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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아래에서

 

 

안타이오스 조선소 내부로 통하는 입구에 차갑게 누워있던 에이미의 유골은, 흰색의 천에 수습 되고서는 유품인 드레스와 함께 손수 정리되는 것으로 간략하게 정리를 하였다. 

 


“차가운 바닥에 조금 더 놔두게 되어 미안하군. 일이 끝나면 데리러 올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다오.”

 


마음 같아서는 유골을 이 차가운 곳에서 데리고 나가 정중하게 장례를 치루고 싶었지만, 먼저 해야 할 일이 있기에 사령관과 대원들은 흰색 천안에 고이 정리된 유골을 향해 작게 고개를 숙였다.

 


“내부로 진입한다. 느낌이 좋지 않으니 모두 정신 바짝 차리도록.”

 

“네! 사령관님!”

 

“그럼 이동한다.”

 

.

..

...

 

 

안타이오스 조선소의 내부는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았다. 

 

한 길로만 계속 이어진 환한 통로에 기척이나 경비 AGS의 모습은 고사하고, 쥐새끼의 그림자조차 보이지가 않았다.

 

한 걸음 한 걸음 쉽게 안으로 점점 빠르게 진입하는 발걸음에 긴장이 조금이라도 풀릴 만 하였지만, 오히려 그런 고요함이 긴장을 더욱 부추기듯 대원들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사령관. 뭔가 이상해.”

 

“너무 조용해서 이상하다는 건가?”

 

“그것도 있지만 뭔가 미묘하게.. 뭐랄까? 누군가 통로 여기저기에 인위적으로 손을 댄 것 같아.”

 


레오나가 통로의 벽을 만졌지만 통로에는 별다른 이상은 없어 보였다.

 


“색깔을 통일한 것 같지만 벽 일부분의 재질이 다르군. 그리고 벽 가까이 약하지만 공기의 흐름도 느껴지고..”

 


사령관이 레오라가 서있는 곳에 벽을 확인하자, 자신이 서있던 벽에서는 느껴지지 않던 약한 공기의 흐름이 느껴졌다.

 


“다른 곳으로 향하는 통로를 모두 막아놓은 건가?”

 


사령관은 자신의 뒤에 서있는 리리스에게 벽에 블랙맘바를 한발 쏘라 지시하였고, 곧 리리스의 총알이 벽을 뚫고 지나가자, 벽에 난 구멍으로 바람과 함께 왠지 모를 생전 처음 맡는 역한 냄새 역시 흘려 나왔다.

 

그리고 확인을 위해 그 안을 들여다본 리리스의 동공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주...주인님! 안에 해골이! 해골들이!”

 


다급히 말하는 리리스의 말에 사령관 역시 구멍 안쪽을 들여다보자, 안에는 리리스의 말처럼 에이미처럼 금속골격의 바이오로이드의 해골로 보이는 다량의 해골들이 쌓여 있었다. 

 

철컹!

 

대량의 해골에 사령관과 대원들이 놀랄 사이도 없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철컹!’ 거리는 소리와 함께 천장에서 통로와 같은 재질의 벽이 갑작스레 빠르게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위험해!”

 


사령관은 황급히 손을 뻗어 레오나를 밀어내고, 레오나 곁에 서있던 대원 하나를 자신의 쪽으로 급히 잡아당겼다. 

 

레오나와 대원이 있던 자리에는 벽이 내려와 가로 막으며, 막혀버린 벽을 향해 레오나가 다급하게 사령관을 불러보았지만, 그녀의 외침은 두 사람을 가로막은 벽처럼 막혀버리고 말았다.

 


“역시 함정이 있었나?”

 


자신의 앞뒤로 막혀버린 벽을 바라보며, 사령관은 허리에 있는 염라도를 뽑아 벽을 베어내려 하였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듯 이번에는 사령관이 서 있던 통로의 바닥이 열리며 사령관과 함께 있던 대원들은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다.

 

.

..

...

 

 

통로의 함정으로 아래로 추락하는 사령관의 시야로 바닥이 보이자 자신의 다리에 장비하고 있는 베드르폴니르를 가동하여 가볍게 바닥에 착지를 하였고. 잠시 후. 자신의 머리위에서 무언가가 떨어짐을 느끼고는 곧 그것을 가볍게 받아내었다.

 


“으아아~! 주..죽을 뻔했네..”

 

“이제까지 겪은 모험 중, 추락 하는 건 없었나 보군?”

 

“아...아냐! 있었어!”

 

“그래? 아! 잠깐 실례.”

 


자신의 위로 떨어지는 트리아이나를 받아낸 사령관은 그녀를 잠시 옆에 내려주고서는 떨어지고 있는 다른 대원을 향해 달려가 역시 받아내었다.

 


“사...사령관님?”

 

“다치지 않았나? 님프?”

 

“괘...괜찮습니다.”

 

“다행이군.”

 


마른 체형의 트리아이나와는 달리 좀 더 푹신한 감촉과 함께 마치 노란꽃 과 같은 색의 머리칼과 향기를 내며, 님프는 자신을 받아준 것이 사령관이라는 것을 깨닫자 순식간에 얼굴이 붉게 물어들었다. 

 


“사령관. 나도 걱정해줘오오~”

 

“목소리를 들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군.”

 

“아~ 정말 너무해~”

 


사령관과 트리아이나의 투닥거리가 들리는지 들리지 않는지, 자신이 사령관의 품안에 마치 동화속 공주님처럼 공주님 안기로 안겨져 있었다는 사실에 님프의 붉게 물든 얼굴은 사령관에게 떨어진 뒤에도 한참이나 원래대로 돌아올 줄 몰랐다.

 

.

..

...

 

 

함정에 의해 사령관 일행을 나머지 선두와 후미의 그룹은 마치 자신들에게 이쪽으로 오라며 손짓하는 듯 열려진 통로를 향해 앞으로 나아갔고, 그 통로의 끝에는 예상대로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포진하고 있는 수많은 경비 AGS들이였다. 

 


“이 망할 개자식들! 감히 주인님과 나를 갈라놓아?!”

