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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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탕!』

 

“...어?”

 

 누구였을까. 연설장에 모여 있는 바이오로이드들 중 어느 누군가의 입에서 황당함을 표하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어느샌가 시끌벅적함이 완연히 사라진 이곳에, 모든 이의 시선은 연설장 무대의 한가운데를 향하고 있었다.

 

“...지금. 임펫 중사님이 탈락한 거지?”

 

“...그럼.”

 

 스크린 속에 비치는 것은 우거진 녹음과 그 아래에 있는 두 남녀뿐. 그마저도 무성한 나뭇가지 탓에 잘 보이지는 않았으나 그녀들의 머릿속에는 지금 단 한 가지 사실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

 

 그건 바로 스크린 속에서 여유로이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드는 군복 차림의 남성, 그녀들의 최고 상관인 사령관이 홀로 오르카 1호의 스틸라인 소대를 전멸시켰다는 것. 

 

『-스틸라인 소대! 전원 탈락입니다-아아아아!』

 

“-와아아아아!”

 

 스피커를 통해 그 사실이 확인되자 연설장을 가득 메운 바이오로이드들의 함성이 사방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사령과아안! 최고다아아!”

 

“사령관님! 멋져요!”

 

“와-아아아아!”

 

 저마다 환호성을 질러대는 바이오로이드들. 그녀들에게 있어 전우들의 탈락보다는 전우들을 탈락시킨 이의 새로운 면모가 더욱더 절실히 다가왔다. 그것도 그럴 것이 그 주체가 언제나 집무실에 틀어박혀 있던 그녀들의 주인이었으니.

 

 하지만 웃는 이가 있다면 또 우는 이가 있기 마련. 연설장의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한 테이블 앞의 금발 여성이 딱 그러했다.

 

“..후우. 우리 부대원들이 약해진 것인지. 아니면 각하께서 강인해지신 것인지. 도무지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군.”

 

“둘 다 아니야? 후훗. 나도 사령관이 저렇게 날아다닐 줄은 몰랐으니까.”

 

“그런가...하아아..”

 

 테이블 위로 긴 한숨을 내쉬는 금발의 여성, 불굴의 마리의 혼잣말에 그녀 곁에 앉아 있던 철혈의 레오나는 가벼운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채 홍차 잔을 들어 목을 축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또 다른 테이블 인원들이 차례차례 입을 열었다.

 

“나도 처음 알았군. 사령관이 저렇게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줄은 말이야.”

 

“소관도 처음 보았소만. 어쩌면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많은 것을 배운 모양이오.”

 

“하긴. 사방에 전략 전술의 대가들이 넘쳐나는데 말이야.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하던가? 하하하! 사령관도 많이 컸군!”

 

“야! 사령관을 개 취급하는 거야!? 지금?!”

 

 메이의 날 선 항의에도 별일 아니라는 듯 호탕하게 웃어넘기는 로열 아스널의 모습에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은 이들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지금에 와서 그녀들에게 있어 메이의 앙칼진 목소리 정도는 산속의 새 지저귐보다 가벼이 넘길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들의 대화 주제는 계속해서 화면 속의 남성에게로 이어갔다.

 

“그런 것보다. 사령관은 이번 게임에서 완벽히 이길 심산인가 보네?”

 

“음. 각하께서 무슨 생각으로 벌인 이벤트인가 했다만. 저걸 보면 필히 그런 것 같군.”

 

“우리 호드 쪽은 안 봐도 뻔하다. 대다수는 아마..”

 

“사령관이 저렇게 호전적으로 나올 거란 생각조차 못 하고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탈락하겠군.”

 

 살짝 침통한 얼굴색으로 돌아선 칸의 말을 가로챈 로열 아스널은 턱을 짚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 모든 지휘관의 고개 역시 그녀처럼 주억대었다.

 

“아마 소관이 생각해도 그렇소. 다수가 주군의 뇌파에 이끌려 무방비로 다가설 터이오.”

 

“그리고 지휘탑이 없는 B, A랭크 대원들은 사령관의 전투 센스를 모른 채 전투에 임하게 될 테고.”

 

“그렇게 되면 사령관의 사냥감으로 전락할 뿐. 이번 이벤트는 시작한 시점에서 모든 게 끝났다.”

 

 칸이 내놓은 결과에 여성들은 쿡쿡-짧은 웃음을 내뱉었다. 지휘관급인 자신들이나 아니면 부관급이 참전했다면 모를까.

 맹목적으로 돌진밖에 모르는 그녀들의 부하들이 상대하기엔 상대가 너무 좋지 않다는 걸 그녀들의 고급 모듈이 이미 결괏값을 모두 내놓은 상태였다.

 

“이번 이벤트 생각보다 짓궂은 이벤트네. 그답지 않게 말이야.”

 

“언제나 우리에게 이벤트의 즐거움을 양보하는 각하니. 한 번쯤 이렇게 환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응? 잠깐만. 그러면 사령관과의 데이트나 특별 상품인 반지는 어떻게 되는 거야?”

 

“아마 유야무야 없던 일로 치부하겠지. 애당초 참가하는 인원이 제한적인 탓에 반대하는 측보다 찬성하는 측이 많을 걸세.”

 

 무적의 용의 마무리에 그 자리의 모든 여성이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들 역시 이런 짤막한(?) 이벤트치곤 너무 과한 상품이 걸려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던 차였기에 차라리 사령관이 승리하는 것이 훨씬 뒷수습에 용이하다는 것을 알아채었다.

 

“자-그럼 우리는 이제 여기서 한가로이 사령관이 날뛰는 걸..”

 

『-우아아악!』

 

“...어머.”

 

 하지만 그녀들이 미처 하나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그건 다름 아닌 본의 아니게 이 진흙탕에 뛰어들게 된 손오공이었다.

 

“그러고 보니 참전한 인원이 한 명 더 있었네?”

 

 방금까지 사령관을 비추던 화면 속에는 햇볕이 멋들어지게 내려앉은 창고 앞의 흙바닥을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남성이 새로이 떠올랐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그의 외침에 홍차잔을 다시 기울이려던 여성들은 재깍 동그랗게 뜬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쟤는 어디 있다가 저기서 튀어나온 거야?”

 

“음? 그렇게 말이오. 저긴 대체 어디오?”

 

“..보아하니. 이곳의 비축창고 같군.”

 

“하하하-! 어디 갔나 했더니. 여기서 어느새 저기까지 달려간 건가. 재주도 좋군!”

