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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오르카에서도 바이오로이드끼리의 다툼은 있었다. 인간도 같은 인종, 국가, 그리고 가정에서도 불화가 있는데 제조된 회사도, 소속도 다른 수많은 바이오로이드가 부대끼고 지내고 있으니 다툼이 없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다툼이 있었어도 지금처럼 피를 보는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심지어 부사령관이 조금만 늦게 왔었다면 사망자까지 나올뻔했다.

 

 단순히 리리스가 싸운다기에 주먹다짐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던 부사령관은 현장을 보고 머릿속이 새하얘졌었다.

 

 평소에도 리리스는 부사령관이 관련된 일에는 감정적으로 변할 때가 많았다. 가끔 그게 엉뚱한 쪽으로 폭주하는 바람에 부사령관을 당황하게 하기도 했지만, 전부 부사령관을 향한 애정과 헌신이 담겨있었기에 가볍게 타일러주기만 했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일을 벌여놓으니 부사령관은 배신당하기라도 한 것처럼 뒤통수가 아팠다.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고 있어?”

 “……죄송합니다, 주인님.”

 “죄송한 걸 알면서 왜 그런 건데?”

 

 평소처럼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었기에 부사령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리리스는 그녀가 몇 번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있지만, 자신이 그 대상이 되자 어깨가 떨렸다.

 

 “해충, 아니 바르그 양이 주인님에게 마리아 리오보로스라는 오점을 묻히려고 하는 바람에…….”

 “그래서 독단적으로 이 사달을 벌였다고?”

 

 하. 부사령관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힘이 빠졌다.

 

 “내가 언제 그런 걸 부탁했어? 아니면 사령관이 부탁했어? 왜 네가 멋대로 판단해서 일을 벌이는 건데.”

 “하지만 리리스는. 리리스는 주인님을 위해서…….”

 “리리스!”

 

 부사령관은 단호하게 말했다.

 

 “낙원에서 메리에게 총을 쏜 것도 그렇고, 이번이 벌써 두 번째야! 동료를 공격한 게 두 번째라고!”

 

 심지어 사령관의 명령도 무시하고, 상황을 악화시킬뻔하기도 했다. 다행히 사령관이 그냥 넘어가서 부사령관도 리리스에게 뭐라 하지는 않았지만, 두 번째부턴 말이 다르다.

 

 설령 사령관이 넘어가더라도 부사령관이 넘어갈 수 없었다.

 

 “내게 오점을 남기고 싶지 않아서라고 했으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리리스가 그럴 수 있어?”

 

 부사령관이 아무리 씨익씨익 열을 내도 리리스는 이제는 변명조차 하지 않고 고개만 숙였다. 그저 다가올 처벌만 기다릴 뿐이었다.

 

 도저히 진전되지 않는 상태에 부사령관도 더 이상 혼내는 것도 지쳐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덕분에 머릿속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오늘 금란을 만났어. 할아버지를 모셨던 우리가 아는 금란이야.”

 “…….”

 

 리리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부사령관도 딱히 대답을 들을 생각이 없었는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금란이 그러더라고. 할아버지는 마리아 리오보로스를 사랑하셨다고. 그래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나한테 미안했대.”

 “……어르신께서 정말로 주인님을 생각하셨으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으셨어야 해요.”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평생 가족들을 위해 고생하신 할아버지야. 그런 할아버지가 마리아 리오보로스를 정말 사랑하셨다고 하니까 나는 할아버지의 선택을 존중해주기로 했어.”

 

 할아버지가 아니었으면 부사령관은 이미 철충에게 죽거나 휩노스 병으로 명을 달리했을 거다.

 

 오르카에 와서 우여곡절 고생도 하고, 탈도 많았지만 소중한 이들을 만나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고, 새로운 생명의 어머니가 되었다.

 

 전부 할아버지 덕분에 얻게 된 행복이었다. 자신에게 너무나 분에 넘치는 행복을 안겨주었는데, 리오보로스가 무슨 대수인가.