 


사령관의 반 발자국 뒤에서 호위를 하던 리리스와 컴패니언, 그리고 후방을 맡던 스틸라인이 도착한 곳은 군함을 건조하는 건조라인 이였고,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AGS를 보자마자 분노에 찬 리리스는 욕지걸이와 함께 그대로 돌격. AGS를 박살내기 시작하였다.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수많은 AGS를 블랙맘바로 박살을 내고 있는 리리스의 활약을 바라보며, 뒤에서 그녀를 엄호하는 스틸라인 대원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사족을 붙였다. 

 


“돌격할 때 그 눈 보셨슴까? 저 정도면 머리에 꽃만 꽂으면 완전 ‘이 구역의 미친년은 나다’지 말임다?” 

 

“저기..”

 

“마리 대장님과 모의전에서 호각으로 싸웠다고 들었는데, 그게 정말 이였나 보네요?”

 

“저기...”

 

“그런데 전투로 따지면 각하께서 제일 강하신 것 아닌가요?”

 

“저기요...”

 

“우왓! 깜짝이야! 아 페더양이시군요? 무슨 일이신가요?”

 

“저희도 리리스 언니를 도우러 가야 할 것 같아서요. 측면으로 돌아 엄호사격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 네! 맡겨 주십시오.”

 

“그리고 죄송해요. 언니께서 여러분을 지휘해드려야 하는데 보다시피 언니께서 지금 화가 많이 나신 상태라...”

 


스노우 페더는 브라우니가 말하던 ‘이 구역의 미친년’처럼 날뛰는 리리스를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 하였다 

 

 

“괜찮습니다. 저희도 적의 수에 조금 긴장했는데, 경호대장님이 활약 해주시는 덕분에 저희도 좀 더 편하게 전투에 임하고 있습니다.”

 


서로 부대가 다르기는 하였지만 속칭 “아줌마”관계이지만, 경호대장의 직급은 엄연히 장성급에 해당하기에 사령관은 물론 지휘를 맡은 레오나 와 떨어진 지금 자신들을 지휘하여야 하는 것은 리리스이다.

 

하지만

 


“조금만...조금만 더 벽이 늦게 떨어졌어도 주인님 품안으로 뛰어들 수 있었는데! 주인님과 함께 그것도 둘이서 오붓하게 있을 수 있었는데... 너희 새끼들이 감히 그걸 방해해!”

 


벽이 떨어지기 직전 리리스는 본능적으로 사령관을 보호하기 위해 뛰어들려고 하였다. 하지만 도중에 사령관이 님프를 구하기 위해 움직인 덕에, 고작 1초의 차이로 뛰어드는 것이 늦어버리고 말았다.

 


“다 부셔버리겠어!”

 


엄밀히 따지면 사령관이 움직임으로 인해 생긴 일이지만, 리리스에게 그런 사실은 중요치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눈앞에 있는 적이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주인 사이를 떨어뜨려다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주인님을 찾아가려는 자신을 방해하는 벌레 그이하도 아닌 존재라는 점. 리리스 에게는 오직 그것 뿐 이였다.

 


“주인님! 주인님께서 사랑하는 리리스가 금방 갈게요!”

 

.

..

...

 

 

"샌드걸은 공중에서 엄호, 베라와 알비스는 적의 시야를 교란하도록 해.“

 

“네! 대장님!”

 


군함의 건조에 필요한 자재나 부품을 생산하는 생산라인. 

 

그 생산라인 쪽에 도착하게 된 레오나 와 발할라 그리고 페로 역시,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던 경비 AGS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건조 라인에서 미친년처럼 날뛰는 리리스와는 다르게, 이곳의 전투는 레오나의 지휘 아래 착실하게 적의 수를 줄여 나갔다.

 


“대장님.”

 

“무슨 일이야?”

 

“저기.. 괜찮으시겠습니까?”

 

“뭐가? 작전에 의견이 있다면 말하도록 해.”

 

“..님프 말입니다.”

 


레오나의 곁에서 경비 AGS 향해 저격하는 발키리의 입에서 님프의 이름이 흘려 나오자, 적을 응시하며 지위하던 레오나의 눈매가 순간 꿈틀거렸다.

 


“지금은 전투중이야. 발키리. 전투에 집중하도록 해.”

 

“죄송합니다.”

 


과거 철충에게 탈출하던 중 함께하던 님프의 잃었던 일은 레오나에게 여전히 상처로 남아있다.

 

비록 사령관에 의해 마음의 위안을 받아 더 이상 그때의 악몽을 꾸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상처는 흉터로 남아 마음 한 구석에 그대로 남아있고, 그 흉터는 레오나가 생을 다하는 그날까지 그녀의 마음속에 계속 함께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레오나가 님프를 다시 복원 하겠다고 발할라의 자매들에게 이야기 했을 때, 발키리를 비롯한 다른 자매들은 비어있는 자매의 빈자리가 채워진다는 기쁨보다는 걱정과 우려를 먼저 내비추었다.

 

그리고 그런 자매들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잘 알고 있는 레오나는 말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잘 알아.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렇게 있을 순 없어. 우리를 위해서라도, 우리를 위해 발할라로 떠난 그 아이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해.”

 


레오나의 결심에 발할라의 자매들은 자신의 대장의 결정에 말없이 따르기로 하였다. 하지만 지금 자신들과 떨어져 버린 님프와 함께 만약 님프에게 다시금 무슨 일이 생긴다면, 자신의 대장의 마음에 다시 한 번 깊은 상처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발키리는 곁눈질로 레오나를 쳐다보았다.

 


“발키리.”

 

“네. 대장님..”

 

“걱정하지마.”

 

“하지만..”

 

“그때는 우리들만 이였지만 지금은 아니야.”

 

“아..”

 

“지금은 그가 함께 있잖아?”

 


레오나의 말에 그제야 발키리는 모든 걱정을 털어낸 듯, 자신의 적을 향해 겨누는 스나이퍼 라이플에 집중 할 수가 있었다.

 

.

..

...

 

 

사령관의 품에 안겨 얼굴을 붉히는 중.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무언가에 님프는 총을 겨누었다. 