 

 사령관이 비추어졌을 때 날카로운 눈으로 그를 분석하던 때와 달리 새로이 등장한 남성을 바라보는 그녀들의 눈에는 흥미 반 혹은 안쓰러움이 반 묻어나왔다. 저 화면 속의 남성은 방금 남성과 반대에 가까운 입장이라는 걸 그녀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탓이었다.

 하지만 공중에서 그를 촬영하던 카메라가 이내 아래로 내려서 그가 처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자 지휘관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으으...』

 

『대장님! 도망치세요!』

 

“...저거 지금 무슨 상황이야? 나만 이해 안 가?”

 

 스피커 너머에서 들려오는 신원불명의 외침에 지휘관들의 귀가 쫑긋거렸다. 특히 목소리의 주인공을 익히 알고 있는 불굴의 마리는 심상찮음을 느끼며 눈썹을 찌푸리기까지 했다.

 어수선하던 연설장 내 분위기는 카메라가 돌아감과 동시에 정적을 맞이해 모두가 상황을 비추는 대형 스크린만을 주시하고 서 있었다.

 

『쯧! 당장 제 허리에서 떨어지세요! 노움양!』

 

『얼른요! 대장님!』

 

『어, 어어. 아..알았다! 어!』

 

 창고 안에서 리리스로 보이는 개체의 허리를 꽉 끌어안은 채 버티고 있는 노움과 그런 노움의 어프로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리리스. 그리고 흙바닥 위를 잔뜩 구른 후 두 여성을 멍하니 바라보던 라붕이 작전관은 이내 허둥지둥 일어서 흙길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 대장님! 벌써 여기 와 계셨던 거에요?』

 

『와아-! 대장님이다! 대장님! 얼마나 찾았다고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그가 내달리려던 방향에서 팔소매를 걷은 안드바리와 실키들이 줄지어 등장하자 라붕이 작전관은 내달리던 발을 뒷발꿈치로 멈춰 세웠다.

 

『-윽!』

 

 분명 반가워야 하는 인물들임에도 불구하고 라붕이 작전관은 외통수를 맞았다는 표정으로 주변을 홱홱 둘러보다 이내 우거진 수풀을 향해 멈춰 세웠던 다리를 다시금 놀렸다. 그리고 그런 그를 향해 안드바리들은 다급한 목소리로 그를 향해 목청을 세웠다.

 

『엑? 대장님! 어디 가세요!?』

 

『대장님?!』

 

 누가 보아도 아군인 그녀들에게서 도망치는 라붕이 작전관, 그는 최첨단 카메라조차 가려버리는 녹음으로 뛰어들며 그녀들을 향해 자신의 의사를 한 마디에 담아 전달했다.

 

『-따라오지마아아!』

 

 스피커가 아닌 수십 킬로 밖에서 그의 비명이 들린 것 같은 건 그녀들의 착각일까. 지휘관들과 연설장에 모여 있던 인원들은 황망한 눈으로 그가 사라진 수풀을 멍하니 응시했다.

 

“...망했네.”

 

“...뭔지 몰라도. 그의 상황은 썩 좋지 않은 것 같군.”

 

“이거 정말 저 인간이랑 친해지려고 기획한 거야?”

 

“...후우. 소관도 그건 모르겠소. 허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사령관은 그와 친해지긴 글렀군! 하하하!”

 

“...웃을 일은 아니건 같다만. 어쨌든. 각하께서 어떤 그림을 그리고 계신 지는 마지막까지 봐야겠지. 하아아..”

 

 저마다의 생각을 품은 채, 어느덧 태양은 중천에 걸려 그녀들의 점심때를 가르치고 있었다.

 

161)

 

 생물에겐 참을 수 없는 욕구가 몇 가지 있다. 이는 단순히 인간이 가지는 물욕, 권력과 같은 것이 아닌 생물이기에 당연히 요구되는 생존 욕구. 첫 번째는 수면욕. 그 어떤 생물도 쉽사리 잠을 포기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성욕, 정확히는 후세대를 낳아 종의 종속을 요하는 번식 욕구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반드시 채워야 하는 마지막 욕구는-

 

“...배고파아아!”

 

 바로 식욕이다.

 

“연병장 나오기 전에 간단한 조식은 했잖아. 조금만 참으렴. 알비스.”

 

“히잉. 하지만 그건 벌써 다 소화했는걸.”

 

 산들바람이 짠 바다 냄새와 함께 불어오는 어느 아스팔트 길 위에서 한 무리의 소녀들이 힘겹게 산을 타고 있었다. 앳되어 보이는 소녀 여럿, 그리고 한눈에 봐도 그녀들의 보호자를 자처하고 나서는 한 주홍빛 단발머리의 여성 한 명과 금발의 여성 한 명.

 언뜻 보기엔 사이좋은 자매가 섬 투어에 나선 것처럼 보이나 해괴하게도 그녀들의 복장은 디지털 패턴이 잔뜩 들어간 괴상한 군복 차림이었다. 그 요상한 풍경 속에서 선두로 오르막길을 올라가던 백발 소녀들의 볼멘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졌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하루 내내 산만 타고 있잖아-! 배고파아아-!”

 

“초코바..초코바아아...”

 

“안돼. 대장님이 초코바는 금지했잖아.”

 

“히이잉..”

 

 주홍 머리 소녀의 단호한 한 마디에 새하얀 토끼들이 금세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주홍 머리 소녀는 내심 미안함을 느꼈는지 안쓰러운 눈치로 그녀들을 바라보았으나 이 결정은 그녀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하늘엔 저희를 촬영하고 있는 익스프레스양들이 있으니 잘못해서 카메라에 걸렸다간 그 물에 젖은 마스크를 쓰게 될 수도 있어.”

 

 이럴 땐 혼을 더 내야겠지. 주홍 머리 소녀, 베라는 일부러 기죽은 동생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해 그녀들의 주의를 돌리려 들었다. 트라우마라고 해봐야 방금까지 차고 있던 물건이었지만 그 효과는 확실했다.

 

“히잉. 그 마스크는 싫어. 숨 쉴 때마다 입에 착 달라붙어서 기분도 나쁘고 숨쉬기도 어려워.”

 

“응응. 축축해서 기분 나쁜 게 제일 싫어.”

 

‘후우. 그건 나도 그랬지만.’

 

 연병장을 나서기 전 반납했던 축축한 면 마스크를 떠올린 소녀 일동은 일제히 어깨를 잡고 부르르 떨어대었다. 깊은 설산 속에서 몇 날 며칠을 보내도 무방한 그녀들이지만 이 땡볕 아래서 느끼는 그 축축함이란-가히 짜증을 몇 배로 증폭시키는 마법의 물건인 것이었다.

