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발치에서 작업에 열중하는 공병대를 보고있노라면 자연스레 이런 감탄사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 어느 험지도 무사히 주파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내는 작업부터, 각종 대민 지원에 휴양 시설까지. 가히 불가능이란 존재하지 않는 단어인 것처럼 그녀들은 완벽하게 해내었다.


그리고 그런 우수한 공병대는, 유능한 상사를 얻어 가히 범에 날개를 달아준 것 마냥 완벽 그 자체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임무 성취도가 뛰어났다.


"이야~ 아자즈가 사람 보는 눈 하나는 좋구나."


처음은 아자즈의 천거로 시작된 인선. 그리고 지금은 나 스스로가 절대로 놓지 않을 그런 인재. 그것이 현 공병대장 럼버제인 '준장' 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딱 하나만 빼면 아주 완벽해."


럼버제인의 유일한 결점은 그녀 스스로가 너무 겸손하다는 것이다. 벌써 몇 번이고 자신 말고 다른 유능한 이들이 많다며 사직을 주청하는 그녀를 볼 때마다 내심 이런 유능한 인물도 겸손을 떠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 사령관... 언제 온 거야?"

"방금."

"왔으면 말이라도 하지."

"그러면 작업을 멈출 테니까."


절대 '일손실'이 벌어져서는 안된다. 사랑해 마지않을 대원들 중, 유독 운동에 집착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녀들은 종종 '근손실'이 발생할까 하루도 쇠질을 거르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열의에 찬 모습을 보며 얼마나 가슴이 타오르던가. 그녀들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나 역시 절대, 절대로 일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채찍질을 하며 나아가겠다는 동기부여가 확실히 가슴에 새겨졌다.


"하하..."


허나, 럼버제인은 그런 나의 대답에 무언가 해탈한 듯 허망한 웃음을 보일 뿐이었다. 여하튼, 럼버제인은 자신의 휘하 대원들에게 휴식을 명령하고는 구석에 놓인 아이스박스에서 시원한 럼주와 맥주를 꺼내 이쪽을 향해 내밀었다.


"애들도 가끔 쉬어야지?"

"어쩔 수 없지... 다들 수고했으니까."

"그보다 사령관은 맥주였지? 그럼 난 럼주로 가 보실까..."


입맛을 다시며 럼주의 뚜껑을 여는 그녀를 보니, 럼주에 대한 잡다한 지식이 떠올랐다. 


'분명... 럼주는 가격이 저렴해서 싸구려 이미지가 많지만 생각보다 다재다능한 술이라고 그랬던가... 확실히 괴혈병을 막는 것에도 도움이 되고.'


뭐, 같이 넣어둔 라임과 레몬 때문이었지만 아무튼.


"응? 라임? 레몬? 갑자기 왜?"


혼자 생각만 한다는 것이 입 밖으로 흘러 나온 모양인지, 럼버제인이 이쪽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바로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려 했으나, 마침 럼버제인도, 럼주도 모두 럼으로 시작한다는 생각이 도출되어, 자연스레 농담이 먼저 흘러 나왔다. 물론 럼으로 시작한다는 공통점도 있지만, 내가 발견한 다른 공통점을 듣는다면, 럼버제인도 필시 웃어줄 것이다.


"럼버제인, 너와 럼주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뭐? 뜬금없네..."

"아무튼, 대답해봐."

"글쎼... 아, 둘 다 럼으로 시작한다는 거?"


싱겁다며 너털웃음을 짓는 럼버제인을 보며, 나는 방금 생각난 공통점을 자랑스레 떠들어 놓았다.


"그것도 있지만, 둘 다 아주 다재다능하다는 거야!"

"어..?"

"럼주는 과거 뱃사람들에게 생필품과 같았어. 물을 장시간 보관하기 힘드니, 대신 럼주를 싣고 다니며 물 대신 마셨지. 게다가 그 뿐이야? 럼주에 레몬과 라임을 넣으면 당시로써는 치명적이던 괴혈병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까지 발견되어서, 정말 큰 사랑을 받은 술이야."


도대체 왜 뜬금없이 어째서 다재다능하다는 말과 럼주의 장점을 늘어놓는지 모르겠다는 그녀를 보며, 나는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 오르카에서 가장 필요한 보직이 어딜까?"

"그, 글쎄..."

"바로 공병이야! 전장의 험지를 개척하는 것부터, 대민지원까지... 아주 못하는 것이 없는 군의 숨은 공로자 들이라 할 수 있지. 그런데 우리 공병대에는 큰 문제가 있었는데, 그건 현장 지휘관의 부재였어! 마치 옛날의 물이 귀했던 선원들처럼 말이야. 그런데 럼버제인이 와서 전~부 해결됐지."

"아...! 그, 그건!"


말을 끝 맺히며 꺼내든 서류를 멍한 눈으로 보던 럼버제인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존재 자체가 죄악인 이런 서류를 올렸다는 것 자체가 용서키 힘든 큰 죄였으나, 자비로운 나 답게 럼버제인의 이 불경한 서류를 이 자리에서 처리할 것이다.


"어디 보자... '사직서, 저 럼버제인은 과분할 정도의 대우를 받으며 공병대장에 임명되는 영광을 누렸고, 그에 감격에 겨워 열과 성을 다하여 임무에 종사하였으나, 이제 제조 연식이 오래되어 맡은 바 임무를 수행키 어려우니 사직을 요청합니다.' 라..."


경쾌한 소리와 함께 찢겨 나가는 사직서를 보니 온 마음이 홀가분해지며 절로 미소가 드리워졌다. 어떻게 얻은 인재인데, 이대로 놓아줄 리 없지.


"아, 안돼! 내 사직서가!"

"나도 안돼, 안 바꿔줘, 돌아가, 사퇴 시켜줄 맘 없어."


이렇게 행복한 일을, 어째서 그녀는 싫어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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