 

어둠속에서 나타난 것은 경비 AGS 였지만 문제는 그 수였다.

 


“아아...”

 


어둠속에서 나타는 수십기의 AGS의 모습에 잠깐 탄식을 내뱉은 님프는 절망감에 어깨를 떨면서도 이네 이를 악물었다.

 


“사령관님. 어서 제 뒤로 오세요. 제가 반드시 지켜드릴게요!”

 


어떻게든 사령관만은 지키겠다는 일념에 조금씩 떨면서도 적에게 눈을 떼지 않는 님프를 바라보며, 포기하지 않으려는 님프의 모습에, 사령관은 님프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서는 살짝 두드려 준 후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왜 레오나가 귀관을 좋아했는지 알 것 같군.”

 

“네..?”

 

“엄호를 부탁하도록 하지.”

 

“네..네?”

 


영문도 알 수 없는 사령관의 말에 어안이 벙벙해진 님프를 두고 자신의 허리에 차고 있는 염라도를 천천히 뽑아들며 이내 바람처럼 AGS를 향해 나아갔고, 사령관을 바라보며 님프는 사령관이 행여 자살이라도 하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였지만, 님프는 곧 자신의 생각은 틀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

 


마치 곡예라도 부리듯 AGS의 공격과 총알을 종잇장의 차이로 피하며, 사령관이 검을 한번 휘두를 때 마다 AGS는 마치 두부처럼 허무하게 잘려나가며 무너져 내렸다. 

 

공중에 있는 사령관을 노리던 AGS는 던지는 단검에 중요회로가 꿰뚫리며 살충제 맞은 벌레마냥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말도 안 되..”

 

“언제 봐도 굉장하단 말이야.”

 


전투를 끝내고 ‘챙’하는 소리와 함께 염라도를 검집에 집어넣는 사령관의 주위로 베어지고 부셔진 채, 널 부려져있는 수십기의 AGS의 잔해를 바라보며, 님프의 얼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트리아이나는 당연한 결과라는 듯 콧김을 내뿜었다.

 


“어떻게..인간님이?”

 

“당연한 결과야! 금발 친구! 사령관은 바다괴물도 혼자서 잡는 사람인걸!”

 

“트리아이나. 님프에게 괜한 얘기는 말도록.”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잖아?”

 


다시금 트리아이나와 투닥거리는 사령관을 바라보며, 님프는 문뜩 작전 직전 발키리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말을 떠올렸다. 

 


“님프양. 놀라지 마시라는 의미에서 미리 말씀드리는 거지만, 각하께서는 여러모로 일반 인간과는 다른 분이십니다.”

 

“발키리님. 그 말은 사령관님께서는 무서운 분이란 말씀이신가요? 가학행위나 저희를 상처 입히는 것을 좋아 하시거나 그런 걸 즐기시는..”

 

“절대 그런 분은 아니십니다. 아니. 오히려 자신을 상처 입혔던 바이오로이드 조차 품어주실 정도로 누구보다 저희를 사랑해주시고 관대하신 그런 분이십니다.”

 

“그런 어떤 의미로 다른 분이시라는 건가요?”

 

“쉽게 말하면 무력 입니다만.. 기회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기회가 된다면 한번 보시는 편이 이해가 빠를 것 같군요.”

 

“그게 무슨?”

 


발키리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말이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무슨 뜻인지 이해한 것인지, 한참을 멍하게 서 있는 님프를 트리아이나가 흔들어 대었다,

 


“금발 친구.”

 

“..네? 네넷!”

 

“어디 다친 것 아냐? 괜찮은 것 맞지?”

 

“네 전 괜찮아요.”

 

“다행이다. 사령관이 이제 이동하제.”

 

“아..네.”

 

.

..

...

 

AGS가 나타난 쪽으로 방향을 잡고 이동을 하자. 그곳에는 다른 곳으로 향하는 통로가 나타났다.

 

그리고 다시 통로를 한참이나 들어가자, 이번에는 과거 창고로 사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 공간에 도착하게 되었다.

 


“무슨 사고가 있었나본데?”

 


한쪽에 찌그러진 채, 구석에 내팽겨진 창고의 문과 함께 바닥에는, 검게 말라버린 무언가가 오선지처럼 그려져 있었고. 바닥의 말라버린 무언가를 조심스레 만져본 사령관의 미간은 살짝 일그러졌다.

 


“시간이 지나 마르긴 했지만. 이건 피로군.”

 

“에?! 피?!”

 

“이곳에 있던 인간님의 피였던 걸까요?”

 

“인간의 피 인지 입구에 있던 에이미 처럼 바이오로이드의 피 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령관은 곧 오선지가 그어져 있는 불이 꺼진 어두운 복도를 바라보았다. 입구의 있던 유골이며, 막혀있는 통로안의 대량의 유골이며, 바닥에 있는 핏자국 까지, 하나같이 불길한 것 들 뿐이였다.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 만큼은 확실한 것 같군..”

 


바닥에 있는 핏자국을 이정표 삼아 계속 나아가던 중, 트리아이나의 눈으로 수첩으로 보이는 것을 읽고 있는 사령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령관. 그게 뭐야?”

 

“창고 구석에 떨어져 있던 걸 님프가 발견했더군. 내용을 보니 누군가의 일기이고.”

 

“무슨 내용이야?”

 

“그러니깐..”

 

 

2xxx년 xx월 xx일

 

이곳에 부소장으로 부임한지 2달.

 

남들은 출세했네, 부럽네, 말하지만 비밀시설이다 보니

 

입막음도 심하고 지금처럼 삼안과의 전쟁도 한창인지라 

 

군함 건조에 외출금지는 물론 계속해서 철야다.

 

망할 병신들. 전쟁도 좀 적당히 좀 하지.

 

 

2xxx년 xx월 xx일

 

고생해서 만든 함대가 삼안의 알레스카 상륙을 저지하였다고 한다.

 

회장도 기뻐하고 소장새끼도 기뻐하고...

 

망할.. 맨날 입으로만 일한 주제에 공은 지가 다 챙겨먹으려고 하다니

 

양심이라고는 드론에 실어서 지구반대편으로 배달 보낼 새끼 같으니...