 

 물론 리오보로스라는 악명이 훗날 부사령관의 발목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죽는 것도 아니고 충분히 감내할만 하다.

 

 “주인님이 어르신을 생각하는 마음이 그러시더라도, 그래도 이건…….”

 

 하지만 리리스는 부사령관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듯, 아니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 듯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리리스는 내가 미덥지 않은 거야?”

 

 무심코 던진 부사령관의 한마디에 리리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그런 게 아니에요, 주인님!”

 “아니기는. 그게 아니고서야 이유가 없잖아.”

 

 여전히 고집을 꺾지 않는 리리스가 이제는 안쓰러웠다.

 

 “내가 고작 리오보로스라는 이름에 휘둘릴 정도로 나약한 인간으로 보인 거야?”

 “그, 그런. 제가 어떻게 주인님을…….”

 

 차마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리리스를 보니 부사령관은 확신이 들었다.

 

 “정말 나를 그런 눈으로 보고 있었구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가족보다 가까운 리리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것에 부사령관은 서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동시에 깨달았다. 어째서 리리스가 이렇게 극성이고 날뛰는 것인지.

 

 리리스에게 부사령관은 오르카의 부사령관도 안주인도 아닌 아직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아이였다. 마치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보는 것처럼 불안해하는 거다.

 

 블랙 리리스라는 바이오로이드가 주인에 대한 과도한 충성과 집착을 가지고 있는데, 리리스는 부사령관을 아주 오랫동안 따른 바이오로이드였다. 그런 리리스에게 오르카에 온 뒤로 부사령관은 그녀에게 많이 기대었고, 의지했었다.

 

 아낌없는 사랑과 헌신을 바쳐온 만큼 리리스에게 부사령관은 단순 주종관계를 넘어, 언젠가는 그녀와 관계된 것이면 극단적이게 될 게 뻔했다.

 

 “내가 리리스를 이렇게 만들었구나. 내가 미덥지 않은 탓에 리리스한테 부담을 줬어.”

 

 지나간 일들을 새삼 떠올리자 자신이 너무 리리스에게 부담을 주었다는 생각에 부사령관은 죄책감이 들었다.

 

 “아니에요, 주인님! 부담이라니요! 리리스는 단 한 번도 부담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요! 리리스는, 리리스는…….”

 “리리스, 부사령관으로서 징계를 내릴게. 이 시간 이후로 경비대장이 아닌 전투원으로 오르카에 승선할 것. 이의는 받지 않겠어.”

 “……네?”

 

 순간 리리스는 부사령관이 한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내 얼굴이 사색이 되어서 눈동자가 흔들렸다.

 

 “제가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주인님! 바르그 양은 물론이고 다시는 동료를 공격하지 않을게요. 어르신의 말에 토 달지도 않고, 사령관의 말도 잘 들을게요. 경호대장이 아니라 메이드든 잡일이든 뭐든 할게요. 매질을 하셔도 좋고, 교도소에 가둬도 좋아요. 그러니 제발, 제발 리리스를 버리지 말아 주세요!”

 

 리리스는 부사령관의 두 손을 잡고 바닥에 무릎 꿇었다. 일반 전투원으로 강등을 당한 것보다도 주인과 떨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리리스는 울면서 빌고 빌었다.

 

 그런 리리스에게 부사령관은 마음이 흔들렸지만, 이번만큼은 독하게 마음먹기로 했다.

 

 “진정해, 리리스. 버리다니, 내가 리리스를 버릴 리가 없잖아. 그저 잠시 떨어져 지내야 할 필요가 있어서 내린 결정이야.”

 “시, 싫어요. 주인님과 떨어져 지내라니, 어떻게 리리스에게 주인님과 떨어져 지내라고 하실 수 있나요!”

 

 100년 동안 부사령관을 찾아다니고, 오르카에서도 훈련이나 어지간한 일이 아니고서는 한사코 떨어지지 않은 리리스다. 그런데 부사령관과 떨어져 한번 나갔다가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를 오르카에 승선하라는 건 리리스에게 있어 세상이 무너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부사령관 또한 리리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 또한 리리스와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었다.

