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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입구

 

 

어둡고 습한 창고 안.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탓인지,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낡은 기자재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창고 구석에서 한 연구원이 겁을 먹은 작은 생물처럼 몸을 움츠린 채 떨고 있었다.

 


“아니야.. 이런 걸 원한 건 아니였어. 우리가 원한 건 이런 게 아니였다고.”

 


심한 충격으로 넋이 나가버린 사람처럼 ‘이건 아니였다며’ 혼자 중얼거리는 연구원의 귀로, 창고 밖 복도에서부터 ‘삐빅’ 기계음이 들려오자, 연구원은 홀로 중얼거리던 소리와 사시나무 떨고 있던 몸까지 멈추고서는 이네 숨까지 죽였다.

 

철커덕.

 

철커덕..

 

삐빅. 삐빅..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자신이 숨어있는 창고를 향하며 점점 가까워져 오는 기계음과 금속음이 뒤섞인 발소리에 맞추기라도 하듯, 연구원의 심장소리 역시 심장이 입으로 튀어나올 것 같이 쿵쿵 거려만 갔다.

 


“제발..제발..제발..제발..”

 


행여 심장 뛰는 소리가 입안에서 새어나올까 두 손으로 입까지 틀어막고, 그것도 모자란 것인지 두 눈마저 꾹 감고서는 연구원은 마음속으로 자신을 찾는 기계가 빨리 지나가기를 평소에는 믿지도 않는 신까지 찾으며 기도를 하였다. 

 

믿지 않는 신까지 찾아가며 간절히 기도한 덕분일까? 귓가에 선명하게 들려오던 기계음은 창고에서 점점 멀어지며 옅어져 갔고, 잠시 후. 완전히 사라진 것인지, 자신의 뛰어오르는 심장소리만이 울려 퍼지던 창고 안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고요해졌다.

 


“가..갔나?”

 


창고에 감도는 정적이 안전의 증거인 듯, 연구원은 조심스레 자신의 입을 막던 두 손을 천천히 떼고서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조심스레 내쉬었다.

 


“쾅!”

 


자신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를 기다리기라도 한 걸까? 한숨소리와 함께 커다란 금속의 팔이 창고의 문을 뚫고서는 들어왔고, 금속의 팔에 의해 철제로 된 창고의 문은 천천히 구겨지며 강제로 열기 시작하였다.

 


“히익!!!”

 


금속의 팔에 의해 종이장처럼 구겨지며 뜯겨져 나가 구석으로 내동댕이쳐진 창고문을 대신하여 연구원의 앞에 나타난 무언가는 ‘철커덕’ 금속음과 ‘삐빅’거리는 기계음을 번갈아내며, 창고 안으로 한 발자국 걸어 들어와 곧 구석으로 도망치려던 연구원의 다리를 붙잡았다.

 


“싫어! 하지마! 살려줘!”

 


겁에 질린 채, 다리가 붙잡힌 연구원은 포식자에게 붙잡힌 피식자처럼 살기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며 애원섞인 비명을 질렸지만, 그런 모습을 보는 둥 마는 둥 연구원의 다리를 붙잡은 무언가는 이내 연구원을 어디론가 끌고 가기 시작하였다.

 


“살려줘! 살려줘! 죽고 싶지 않아! 제발 살려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후의 저항인 양, 거칠게 바닥을 긁어대는 손에서는 이내 손톱이 빠져나갔고, 그 빠진 손톱 사이로 흘려 나오는 선혈은 바닥에 피로 된 오선지를 그려 나갔지만,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듯 마지막 몸부림과 함께 비명을 지르던 연구원은 그렇게 무언가에 의해 어둠속으로 끌려가 버리고 말았다.

 

자신이 그곳에 있었다는 유일한 증거인 바닥의 그려진 선혈만을 선명하게 남긴 채.. 

 

.

..

...

 

 

“사령관님께서 직접 오시는데 마중 나가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한가히 관광이나 즐기려고 가는 것도 아니니 너무 신경 쓰지 말도록.”

 

“네. 트리아이나는 도착하실 때까지 대기하라 전해 두었습니다. 상륙 하신 후 합류하시면 사령관님을 안타이오스 조선소로 안내해 드릴 겁니다.”

 

“철충과 싸우는 위험한 일인데 이렇게 협력 해주어 고맙군. 파티마.”

 

“별말씀을요. 위험하다고는 하지만 저희도 사령관님께 그만큼의 대가를 받고 협력하는 것이니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그렇군. 그럼 말이 나온 김에 의뢰를 한 가지 더 맡기고 싶은데 가능할까?”

 

“네. 가능합니다.”

 

“멜버른 쪽에 있는 철충의 동향을 파악해 주었으면 하는데.. 가능할까?”

 

“멜버른 말씀인가요?”

 

“그래. 철충의 세세한 움직임까지 파악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럼 위험도가 만만치 않을거니, 대략적인 움직임만이라도 좋으니 파악해 주었으면 좋겠군.”