 

하지만 덕분에 보너스도 나오고 외출도 나갈 수 있을 것 같으니 

 

이번 외출 때 테마파크라도 다녀와야 할 것 같다.

 

 

2xxx년 x월 xx일

 

삼안을 저지한 보너스로 본사에서 달라는 머니는 안주고, 바이오로이드를 보내왔다.

 

하나는 그 유명한 아자즈였고. 나머지는 몇몇의 금발의 비서용 바이오로이드 였다.

 

소장에게도 배속되고 나에게도 배속되었는데, 나에게 배속된 비서는 자신을 에이미라는 말한 바이오로이드 였다.

 

아자즈야 워낙 유명하니 건조설비나 생산설비의 향상도 기대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에이미는 뭐랄까? 뭔가 느낌이 좋지가 않다.

 

 

2xxx년 x년 xx일

 

비서 바이오로이드인 에이미 덕분에 요즘 기분이 좋지가 않다.

 

일을 못하거나 기분 나쁘게 해서가 아니다.

 

시키는 일도 잘하고, 나의 기분도 잘 맞추어 준다. 

 

하지만 대화를 할 때마다, 내가 말려들어가는 느낌이다.

 

뭐랄까? 유도 심문 당하는 느낌이랄까?

 

주의를 주고 거리를 두고 있지만, 왠지 조심해야 할 기분이다.

 

 

2xxx년 xx월 x일

 

소장새끼. 비서 바이오로이드가 마음에 들었는지, 숙소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매일 바이오로이드를 욕하는 바이오로이드 혐오자가 막상 개인 바이오로이드를 가지게 되니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덕분에 소장새끼 일까지 내가 다하고 있는 처지다.

 

이래서 내가 혐오까지는 아니지만 바이오로이드를 싫어하는 거다.

 

인간들이 정신을 못 차리거든.

 

내용물이 AGS면 기계박이라고 욕이라도 할 텐데, 내용물도 사람과 다름없는지라

이상성욕이라 욕도 못하겠다.

 

망할 조만간에 본사에 익명으로 투서라도 날리던가 해야지..

 

 

2xxx년 xx월 xx일 

 

소장 새끼. 얼굴은 보이지 않는 주제에 데이터베이스는 꼬박꼬박 들어가서 서류 결재는 한다.

 

쓸데없이 군함의 설계도나 기밀자료까지 보는 것이 좀 의아하기는 하지만 

 

일만 잘해준다면 아무래도 좋다.

 

요즘 들어 에이미의 나에게 신체를 접촉해오는 경우가 잦아졌다.

 

향수도 바꾸어서 인지, 곁에 올 때마다 정신이 아찔해지는 느낌에 신체가 반응해 민망해지는 것이 한 두번이 아니다.

 

조만간에 외출이라도 나가 해소 좀 하고 와야겠다.

 

 

2xxx년 x년 xx일

 

젠장..

 

주는 술 따위를 함부로 먹는 것이 아니었다.

 

설마 외출 나간 곳에서 떡하니 만날 줄 누가 알았을까? 

 

혹시 날 감시 하냐는 말에 우연이라 말하는 것에서 의심해야 했는데..

 

신세를 지고 있다고 저녁을 얻어 먹고, 술도 몇 잔 먹었는데 그게 문제가 되었는지, 필름이 끊기였다.

 

필름이 끊기고 정신을 차렸을 땐, 내 몸은 나체였고 그런 내 옆에는 에이미 역시 나체로 누워있었다.

 

잘 잤냐며 수줍게 바라보는 에이미를 뒤를 하고 호텔에서 도망치 듯 돌아 와버렸다.

 

젠장.. 기껏해야 인형인데 가슴이 왜 떨리는 거냔 말이야.

 

 

2xxx년 x년 xx일

 

그래 인정한다.

 

소장새끼가 왜 그렇게 바이오로이드에 빠져 나오지 못한건지.

 

나도 그런 소장새끼랑 다를것이 없다는 것도. 

 

그 후로 에이미와 계속 섹스를 하였다.

 

숙소는 물론 연구실, 화장실, 창고는 물론 심지어 군함의 건조라인의 구석에서 숨어서도 섹스를 하였다. 

 

처음만 힘들었지, 그 다음은 아무것도 아니더라. 

 

처음에는 혹시나 함정에 빠진 게 아닌가 싶어 거부하려고 하였지만 

 

에이미가 내가 처음이라며 오직 나에게만 봉사하고 싶다고 말하였고, 수줍어하는 그 눈빛에 나는 또 멍청하게 넘어가버렸다.

 

지금 일기도 한바탕 섹스를 하고 난 뒤, 현자타임이기에 이렇게 냉정하게 적고 있는 것이다.

 

망할. 돈 주고 하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나누는 섹스가 이렇게 기분 좋을 줄이야..

 

 

이후의 기록은 에이미와 어디에서 섹스를 했다, 무슨 체위와 어떤 행위를 했는가의 기록이 대부분 이였다. 

 

점점 시간이 갈수록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 없이 자신에게 헌신하고 자신만을 원하는 에이미에게 그는 점점 빠져 들었고, 종국에는 자신의 일이 끝나면 회사에서 그녀를 구입하여 함께 멀리 떠나 함께 살자는 다짐도 적혀있었다.

 


“순진한 양반이로군.”

 


세상에 대가가 없는 것은 없다. 아마 에이미도 비서 바이오로이드 도 모두 다른 기업의 첩보용 바이오로이드 일 것이다. 

 

소장에게 그랬던 것처럼 부소장 역시 에이미에게 빠져있는 동안 에이미는 조금씩 안타이오스 조선소의 정보를 빼내어 자신의 진영에 전달했을 것이다. 

 

그럴 리가? 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사령관은 확신 할 수 있다. 

 

그렇게 모이고 모인 정보가 사령관의 손에 자료로 남아 사실을 증명하고 있으니깐.

 


“그래도 책임을 지려고 한 것을 보면 남자답기는 하군.” 