 

“반드시 라붕이 대장님을 잡아서 똑같은 걸 겪게 해줄 거야!”

 

“응! 꼭!”

 

 누군가와 꼭 함께 나누고 싶은 추억 같은 것이었다. 처음에는 간단한 기초 체력 훈련이라 여겼던 그녀들이었기에 그 복수심은 더욱더 강해져만 갔다. 비단 이런 생각을 가졌던 건 자기들뿐만은 아니어라.

 

‘출격하기 전에 호드 팀의 기세는 엄청났죠.’

 

 간만에 두 눈에 진지함이란 게 깃든 워울프들. 그리고 그런 그녀들과 함께 두 눈에 쌍심지가 켜진 하이에나들. 그 모습을 떠올린 베라는 노심초사하는 얼굴로 옆에서 단합을 도모하는 알비스들을 내려다보았다.

 

“알비스. 레오나 대장님한테서 들은 명령. 잊지 마요. 어디까지나 우리는 게임 참가 명목으로 산보를 나온 거니까.”

 

“히잉. 하지만..”

 

“그리고 라붕이 대장님을 잡는다고 해도 저희는 상품을 포기할 거란 점도 다시 상기하시고요.”

 

“치잇...”

 

 언니의 경고 아닌 경고에 쫑긋 세워졌던 그녀들의 귀가 다시 스르륵 뒤로 누워버렸다. 그렇다.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는 이번 대회에 참가장만 낼 뿐, 적극적인 참여 자체는 자제하도록 명령을 받았다. 그리하여 구성된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팀은 겨우 알비스들과 베라, 그리고 님프뿐이었다.

 

“대장님도 참. 무엇이 되었든 간에 반지까지 걸려 있는 마당에 한 번쯤 편승해서 노려볼 법도 한데.”

 

“작은 소동이라고 이야기하셨으니까요. 애당초 말도 안 되는 상품들이라 다들 반신반의했던 것도 있지만.”

 

“라붕이 대장님의 신체 변경 결정권이라던가 반지라던가. 말도 안 되긴 해.”

 

 베라와 님프는 곧장 대장의 명령이 의미하는 바를 깨달았기에 간단히 침착을 되찾았다. 다만 사령관을 잡는다면 얻을 내일 하루 데이트권은 그녀들의 자유의사에 맡겨졌다는 점이 그나마 노려볼 점이었다만..

 

“사령관님이 설마 스틸라인 팀 전원을 탈락시킬 줄이야.”

 

“그 점이 의뭉스럽긴 하네요. 사령관님이 언제 저렇게 개인화기를 잘 다루시게 되었을까요?”

 

 방금 섬 전체에 울려 퍼진 사령관의 선전에 베라와 님프는 끄응-하고 작은 신음을 내었다. 이렇게 되면 그녀들만으로도 쉬이 그를 잡을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앞선 탓이었다.

 

“주변에 전부 개인화기 전문가들이 포진되어 있으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긴 해.”

 

“그럼 라붕이 대장님도 어느 정도는..”

 

“-베라 언니! 냄새! 좋은 냄새가 나!”

 

 계속해서 잡담을 이어가던 두 여성의 대화를 끊은 것은 제일 선두로 나서던 알비스들이었다. 침울해져있던 아까보다 훨 밝아진 목소리로 오르막 끄트머리에서 양팔을 휘둘러대는 그녀의 행동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좋은 냄새? 어디서 그런..”

 

“-킁킁. 아니야. 진짜 좋은 냄새가 나. 베라.”

 

“네? 언니도요?”

 

 알비스들과 마찬가지로 냄새를 포착했다는 듯 코를 킁킁거리는 언니의 말에 베라 역시 코를 킁킁대었다. 그러자 의식하지 못했던 달콤한 향기가 그녀의 비강을 간지럽혔다.

 

“어머. 진짜네요? 음식 냄새일까요?”

 

“그러고 보니 여기 근처에 급양 시설이 있지 않았어? 거기서 나는 냄새일까?”

 

“하지만 여기 급양 시설 분들은 모두 해변가에 계실 텐..”

 

“-어서오세요!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분들!”

 

“어머.”

 

 알비스들의 외침을 들은 건지 어느새 그녀들의 앞으로 다가온 까무잡잡한 피부색의 여성,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기다란 은빛 앞치마와 새빨간 고무장갑이 어딘지 모르게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차림에 어색한 미소가 얼굴에 걸려 있는 눈앞의 여성은 그녀들 역시 잘 아는 개체였다.

 

“요안나 아일랜드의 포티아양이신가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본대 여러분.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식사를 하셨는지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오는 포티아의 언동에 베라와 님프는 서로를 바라보다 이내 경계심을 허물곤 고개를 가로저었다.

 

“음..아뇨. 저희는 훈련 끝나자마자 게임에 참가한 거라.”

 

“그렇군요. 역시. 그렇다면 저희 취사장에 간단한 중식(中食)이 준비되어 있으니 급하지 않으시다면 들렀다 가시겠어요?”

 

“중식이요?”

 

 중식이란 말에 두 여성은 눈을 껌벅였다. 그럼 지금 이 솔솔 풍겨오는 냄새의 진원지가 곧장 유추되는 일이었기에 그녀들은 눈앞의 포티아를 향해 고개를 살짝이 숙여 보였다.

 

“저희 때문에 휴일에도 이렇게 일하게 되시다니. 정말 저희 동생부터 해서 미안한 일뿐이네요. 죄송해요.”

 

“아-아니요!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저희는 모두 오르카 저항군 소속이고 또..아...음..”

 

 갑작스러운 사과에 조신하게 양손을 모은 채 서 있던 포티아는 눈에 띄게 당황해했다. 그 모습에 베라와 님프가 그녀를 진정시키려 들었으나 그녀들의 대화는 곧장 저 멀리서 들려오는 막내의 외침에 끊겨버렸다.

 

“-베라 언니! 님프 언니! 빨리 와-! 빨리!”

 

“안 오면 우리가 다 먹어 버릴 거야!”

 

“...에휴.”

 

“아하하하..좋은 게 좋은 거 아닐까요? 어서 따라가실까요?”

 

“네. 배려에 감사드려요.”