 


멜버른이라면 자신이 있는 ‘삼안물자영업소 호주지부’가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과거 호주의 수도인 캔버라, 최대 도시인 시드니와 함께 3대 대도시중 하나인 탓에 가장 많은 철충이 모여 있는 곳 중에 한 곳이기도 하다. 

 

의뢰의 위험도를 생각한다면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해야 하는 것은 옳지만 ‘대략적인 정보만’이라면 조건이 붙은 탓인지, 파티마는 오래지 않아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대략적인 정보만이라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고맙군. 의뢰비에 관해서는 안드바리에게 이야기를 해둘테니, 그쪽과 다시 이야기 해주겠나?”

 

“알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군. 다음에 또 연락하도록 하지.”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사령관님.”

 

“왜 그러지?”

 


통신을 종료하려는 자신을 불러 세운 파티마의 얼굴은 방금까지 비즈니스 이야기를 나누는 파트너의 얼굴에서 지금은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한명의 여자의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부디.. 무운을...”

 

“아아.. 조심하도록 하지.”

 


파티마와 통신이 종료된 후. 사령관은 의자에 조용히 몸을 뒤로 뉘었다.

 

오세아니아의 탈환과 수복을 위하여 본거지인 남극에서 출항한지 며칠. 다행이 순조로운 항해에 오세아니아의 해역에 들어서기 전까지 할 일이라고는, 지휘관들과의 작전 논의나 특이상황의 확인과 몇 가지의 자잘한 준비를 하는 정도가 전부였기에, 이렇게 의자에라도 뉘일 수 있는 여유가 되었다. 

 


“세이렌.”

 

“네! 사령관님!”

 

“오세아니아 해역까지의 도달 시간은?”

 

“특이상황이 없다면 삼일 후에 도달 예정입니다.”

 


임시이기는 하지만 함대를 이끄는 지휘관으로 임명된 세이렌의 절도 있는 말에 사령관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본래 해군의 총지휘관은 “무적의 용”이다. 하지만 현재는 그녀의 행방을 알 수가 없었기에 행방을 알기 전까지 임시로 세이렌을 함대를 이끄는 총지휘관으로 임명하였다. 

 

비록 소규모이고 만약 무적의 용이 합류하게 된다면 반납해야 하겠지만, 그 동안이라도 함대의 총지휘관으로 임명한다는 말에 그녀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하며 거부 하였다. 

 

하지만 계속되는 사령관의 설득과 간청에 결국 수락하고 말았고, 처음 부담을 온몸으로 표현하던 것과는 달리 금세 함대를 능숙하게 지휘하며 사령관의 기대의 부응하였다.

 


“조금 졸립군...”

 


세이렌을 보며 안심이 된 탓일까? 아니면 지금 누리는 여유가 마지막 여유라는 것을 느껴서 일까? 사령관은 갑작스레 찾아오는 졸음에 버틸 수 없다는 듯 조용히 눈을 감았고, 이네 사령관을 조금씩 깊게, 깊게 잠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

..

...

 


꿈속의 한 청년과 한 노인이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아니 언쟁이라고 보다는 노인의 일방적인 역정을 청년이 받아주는 모습이였다. 

 

환자인 듯 병상에 앉아있는 청년을 향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노인의 역정이 너무하다 싶기는 하였지만 그럼에도 청년은 노인의 역정을 아무런 말없이 듣고 있을 뿐이였다. 

 


“어쨰서 그리 말하는 게냐?! 어째서?! 어째서 아르츠! 네가 하겠다고 말하는 게냐?!”

 

“죄송합니다. 할아버님..”

 

“이유가 뭐냐? 대체 이유가 무엇이기에?!” 

 

“...”

 

“난 믿지 못하겠다. 믿을 수가 없어! 그래! 필시 누군가가 너에게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 것이 겠지?! 누구냐?! 어떤 놈이냔 말이냐?! 레인 녀석이냐? 아니면 아미나 더냐?! 아니면 케롤린 이더냐?!”

 


한창 역정을 내는 노인의 입으로 추측 될 만한 모든 사람의 이름이 나오던 순간, 노인의 머릿속으로 누군가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 것인지, 이내 역정을 넘어 노성을 내질렀다.

 


“에바.. 그래! 에바! 에바! 그년이더냐?! 그년이 너에게 매달리며 부탁하더냐?! 에반을 대신해서 너 보고 희생해달라고?! 그년이 그렇게 이야기 하더냐 말이야?!

 

“아닙니다. 할아버님.”

 

“그럼 대체 어째서냐?!”

 

“동생이기 때문입니다.”

 

“뭐라고?”

 

“동생이기에.. 형인 제가 하겠다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

..

...

 


마치 미리 맞추어 놓은 알람시계가 울리는 것처럼, 아니면 이 이상 보여줄게 없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사령관의 자신도 모르게 잠든 것처럼 또한 자신도 모르게 잠에서 깨어났다.

