지금부터라도 플랜을 짜자는거야. 조금이라도 자연스럽게 널 합류시키는 시나리오가 필요해."


음.... 그냥 사령관인 니가 프리패스 뚫어주면 안됨???



"프리패스 뚫어주고 싶어도 지금 상황에서 내가 모두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되는데!"


.......



"어디서 왔냐는 말에는 내 대가리 위에서 갑자기 전이되서 떨어졌다고 하고, 뭘 하던 사람이냐는 말에는 라오챈 파딱출신 라붕이입니다. 라고 할까?"


어.... 그것도 그러네... 꽤나 현실적인 부분을 치고 들어오는구나...



"...좀만 더 진지해지자 새꺄.. 이거 니 일이라고."


음... 컨셉을 어떻게 짜느냐, 그게 중요하단 말이잖아? 그럼 제일 쉬운 설정ㅇ....

아니 잠깐.



"ㅇ?"


넌 너에 대해서 뭐라 설명했는데? 최초로 만났을때 말이야.



"...난 너랑 달리 1-1 프롤로그 지역에서 발견됬으니까. 원작에서도 1-1에선 기억상실증으로 스작이 대충 퉁치고 넘어갔잖아."


아... 맞다.



"내 설정이 중요한게 아니라, 향후 너의 컨셉과 설정을 짜는게 중요하다고."


음... 역시 나도 기억상실증 환자로 퉁치는게 좋지않을까?



"컨셉은 그렇게 잡는다 치더라도, 니 합류과정을 잘 그려야 하는데..."


합류과정? 지금 이미 했는데수웅...



"사령관실 천장에서 워프한게 정식합류냐!!!!"



결국 인내가 터져버린 사령관은 두 번째 라붕이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차라리 정문으로 당당히 들어오던가, 왜 하필이면 내 방에다가 하이패스로 쳐들어오고 지랄이야!!"


아니...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있는게 아니라니까?! 나도 잘 자다가 갑자기 여기로 떨어진거라고!



"...그래. 이제와서 그런 과정 따져봐야 의미없지."


하긴, 니 말대로 차라리 밖에서 떠돌다가 발견되었음 그나마 자연스레 여기에 합류각 잡는건데...

하필 떨어져도 니 대가리 위에서 스폰되냐... 

ㅈ망겜 수준ㅅㅂ



"아무튼, 내 말 잘들어. 넌 절대로 여기서 단 한발짝도 움직여선 안돼. 다행이 여긴 사령관실이니까, cctv같은 감시장비도 없어. 즉, 니가 몸을 숨기기엔 더 없이 최적화된 장소라는 뜻이지."


ㅇㅇ...



"화장실이나 욕실도 같이 쓰면 될테고, 밥은.... 내가 대충 알아서 챙겨줄게.

어휴... 다른 애들 앞이 아니라 차라리 내 방에 떨어진게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만약 다른 곳에서 떨어졌으면 상황이 얼마나 꼬였을지..."


.......여기 애들이 과연 날 보고 어떤 식으로 반응할까? 역시 리리스 같은 애들이 두 번째는 사전에 조지려고 들거나 하진 않을까...?



"챈문학 보면 그런 억지에 가까운 행동 하는게 무슨 정사마냥 정해져 있는 모습이긴 한데... 그건 모를일이지. 이 세상이 그런 막장일지 아닐지는.

한가지 확실한건, 너의 자연스러운 합류 계획을 짜기위해선 너는 절대로 모습을 드러내어선 안됀다. 이걸 꼭 명심하고."


...그래. 나도 숨어있는 동안 향후 계획이나 짜볼게.



"사령관실 뒤편에, 내 침실이 따로있어. 넌 거기서 절대로 나오지마. 소리내는것 또한 마찬가지로 절대로 해선 안돼. 알겠지?"


ㅇㅇㅇ......



"......그래. 오늘은 우선 자. 나도 일이 쌓여있기도 하고, 너도 피곤할테니까."


어? 나야 그렇다 치더라도, 너는 아직 안자?



"일 쌓여있다니깐. 자더라도 이건 하고 자야지."


