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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준비는 되었느냐?"

"그렇습니다, 족장!"

"좋아, 이번에야 말로 그 수인놈들을 이 숲에서 몰아내고, 우리 고블린의 지배 구역을 늘린다!"



몽둥이라 보기에도 조악한 나무 뿌리들과 조악한 활을 찬 고블린 병대들이 숲에 도열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여행자의 무구를 차고 있는 한 고블린의 모습이 보였다. 족장으로 불리는 그 고블린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등에 찬 칼을 뽑았다.



"자, 우리에겐 길들인 오거도 있다! 자랑스러운 고블린들이여, 수인놈들을 모조리 몰아내도록 하거라!"

"우어어어어!"



족장 고블린의 연설이 끝나자 고블린 병대들이 기합찬 함성을 내질렀다.



**



"뭐야, 그 마을에서 사령관이 더 머물다 온다고?"

"네, 메이씨."

"그럼 우리는 하염없이 여기서 대기하란 말이야?"

"음... 주인님께서 어떤 생각으로 말씀을 하신진 저도 잘 모르겠지만. 일단 수인들을 보호하면서 대기 상태를 유지하라 말씀을 하셨어요."



사령관이 마을에 머무르며 여행자 업무를 시작했다는 것을 통보받은 레아의 말에 메이는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물론 경호대장인 리리스와, 소완이 사령관의 경호를 목적으로 따라가긴 했지만 불안스러운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이곳에 전이되기 전, 오르카 전 부대가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는데, 바이오로이드에게 명령을 내리는 사령관 마저 혹시나 잘못 된다면...



[걱정할 필요 없다. 메이.]

"걱정이 안 되게 생겼어 알바트로스? 아무리 리리스랑 소완이 따라갔다고 하지만..."

[리리스는 본 개체만큼은 아니지만 사령관을 지킬 수 있는 최강의 바이오로이드다. 걱정하지 마라.]

"일단 주인님께서 수인들을 지키며 대기하라 하지 않았느냐. 우린 그 명령에 따르면 된다. 주인님 또한 생각이 있으시기에 우리에게 말씀하신 거겠지."



그리고 바르그는 팔짱을 끼며 대답했다.



"헤에- 언니, 언니! 언니는 견인족(개 인간)인 거야?"

"언니 꼬리 엄청 귀여워!"

"..."



그리고 바르그의 옆에선 수인 아이들이 연신 바르그의 귀와 꼬리를 만지작거리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개가 아니라, 늑대다!"

"근데, 언니. 내가 아는 낭인족(늑대인간)은 엄청 울퉁불퉁하고 막... 무섭고 그런 사람들인데? 언니는 그 사람들보다 키도 훨씬 작고 귀여운 걸?"

"시끄럽다!"



바르그는 결국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이들이 꺄아 소리를 내며 흩어졌다.


이 마을에 온 뒤로 사령관의 일행, 특히나 수인족들은 바르그에게 큰 관심을 가졌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들과 같은 수인종의 외모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답잖은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때였다. 별안간 바르그와 메이, 그리고 알바트로스 앞에 수인 남자 한 명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바, 바르그님! 큰일 났습니다!"

"... 응? 왜 그러느냐."

"고, 고블린 부대입니다! 큰일이에요!"

"고블린? 그게 무엇이냐."



당연히 이 세계의 지식을 알 리 없는 바르그였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당히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니 뭔가 큰일인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하는 수 없이 바르그는 타이런트를 제외한 모든 인원들을 끌고 수인마을의 목재 방벽 쪽으로 가기로 했다. 


헬반도 왕국의 습격으로 반쯤 허물어진 벽 앞에는 꽤 많은 수의 초록색 난쟁이 같은 생물체들, 그리고 알바트로스의 크기만한 못생긴 생명체들이 빼곡히 마을을 포위하고 있었다. 어느새 수인 사람들은 조악한 무기를 들고 전투 태세를 준비했다. 하지만 군사 훈련을 받은 적 없는 오합지졸. 비록 난쟁이었지만 조직력을 갖춘 모습을 보자 바르그는 수인들에게 말했다.