 


“여긴..?“

 


자신은 분명 파티마와의 이야기를 마치고 함장석에 몸을 뉘인 채 잠시 잠을 청했었다. 하지만 정작 잠에서 깨어난 지금 눈에 들어온 것은 함장실의 풍경이 아닌 새하얀 의무실의 천장이였다.

 


“주인님!”

 

“..리리스?”

 

“페로! 어서 다프네를 불러와줘!”

 

“네! 언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소란스러움과 함께 갑작스런 상황에 머리가 복잡해짐을 느끼며 잠시 후. 사령관은 리리스에게서 이 소란스러움에 대한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깐. 내가 이틀 동안 깨어나지 않고 계속 잠들어 있었다는 말인가?”

 

“맞아요. 주인님.”

 


자신이 이틀동안 깨지 않고 계속 잠들어 있었다는 리리스의 말에 사령관, 본인 역시 당황스러운 듯 입에서 ‘허’하는 헛바람이 튀어나왔다.

 

아무리 과한 업무를 하고, 틈틈이 하는 개인훈련 과 대원들의 케어, 과하게는 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대원들과 가지는 성관계 등 하루를 한 달처럼 빠듯하게 생활한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오래 자본 경우 또한 없었다.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으셔서.. 저희들은 혹시나 주인님께서 잘못되신 줄 알고..” 

 

“걱정 끼쳐서 미안하구나. 리리스. 너에게도 모두에게도.”

 


사령관에 대한 걱정에 잠도 못 이룬 탓인지, 부스스해진 머리카락과 그 넘어 눈망울에 눈물을 글썽거리는 리리스를 바라보며, 사령관은 미안함과 함께 걱정 말라는 듯, 리리스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 주었고, 평소와 다른 없이 느껴지는 따뜻한 사령관의 손길에 리리스는 안심한 것인지 사령관의 품에 조용히 쓰러지듯 몸을 안기었다.

 


“마치 어지러운 실타래를 만진 느낌이군...”

 


꿈속의 노인과 청년의 얼굴은 흐린 안개 속에서 본 것 같았고, 대화조차도 잘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꿈속에서 나온 수많은 이름들만큼은 자신의 귀에 선명하게 들려왔고, 그중에는 처음이 아닌 이름도 몇몇 있었다. 

 

아르츠, 에반 그리고 에바.

 

꿈속에서 나온 에바의 이름이 자신이 알고 있는 그 에바 인건지, 아니면 그저 동명의 다른 이인지, 아니.. 애당초 그저 꿈속의 일을 물어보는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럼에도 왜인지 물어봐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만나서 물어볼 것이 한 가지 더 늘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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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령관이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갑작스러운 사태로 인해, 함대는 오세아니아 근처까지 도착하고서도 그 자리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이틀 만에 사령관이 깨어났기에 세워 둔 대륙수복작전 자체에는 변동은 없었지만, 갑작스러운 사령관의 이상에 사령관의 건강을 염려한 한쪽에서는 회군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다프네의 검진결과. 사령관의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사령관 본인 역시 이제까지 과도한 업무로 인한 피로등의 이유로 대며 작전 진행을 주장하여 작전은 계속 진행 되었다.

 


“현 시간부로 경계태세에서 전시준비태세로 전환, 각 함선은 연해구역내로 진입하는 즉시 그 자리에서 대기하도록. 스카이 들리나?”

 

“여기는 슬레이프니...가 아니고 여기는 스카이! 잘 들려? 사령관.”

 

“목표인 시두나 주변의 대한 정찰을 실시. 만약 철충이나 혹 그에 준하는 위험을 발견시 확인은 하되 대응은 하지 말도록.”

 

“맡겨둬. 사령관. 애들아! 출격하자!”

 


목적지인 시두나 근처의 정찰을 위하여 빠르게 날아가는 스카이 나이츠를 바라보며, 사령관은 곧 혹시 모를 전투에 대비하여 지휘관들에게 전투와 상륙준비를 지시하였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스카이 나이츠로 부터 정찰결과의 보고가 들어왔다.

 


“여기는 스카이. 목적지의 해안선과 주변의 정찰결과. 철충이나 특별한 것은 확인되지 않았어. 상륙해도 문제없을 것 같아.”

 

“철충의 매복 등의 가능성은?”

 

“주변 지형자체가 매복 할 수 있는 곳이 적어. 그리고 인위적으로 지형이 변한 흔적 역시 보이지 않구.”

 


보고와 함께 곧 흐레스벨그가 보내오는 영상에는 슬레이프니르의 말처럼 철충이 숨어있을 만한 커다란 바위나 엄폐물은 커녕 멀리 황량하게 펼쳐진 사막과 해안 그리고 조금 떨어진 작은 항구도시의 모습만을 전해왔다.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조심해서 귀환하도록.”

 

“알았어. 사령관.”

 

“상륙해도 괜찮을 것 같군? 마리.”