 

 “나도 리리스와 떨어지고 싶지 않아. 하지만 이번에 리리스가 한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야. 두 번이나 동료를 공격하고도 그냥 넘어간다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겠어.”

 “그건, 그건 그렇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리리스가 소중해서 그런 거야.”

 

 부사령관은 몸을 낮춰 리리스와 눈을 맞췄다.

 

 “우리는 이제 혼자가 아니야. 리리스에게 동생들이 있듯이 나한테도 사령관이랑 아이들이 있어. 그런데 이번처럼 나 때문에 리리스가 폭주하고 만다면 나는 무슨 얼굴로 가족들을 볼 수 있겠어?”

 “주인님…….”

 “그동안 내가 리리스에게 너무 의지했어. 하지만 난 이제 철없는 아이가 아니라 오르카의 부사령관이고, 두 아이의 어머니인걸. 떨어져 있는 동안 리리스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강해질 거야. 그러니 리리스도 마음을 정리하고 부담을 내려놓는 게 어떨까?”

 

 천천히 부사령관은 리리스를 다그쳤다.

 

 전선은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웃고 떠들던 동료가 다칠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 만일 리리스가 죽을지도 모른다면 부사령관은 그녀를 결코 오르카에 태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령관이 전선을 지휘하고 있다면 믿고 보낼 수 있다. 그는 이 세계 ‘라스트 오리진’의 주인공이고, 어떤 전투에서도 단 한 명의 희생자를 내지 않은 말도 안 되는 위업을 가진 인간이다. 아무리 부사령관이 머리를 쥐었다 짜도 희생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작전조차 브라우니 한 명 죽지 않고 수행할 수 있는 초인이었다.

 

 그렇기에 부사령관은 징계로 리리스를 오르카로 보내기로 하였다. 고생은 조금 하겠지만, 사령관 밑에서라면 크게 다치지 않고 무사히 귀환할 수 있을 테니까.

 

 오메가를 무너뜨리고 세력을 늘렸다고는 하지만, 아직 나머지 펙스의 잔당과 철충들로 안주하고 있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사령관은 오르카에 올라 전선을 지휘해야 했고, 아메리카 거점이 안정화된 뒤 부사령관은 병력을 보낼 계획이었다.

 

 “……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 주인님.”

 “잘 생각했어, 리리스.”

 

 부사령관의 진심 어린 말에 리리스는 훌쩍이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곁에 없는 동안 밥은 3끼 꼬박꼬박 드시고, 드신 뒤 양치질하시는 거 잊지 말아 주세요. 언제나 제 동생들을 대동하시고요, 잠은 꼭! 7시간 이상은 주무셔야 해요. 너무 일만 하지 말고 건강을 챙기셔야죠. 일 때문에 커피도 너무 많이 드시지 마시고, 물을 자주 마셔주세요. 그리고 또…….”

 “저기, 리리스? 나 어린애 아니라니까…….”

 “아, 당근과 피망도 남기지 말고 다 드셔야 한답니다.”

 “아니, 그건 언제 적 얘기야. 나 이제 잘 먹거든?”

 “리리스가 모를 줄 아나요? 소완 양에게 당근과 피망이 들은 건 빼달라고 했으면서.”

 “그, 그건 어차피 먹을 거면 싫어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걸 먹는 게, 가 아니라 리리스!”

 “후후훗, 농담이에요~”

 

 얼굴을 붉히며 당황하는 부사령관을 리리스는 웃고는 그녀의 품에 안겼다.

 

 “……정말 보고 싶을 거예요, 주인님.”

 

 갑작스레 안긴 리리스에게 부사령관은 깜짝 놀라면서도 조심히 끌어안아 주었다.

 

 “응, 나도 많이 보고 싶을 거야.”

 

 끌어안은 리리스의 몸이 떨리자 부사령관은 그녀를 안심시키려는 듯이 토닥였다.

 

 “다녀와 리리스. 가서 반성할 겸 사령관 좀 도와주고.”