 


처참했던 당시의 바이오로이드 취급을 생각하면 부소장이 에이미를 그저 한낱 성욕을 풀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거나, 어떤 심한 짓을 한다 해도 무어라 비난 할 사람도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사랑으로 에이미를 대하였고, 어느 사이 책임지겠다고 다짐도 하였다.

 

진실이야 어째든 자신이 사랑한 존재에게 책임지겠다고 다짐하는 그 마음만큼은 사령관도 예를 표하였다.

 

그렇게 일기의 두께가 점점 얇아지며 페이지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이야기는 시시콜콜한 이야기에서 점점 심각한 이야기로 변해갔다.

 

 

2xxx년 x월 x일

 

외부에서 토미워커를 비롯한 드론들이 조선소를 향해 접근하여 왔다. 

 

가까이 접근해 온 그것들의 모습을 기괴하였고, 마치 세상에서 처음 보는 그런 모습이였다.

 

다행이 물리칠 수 있었기에 물리친 후, 그것들을 조사해보니

 

생물도 기계도 아닌 기괴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녀석이였다.

 

밖에서 무슨일이 생긴 건지 모두가 걱정을 하였고, 나도 느낌이 좋지 않았다.

 

 

2xxx년 x월 xx일

 

전쟁이 발발했다. 상대는 삼안 이나 블랙리버가 아닌 이제는 “철충”이라고 명명된

 

그 기괴한 존재..

 

들려오는 소식으로 호주 전역에서도 출몰한 덕에 호주 주 방위군을 비롯한 해군, 공군 역시 괴멸적인 타격을 입으며, 각 도시들이 공격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윗선에서도 서둘려 군함을 만들어 보내라고 연락이 왔다. 

 

우리는 다시 한 번 바삐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2xxx년 x월 x일

 

각지에서 패전 소식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포세이돈 본사와는 연락이 끊어져 버렸고, 우리가 보내는 군함은 보내는 족족 철충에 의해 대파되어 버리고 말았다.

 

철충의 공격이 계속 되었기에 우리는 조선소를 요새화 하기로 결정 하였다. 다행이도 경비 AGS는 넘쳐났기에 그것들을 이용하여 오래지 않아 요새화 하는데 성공하였고, 그것을 방패삼아 농성하기 시작하였다.

 

이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견디다 보면 어떻게 될 것이다.

 

오늘도 에이미에게 위안을 받아야겠다.

 

 

2xxx년 xx월 x일

 

철충과의 대치가 이어졌지만 다행이 아직까지는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쳐버린 탓인지 요즘 들어 자주 잠이 온다.

 

수면 시간 역시 더 길어진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자고도 개운 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스트레스가 더 심하다.

 

 

2xxx년 x월 x일

 

요즘 들어 짜증이 부쩍 늘었다.

 

소장을 비롯한 다른 연구원들 과 기술자들 역시 예민해진 탓에 서로 싸우며 하루를 보낸다.

 

다른 사람들은 칼부림을 일으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예민하지만, 나는 아직 버틸 만 하다. 

 

왜냐하면 나는 에이미가 나의 스트레스를 모두 받아주기 때문이다.

 

에이미를 때리는 것에 죄책감이 들기는 하였지만 때리고 나면 왠지 모르게 흥분이 되면서도 그렇게 그녀를 때리고 나면 왠지 후련하며 진정되는 기분이다.

 

이런 미친놈이 싫어질 만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나의 모든 것을 받아준다.

 

나의 분노도 짜증도, 감정도, 폭력, 거친 행동도 모두 받아주는 그녀가 너무 사랑스럽다.

 

 

2xxx년 xx월 xx일

 

아무리 사람이 잠을 잔다 해도 3일을 넘게 자고 10시간 못 버틸 수가 없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한참 잘못 되었다.

 

이 글을 쓰는 도중에도 졸리ㅂ..

 

 

2xxx년 x월 x일 

 

 

내 경우는 에이미 덕분인지 그 증상이 덜하였지만

 

다른 동료들은 이미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잠을 잘 때마다 악몽에 시달리며, 자다 깨기를 반복하고 있다.

 

한 두명만의 증상이 아닌, 이곳의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증상을 격고 있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바이오로이드들은 멀쩡하다. 

 

그 사실에 화가 난 것인지, 사람들이 바이오로이드를 자신의 화풀이로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우리의 생활을 지원해주던 포티아 도, 바닐라도, 우리의 지시에 따라 군함건조에 힘든 일을 대신 해주던 포츈 도 우리를 돕던 다른 바이오로이드 들도, 이제는 한낱 인간의 폭력과 분노를 받아주는 쓰레기 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모든 것이 점점 미쳐가고 있다.

 

 

2xxx년 x월 x일 

 

소장인 휴고가 우리의 악몽에 대한 원인을 찾아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악몽을 꾸는 이유는 어떤 특수한 전파가 우리의 두뇌와 신경계에 작용하여 악몽을 유도하고 있다는 설명이였다.

 

그리고 그가 제시한 해결책은 우리의 중추신경과 뇌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 하자는 것이 였다.

 

그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그는 전부는 무리더라도 필요한 일부분은 기계로 대체 가능하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나는 솔직히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미 악몽으로 인한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동료들은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가 없었기에, 이 고통을 끝내고 싶다는 마음에 대부분은 그의 말을 믿어 버리고 말았다.

나는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현재로써는 닦히 방법이 없었기에 어쩔수 없이 소장의 의견에 따르기로 하였다.

 

 

2xxx년 x월 xx일

 

소장이 나에게 도와 달라 요청을 하였다.

 

꺼림직한 느낌에 거절하려고 하였지만, 그랬다가는 나와 에이미를 가만두지 않을 것 같은 동료들의 광기어린 눈빛에 하는 수 없이 그의 부탁에 응하였다.

 

하지만 그것이 실수였다.

 

우리가 속았다.

 

그는 우리를 치료하려는 것이 아닌 우리를 자신의 생존에 필요한 생체 부품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우리를 생체 실험재료로 이용한 것이다.