 

“네. 각하.”

 

“함선이 정박하는 대로 상륙 할 것이니 대원들을 대기시키도록.”

 

“각하께서 직접 상륙 하시는 것입니까?”

 

“그렇다만? 무슨 문제라도?”

 

“정찰 결과 철충이 없다고는 하나, 다른 위험이 없다고는 장담 할 수 없습니다. 위험합니다.”

 

“컴패니언도 함께 할 거다. 그리고 귀관과 스틸라인이 날 지켜줄건데. 내가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는 거지?”

 

“하지만.. 아닙니다. 곧 준비하겠습니다. 각하”

 


‘농담이 과하다’라 말하려는 마리의 눈으로 농담이 아닌 정말로 자신과 스틸라인을 정말로 믿는다는 듯 진지한 자신을 바라보는 사령관의 눈빛에 마리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준비가 모두 끝나고. 기함인 나글파가 먼저 항구에 정박하자. 노움을 선두로 한 레프리콘, 브라우니들이 차례로 빠르게 하선하며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위험에 대비하여 아무도 없는 도시를 수색하기 시작하였다.

 


“여기는 하베트롯. 마리 대장님. 수색결과 철충이나 특별한 위험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선하셔도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수고했다. 중위. 각하. 하선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안전하다는 보고에 마리를 선두로 사령관과 컴패니언 역시 차례대로 배에서 하선하여 땅을 밟자, 인간이 사라진 오세아니아 대륙은 백여년 만에 다시금 인간의 방문을 맞이하게 되었다.

 


“함내 에서의 생활도 나쁜 건 아니지만, 역시 육지에 비할 바는 아니군.”

 


마리와 컴패니언의 호위를 받으며 항구를 지나 도시 안쪽으로 향하자, 아무도 없는 텅 빈 도시와 방치되어 낡아버린 건물들, 그리고 적막감만이 오랜만에 방문한 손님들을 조용히 맞이 하여 주었다.

 


“조용하네요?”

 

“그렇군.”

 

“그런데 트리아이나 씨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파티마가 대기하라고 얘기는 해두었는데.”

 


을씨년스러운 정도의 적막감에 대원들의 긴장감은 한층 더 팽팽해져만 갔고, 긴장감을 유지한 채, 이곳에서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트리아이나를 찾으려고 움직이려는 그때. 페로가 무엇인가 발견한 듯 어느 한곳을 가리켰다.

 


“주인님! 저기 무언가 있습니다!”

 

“저건? 쏘우피쉬?”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바(bar)의 간판이 달린 건물의 옆으로 트리아이나가 타고 다니는 쏘우피쉬가 세워져 있었고, 그곳으로 다가가 확인하여 보았지만, 정작 쏘우피쉬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설마. 트리아이나 양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무슨 일이 생긴 것 치고는 안이 너무 깨끗하군. 주변에 전투를 일어난 흔적도 없고 말이지.”

 


만약 트리아이나가 철충과 조우하였다면 저항한 흔적이나, 하다못해 도망치려던 흔적이라도 있어야 했다. 

 

하지만 파티마에게도 그런 이야기는 듣지도 못하였고, 세워져 있는 쏘우피쉬의 외관 역시 깨끗하였다, 

 

주인을 잃고 홀로 방치되어 있는 쏘우피쉬를 바라보며, 상황의 유추와 트리아이나의 걱정을 하던 그때 사령관과 컴패니언 그리고 마리는 무언가 인기척을 느낀 것인지 동시에 옆에 있는 바의 건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각하.”

 

“안에 무언가 있군?”

 

“어떡하시겠습니까?”

 

“안에 있는 것이 누군지는 대충 알 것 같은데.. 하아...”

 


자신의 예상이 맞다면 안에 있는 것은 트리아이나 일 것이다. 트리아니나라면 당연하게도 만나야 하겠지만, 이 천방지축의 자유로운 용병 아가씨의 트래시 토킹을 들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한숨부터 나오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리리스가 선두. 그리고 마리가 뒤를 맡도록. 나머지는 주변을 경계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네! 주인님!”

 

“알겠습니다!”

 


혹시나 모를 만약에 사태를 대비하여 대원들에게 주변을 경계하라 명령한 후. 리리스를 선두로 바의 안으로 조용히 들어서자, 바 안에는 천장에 있는 거미줄과 구석구석에 보이는 먼지 정도를 제외하면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있던 건물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일행이 들어온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곧 바의 안쪽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려내었다.

 


“어머~ 손님이신가요?”

 

“하아.. 트리아이나.”

 

“트리아이나 라니요? 저는 이곳의 바텐더인 애니랍니다.”

 

“애니? 누가 봐도 트리아이나 잖나?”

 

“애니 랍니다.”

 

“하아..그래 애니. 됐나?”