 “주인님…….”

 “응, 나는 여기 있어. 어디 가지 않고 여기 있을 테니까 안심해.”

 

 부사령관의 체온에, 체취에, 고동 소리에, 그리고 고개를 들어 마주한 사랑스런 그녀의 얼굴을 보고서 리리스는 받아들였다.

 

 “네, 다녀올게요 주인님.”

 “다녀와, 리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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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리스가 징계로 경호대장이 아닌 전투원의 신분으로 오르카에 오르게 된 날, 바르그가 부사령관을 찾아왔다.

 

 “주인님께 폐를 끼치게 돼서 죄송합니다.”

 “폐라고 할 것까진 없으니 괜찮아. 그보다 다친 건 괜찮아? 너도 많이 다쳤다며.”

 “장화랑 천아 만큼은 아닙니다. 그냥 생채기에 불과합니다.”

 “다행이네.”

 

 여전히 수복실 침대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장화와 천아와 다르게 다행히 바르그는 크게 다치지 않았나 보다.

 

 “그나저나 무슨 일로 찾아온 거야? 리리스는 따끔하게 징계 내렸는데.”

 “아니요, 블랙 리리스와 관계없습니다. 다만 저…….”

 

 바르그는 우물쭈물 망설이다가 부사령관의 차분한 눈길에 입을 열었다.

 

 “주인님도 아시다시피 제 예전 주인님이신 마리아 여제님께선 여러 악행을 저지르신 악인이셨습니다. 어쩌면 주인님의 가족분께서도 피해를 입으셨을지도 모르죠.”

 “…….”

 

 기억에 없지만, 부사령관은 조모와 고모 일가가 테러에 휘말려 죽었다고 들었었다. 당시 부유층에 대한 극도의 증오를 가졌던 과격분자들이 벌인 일이었고, 블랙 리버와 전혀 관계가 없었던 만큼 마리아 리오보로스와 관계없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녀가 벌이지 않았더라도 테러를 사주할 수도, 선동할 수도 있는 만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다.

 

 “여제님은 부정할 수 없는 악인이셨지만, 하지만 저를 태어나게 해준 부모입니다. 그런 부모께서 마지막에 주인님을 부탁한다고 하셨습니다. 저희를 딸이라고 부르면서 부모로서 처음으로 내린 명령인 만큼 저는 주인님을 마리아 리오보로스의 손녀로서 섬기고 싶습니다.”

 “내가 리오보로스를 꺼리는 것을 알면서도?”

 “……예, 그렇습니다.”

 

 잠깐 멈칫하다가도 끝내 바르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눈동자에 망설임은 없었다. 강직한 충심을 가진 이 바이오로이드는 부사령관이 뭐라 하더라도 마음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리리스 앞에서는 할아버지를 존중하겠다면서 리오보로스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는데 막상 눈앞에서 강요와 같은 말을 들으니 조금 흔들릴 뻔했다.

 

 휘둘리지 않고 강해지겠다고 약속했는데 벌써 이러면 안 되지.

 

 “그래, 할아버지가 결정하신 일이니까. 마리아 리오보로스를 조모로 받아들일게.”

 “! 감사합니다, 리오보로스 여제님!”

 “여제는 빼자, 바르그야.”

 “알겠습니다, 주인님.”

 

 얼굴빛이 환하게 밝아지는 바르그의 모습에 부사령관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처음엔 마리아 리오보로스란 이름에 거북함이 들었는데 막상 받아들이겠다고 하니 생각보다 덤덤했다.

 

 차라리 그때 지금처럼 받아들였으면 이렇게까지 일이 커지진 않았을 텐데. 이렇게 별것도 아닌 일이었는데 괜히 이게 뭐라고 괜히 리리스도 바르그도 마음 고생시킨 건지 씁쓸하기만 했다.

 

 “이제 볼일은 끝난 거야? 슬슬 리리스를 배웅하러 가야 할 것 같은데.”

 “거기에 관해서 주인님께 부탁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부탁?”