 

 그렇게 오르막을 지나 조금 평탄화된 곳으로 곧장 들어서자 그녀들의 눈에 확-하고 들어오는 것이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숲 한가운데 있는 공터 위의 급양 시설. 시설의 천장 위로 보이는 작은 굴뚝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이 뱃소리를 내게 하는 냄새의 진원지를 짐작케 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그 입구 편에 떡하니 서 있는 거대한 얼음 조각상이었다.

 

“어머. 저건..”

 

“저게 말로만 듣던 라붕이 대장님 조각상이구나.”

 

“두 분은 처음 보시는 건가요?”

 

“네. 저희는 어제 오르카호에서 휴식해서 여기까지 올라와 본 적이 없었거든요.”

 

 포티아의 물음에 베라와 님프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히 보니 여기저기가 녹아 물이 뚝뚝 흐르는 모양새였지만 여전히 그 크기는 하늘에서 보아도 눈에 띌 정도로 컸다.

 

“누가 이런 걸 깎았을까요? 혹시 대장님이 직접?”

 

“아뇨. 저건 여기 계신 소완 주방장님이 직접 깎으셨답니다.”

 

“그러고 보니 여기에도 소완 주방장님이 계셨다고 했지. 왜 베라. 예전에 우리 주방장님도 더러 얼음 조각 같은 걸 깎아오셨잖아.”

 

“아, 연회 테이블 위에 올렸던...근데 이건 사이즈가 참..”

 

 님프와 베라가 취사장 앞에 떡하니 놓인 조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사이. 어느새 취사장 안까지 들어선 알비스들의 목소리가 그녀들의 정신을 돌려놓았다.

 

“언니-! 빨리 들어와! 빨리!”

 

“여기 무진장 맛있는 게 많아!”

 

“어머. 아가씨들이 많이 배고팠나 봐요.”

 

“...얘들이 아직 철이 없어서. 부끄럽네요.”

 

“죄송합니다아..”

 

“아니에요. 어릴 수록 잘 먹어야 하는 법이죠.”

 

 포티아의 성숙미가 돋보이는 대답에 님프와 베라는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는 그녀들 역시 취사장의 유리문을 열어 재꼈다. 그러자 열린 문틈 사이로 달콤-하면서도 진득한 조미료의 향이 그녀들의 코를 더욱더 자극해왔다.

 

“어머. 냄새가 무척 좋은데요?”

 

“언니! 언니! 빨리 와! 빨리!”

 

“어서 오세요. 요안나 아일랜드 취사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안에 들어서니 기다란 식탁 위에는 한눈에 봐도 요리하기 까다로워 보이는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이 즐비하게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어느새 각자 한 자리씩 꿰찬 알비스들이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그녀들의 뒤편에는 포티아와 똑같은 앞치마 차림의 아우로라가 서서 손님들의 식기를 앞에 하나씩 놓아주고 있었다. 그 광경에 베라와 님프의 얼굴에 사색이 드리웠다.

 

“얘들아! 개인 식기는 개개인이 알아서..!”

 

“아니에요. 아니에요. 아침부터 훈련받느라 힘드셨죠? 자자, 여러분도 어서 자리에 앉으세요.”

 

“아-하..하지만 저희껀 저희가 알아서..”

 

“마침 음식 준비가 끝나서~식기 전에 얼른 드세요. 여러분이 오늘 처음 온 손님이거든요!”

 

“본대에 미치진 못하겠지만 부디 즐겁게 드셔주세요.”

 

“아-아니에요! 환대에 감사드린다고 해야하나...으으.”

 

 포티아와 아우로라의 인도에 베라와 님프 역시 별수 없이 자리에 앉아 식기를 건네받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녀들 역시 배가 고팠던 건 매한가지였기에 음식 앞에 자리한 그녀들은 지금이 게임 중이라는 것도 잊은 채 눈앞에 놓인 여러 가지 음식에 침을 꼴딱 삼켰다.

 

“그럼-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즈브므극!”

 

 님프의 연호를 따라 베라와 알비스들은 일제히 음식을 집어 입안에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혀를 자극하는 강렬한 음식 맛에 화들짝 놀랐다.

 

‘마..맛 있어! 본대 식사랑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야!’

 

‘오르카 챈에서 여기 음식이 맛있어졌다는 글을 보긴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마..맛있어요. 조금 간이 진한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그 나름대로..!”

 

“오히려 땀 흘리고 난 이후라 그런지 짠 게 들어오니까 몸의 피로가 사라지는 거 같아.”

 

“마씨써요!”

 

“응! 너무 마시써!”

 

“어머. 그렇사옵니까. 소첩의 요리가 입맛에 맞다니. 다행이옵니다.”

 

“-웁?”

 

 입안에 음식을 한 웅큼 밀어 넣고 있던 그녀들은 갑작스레 들려오는 또 다른 여성의 목소리에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그곳에는 이제 막 조리실에서 걸어 나오는 은은한 보랏빛이 맴도는 은빛 머리의 여성, 소완이 무심한 얼굴로 그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첩은 이곳 요안나 아일랜드의 주방장이옵니다. 그리 놀라실 필요 없사옵니다.”

 

“자자. 여러분. 저희 주방장님이에요. 너무 신경 쓰지 마시고 계속 드세요.”

 

“소첩은 식기 정돈이나 하겠나이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일동은 잠깐 얼어붙었으나 소완은 나오자마자 그녀들에게 관심을 거두곤 취사장 한 편에 놓인 의자에 앉아 마른 수건으로 식기류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어딘가 익숙한 광경이었던 본대 인원들은 곧장 다시 음식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위장 입구까지 한가득 배를 채운 그녀들은 그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서로 해맑은 얼굴로 감사 인사를 건네었다.

 

“잘 먹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다 드셨나요?”

 

“네! 정말 최고였어요!”

 

“알비스..여기서라면 계속 살아도 괜찮아아..”

 

“그건 안 돼!”

 

“히잉..”

 

“후후후.”

 

 서로 빵빵하게 불어오른 배를 보며 놀려대는 알비스들과 예기치 못한 대접을 받아 행복한 얼굴로 포티아와 아우로라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님프와 베라. 그녀들은 곧장 다 먹은 식기류를 들고 일어서려 들었으나 그전에 그녀들의 앞으로 홍차가 담긴 찻잔이 들어섰다.

 

“이건..”

 

“입가심용으로 내린 홍차에요. 마저 드시고 가세요.”

 

“방금 막 식량 생산 설비에서 가져온 홍차잎으로 우린 거라 향이 강할 거야~”

 

‘홍..홍차까지.’