 


어디서 구한 것 인지 바니 걸 복장까지 입고서는 이름까지 바꾼 채, 자신을 주점의 바텐더 애니라고 주장하는 트리아이나의 모습에 설마하니 바니 걸 복장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사령관은 벌써부터 몰려오는 두통을 애써 진정시켰다.

 


“하아.. 여러 가지 하는군..”

 

“자~ 손님들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이쪽으로 앉아서 주문하시겠어요?”

 

“그래.. 좋아. 잠깐 어울려주도록 하지.”

 

“주문은 무엇으로 하시겠어요? 보아하니 뱃사람들 같으신데? 저희 집은 와인이 최고랍니다.” 

“레모네이드. 3잔.”

 

“저희 집은 와인이 최고인데요?”

 

“레.모.네.이.드. 3잔.”

 

“힝..”

 


아무리 도수가 낮은 와인이라도 사실상 전시상황인 지금 술을 마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 이였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무조건 레모네이드을 찾는 사령관의 확고한 주문에 트리아이나는 풀이 죽은 채, 곧 어설픈 손길로 레모네이드를 제조하기 시작하였다.

 


“그러고 보니 손님들은 이곳에는 무슨 일이시죠? 특히. 거기 잘생긴 손님께서는 여성분까지 대동하시고 말이죠?”

 

“무언가를 좀 찾으려고 왔다.”

 

“무엇을 말인가요? 이곳은 작고 평범한 항구 도시일 뿐인데요?”

 

“그런 게 있다. 그리고 시럽은 그만 넣도록. 탄산수보다 시럽을 더 넣어서 어쩌자는 거냐?” 

 

“흠흠.. 저희 바의 비밀의 레시피 랍니다.”

 


실수가 아니라 원래 그런 것이라 우기는 트리아이나의 말과 함께, 곧 탄산수보다 시럽이 더 들어간 레모네이드를 각자의 앞에 놓여 졌고, 함께 나온 빨대를 통해 레모네이드 한 모금이 입안으로 들어오자 레몬의 상큼함이 느껴지다 곧, 몇 배는 더 강한 단맛이 상큼함을 때리며 입안에 퍼져 나갔다.

 


“그러지 말고 알려주세요. 네? 혹시 알아요? 제가 알고 있는 건지?”

 


레모네이드를 마시는 사령관을 향해 유혹이라도 하려는 듯 트리아이나는 두 팔로 턱을 꾀며 가슴을 모았다. 두 팔사이로 보이는 바니 걸 복장과 함께 적당한 볼륨의 가슴골이 노골적으로 사령관을 유혹해왔지만, 사령관은 관심 없다는 듯 레모네이드를 전부 마시고서는 질린 듯 한 표정을 내비쳤다. 

 


“근래에 먹은 음료중에 가장 달군. 닥터가 좋아할만한 맛이야. 내가 찾고 있는 건 바다의 신이 남긴 유산이다.” 

 


자신의 유혹에 넘어 오기는 커녕, 사령관이 관심조차 보이지 않자 자존심이 약간 상한것인지, 그딴 건 모른다는 듯 토라진 채 고개를 휙 돌려 버렸다.

 


“흥! 잘 모르겠네요!”

 

“모르겠다라.. 좋아. 유산은 우리 힘으로 찾아보도록 하지. 마리. 지금 즉시 파티마에게 연락해 트리아이나가 의뢰를 포기했다고 전하도록. 안드바리에게는 위약금까지 해서 확실하게 받아내라 말해두고.”

 

“알겠습니다. 각하.”

 


이 이상 트리아이나의 연극에는 어울려줄 생각이 없다는 듯, 레모네이드 값으로 참치캔 하나를 테이블 위에 내밀며 사령관이 발걸음을 돌리자, 트리아이나가 온몸을 던져 매미처럼 사령관의 등에 매달렸다. 

 

자신의 유혹에 넘어 와주지 않는 사령관의 모습에 트리아이나는 섭섭함과 함께, 자존심이 조금 상하였다. 

 

하지만 사령관이 이대로 가버린다면 파티마에게 몇날, 며칠 폭풍 잔소리를 들을것이 확실하였다. 

 

파티마의 폭풍 잔소리를 들을 바에는 차라리 자존심 조금 상하는 쪽이 더 나았기에 다급해진 트리아이나는 곧 사령관에게 붙어 애교까지 부리기 시작하였다. 

 


“잠깐! 스톱! 멈춰! 사령관도 성격이 참 급하다니깐? 안내할게! 안내 할 테니깐! 파티마에겐 얘기 말하지 말아줘~ 응? 아~ 제발~! 파티마 한번 잔소리 하면 농담 아니고 3일동안 잠도 안자고 잔소리를 한단 말이야. 응?”

 


매미 마냥 사령관에게 매달린 채, 애원하는 트리아이나의 모습에 사령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서는 트리아이나를 조용히 떼어냈다.

 


“바니 걸 이던, 웨이트리스 이던, 일이 끝나면 얼마든지 어울려 줄 테니, 지금은 일부터 끝냈으면 좋겠군?”