 

그는 처음에 자신의 비서 바이오로이드를 비롯한 바이오로이드를 실험대상으로 사용 하였고, 결과가 여의치 않자 인간인 우리를 실험재료로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는 조선소 곳곳으로 도망쳤고, 데리고 있는 바이오로이드과 함께 소장에게 저항하였다.

 

하지만 의미 없는 짓이다.

 

이곳의 모든 권한은 소장이 쥐고 있다.

 

이곳은 그의 뱃속이나 다름 없고, 시간이 걸린다 뿐이지 그는 결국에는 우리를 모두 잡아들여 자신의 부품으로 사용할 것이다.

 

안에는 미쳐버린 인간이 밖에는 철충이... 절망적이다.

 


2xxx년 x월 xx일

 

이미 수많은 동료가 붙잡혀 갔고 수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그들을 지키다 목숨을 잃었다.

 

죽은 바이오로이드의 시체를 방치 해둘 없었기에, 광산입구 근처의 한적한 통로에 버리듯 놓아둘 수밖에 없었다.

 

마음이 착잡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다행이 나와 에이미는 아직까지 무사하였다.

 

하지만 이제 몇몇 남지가 않았다.

 

오늘도 광산으로 이어진 출구로 탈출하겠다며 떠났다.

 

살려달라는 비명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다.

 

정말 방법이 없는 것일까?

 

 

2xxx년 x월 x일

 

행여 소장에게 대항할 방법이 없나 싶어 자료를 뒤져보던 중. 

 

기적적으로 외부와 통신이 연결되었다.

 

연결된 통신을 통해 들은 밖에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절망적 이였다.

 

기업과 정부는 이미 멸망하였고, 인간들은 대부분이 사망하였다.

 

나는 절망하며 혹시나 하는 희망을 붙잡은 채, 밖에 소식을 계속 뒤져보았다. 그러던 중 한 가지 사실이 나의 눈을 붙잡았다.

 

철충은 인간을 먼저 공격 하지만, 바이오로이드는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

 

나는 그 자료를 통신이 끊어질 때까지 계속 바라보았다.

 

에이미와 헤어질 시간이다.

 

 

2xxx년 x월 x일

 

인간이란 우습다.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는 공포의 상황에서도 종족번식의 욕구가 피어오르니 말이다.

 

언제 소장에게 잡힐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나와 에이미는 숨어서 섹스를 나누었다.

 

그녀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이 였을까? 짐승같이 얽히면서도 몸은 쾌락에 지배당했지만 감정만큼은 또렷하였다.

 

그 또렷한 감정으로 나는 에이미 에게 사과도 하였다. 

 

나의 스트레스를 푼다며 때린 것도, 고문한 것도, 아프게 한 것도, 심한 짓을 한 것도 전부 사과하였다.

 

용서를 구하는 나를 그녀는 용서해주었다. 그리고는 그녀 역시 마지막이라 느낀 것인지, 나에게 사실을 고백을 하였다. 자신들은 블랙리버에 속한 080기관의 스파이라고.

 

들어오기로 하였던 비서 바이오로이드를 제거하고, 자신들이 대신해서 들어온 거라고.

 

나는 대답했다. 다 알고 있었다라고.

 

나는 물었다. 나를 유혹하는 것이 싫지 않았냐고?

 

에이미...아니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생각외 로 미인계에 더 잘 넘어 와서 편했다고..

 

다시 물었다. 그럼 이제까지 나에게 말한 것이 전부 거짓이냐고?

 

그녀가 답했다. 나와 계속 몸을 섞고 교감을 나누며,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게 되었다고. 

 

블랙리버가 망해버린 지금, 자유로워진 자신은 진심으로 나를 사랑한다고.

 

나는 웃었다. 스파이가 목표를 사랑하면 되냐고? 스파이로써도 명령을 따라야 하는 바이오로이드로써도 실패한 것이 아니냐고?

 

그녀가 물었다. 이런 실패작인 자신을 사랑하냐고?

 

나는 말했다. 

 

너의 수줍은 눈을 보았던 그 순간부터 사랑했다고..

 

서로의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 한 후. 나는 에이미에게 탈출하라 말하였다. 에이미는 울면서 싫다고 자신도 싸울 수 있다고 함께 도망가자 말하였지만, 내가 함께 한다면 소장은 분명 나를 쫒아올 것이다 그러면 에이미 역시 소장의 손에 살해 당할 분명했다.

 

그리고 그녀가 해주어야 할 것 또한 있었기에 그녀를 보내야만 하였다.

 

 

2xxx년 x월 xx일

 

 

마지막 남자의 자존심을 부리며 강제로 그녀에게 밖으로 광산에 만들어진 비밀입구를 향해 도망쳐라 명령하였고, 싫다 말하면서도 나의 명령에 강제로 몸을 움직이게 된 그녀를 바라보며

 

이틀이 지났다. 왠지 모를 회한이 몰려왔다.

 

솔직히 지금도 무섭다. 겁이 난다. 괜히 자존심 부린 것 같다. 

 

분명 소장이 날 찾으면 나를 자신의 실험재료로 쓸 것이다. 

 

분명 죽을 만큼 아플 것이고, 나는 추하게 울며불며 살려 달라 말할 것이다.

 

어디서부터 잘못 된 것일까? 어디서 잘못 되었 길래 여기까지 온것일까?

 

죽고 싶지 않다... 죽기 싫다... 내가 원한 삶은 이런 것이 아니였다.

 

내가 원한 것은 에이미 그녀와 행복하게 살고 싶은 그런 삶이였다..

 

사랑하는 그녀를 다시 한 번 더 만나고 싶다..

 

.

..

...

 

마지막 기록을 끝으로 일기는 끝이 났다.

 

아니 정확하게는 아직 마지막 한 페이지가 남아있기는 하였지만, 자신들을 속인 소장에 대한 분함의 눈물인지, 아니면 죽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흘린 눈물인지, 그것이 아니라면 사랑하는 이를 한번 더 만나고 싶다는 간절함의 눈물인지, 일기의 마지막 페이지는 말라버린 눈물에 붙어 있었다.

 


“한 남자의 그렇고 그런 이야기로군..”