 

 식당 조명 아래서 은은한 주홍빛 색깔이 뽐내는 그 홍차는 익히 홍차를 주된 음료로 소비하던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소속의 그녀들이 거부하기 어려운 물건이었다. 님프와 베라는 상관을 두고 이걸 마셔도 될까라는 소심한 걱정을 했으나 이내 그 고민을 뒤로 미룬 채 찻잔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그..그럼 사양하지 않고..”

 

“알비스는 초콜렛!”

 

“초코 우유가 좋아!”

 

“네. 여기 방금 막 짠 우유로 만든 초코 우윱니다.”

 

“와-아아!”

 

‘...초코바는 아니니까. 응. 괜찮겠지?’

 

 자신의 눈앞에 놓인 홍차에 마음이 흔들린 베라는 쓴웃음을 지으며 알비스들이 아우로라에게서 초코 우유를 건네받는걸 허락했다. 그러면서도 내심 이 자리에 막내가 없는 것이 조금 아쉬운 그녀였다.

 

‘안드바리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어제는 비축창고로 바로 갔다가 오르카 호로 복귀했다고 들었는데.’

 

 이 섬에 가장 오고 싶어하던 아가씨 중 한 명이자 오르카 호의 모든 자재를 관리하는 부대 내에서 가장 똑 부러진 막내. 안드바리.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후방 기지에 온 그녀는 어제 혼자서 비축창고로 달려갔다가 바로 오르카 1호로 복귀했다고 들었다. 사유는-

 

“홍차가 입맛에 맞으시옵니까?”

 

 갑자기 옆에서 들려오는 서늘한 바람에 님프와 베라는 화들짝 놀라 바람이 불어온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방금까지 식기류를 정돈하던 이곳의 주방장이 서늘한 눈빛으로 그녀들을 내려다 보고 서 있었다.

 

“소첩이 홍차에 대한 조예는 옅기에. 어찌 입맛에 맞으셨을지.”

 

“에-? 아, 예! 정말 향이 진해서-!”

 

“정말 좋아요! 잎도 잎이지만 이 우려낸 물의 온도가-!”

 

 어딘가 익숙하다. 참으로 익숙한 눈빛이다. 마치 소완이 처음 오르카 1호로 왔을 때 봤었던 눈빛과도 비슷하다. 개체 간 차이가 있다 들었는데 그녀들은 어째 개체 간 차이가 드문 것 같다고, 님프와 베라는 황급히 손짓 발짓해가며 소완의 비위를 맞추려 들었다. 그 노력이 통했는지 소완은 그제야 입꼬리를 살짝이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사옵니까. 앞으로 부군께 술 대신 홍차를 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사옵니다.”

 

“에? 부..부군요?”

 

“부군이라고 하면 누굴..”

 

 갑작스레 그녀의 입 밖에서 튀어나온 부군이라는 말에 님프와 베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땅에 그녀의 부군이라 할 만한 인물은 둘. 그럼 이쪽도 사령관님을 노리는 쪽인가. 아니면-

 

“누구긴 누구겠사옵니까. 소첩의 부군은 이 세상 통틀어 단 한 분뿐이오니. 여러분은 이제 퇴장하시옵소서.”

 

“? 그게 또 무슨..”

 

“소첩과 똑같은 동형기를 겪었을 지온데. 어찌 이리도 방심하시는지.”

 

찰칵-!

 

 소완의 말이 끊기자마자 그녀들의 뒤에서 들려오는 묵직한 쇳소리가 일순간 베라와 님프의 정신을 퍼뜩 일깨웠다. 오랜 시간 전장에서 날고뛴 그녀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소리. 노리쇠 뭉치가 뒤로 밀려나는 소리였다.

 

“알비스-! 어서 일어-”

 

“-읏! 어..언니! 몸이..”

 

 그 소리에 반응해 단숨에 식탁 아래로 몸을 눕혀 도망치려던 님프와 베라는 그제야 자신들의 몸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걸 깨달았다.

 혀끝에서 느껴지는 저릿저릿한 감각이 빠른 속도로 그녀들의 자유를 빼앗아 어느새 그녀들은 그 자리에서 옴짝 달싹도 못하게 된 것이다.

 

“이..이게 무슨..”

 

“어..언니들..아..알비스. 움직이질 못하게써어..”

 

“그럴 것이옵니다. 요리에 든 소량의 약과 홍차와 우유에 넣은 약이 만나면 잠깐이나마 마비효과를 일으키오니.”

 

“그..그런..!”

 

 한마디로 음식에 독을 풀었다는 건가. 님프는 맏언니답게 그 부분에 대해 항의하고자 억지로 목을 비틀었으나 그사이 그녀의 턱 아래로 차가운 무언가가 들어섰다.

 

스릉-!

 

“아니 오면. 소첩이 그대들을 이 소첩의 애장으로 쓰러뜨려야 하온데. 그리되면 소첩이라 할지언정 손속의 자비를 두기 어렵나이다.”

 

“-흐엑.”

 

 눈을 돌리기 어려워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워도 시야의 아래에서 슬긋슬긋 비치는 그 무언가는 분명 거대한 날붙이였다. 그 사실을 알아챈 님프의 얼굴은 이윽고 죽상이 되었다.

 

‘이..이분. 본대의 소완 분처럼 전투도 가능하단 말이야?’

 

 본대의 소완 개체는 오랜 세월 방랑을 겪은 탓에 전투를 몸에 익힌 케이스라 들었는데. 지금 이 소완 개체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대체 무어라 말인가. 아니면 소완 개체들은 기본적으로 전투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걸까. 님프는 곰곰이 머릿속을 굴리다 이내 그녀가 자신들을 어떤 의미론 ‘배려’해줬다는 걸 인정하곤 순순히 패배를 받아들였다.

 

“져..졌습니다아.”

 

“현명하옵니다. 그러면 이제 뒤뜰로 이동시킬 터이니 괜한 몸부림은 삼가주시옵소서.”

 

“녜..”

 

‘대장님한테는 어떻게 설명하지...’

 

 이런 꼴사나운 패배가 또 어디 있을까. 이 사실을 자신들의 대장이 알게 된다면 불호령도 어떤 불호령이 떨어질지 모를 일이었다. 님프는 머릿속으로 어떻게 변명할까를 궁리하다 소완에게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질문을 내던졌다.

 

“호..혹시 이...이 마취는 언제까지..”

 

“음식을 드신 양에 따라 다르옵니다. 많이 먹었다면 많이 먹은 만큼이옵니다.”

 

“...”