 

“정말이지? 약속했다?! 그럼 안내해줄게.”

 


토끼 머리띠를 벗는 트리아이나의 눈빛은 방금까지 장난스러운 눈빛에서 어느 사이 본업인 용병의 반짝이는 눈빛으로 돌아가 있었다.

 

“바다의 신이 남긴 유산에게로.”

 

.

..

...

 

 

바 와 바니 걸 복장까지 대충 정리한 트리아이나가 사령관 일행을 안내한 곳은 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어느 허름한 광산이였다. 

 


“이곳이야. 사령관.”

 

“광산인가? 광산이 조선소와 무슨 관련이 있다는거지?”

 


자신이 조선소의 파티마에게 들었을 때는 분명 도시는 위장된 것이고, 근처 해안가에 숨겨져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사령관은 의아한 표정으로 트리아이나를 바라보았고, 트리아이나는 상큼한 표정으로 맞받아쳤다.

 


“이 광산이 안타이오스 조선소의 입구야.”

 

“사실이라면 바다와는 아예 관련이 없는 곳에 입구를 만들어둔 건가? 입구의 확인은?”

 

“당연히 확인했지. 광산 안쪽 끝에 입구가 있었어. 포세이돈 마크도 확인했고. 한번 열어서 안까지 확인하고 싶었는데 비밀시설에는 보안시스템이 작동해서..........”

 


요약하면, 광산 끝에 있는 입구를 발견하고 안까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인류가 남긴 비밀시설이 으레 그렇듯, 함부로 열려했다가는 보안시스템이 자신을 공격해올지 몰라 눈물을 머금고 발걸음을 돌렸다는 말 이였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곳에 입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거지?”

 

“간단해. 쏘우피쉬에 장착 된 에콜로케이션 장비로 도시와 해안가 주변일대를 일일이 전부 다 측정했어. 며칠정도 정도 뒤지고 다니니깐 해안 절벽쪽 지하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공동이 측정 되었어. 그 공동을 측정하면서 밖으로 연결되는 곳을 역으로 되짚어가니깐. 확인된 곳이 이 광산 이였다 이 말씀~.”

 


간단하다며 별것 아닌 듯, 상큼하게 말하는 트리아이나 였지만, 정작 사령관의 눈은 휘둥그레 졌다. 자신이 특정지역을 지정 해주기는 하였지만 그것은 대강의 위치였기에, 처음 파티마에게 의뢰를 했을 때도 조선소의 위치를 찾아내리라 기대는 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남극에서 출발하기 전 조선소를 찾아낸 것 역시, 그저 운이 하늘에 닿아 찾아 낸 것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그것이 운이 아닌 혼자서 철충이 공격해올지도 위험에도, 며칠이고 주변 일대를 전부 측정하며 뒤지고 다닌 트리아이나의 노력 덕분이라는 사실에 자신의 옆에서 쉴 세 없이 말을 하는 그녀가 새삼 빛나 보였다.

 


“고생이 많았겠군?”

 

“헤헷~ 어때? 사령관? 나 대단하지? 그러니깐 이제 반해도 된다구~”

 

“반할정도는 아니다만?”

 

“힝~”

 

“그래도 수고 많았어. 고마워.”

 


운디네 마냥 잘난 척 우쭐거리는 모습에 새롭게 보이는 것을 다시 재고 해야겠다 생각했지만, 그래도 자신들을 위해 고생을 한 트리아이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사령관의 손길에 트리아이나의 언제 그랬냐는 듯 침울한 얼굴에서 다시 함박 웃음을 지었다.

 


“안에 뭐가 있을지 모르니 들어갈 부대를 선별해야겠군.”

 

.

..

...

 

 

080이 남긴 문서에는 안타이오스 조선소는 당시로써는 최신의 자동화 시설로 이루어져 있고 , 안으로는 조선소를 관리를 하던 포세이돈 소속의 인간과 그들이 관리하던 조선소를 움직이는 A.I 그리고 경비와 방어를 위한 AGS들이 배치되어 있다고 기록 되어있었다.

 

조선소를 관리하던 포세이돈의 인간들은 멸망전쟁의 여파나 전쟁의 여파를 피하였더라도, 휩노스 증후군으로 모두가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인간이 모두 사망하였더라도, 안에서 그들을 보호하고 외부의 적을 방어하는 시스템이나 AGS들은 아직도 건재 하여 자신들에게 내려진 임무를 끝없이 지속하고 있을 것이다.

 


“혹시 모를 인간의 인증이 필요할지도 모르니 내부에서의 전체적인 지휘는 내가 직접 맡도록 하지. 호위는 컴패니언 이, 내부의 탐색 과 혹시 모를 전투등의 지휘는 레오나 소장과 발할라, 스틸라인 일부를 차출하고, 광산의 입구의 방어와 지휘는 마리 소장이 나머지 스틸라인과 캐노니어를 맡아 지휘하도록. 혹 작전의 이견이나 의견이 있다면 지금 듣도록 하지.” 