 

 네, 하고 바르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결의에 찬 얼굴로 답했다.

 

 “저도 블랙 리리스를 따라 전투원의 신분으로 오르카에 오르고 싶습니다.”

 

 비록 부사령관이 받아주었다지만, 마리아 리오보로스는 테러리스트 악인이란 사실은 지워지지 않는다. 아무리 부모의 부탁이었다지만, 그런 낙인을 새기게 만들고, 주인을 힘들게 한 만큼 바르그는 자신의 방법으로 속죄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되어서 바르그는 리리스와 함께 선착장에 도착하였다.

 

 “어째서 너 같은 해충과…….”

 “말했지 않았나. 나는 주인님께 속죄하겠다고 하였다. 네 녀석도 가는데 내가 전선에 안 갈 수가 없지.”

 “하, 같이 가면 누가 좋아할 줄 아나요? 어이가 없어가지고.”

 “너희는 만나기만 하면 싸우는 거니?”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부사령관이 곤란한 얼굴로 다그쳤다.

 

 “너희는 어디까지나 징계로 가는 거야. 가서 사령관 말 잘 듣고 제발 사고만 치지 말아줘.”

 “네, 주인님~”

 “알겠습니다, 주인님.”

 “정말 대답은 잘해요.”

 

 정말 두 사람을 보낸 게 잘한 선택인지 부사령관은 자신의 결정에 약간 회의감이 들었지만, 이내 마음을 털었다.

 

 언젠가는 필요한 일이었고, 이미 내린 결정이니 부사령관은 두 사람을 웃으면서 보내주기로 하였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주인님.”

 “그래, 잘 다녀와 바르그.”

 

 바르그는 절도있게 부사령관에게 경례하고, 부사령관의 배웅을 받으며 오르카에 승선했다.

 

 “주인님.”

 

 이제 리리스에게 작별을 고하려던 찰나 그녀는 갑자기 부사령관을 끌어안았다.

 

 “리리스가 다녀오는 동안 부디 건강히 지내주세요.”

 “……알았어, 리리스도 너무 무리하지 말고.”

 “리리스는 아무리 주인님과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언제나 주인님을 생각하고, 사랑할 거예요.”

 “응, 나도 리리스를…….”


 그러나 부사령관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리리스는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지만, 부드러운 감촉과 간질이는 열기에 그만 미소가 지어졌다.

 

 “사랑해요, 주인님. 리리스는 이만 다녀올게요.”

 “잘 다녀와 리리스.”

 

 사랑스러운 고백과 짧은 입맞춤, 그리고 그녀들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작별을 나눴다.

 

 이 세상의 마지막까지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줄 그녀를 떠나보냈다.

 

 그리고 3년 후──.

 

 “에덴 도련님, 너무너무 좋아해요!!!”

 “우웅! 나도 리리쮸가 쬬아!”

 “꺄아아아앙 >△< ♡♡♡! 도련님, 정말정말 사랑해요! 쪽쪽쪽!”

 

 사랑한다고 말하며 떠났던 그녀는 현재 자신의 아들을 연신 껴안은 채 꺄꺄 거리고 있었다.

 

 “……얼씨구.”

 

 부사령관의 눈동자가 점점 썩어들어가는 중이었다.



이번화로 완결내고 싶었는데 분량조절 실패로 다음 화에서 완결내겠음


연재 늦어서 죄송합니다. 현생에 현타 올 일이 있어서 쓰는 거 방치했는데 이게 한달을 넘기니까 급 의욕이 떨어지더라고요.


그리고 어느새 잊어버리고, 쓰는 법을 잊어버린 바람에 그냥 그렇게 넘어가버릴 뻔했는데 24화에 다음화 언제 나오냐는 댓글 달리는 거 보고 굳어버린 머리 쥐어짠 끝에 겨우 쓸 수 있게되었습니다;;


다음화는 내일 꼭 내겠습니다. 안 올리면 내가 싸이버거 뿌리고 말지 진짜진짜 내일 꼭 완결내고 말테다!!


아무튼 모자른 작품 기다려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