어쩐지 엄청 피곤해 보이긴 하더라... 차라리 부관들을 좀 늘리지? 아르망이나 발키리 같은애들 있잖아.



"......필요없어. 나 혼자면 충분하니까. 넌 어서 잠이나 자. 침대는 내거 쓰던가 하고."


으, 응....



무덤덤하게 말을 마친 라붕이 사령관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책상으로 돌아가 다시 서류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뭐해, 빨리 안자고."


아니.... 원작에서도 사령관이 워커홀릭 기질을 보이긴 했는데, 설마 너도 그런 타입일줄은 몰랐거든...



"니가 여기서 석달만 살아봐라. 안생기던 의욕이 팍팍 솟을테니."


야. 너도 혹시 그거냐? 업무용 패널 뺏어가면 금단현상 도지고 그래?ㅋㅋㅋ



"자 이 새꺄!!!"



















새벽 3시를 넘기고서도 아직까지 패널을 손에서 놓지 않는 사령관을 뒤로 한 채, 두 번째 라붕이는 침실로 터벅터벅 들어가 잠에 들 준비를 시작했다.


'........이제 어떡하냐...'


사령관이 양보해준 침대는 불면증 환자조차도 단번에 재워버릴 만틈 상당히 푹신하고 포근한 느낌을 안겨주었다.


"그나저나, 설마 이곳 사령관이 나와 같은 라붕이라니...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처음 이 세계에 떨어졌을때, 내 바로 밑에 깔린 어느 한 남자놈이 희한한 듯 쳐다보길래 뭐하는 새끼인가 싶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그 광경은 매우 익숙한 광경이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아차렸다.


"설마, 인게임에서 본 사령관의 방이랑 똑같을 줄은...."


그렇다는건, 이 놈은 사령관이라는 의미일테고... 난 라오 세계관에 전이되었으며, 동시에 사령관의 방에 떨어진 것.... 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


가끔가다 첫 번째 인간이랑 두 번째 인간이랑 친구먹는 이야기나 혹은 처음부터 부랄친구 컨셉으로 만들어진 챈문학은 간혹가다 본 적이 있기야 한데...


".....이런 시나리오는 나도 본 적이 없는데."


진작에 지게에 태워서 고려장 각잡아야 한다는 말을 일상처럼 들어온 라오챈의 종신 파딱 두 번째 라붕이.

두 번째 라붕이는 라오챈의 수많은 문학글을 정복한 전문가임과 동시에, 라오챈의 역사이자 초대 종신 파딱인 것이다.


"그런 나조차도, 이런 문학글은 본 적이 없어. 그렇다는건.... 아마 여기가 유일무이 하다는 것이겠지."


물론, 이 세계관이 문학글 기반인지, 혹은 올바른 가치관을 지닌 공식 세계관인지는 아직까지는 알 길이 없다.


".....컨셉말이지..."


사령관이 여러번 지적했듯이, 현재 내 상황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철천지 원수조차 용서할수있는 성인군자가 보더라도 나의 이러한 첫 등장은 누가봐도 이질적이며, 수상한 존재 그 자체니까.


"하이고... 하필이면 떨어져도 사령관실에 떨어지냐...!"


사령관이 아까 말한대로, 차라리 절묘한 외부지역에서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발견되어 합류했더라면, 흐름은 매우 스무스하게 흘러갔을텐데.


"....아니, 사령관이 말한대로, 차라리 이게 나을지도 모르지."


아까 되새겼다시피, 이 세계관이 어떤 가치관을 토대로 깔린 세상인지를 알 수가 없다.

멀쩡한 공식이면, 사령관과 함께 합류경로만 자연스럽게 짜고치면 그만이지만...


"만약 공식이 아니라... 챈문학 마냥 억까로 시작하는 곳이면 큰일이니까."


게다가 사령관이 강조한 휩노스 병의 해결 또한 급선무이다. 두 번째 인간인 시점에서 휩노스병 이라는 타임리미트가 존재하는한, 최대한 안전한게 제일이지.

그렇게 생각하면, 차라리 사령관실에서 사령관하고 먼저 만난게 행운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나랑 같은 라붕이 출신이니까, 벌써부터 대화가 통하잖아~ 그건 정말 다행이지."