 


그렇게 일기장를 읽으며 걷고 걷다, 어느 사이 거대한 공동에 들어서게 되었고, 일기장을 조용히 덮은 사령관은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그래서? 네놈이 휴고 인가?”

 


사령관의 눈앞에는 마치 소설 프랑켄슈타인에 나올 것 같은 기계와 사람을 여럿 붙인 것 같은 흉측하고 거대한 존재가 서 있었다.

 


“오랜만에 방문한 손님들이 하찮은 인형들이기에 천천히 가지고 놀까 했는데, 그 사이에 인간이 섞여있었다니? 놀랍군? 생존자인가? 아니면 바이오로이드 인가? 흠... 남성형 바이오로이드는 존재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시끄럽군. 다시 묻지? 네놈이 휴고인가?”

 

“그래! 내가 이 안타이오스 조선소의 소장이자 이곳의 지배자인 휴고님이시다!”

 


5미터에 달하는 인간과 AGS가 섞인 거대한 존재가 공동이 쩌렁쩌렁 울릴 기세로 소리 높이자. 순식간에 휴고의 얼굴 앞에 나타난 사령관은 블리딩 엣지를 끼고있는 주먹으로 휴고의 면상을 그대로 후려 갈겨버렸다. 

 


“크악!!”

 


사령관의 주먹에 휴고의 거대한 몸체는 휘청 이다 곧 뒤로 넘어 가버렸고, 그런 휴고를 바라보며 사령관은 일기장의 말라붙어 있던 마지막 페이지를 펼치며 보여주었다.

 


“이스칼..이라 했나? 이 일기장의 주인이 부탁하더군.”

 


일기의 말라 붙어있던 마지막 페이지에는 ‘이 일기장을 발견한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빌어먹을 개 같은 소장새끼를 만나게 되면 나와 희생당한 동료들을 대신해 한방 갈겨주기를.. 제발!’이라고 적혀있었다.

 


“이 버러지 같은 놈이?!”

 

“와라. 인간도 기계도 되지 못한 빌어먹을 개 같은 소장 새끼야.”

 

.

..

...

 

 

“네놈오오옴!”

 

“시끄럽다.”

 

“쥐새끼처럼 졸랑졸랑 도망 다니기나 하고!”

 

“그 쥐새끼도 잡지 못하면서 킥. 지배자라는 것도 별것 없군?”

 

“이익!!”

 


곧 사령관 카인과 과거 안타이오스 조선소의 소장인 휴고의 싸움이 시작되고, 강철에 둘러 쌓인 휴고의 거대한 강철 주먹이 사령관을 향해 내리 찍었지만, 사령관은 공격을 유유히 피하며 휴고를 상대하였다.

 


“이 자식!”

 

“치사하게 물량공세인가? 님프. 트리아이나. 엄호를 부탁하지.”

 

“네! 맡겨주세요.”

 

“맡겨둬! 사령관!”

 


AGS의 수로 사령관의 움직임을 압박할 요량으로 호출한 AGS들이 공동의 입구를 향해 들이닥치자, 님프과 트리아이나가 AGS를 향해 공격하며 사령관을 엄호하였고, 사령관 역시 자신을 향해 공격해오는 AGS를 모두 베어버리기 시작하였다.

 


“크윽! 네놈! 설마! 강화인간인가?!”

 

“그런 허접한 것과 비교하지 마라.”

 


자신이 호출한 AGS들까지 박살내가며 점점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사령관의 모습에 휴고는 자신들의 동료들의 몸을 재료로 삼아 이 모습으로 변한이래, 느낀 적이 없었던 공포라는 단어가 다시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이럴 리가 없다! 고작 강화인간 따위가 나를 능가할 리가?!”

 

“말 했잖나? 그런 허접한 것과 비교하지 말라고.”

 

“이익!! 네놈의 그 오만! 후회하게 만들어주마!”

 


휴고가 곧 자신의 뒤에 놓여있는 거대한 케이블을 자신의 등에 연결하자, 휴고의 몸은 충전이라도 하듯 푸른색의 스파크가 일으키기 시작하였고 곧 사령관을 노려보았다.

 


“크하핫! 잘 보아라! 이것이 안타이오스 조선소 아니 이 새로운 인류인 나의 힘이다!”

 


그 말과 함께 휴고의 주변의 땅속에서 여러 종류의 기계의 팔들이 뛰어나와 마치 사령관을 노리듯 일제히 사령관을 향하였다.

 


“죽어라! 건방진 놈!”

 

 

.

..

...

 

 

생산라인의 모든 AGS를 제거한 레오나가 이끄는 발할라는 함께 있던 스카디의 도움으로 중앙시스템에 대한 해킹을 시작. 사령관을 비롯한 흩어진 대원들의 위치를 서둘러 파악하기 시작하였다.

 


“이정도면 요새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겠네요?”

 

“어때? 사령관의 위치는 확인돼?”

 

“아직요. 하지만 확인된 건 하나 있어요?”

 

“뭐지?”

 

“우리 바로 옆에 부대가 하나 있다는 것?”

 


쾅!

 

스카디의 말과 동시에 옆에 있던 문이 폭발하며 곧 먼지가 일어났고, 먼지 사이로는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실루엣이 나타났다.

 


“주인님! 주인님께서 사랑하시는 리리스가 도착했답니다! 어디에 계신가요?!”

 

“경호대장?”

 

“뭐야? 레오나 소장이잖아? 어머! 우리 페로! 거기 있었니? 언니가 많이 걱정했잖니? 혹시 주인님은 보았고?”

 

“스카디씨가 지금 찾는 중이에요. 언니.”

 


자신을 화단에 지나가는 콩벌레 마냥 본체 만체 하는 리리스의 모습에 레오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그녀 역시 경호대장의 성격을 잘 알기에 일단은 참기로 하였다.

 


“경호대장. 혹시 달링에 대한 단서라도 찾은 것 있어?”

 

“소장이 지휘를 맡았으니 하대는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 누구보고 달링이라 말하는 거죠? 레오나 소장?”