 

“소첩의 견해로는 베라양은 약 10분 이내일 것이옵니다. 알비스양들은 약 30분. 님프양은..1시간 조금 넘게 걸릴 것 같사옵니다만.”

 

“...니..님프..언..”

 

“...님..님프..언..니. 대..댖..”

 

“아..알..비스. 그...그 이상...은..그만..말..”

 

“아..아니. 여러분. 마비된 상태에서 그렇게 말하면 몸 상해요! 그만!”

 

 소완의 냉철한 분석에 님프는 전신이 마비된 상태로도 쥐구멍이 있다면 뛰어들어갈 자신이 들었다. 이내 님프는 마비된 상태에서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자신을 이렇게 만든 마녀에게 작은 배려를 부탁했다.

 

“...그 부분을 조금 어떻게든.”

 

“...다 끝나면 해독약을 만들어드리겠나이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님프는 이날부터 소식을 결심했다.

 

162)

 

“주방장님! 발할라 분들이 돌아가셨어요!”

 

“후..후아. 처음에는 어떻게 될 줄 알았는데에에...”

 

 마비에 풀린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대원들이 떠난 취사장 내에는 이제 소완과 아우로라, 그리고 포티아만이 남아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페인트탄을 묻히는 작업은 취사장 뒤편에서 끝냈기에 사실상 남은 것은 그녀들이 먹은 음식을 다시 준비하고 식기를 준비하는 것이 끝이지만 아우로라와 포티아는 싱숭생숭한 마음을 여간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근데 본대 분들에게 함부로 약을 써도 괜찮았을까요?”

 

“당연히 안 돼죠오오. 주방장니임. 이거 다른 방법으로 가면 안 될까? 헨젤과 그레텔 작전은 조옴..”

 

 일명 헨젤과 그레텔 작전. 일부러 굴뚝에서 사람의 미각을 유혹하는 향을 풍겨 먼 곳에서 일부러 이곳을 찾아오게 만드는 그런 작전이다. 그리고 그 작전의 입안자는 다름 아닌 소완, 그녀였다.

 

“하오면. 소첩이 일일이 부군..아니. 주인의 적을 처리하러 손수 돌아다니오리까.”

 

“그..그렇지만.”

 

“아니오면. 아우로라양과 포티아양이 총을 들고 소첩의 적을 처리해 주리오리까. 방금 그녀들만 해도 아우로라양과 포티아양은 맨손에 격퇴당할 것이옵니다.”

 

“하으으..죄송해요.”

 

탁-탁-탁

 

 작전에 항의하는 둘을 향해 소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음 요리의 손질을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입을 놀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소첩이 그대들에게 물러서 주는 건 수면제 대신 마취제를 이용한다는 정도이옵니다.”

 

“하지만 수면제를 썼다간 진짜 큰일 날 거 같았단 말이에요..”

 

“만약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아가씨들에게 수면제를 썼다간 그 대장님인 레오나 대장님이 가만 안 계셨을 테니까아..”

 

탁-탁-탁

 

 아우로라와 포티아의 걱정에도 소완은 들은 척 만 척하며 채소 손질의 속도를 점차 높여갔다.

 

“아시겠사옵니까. 앞으로 이곳을 찾아오는 모든 인원에게 방금과 같이 행동하소서.”

 

“네...”

 

“예에..”

 

“만일 음식에 입을 대지 않거나 음료에 입을 대지 않는 경우 소첩이 직접 처리하겠나이다.”

 

탁-!

 

 마지막 양배추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한 소완이 고개를 돌리자 그녀의 에메랄드 빛 눈동자가 그녀들의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두 눈은 조명 하나 켜지 않은 주방에서도 훤히 보일 정도로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잊지 마시옵소서. 리제양 혹은 리리스양이 들어설 때에는 문답무용. 소첩이 직접 그녀들을 격퇴할 터이니 취사장에서 멀어지도록 하시옵소서.”

 

“에..근데 리제씨나 리리스씨라면 주방장님이랑도 친한..”

 

쐐-액! 타악!

 

“-히익!”

 

 아우로라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 소완의 손에 들려있던 중식도 한 자루가 그녀의 형형색색 머릿결 사이를 스쳐 그녀 뒤편에 걸려 있던 고기 자루에 박혔다. 그 광경에 포티아는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또각-또각

 

“알겠나이까. 그녀들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소첩의 적이올시다.”

 

또각-또각

 

“소첩은 그녀들이라 할지언정 손속의 자비를 두지 않을 터이니.”

 

또각-또각

 

 어느새 자신의 코앞까지 걸어온 소완의 날 선 눈빛에 아우로라의 소용돌이 동공의 토크 값이 미친 듯이 솟아올랐다. 소완은 그런 그녀를 무시하곤 자신이 날린 중식도를 다시 손에 쥐며 말을 이었다.

 

팍-!

 

“그대들은 그저 소첩의 무궁한 승리를 기원하시옵소서.”

 

“-녜에..”

 

또각-또각

 

 다시 재료를 손질하러 떠나는 소완의 뒷모습을 한참 빤히 바라보던 아우로라는 앞치마를 구기며 풀썩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도대체 어쩌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단 말인가.

 

‘펴..평소의 주방장님이 아니야아..’

 

 언제나 냉정, 침착, 카리스마. 이 세 가지를 놓치지 않던 자신의 이상적인 주방장이 오늘따라 유독 침착하지 못하며 냉정하지 못한 것 같다. 그 반동으로 카리스마는 미친 듯이 올라갔으나 그것이 또 그렇게 좋은 것 같지만은 않았다.

 

‘대..대장님. 우리..오늘 괜찮겠죠?’

 

 속으로 이 사태를 어떻게든 해주지 않을까 싶은 해결사를 떠올리니 그녀의 머릿속에는 단 한 명의 남성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라면-이 땅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해결한 그라면. 그녀의 직속 상사인 그라면-

 

“후후후. 부군이시여. 오늘 소첩이 부군께 극상의 진미를 바칠 터이니. 부군은 그토록 염원하시던 소첩의 요리를..후후후.”

 

‘...대장님도 안 괜찮을 거 같네. 헤..헤헤..’

 

 어쩌면 그가 제일 위험한 상황에 놓인 걸지도. 아우로라는 울상을 지으며 다음 희생자를 찾아 걸음을 옮겼다.

 

163)

 

‘사랑’

 

 이 두 글자에 불과한 한 단어에는 무수히 많은 감정이 내포되어 있다. 인류가 사회를 구성하기도 전, 개인은 개인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데에 있어 감정이라는 것을 필수적으로 요구해왔다.