그 어떤 챈문학을 보아도 이러한 전개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걸 차치하고서라도, 시작부터 이곳의 총사령관과 안면을 튼 것도 모자라 그가 라붕이 출신이라는 것까지 알아냈으니까.


".....오늘은 우선 잘까. 시간도 늦었으니."


생각에 생각을 거치고나니 벌써 새벽 4시에 근접했다. 첫날부터 나쁘지 않은 성과를 이루었다. 그러니 향후 앞날을 기약하기 위해서라도 푹 자면서 체력을 아껴놔야지.


"뭐.... 사령관 말마따나 이 침실에서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들킬 일도 없을테니까."


물론 내가 자고있을때 배틀메이드가 들어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있긴하지만, 사령관이 그거 하나를 생각 못할정도로 생각이 짧아 보이는 사람은 아니었다.

날 침실에다가 박아놓는것도 그러한 것들마저 이미 염두에 두었겠지.


"......자자."


자고 일어나서 생각하자.

그리고 사령관이랑 훗날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될일이니까.

























- 다음 날 -







....사령관 게이야...



"뭐 새꺄."


딸기잼 더 없노. 잼이 부족해서 토스트의 감칠맛이 안난다 이기야.



"......"




식사를 챙겨주거나.




아 ㅅㅂ 게임 ㅈ같이하네? 이 새끼 리폿좀요.



"이번건 아무리봐도 니가 던진거야 병신아..."


야! 브라우니 상대로 팬텀 고르는건 솔직히 인성 의심해봐야 하는거 아니냐?!



"그러게 누가 원챔만 고집하래? 유닛마다 상성이 있는데."


장인의 로망 모름?



"........"




함께 스틸라인 온라인을 플레이 하거나.




....사령관.



"아 이번엔 뭐 새꺄."


........


제육 남은거 더 없냐?



".......내거 마저 먹어라. 난 입맛도 없으니까.


어? 너 일하느라 점심도 대충 먹다시피 한걸로 아는데, 이것도 거르게?



"...니가 침실에 박혀있는 사이에 먹을만큼 먹고 왔다. 그러니까 그냥 줄때 쳐먹어 할배새끼야."


ㅇㅋ 그렇게 말하면 사양은 안함ㅎㅎㅎ


















.....사령관.



"아 씨ㅂ... 또 뭐!!"



.......




제육 쌈싸먹게 상추나 깻잎좀...



"그냥 쳐먹어 새끼야!!!"


킹치만... 상추쌈이 없으면 미식이 아닌걸...



"....쫓겨나고 싶냐?"


아뇨죄송합니다장난이었어요맛있게잘먹고있습니다.



"........"



책상에 털썩 걸터앉으며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주제에 대해 조용히 이야기를 꺼낸다.



"이전에 말했던 휩노스병, 지금은 어때. 혹시 뭐 느껴지거나 그런거 있어?"


우물우물... 느껴지는거? 예를들면?



"..........."



참, 맛있게도 먹네...



"뭐긴 뭐야 새끼야. 예를들면 몸이 아프다던가, 혹은 구역질이 난다던가, 아니면 뭐... 암튼 있잖아. 몸이 안좋거나 그런거."


....아. 잊고있었다.



".........."



괜히 걱정해줬나...



"아무튼, 명심해라. 넌 절대로 그 침실을 벗아나면 안돼. 사령관실은 나 외에도 업무나 지휘때문에 다른 대원들도 자주 오고가는 장소니까.

다행이도 그 침실은 방음도 철저하니까, 그곳에서 나오지만 않는다면 들킬 일은 없을거야."


ㅇㅋ! 마까세로!



"........."



이 새끼 왜이리 불안하냐...




















"......."


사령관은 아까 전까지의 소란이 언제 있었냐는 듯 다시 초연한 모습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두 번째... 란 말이지."


자신 외에도 다른 인간의 존재가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언제라도 발견하여 구조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놓고서 살아왔다. 발견하게 될 인간이 악인이든, 선인이든 그런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구할수 있으면 구하는 것이 인간된 도리로서 당연한 것이다.