 

“각하. 내부 진입 병력의 인원을 조금 더 증원하심이 어떠십니까?”

 

“나는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만? 이유는?”

 

“각하께서 직접 들어가시는 일입니다.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사태에 대비입니다.”

 

“잠깐. 마리 소장. 내가 잘못들은 것 아니지? 그 말은 나와 발할라가 사령관을 수행하는데 있어 불안하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내 말은 각하의 안전에 좀 더 만전을 기하자는 뜻이다. 오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레오나 소장.” 

 

“실내전과 요인 보호의 적합도 점수는 스틸라인 보다 우리 발할라가 더 높게 나왔을 텐데? 그런데도 불안 하다고 스틸라인을 더 붙이자고 말하는 거야?”

 

“고작 4점 차이였다. 그 정도면 오차 범위 내이다.”

 

“훈련은 실전처럼 하라는 말을 모르나 봐?”

 


사령관을 사이에서 두고 불이 튈 것 같이 서로를 노려보는 두 지휘관은 모습에 사령관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지휘관들이 개인적으로 서로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훈도 공훈이거니와 사령관 자신의 안전에 관련된 것이다 보니, 과하게 불이 붙이 붙는 측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여전히 불을 튀기는 두 지휘관을 보며 아름다운 미인들이 자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 싸우는 모습은 남자로써는 기뻐해야할 상황 이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그럴 상황도 시간도 많지가 않았다. 

 


“부관들 보기 창피하지 않나? 그만두도록.”

 

“하지만 사령관!”

 

“레오나.”

 

“..알았어. 그만하면 되잖아.”

 

“마리도 거기까지 하도록.”

 

“죄송합니다. 각하.”

 


사령관의 개입으로 두 지휘관의 기 싸움을 멈추었고, 마리의 의견과 함께 레오나의 자존심이 다치지 않은 선에서 중재안을 내기로 하였다. 

 


“스틸라인의 인원은 후방을 맡아줄 몇몇만 더 증원하도록 하지. 지휘는 변동 없이 레오나 소장이 맡는다. 30분 뒤에 작전을 시작. 그전까지 준비 해두도록.”

 

“네!”

 

.

..

...

 

 

“현재 시간을 기해, 안타이오스 조선소의 확보 작전을 시작한다.”

 


사령관의 작전 개시 명령과 함께 알비스와 베라, 님프를 선두로 한 발할라가 광산 안으로 돌입하였고, 아무 이상이 없다는 보고에 곧 그 뒤를 컴패니언 과 사령관 그리고 후방을 맡은 스틸라인 순으로 광산 안에 진입하였다.

 

트리아이나가 한번 확인했다고는 하지만, 그 사이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 수가 없었기에 발할라는 광산 안을 빠르고 빈틈없이 확인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조용하군.”

 

“나도 처음에 들어갈 때 무서웠다니깐. 하지만 이것 또한 위험 가득한 것 또한 용병의 묘미 아니겠어? 그러고 보니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내가 뉴질랜드 에 갔을 때 일이야...”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고요함에 긴장의 끈이 팽팽해야 할 분위기였지만, 안내역을 자처하며 자신의 옆에서 쉴 세 없이 떠들어 되는 트리아이나의 토크에 인해 긴장의 끝은 팽팽은 고사하고 한없이 늘어져갔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토크를 계속 들으며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조선소의 입구로 추정되는 철문을 발견하였다는 발할라의 보고가 들어왔다.

 


“여기야. 사령관. 마음 같아서는 억지로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괜히 보안시스템을 건들이면 큰일이잖아? 그래서 그냥 물러날 수밖에 없었어.”

 


조선소의 입구를 바라보며 여전히 아쉽다는 듯, 손톱을 잘근거리는 트리아이나의 모습을 뒤로 사령관은 포세이돈의 표식이 빛바래어 있는 철문과 함께 문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인간이라고 무조건적으로 환영해 주진 않을 것 같군? 스카디.”

 

“불렀나요? 사령관? 지금부턴 제 차례인 것 같네요?”

 

“아아. 부탁하도록 하지.”

 

“걱정 말아요. 이 분야는 제 전문 분야이니깐요.”

 


왕(王)가 선명한 복부와 함께 글래머러스 한 몸매를 자랑하려는 듯 천의 면적이 작은 복장이 인상적인 스카디가 한 걸음 걸어 나와, 곧 자신의 몸의 생체 컴퓨터를 손가락으로 마사지하듯 만지며 보안시스템을 살펴보기 시작하였다.

 


“트리아이나양의 예상대로에요. 인증 받지 않은 아닌 사람이 억지로 열려고 했다가는 보안시스템이 작동해서 방어하는 시스템이에요.”

 

“고전적이지만 확실한 시스템이군? 그래서 열수 있는건가?”