 나는 당신이 싫다, 나는 당신이 밉다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있었겠으나 사회를 구성하는 데에 필수적인 요소는 다름 아닌 개인을 향한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이라는 감정을 전달할 ‘언어’의 등장은 곧 문명을 탄생시키게 하였다.

 

“허억...허억..”

 

파-삭!

 

“허억-! 허억!”

 

파삭-!

 

 사랑에 관한 철학의 역사는 수백 년이 아닌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인간이 문명을 이루고 그 기원을 찾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 바로 신화이며 각 지역의 신화에는 저마다의 ‘사랑’에 관한 표현이 즐비했다.

 

 기독교에서는 유일신의 사랑을 ‘아가페’라 한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에로스’라 한다. 물론 두 단어 모두 그리스 철학가인 플라톤이 내린 4가지의 사랑에서 따온 말일 수도 있으나 지금 이 수풀을 해치며 질주하는 남성에게는 별달리 중요한 논점이 아니었다.

 

타-다닥!

 

“-씨발!”

 

팍-!

 

 눈앞에 놓인 돌무더기를 건너뛰며 그 아래에 헐떡대는 몸을 뉜 라붕이 작전관의 머릿속에는 온통 방금까지 자신이 느낀 ‘사랑’에 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죠? 그렇죠? 주인님. 그 요리사도 아니고, 그 스토커도 아니고. 그 폐하폐하 하면서 주인님 곁을 쫄래쫄래 따라다니는 꼬마도 아니고. 주인님의 최고의 바이오로이드는 바로 저겠죠? 그렇죠?』

 

‘눈이-눈이 무서워!’

 

 머리에는 둥그런 방탄모를, 어깨춤에는 멜빵으로 둘러맨 페인트총을, 허리춤에는 창고에서 자신을 위해 희생한 부하가 남긴 유품을. 라붕이 작전관은 비처럼 쏟아지는 땀방울들을 거칠게 흩뿌리며 주변을 둘러보다 이내 고개를 들어 자연이 만든 녹색 장막을 향해 소리쳤다.

 

“야! 짬 타이거. 여기 있지? 제발 그렇다고 해!”

 

 허공을 향해 작게 속삭이듯 목청을 세운 그의 목소리는 잔잔하게 불어오는 숲속 바람에 흩어져 없는 이를 찾는 공허한 메아리처럼 만들었으나 라붕이 작전관은 그런 건 아무 상관 없다는 듯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안 나오면 너도 죽고, 나도 죽는다! 텨 나와!”

 

 허리춤에 달고 있던 페인트총의 총구를 허공에 겨누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우스꽝스럽게 비추어질 수 있었으나 번득이는 그의 눈은 그의 심정이 얼마나 진심인가를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눈빛에 못 이긴듯한 이의 목소리가 그의 총구 방향이 아닌 그의 앞에서 들려왔다.

 

“..나..나는.짜..짬 타이거가 아니다.”

 

“-워메! 씨발!”

 

 설마하니 제 앞에 있는 줄은 몰랐다는 듯 기겁하는 라붕이 작전관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그가 질주해온 산길 너머로 그에게 익숙한 이들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그의 귓불을 간질였다.

 

“언니! 저기서 소리가 들렸어요!”

 

“대장님! 이제 나오세요!”

 

“하아..하아..”

 

 앳된 아가씨의 부름에 잠깐 눈을 그곳으로 돌리려던 라붕이 작전관, 하지만 이내 뒤따라 들려온 목소리에 그의 어깨는 다시금 들썩였다.

 

“주인님~! 어디 계세요? 착한 리리스는 주인님 편이랍니다!”

 

“! 씨..씨발. 야! 얼른 네 그거 내놔!”

 

 나긋나긋하지만 지금은 그에게 있어 그 어느 누구보다 소름이 끼치는 부하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라붕이 작전관은 무성한 수풀만이 자리한 제 앞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이..이러지 마라! 인간. 이건 내..”

 

“닥치고 얼른 벌려!”

 

“으..으으..”

 

 마치 귀신을 협박하듯 한껏 날이 선 그의 눈과 언성에 그걸 정면으로 마주한 피해자의 신음과 함께 그의 앞에 있는 수풀에 작은 일렁임이 발생했다. 그리고 라붕이 작전관은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그 틈새를 향해 자신의 몸을 내던졌다.

 

휘-익!

 

“힉! 드..들어 오지 마라!”

 

“야! 얼른! 닫아! 닫으라고!”

 

“-으아..이..이렇게 달라붙지 마..”

 

 틈새 속을 파고든 라붕이 작전관은 자신 탓에 울먹이는 여성의 항의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녀를 향해 총구를 또 한 번 들이밀었다.

 

철컥!

 

“죽을래? 아니면 닫을래?”

 

“...히잉.”

 

 그의 서슬 퍼런 협박에 그를 내려다보던 여성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신음과 함께 열었던 장막을 다시 한번 닫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들밖에 없던 이 녹빛의 땅 위로 어떤 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타악-!

 

“..여기서 주인님의 목소리가 들렸었는데 말이죠.”

 

“-흡!”

 

“...혹시 그 암코양이와 함께 계신 건 아니겠죠? 주인님?”

 

 방금까지 라붕이 작전관이 기대고 있던 바위 위에 발을 얹은 채 사방을 훑어보는 방문객. 어두운 녹음의 그늘막 아래서도 은은하게 빛나는 은빛의 머릿결을 뽐내는 방문자는 이내 금빛의 눈동자로 라붕이 작전관이 앉아 있던 흙바닥을 위를 향해 권총을 꺼내들었다.

 

“...”

 

“흐흥-뭐. 좋아요. 여길까나?”

 

타-앙!

 

“-히익!”

 

 권총에서 뿜어져 나온 페인트볼이 딱딱한 지면과 맞닿자 이내 순식간에 사방을 핑크빛으로 물들였다. 그 광경에 마치 자신이 페인트볼처럼 터져 나갔다는 듯 라붕이 작전관은 투명한 장막 아래서 오들오들 떨어대었다.

 

“...어머. 역시 어디로 도망가신 것 같네요? 흐음. 주인님~! 착한 리리스는 여기 있답니다~”

 

 하지만 그걸 미처 눈치채지 못한 방문객은 이내 총구를 거둬들이며 아까와 같이 발랄한 목소리와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가 저 멀리 사라지는 걸 확인한 후에야 라붕이 작전관은 멈췄던 숨을 거칠게 내쉬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헉!”