"그 두 번째 인간이라는 양반이.... 내 대가리 위에서 튀어나올 거라는건 나도 예상 못했지만 말이야."


자신이 이 세계관에 전이할 때와는 확실히 다른 현상이다.

폐허도 아니고, 거리도 아니고, 심지어 도심도 아닌 나의 위에서 나타난 두 번째 인간.


"......."


향후 어찌 움직여야 할지 두뇌를 회전시켜 온갖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계산한다. 허무맹랑한 시나리오도, 어이없는 길로 새는 시나리오도 빠짐없이 최소 한번 이상은 되새긴다.


"...이미, 충분히 허무맹랑한 사건의 연속이니까."


한낱 일반인인 내가 라오 세계관에 전이하여 첫 번째 인간이자 "라스트 오리진"... 사령관으로서 살아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말이 되지않는 픽션이 나의 인생이다. 그저 거기에 또 다른 줄거리가 추가된 것 뿐이다.


".......이야기는 이미 다 듣고 있었겠지?"


키보드를 두들기며 아무도 없을 사령관실에 대고서 이야기한다.

물론,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둘째 녀석이 숨어있는 침실, 그곳의 뇌파신호와 생명반응을 엄폐하고 차단하도록 해. 절대로 새어나가선 안됀다는걸 명심해."


그럼에도 꿋꿋하게, 자연스럽게 혼자만의 대화를 이어나간다.


..........


"혹시나 해서 묻는건데, 이 곳에서 일어난 일들... 새어나가지는 않았겠지?"


허공에다가 답을 요구하듯 묻는다.















(이 근방에는 오직 우리뿐이다. 다른 이의 반응따위는 없으니 안심해도 좋다.)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적막한 허공을 가르며 늦은 답변을 내놓는다.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 녀석의 신호와 흔적은 진작에 은폐했겠지?"


(네가 그를 숨기기로 결심한 순간에 이미 모든 조치를 취해놓았다. 이 공간은 그 누구도 감청할 수도, 도청할 수도 없다. 오직 너 만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심장이 얼어붙을것 같은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주는 만족스러운 답변을 침묵으로 받아치며 다시 업무를 진행한다. 할 일이 태산이야.


(....사령관.)


이번에는 차가운 목소리가 먼저 허공을 가른다.


(향후의 플랜에 대해서 대처와 대책을 요구한다.)


"뭔 대책."


(이미 생각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사령관은 진작에... "목표"를 정해놓았을테니.)


"..........."


(말하라. 나는 무엇을 하면 되는가.)


"............."


(말하라. 무엇을 원하는가. 너의 명령은 내가 수행한다.)


"..............."


사령관은 조용히 일어나 커피포트에 잔을 들이밀어 따뜻한 커피로 잔을 가득 채웠다.


"......물 가져와."


(............)


방금 채워진 따뜻한 커피를 입에 대는 대신, 곧바로 싱크대로 던지듯이 쏟아내어 버리며 다시 한번 명령한다.


"목마르니까, 마실 물이나 떠오라고."


(.......명령을 이행하겠다.)


명령을 받든 목소라는 그것을 마지막으로 더는 들려오지 않았다.


"............."


커피 얼룩이 깊게 스며든, 과거에는 매우 빛났을 거무직직한 커피잔을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서약...말이지."


누구와 먼저 서약을 하였는가.

긴 시간... 함꼐 살아가며 누구를 특히나 아꼈느냐.


...반지를 누구에게 선물했느냐. 저 바보가 나에게 물었었지.


"......."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4시 30분을 훌쩍 넘겼다.

아마, 오늘도 잠자긴 글른것 같다.



-드르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시선을 향하니, 명령을 이행하기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목소리의 주인이 물이 가득 담긴 컵을 들고서 천천히 사령관실 안으로 들어왔다.



"...냉수냐?"



"온수와 냉수를 정확히 7:3 비율로 배합하여 최적의 온도를 갖추었다."


"키키킥... 지랄도 병이다 새끼야. 그냥 온수에 냉수 탄거잖아."


