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공학, 특히 소재 쪽은 ㄹㅇ 연금술에 가까운 영역이라 그럼


기술개발에 대해서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농담 아니라 지금 지구에서 이 회사 망하면 연구자들 다 좆되는 회사 있음



이름하야 Sigma-Aldrich, 공식적으론 MilliporeSigma 라는 회사임

이 회사가 뭐하냐면 대부분의 실험용 시약을 팔아줌

특히 초고순도, 예를 들어 전기반응 같은 미친 고순도 물질 쓸때

얘내 말고 다른 회사꺼 동일 순도 제품에선 안되는데

여기서 만든 회사 제품은 되는 그런 돌아버릴거 같은 경우가 왕왕 나옴

그래서 다른 회사 대비 2~3배 가격을 받아도 어쩔 수 없이 쓰게 됨


이 정도로 미친 고순도 물질이 기본으로 받쳐줘야 어찌저찌 실험하는데,

지금 오르카에서 저런게 가능할까?

멸망전 남은 제품들은 시간이 너무 지나 오염될 가능성 높고,

공식적으로 서류로 남기지 않는 수많은 노하우들은 소실되었음


이 상황에서 구인류 전성기 시절 기술을 '재현'하는거 조차 불가능임

재현을 위한 수많은 제반기술과 물질들이 없거든

닥터가 난다긴다 해봐야 닥터조차 구인류가 축적한 기술 앞에서는

거인 어깨위에 올라탄 난쟁이 밖에 안됨

근데 그 거인이 이제 죽어서 없는거임


자 근데 그 존나 쎈 철충이 뭔가 광물을 가지고 있단 말이지?

일단 뭔가 중요할거 같으니 회수해서 분석하고 싶기는 할텐데,

그거 분석이 제대로 되긴 할까?

중세 대장장이들이 현대 신소재 합금과 그 공정을 보면서

워매 씨발 저게 뭐시여... 하는 수준 아닐까?

막말로 광물 분석했더니 양자 수준에서 작업된

인류가 알지 못하던 새로운 성질의 원자 조합이다 이럴 수도 있음


심지어 이나마도 그에 걸맞는 설비가 갖쳐줬을 때 이야기임

잠수함이란 좁은 공간 안에서 연구하는데

제대로된 시설과 장비가 있기는 할까?


솔직히 말해서 지금 닥터가 처한 상황은

오함마 40k에서 인류가 처한 상황이랑도 비슷함

저게 평범한 의자라고?

무슨 근거로 평범한 의자라 자신함?

잘못 건드렸다가 인류 멸망 장치 스위치면 어쩌려고?


이런 묘사가 등장하는 작품들이 꽤 있고

해당 작품들에서 그 격차를 잔인할 정도로 철저히 묘사해서

어떻게든 독자들에게 이해를 시켜주기에

그 부분에서 불만을 가지는건 당연한 거지만

적어도 기술 자체를 못따라간다는 설정 자체는

꽤나 합리적인 묘사라 봄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묘사였는데, 노인의 전쟁에 이런게 나오거든

'청사진과 설계도를 받았는데도, 이해조차 못하겠어.

신의 낙서장을 들여다보는 기분이야.'


이게 오르카가 처한 현실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