 

“누구긴? 당연히. 나의 달링이지? 다.알.링~”

 

“어머? 오늘 제 블랙맘바가 포식하는 날인가 보네요?”

 

“내 전투 프레임에는 승전기록 하나 더 기록되겠네?” 

 


역시나 참는 것 따위는 철충에게나 줘 버리라며, 두 사람의 기 싸움을 벌이는 모습에 컴패니언은 컴패니언대로, 발할라는 발할라대로, 서로의 대장이 폐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였다.

 


“시끄러워요! 집중이 안 되잖아요?! 지휘관들이라는 사람들이 지금 분위기 파악이 안 되는 건가요? 싸우려면 나가서 실컷 싸우던지 하세요!”

 


스카디의 핀잔에 그제야 리리스와 레오나는 서로에게 향한 시선을 거두었고, 잠시 후. 해킹을 끝낸 스카디가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사령관이 어디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은 되지 않지만, 어디 있는지는 대강 알 것 같아요.”

 

“그 곳이 어디야?”

 

“그전에 물어볼게 있어요. 레오나 소장. 당신이 현재 결정권자죠?”

 

“맞아.”

 

“아무래도 부대를 두 개로 나누어야 할 것 같아요.”

 

“?”

 

 

.

..

...

 

 

“네놈! 정말 인간인 것이냐?!”

 

“자주 듣는 얘기지만, 네놈에게는 그 말은 듣고 싶진 않군.”

 


휴고는 자신이 동원한 수많은 기계 팔이 사령관을 갈기갈기 찢어 놓을 거라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런 휴고의 기대를 박살내기라도 하듯, 아랑곳없이 자신의 기계 팔들을 베어가는 사령관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레이저가 달렸든, 플라즈마 포가 달렸든, 플라즈마 커터가 달렸든 팔이 나오는 대로 전부 베어버리는 통에, 사령관도 사령관이지만, 저 환도가 무엇으로 만들어 진건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이제 끝났나?”

 

“젠장!”

 

“그럼. 이제 끝내도록 하지.”

 


방해되는 모든 것이 제거되자, 사령관이 휴고를 향해 뛰어들어 염라도로 그의 목을 베어버리려고 하였고 그 순간.

 


“꺄아!”

 

“이거 놔!”

 


익숙한 두 개의 비명소리에 사령관이 뒤를 돌아보자, 그 곳에는 휴고의 수 많은 팔들 중 남아있던 집게로 된 팔이 님프와 트리아이나의 허리를 감싸고서는 그녀들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자신의 목 앞에서 칼날이 멈춘 것을 느낀, 휴고는 사령관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네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

 


“네놈도 이스칼 그놈 과 동류인 놈이군?”

 


일순간 멈짓한 사령관을 향해 휴고의 주먹이 그대로 사령관을 몸을 향해 적중하였고, 주먹을 정면으로 맞은 사령관은 그대로 벽을 향해 쳐 박혀 버렸다.

 


“칫..”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일어난 사령관이 다시 한 번 염라도를 고쳐 쥐자. 휴고는 헛튼짓 하지 말라 경고하는 것처럼, 님프와 트리아이나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집게에 힘을 강하게 주기 시작하였다.

 


“아아악!”

 

“아파!”

 


참으려고 애썼지만 참지 못하고 고통에 찬 님프와 트리아이나가 동시에 비명을 지르자, 사령관은 그 자리에서 굳은 듯 움직이지 못하였고, 그런 사령관을 향해 휴고는 다시 비열한 웃음을 보였다.

 


“네놈. 이 두 인형이 소중한가 보지?”

 

“내 소중한 동료이자 부하다.”

 

“크큿. 생각 외로 순순히 인정하는군?”

 

“괜한 거짓말로 두사람이 다치면 안 되니깐.”

 

“흐흐! 좋군! 아주 좋아! 그럼 이제 손에 든 그 검을 버리도록.”

 


휴고의 말에 사령관은 아무 저항도 없이 순순히 염라도를 바닥에 던지자, 반대로 님프와 트리아이나의 표정은 점점 절망으로 변해갔다.

 


“좋아. 이번엔 착용하고 있는 건틀렛도 무기도 모두 다 버리도록.”

 


착용중인 블리딩 엣지와 단검까지 풀고서는 염라도의 옆으로 던지자, 그 모습에 휴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하였다.

 


“크하하하! 정말 어이없군! 고작 인형 따위를 위해 정말로 무기까지 버리다니! 이 얼마나 우매하고 멍청한 인간인가?!”

 


자신의 사령관에게 멍청하다는 말하는 휴고를 향해 님프와 트리아이나는 아픔에도 분한 듯, 휴고를 노려보았다.

 


“사령관님! 저는 신경 쓰지 마세요! 무기를 버리시면 안 되세요!” 

 

“사령관을 멍청하다고 하지마!”

 

“닥쳐라! 이 망할 인형들!”

 


휴고의 집게 팔이 다시 한 번 인질로 잡고 있는 두 사람을 조이려 하자, 순간 휴고는 왠지 모를 섬찟한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조심히 다뤄라..”

 

“뭐?”

 

“귀중한 예술품을 옮기듯, 일국의 귀빈을 대하듯, 세상에 하나뿐인 보석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다루어라.”

 

“곧 입만 산 놈이?!”

 

“그녀들을 위해 말하는 것이 아니다. 네놈을 위해서 말하는 거다.”

 


자신의 말이 허세가 아니라 듯, 사령관의 뒤에서 마치 아지랑이처럼 무언가가 아른거리는 것 이 보이는 착각에, 휴고는 자신이 무언가 잘못 본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곧 고개를 도리질 하였다. 

 


“어...어째든 네놈은 나의 실험을 위해 당장에 죽이지는 않으마. 하지만! 그전에 나를 화나게 한 대가는 지불해야겠다!”

 


어느 세 다시 만들어진 것인지, 휴고의 수많은 팔들이 사령관을 향해 달려들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님프와 트리아이나의 절규 어린 소리만이 그곳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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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아 4하고 11지좀 하고 오겠습니다.


언제나 귀한 시간 내어 읽어주시는 라붕이에게 감사의 인사 박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