"명령한대로 물을 가져왔다. 마셔라 사령관."


투명하고 깨끗한 유리컵에 담긴 맑은 생수를 받아들이자마자 홀린듯이 내용물을 한번에 들이켰다.



-벌컥벌컥-



"......."



물컵을 가져온 당사자는 그저 말 없이 사령관이 물을 마시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캬아~ 역시 물이 최고지! 음료고 나발이고 다른건 다 필요없다니깐~ 그러고보니, 오늘 밥은 커녕 물도 한모금 안마셨더라."


"......."


시원하게 물을 들이킨 사령관은 힘찬 제스처로 물컵을 책상위에 쿵 하고 내려놓았다.

깨끗한 물이 몸애 스며드니, 굳어버린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좋은 생각있냐?"


"구체적으로 무엇을 묻는거냐."


"뭐긴 뭐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고 들은 주제에."


비야냥거리듯이 비꼬며 턱으로 두 번째 인간이 잠들어 있는 침실을 향하며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해야 저 새끼를 무사히 정착시키느냐, 이걸 묻는거야."


"......."


"저 자식, 하필이면 내 대가리 위에서 직빵으로 떨어졌으니까. 첫 등장이 이 모양이어서야, 정식으로 소개하는것도 매우 신중을 거쳐야해. 그래서 묻는거야. 어떻게 해야 저 멍청이를 자연스럽게 대원들에게 소개하고 합류시킬지."


보다 구채적인 과제를 디테일하게 설명하며 질문을 던진다. 너라면 언제나 효율적이고 올바른 해답으로 인도해 준다는것을 내가 안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묻는다.


".....모든 것을 속일 필요가 있을것이다."


"......."


"철저한 밑준비와, 타이밍이 필요하다. 보다 더 자연스러움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성급한 시행은 지양해야 하겠지."


"...벌써 준비해 놓은거라도 있는거야?"


"현재로서는 대답해 줄만한 것이 없다. 이제야 첫날이라는 것을 명심해라."


".....나도 알아 새끼야."


"모든 것이 미지수다. 저 남자에 대한 것도, 미래의 플랜과 작전계획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하다. 그것을 완료하기 전까지는 섣부른 결론과 해답을 지양하겠다."


"..........그래."



녀석의 말대로, 두 번째와 만난지 몇시간 지나지도 않았다.

쓸때없이 서두를 필요도 없을 뿐더러, 너무 앞서나가서 일을 그르칠 이유는 더더욱 없다.


"향후에, 니 말대로 작전 계획을 다시 수정한다. 물자 탐색도, 철충섬멸 작전도 다시 검토할거야."


"....이미, 진작에 최적의 수를 계산중이다. 내일 중으로 다수의 플랜을 제출하겠다."


여전히 딱딱하고 차가운 말투. 하지만 그렇기에 신뢰하고, 믿는다.



언제나 나를 구원해주는 서늘한 목소리.



"이번에도, 널 믿고있어. 아니.... 이번 뿐만이 아니야. 언제나 의지하고 있다고."


































"로버트."




........



사령관을 꿰뚫듯이 쳐다보는 로버트의 븕은 안광은 한 치의 변화도, 미동도 없이 그저 그를 바라볼 뿐, 대답은 하지 않았다.


사령관은 그런 그의 믿음직한 침묵을 매우 사랑했다.


"....저 놈이, 내 기대에 부응해주길 바랄 뿐이야.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지.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딛는법이니까."


우선은 무사히 정착시켜 이 곳에서의 생활에 적응시키는 것이 첫번쨰가 되어야 겠지. 그러니, 우선은...



"........일이나 할까."



사령관은 다시 무미건조한 모습으로 되돌아와 책상에 앉았다.

패널을 두들기고, 키보드를 두들기고, 서류에 사인을 하며, 최종 결재를 마친다.

언제나 반복되었던 일상을, 오늘 밤도 어김없이 반복한다.







이렇게, 첫 번째 인간과 두 번째 인간의 비밀스러운 동거가 시작되었다.
















라는 문학도 있으면 흥미진진한게 재미있을것 같은데...

필력좋은 문학게이가 한번 써주면 안되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