 

“보안시스템에 접속해서 조금만 손대면 문제없이 열수 있어요.”

 

“그건 다행이군.”

 

“왜요? 혹시 제가 열지 못 할까 걱정한건가요?”

 

“아니. 혹시나 문을 부셔버리면 나중에 새로운 문을 설치 할 때 귀찮을 테니깐?”

 

“?”

 


마치 스카디가 열지 못하면 자신이 힘으로 부셔버리면 된다는 듯 말하는 사령관의 말투에 스카디는 사령관의 얼굴과 철문을 번갈아 보았고, 이내 자신의 새로운 주인은 제법 허세가 가뜩한 남자가 아닌가 생각하며, 그런 사령관이 귀엽다는 듯 피식 웃었다.

 


“사령관은 꽤나 재밌는 사람이네요? 귀엽기도 하구요. 자. 그럼 시작할게요.”

 


잠시 사령관을 바라보며 살짝 웃던 스카디가 해킹을 시작하자, 입구와 연결된 그녀의 몸의 웨어블리 컴퓨터가 ‘삐빅’ 거리는 소리를 내며, 그녀의 몸에서 마치 한 겨울에 난로처럼 열을 내며 달아오르기 시작하였다.

 


“조금만 더.. 됐어요.”

 


묘하게 신음이 섞인 것 같은 스카디의 말과 동시에 철문은 천천히 열리기 시작하자, 열리는 문의 앞에서 스카디가 우아하게 인사를 함께 인사를 하였다.

 


“안타이오스 조선소에 방문하신 여러분을 환영할게요.”

 


마치 방문객을 환영하는 안내인처럼 우아한 인사와 함께 철문이 완전히 열리자, 대원들의 반응을 기대하던 스카디는 이외로 조용하자 고개를 들었다.

 


“응? 표정이 좋지 않군요? 왜들 그러는 거죠?”

 


스카디의 눈으로 몇몇 대원들의 얼굴에는 당황한 표정과 함께, 가늘어진 눈매의 사령관의 표정이 들어오자, 심상치 않은 분위기을 느낀 스카디 역시 고개를 돌리어 열린 철문의 안을 보자. 그녀 역시 대원들의 표정과 같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게 대체?”

 


완전히 열린 철문을 넘어 나타난 것은 끝없이 뻗어있는 일자형 통로와 함께, 그 통로의 한가운데에는 보란 듯 있는 백골로 되어있는 한 구의 시신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백골의 시신에 등장에, 사령관과 대원들은 안으로 들어가려던 발을 잠시 멈추고 시신을 살펴 보았다. 

 

살펴본 시신은 백골만 남은 탓에 사망한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걸 알 수 있었고, 다행히도 생전에 입고 있던 복장들은 썩지않고 그대로 입혀져 있었다. 

 


“일반 인간의 뼈는 아닌 것 같은데?”

 

“맞아. 이건 일반 인간의 뼈나 강화 처리된 뼈가 아닌 바이오로이드용 금속 골격이야” 

 


레오나가 시신의 정강이 뼈를 들고서는 서로 부디치자, 인간 뼈 특유의 퍽소리 대신 ‘캉!’하는 금속음이 대신 들려왔다.

 


“시신의 유품은?”

 

“입고 있던 드레스와 가지고 있던 권총 한 자루가 전부야.” 

 


시신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의 잠기던 중, 잠시 후. 베라가 시신에 관해 보고해왔다.

 


“사령관님. 시신의 사진을 닥터에게 보내어 분석한 결과, 사진 만으로는 어떤 모델인지 파악 할 수 없다고 합니다. 다만 생전의 신장이 170~172cm 정도일거라는 의견을 보내왔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확답할 수는 없지만 만약 맞다면 시신이 입고 있던 드레스는 ‘에이미 레이저’ 모델들에게 지급되던 드레스 중 하나라는 의견 역시 보내왔습니다.” 

 

“에이미 라면. 080기관의 그 에이미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사령관은 살아생전 에이미 일지도 모를 백골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정보를 빼돌리려다 들켜 도망치다가 죽음을 당한 것인지, 아니면 모종의 다른 연유로 이렇게 밖으로 나가는 입구를 앞에 두고 차가운 통로에 차디찬 백골로 남게 된 건지, 사연은 알 수 없었다,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가며 백골의 텅 빈 눈 부분이 사령관의 눈과 마주치자 백골은 마치 무심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시작부터 좋은 느낌은 아니로군..”

 


사령관은 고개를 들어 안으로 끝없이 뻗어있는 통로를 바라보자, 사령관의 눈에는 안타이오스 조선소 안으로 향하는 입구는 더 이상 평범한 입구가 아닌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심연으로 향하는 입구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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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아이나가 가명으로 애니를 사용하고 있을 때, 같은 지부 용병인 아이언 애니는 귀를 후볐다고 합니다. 그 애니가 맞거든요.


언제나 처럼 귀한 시간 내어 봐주시는 라붕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