 

 거칠게 숨을 내쉬는 그의 눈앞에는 이제 페인트 범벅이 된 지면과 돌덩이뿐. 하지만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살의’ 아닌 ‘충동’을 직면한 그가 제일 먼저 찾은 것은 그 충동에 대항할 무기였다.

 

달-칵!

 

“...탄창은 3개. 남은 적은..90..은 넘겠지?”

 

 어딘가 자포자기한 듯한 그의 혼잣말을 들어주는 것은 지금 그를 숨겨주고 있는 고양이뿐. 그러나 그녀 역시 갑작스러운 사태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저..이..인간. 이제는 나가도 되지..”

 

“...씨발.”

 

“응? 아..아니! 꼭 나가라는 소리가..”

 

 남성의 거친 욕설에 고양이의 자랑스러운 망토가 흔들리자 그들 주변으로 일렁임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 적막한 숲속에서 그걸 눈치챌 이는 단 하나도 없었다.

 

“내가 대체..무슨 죄를 지었다고..씨발..”

 

“...에? 이..인간. 우는..건가?”

 

“그냥..그냥 나도 여름 이벤트라는 것 좀 즐겨보려 했더니..왜..”

 

 자신이 직면한 작금의 사태가 어찌 이다지도 슬픈지 남성은 여성의 가랑이 아래서 어깨를 좁히며 몸을 웅크렸다. 그 모습에 여성의 머릿속에 혼란은 가중되었다.

 

‘어..여기서 내..내가 달..달래줘야..하는 건가?’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몇 년을 홀로 지낸 커뮤니케이션의 ‘커’자도 타인에게 읊지 못하는 괴멸적인 어휘력을 가진 아가씨였기에 그녀로서는 그저 부끄러움을 꾹 참는 게 한계였다.

 그렇게 그녀의 슈트 너머로 생겨난 진땀이 그녀의 허벅지 위를 가로지를 때, 남성의 굳게 닫힌 입에서 누군가를 지칭하는 직급이 튀어나왔다.

 

“...사령관...사령관.”

 

“어..그 인간. 그 사령관이라는 남자, 인간보다 윗사람..”

 

“씨발. 죽인다..사령관! 넌 내 손에 죽는다아아!”

 

“-히익!”

 

 어떻게든 남성의 비위를 맞춰주려 그 안타까울 정도의 소통력을 복부 아래서 있는 힘껏 끌어올리려던 팬텀은, 이내 남성의 입 밖으로 터져 나오는 괴성에 말문이 닫혀버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성은 참아왔던-혹은 더 해져가는 분노에 이성을 잃은 건지 도망자 신세인 자신의 처신도 잊은 채 하늘을 향해 욕지기를 퍼부었다.

 

“꼭 죽인다! 넌 꼭 내 총으로 죽인다! 사령과아안!”

 

퍼-드득!

 

 그의 괴성이 바깥으로 튀어나가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의 분기탱천한 각오에 적막한 숲속에서 작은 새 한 마리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요안나 아일랜드의 악마가 한 달 만에 다시 태동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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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에 돌아왔으니 임의로나마 참가 팀 정리 한 번 하고 감.


1. 오르카 참가 팀


 1-1. 사령관: 솔로 팀이라고 하나 사실 뒤에서 닥터를 비롯한 080기관의 서포팅을 받고 있다. 참가 목적은 이번 게임에 참가한 본대 인원의 시선 돌리기 및 본대 인원 탈락. 운이 닿는다면 라붕이와 공투하기를 바라고 있다.


 1-2. 블랙 리리스: 솔로. 사령관을 3인방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무단으로 난입했다. 엄밀한 반칙인원.


1-3. 시저스 리제: 솔로. 라붕이를 적대시하고 있다. 참가 가능 인원이나 별도 신청 없이 난입했다.


 1-4. 사라카엘: 솔로. 라붕이를 퇴폐에 물든 오르카 저항군을 벌할 심판자라고 강연하고 다닌다. 하지만 본인을 한 번 직접 보고자 무단으로 게임에 난입했다. 엄밀한 반칙인원 2.


 1-5. 스틸라인: 사령관에게 전원 패배. 사령관에게 진 이후 전원 연병장으로 돌아갔다.


 1-6.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소완에게 전원 패배. 마비에 깬 이후 전원 연병장으로 돌아갔다.


2. 요안나 아일랜드 참가 팀


 2-1. 라붕이: 사령관에게 제대로 휘말렸다. 정확히는 닥터이긴 하나 본인은 이 사실을 모른다. 현재 사령관을 향한 적개심이 최대치에 달했다. 목표는 사령관을 제 손으로 처치하는 것이다. 협력자는 이프리트와 노움. 그리고 짬 타이거 뿐이다.


 2-2. 리리스팀(비축창고팀): 리리스를 주장으로 둔 비축 창고 인원팀. 안드바리와 실키가 그녀의 보조를 맡고 있다. 익스프레스와 드론의 경우 촬영 및 물자 운송 팀이라 비참했다.


 2-3. 소완팀(취사장팀): 소완을 주축으로 한 취사장 인원팀. 아우로라와 포티아가 그녀의 보조를 맡고 있다.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를 헨젤과 그레텔 작전으로 패퇴시켰다.


 2-4. 리제&아르망: 2인조로 구성된 팀이다. 목적은 라붕이 구원군. 리제의 경우 전용 장비를 다프네에게 전달받아 착용하고 있다.


 2-5. 엘븐팀(목장팀): 라붕이를 제 입맛대로 바꿔먹어 보겠다는 음흉한 목적을 가지고 참가했다. 인원은 엘븐과 다크 엘븐이다.


 2-6. 호라이즌팀(수송팀): 라붕이를 제대로 엿먹인 테티스가 주장인 팀이다. 라붕이가 놀아주지 않아 심심하다는 이유로 판을 벌이고 또 그 판에 직접 참가했다. 현재 라붕이를 찾고 있다.


3. 혼합팀

 

 3-1. 진조와 더치걸: 본대의 LRL과 요안나 아일랜드의 더치걸로 구성된 유일한 혼합팀이다. 목적은 섬 탐방.


작년의 날 죽이고 싶다. 도대체 이 작은 섬에 얼마나 많은 팀들을 조명시켜 놓은 거야...플룻 정리가 하나도 안 되잖아

미친 판은 존나 크게 벌려놓고 이거 어떻게 수습하려고 한 거야...씨발...동선 짜기 졸라 빡세다..

이제 본격적으로 들어가야 하는데...이거 어떡해..나 도망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