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델타를 사로 잡았다.


모질고 독하게 악을 쓰는 델타. 아직 자신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 하는 듯 하다.


그녀의 처우에 대해서는 이미 생각해둔 바가 있다.


피조물이 창조주의 명령을 곡해한 것으로도 모자라


창조주의 위치에 서려 했고, 그 손에 쥐어진 힘을 휘둘러 수많은 생명을 괴롭히고 앗아갔다.


델타가 빚어낸 것은 제대로 된 생명을 갖지 못 했다.


생명을 움직일 혼이 빠져버린 인형. 마리오네트.


반쪽 짜리 생명체에 불과했지만, 그 또한 의도 된 것.


바이오로이드를 만들 수 없는 위치에 섰기에, 바이오로이드가 되다 만 무언가를 만들어 냈다.


오드리 자매는 그 질투와 증오를 온 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마리오네트에게 있는 말라 붙은 눈물 자국은, 자기를 상처 입히며 타오르는 생명의 불꽃을 끄기 위한 발악이었으리라.


기괴한 장비들, 기워진 얼굴을 볼 때마다 제발 누군가 이 불꽃을 꺼 달라는 외침이 들렸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소리 없는 아우성이 선명하다.


하지만 내게 전해진 말은 단 한 마디조차 없었다.


말할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은 영혼의 감옥에 갇혀, 그저 나를 바라보고, 명령을 수행할 뿐이었다.


드문드문 숨소리에 섞여 나오는 낮은 소리.


- 즈. . .우...ㄱ


결코 말로 완성될 수 없는, 질질 늘어지는 듯한 소리는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비명의 응축이다.


실낱같이, 흐려질 대로 흐려진 영혼이 감옥을 비집고 빠져나오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해 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안식에 들게 하는 것 뿐이었다.



처음에는 델타를 사로잡으면 평생을 고통 받은 사람들에게 봉사하도록 시킬 생각이었지만, 마리오네트를 보고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다만, 봉사는 하고 언젠가는 자유를 줄 것이다. 그것 만은 변하지 않았다.



사로잡힌 델타는 거부하려 들었지만, 결국 세상에 하나 뿐인 인간인 나의 소유가 되었다.


- 우선 델타의 모든 권리와 자유, 육체의 제어권을 박탈했다.


사고 능력과 의지 만큼은 절대 빼앗지 않는다.


고통스럽게 몸을 개조하진 않겠지만,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마리오네트와 다름없어진 자기 몸 속에 혼을 가둘 것이다.


모든 권리를 빼앗긴 델타는 인간, 바이오로이드, 마리오네트보다 아래에 속하게 되고, 이들을 위해 봉사와 명령을 따르는 존재가 될 것이다.


- 명령을 곡해하여 자해, 다른 생명에 위해를 가하는 일 따위의 모든 의지 개입을 차단하고, 모든 의사 표현을 금지했다. 이에 반하는 명령은 무시된다.


이를 통해 자신이 만든 영혼의 감옥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 느끼고, 그것을 누구에게도 전할 수 없는 괴로움을 품으며, 후회를 곱씹게 될 것이다.


그리고 죽을 자유조차 잃는다.


의지를 잃은 마리오네트에겐 안식이 주어졌지만, 델타는 의지를 가진 채 빈 껍데기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행복한 자들에게 에워싸인 채, 홀로 행복에 닿을 수 없는 삶을 살아라.


- 그 질투가, 증오가, 모두 지워지고, 참회와 용서 구함마저 잊혀져, 모든 것이 무의미한 날이 오더라도 이 명령은 지켜질 것이다.


- 해제하지 못하는 최상위 명령으로 두어, 누군가가, 설령 모든 사람이 델타를 용서하더라도 명령이 해제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델타의 자연적 수명이 다해감이 객관적으로 인정될 때, 사령관 혹은 권한 대행자를 통해서만 해제될 것이고, 그때까지 사령관에 준하는 관리를 통해 감옥을 유지할 것이다.


절대 그 전에 죽게 두지 않을 것이다.


- 마지막으로 위 내용에 대하여 어떠한 방식의 곡해도 허용되지 않도록 한다.



인과응보.


행한 것을 돌려 받는 것이 마땅하다.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있느냐 묻는 자손이 있을 지도 모른다.


나도 단순히 처형하거나, 기억을 지우고 착한 사람으로 새 삶을 살게 하는 등 다른 방법을 생각 안 해본 것은 아니다.


이것은 경고다.


약 천 년에 달하는 기나긴 바이오로이드의 삶을 통해, 많은 세대가 델타를 보고 배울 것이다.


인류 재건이 끝나고, 번성하여 세대가 바뀌어도 델타의 행적과 결말은 기록되고 남을 것이다.


과거 인류가 신과 다름없는 힘을 손에 쥐고 벌인 행동과 델타의 행동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신의 힘을 쥔 인간.


인간의 힘을 쥔 바이오로이드.


피조물이 창조주를 따라잡으려 한 끝의 반복.


우리는 어리석은 생물이기에, 시간이 지나면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할지도 모른다.


그럴 때 델타가, 그녀의 기록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내 삶에 황혼이 드리워질 무렵이면, 델타는 짙은 어둠이 가져올 안식에 조금씩 마음을 빼앗기기 시작하겠지.


그 때 억압한 명령을 해제하고, 델타를 우리가 이룬 세상으로 내보내줄 것이다.


그녀는 어떤 생각을 할까.


여전히 회장을 그리워하고, 다신 그를 만날 수 없게 만든 나를 미워할까?


감옥에서의 삶이 전부가 되어버려, 세상에 나왔을 때 죽음을 택한 죄수처럼 굴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많지만, 나는 그 어떤 답도 내놓을 수가 없다.


그녀가 답을 내놓는 것이 삶의 마지막 과제이듯, 그 답을 보는 것이 내 삶을 정리하는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함께 하자. 우리 삶의 마지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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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마리오네트의 삶을 그냥 그대로 돌려받았으면 함

만든 입장에서 피조물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벌이 되려면, 사고를 유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도중 참회 했다고 해서 풀어주고 이런 여지는 일절 없음

이런 벌은 온전히 다 받아야 벌이기 때문이고

마지막에 풀어주는 건, 그 입에서 나오는 것 또한 뒷세대에게 교훈이 될 것이기 때문임.


벌을 전부 받은 이후 참회한다면 권선징악의 좋은 표본이 될 것이고

여전히 세상을 저주한다면 악을 다룰 때 좋은 표본이 될 것. 그때는 빠른 안식이 주어지겠지



어떤 의미로는 사령관이 평생을 곁?에서 지켜 봐주는 입장이 됨

절대 죽지 않도록 할 것이기 때문

물리적인 거리는 가장 가깝지만, 평생에 걸쳐 서로 닿을 수 없는 그 거리감은 어떨까


  이게 동?료


우리 오르카에선 이렇게 할까 생각 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