"제대로 활 조차 못 쏘는 너희들이 어떻게 방어를 한다고 그러느냐?"

"바, 바르그님..."

"일단은 촌장에게 말해 대피하도록. 주인님께서 내게 말하셨듯, 여기는 우리가 지키도록 하겠다."

"... 네, 네!"



수인 남자들이 결국 목책에서 모두 철수했다.



[제법 조직력을 갖춘 부대다.]

"알바트로스. 자네가 보기엔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춘 부대라 생각하나?"

[하지만 무장은 상당히 조악하다.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혹시 나나, 레아가 필요해?"



메이의 질문에 알바트로스는 대답했다.



[괜찮다. 제대로 된 돌격 소총 하나 없는 적들이다.]

"장화나 천아를 부를 필요는?"

[불필요하다.]



알바트로스가 대답했다. 이어 그는 허공으로 떠올랐다.



[본 개체가 정리하도록 하지.]



**



고블린은 그간 라 만차 대삼림의 주도권을 두고 수인종들, 그리고 엘프들과 대립했다. 하지만 엘프들처럼 기민한 육체를 지니지도 않았으며 수인들처럼 발달된 문명과 소수의 강자들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믿을 것은 자신들의 물량뿐이었다. 그간은 통합된 지휘 체계를 가지지 않았지만 자신 아래 통합된 고블린은 인간 모험자들을 상대로도 충분히 우위를 지닐 자신이 있었다.


족장은 며칠 전, 어느 모험자를 죽이며 얻은 철제 검을 거머쥐었다. 우습게도 자신들을 토벌하겠다고 온 골드 메달의 모험자 파티를 그는, 물량의 힘으로 쉽게 제압했다. 사냥 당하는 몬스터에서 사냥하는 자로. 그리고 이 거대한 삼림의 주인이 되기 위해 오늘 그는, 위대한 여정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눈엣가시같은 수인종을 모두 몰살시키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간에도 많은 침공을 시도했지만 이 수인 마을을 격퇴할 수 없던 이유는 하나였다. 긴 분홍 머리를 가진 오드아이 묘인족 여자가 자신들의 종족을 모두 몰살시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마을을 포위한 고블린의 수는 1000. 게다가 사육하는 오거들까지 합친다면 1200에 달하는 군세였다. 게다가 들리는 소식으론, 그 오드아이 묘인족 여자가 인간의 노예로 잡혀 팔려갔다는 정보까지 들은 이상, 모든 걸림돌은 치워졌다.



"... 뭐야?"



하지만.


목책의 위에선 네 여자, 그리고 그들보다 훨씬 거대한 무언가가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붉은 양갈레 머리를 가진 여자, 그리고 검정 귀를 가진 수인 여자였다. 당연히 동물 귀가 달렸으니 검은 단발의 여자는 수인종이겠지만, 붉은 양갈레를 한 여자는 공중에 떠 있는 것을 보니 마법사 쪽 계열 같아보였다. 등 쪽에 날개가 달린 여자들도 있었지만 인간들을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청소나 하는 하등한 직업을 가진 여자들이라 들었다.



"자네. 저 의자에 앉은 여자가 마법사인가?"

"아무래도 그런 듯 합니다, 족장."



인간의 마법서를 훔쳐내어 마법을 배운 고블린에게 족장이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건 뭔가?"



족장은 허공에 떠 있는 거대한 골램 같은 것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러자 마법사는 멍하니 보다 대답했다.



"아무래도... 저 마법사가 소환한 골램 같습니다요. 그런데, 제가 마법서에서 본 것으론 공중을 나는 골램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제법 수준이 있는 마법사다, 이 말이군."



고블린 족장은 긴장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물량. 게다가 오거까지 데려왔으니 피해가 좀 있겠지만 저 정도면 쉬이 제압할 수 있었다. 족장은 목책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강아지 귀를 가진 여자를 향해 외쳤다.



"당장 항복해라! 목책을 연다면 마을의 수인들을 모두 죽이지는 않겠다!"



그리고 목책에 있던 수인 여자는 팔짱을 낀 채 대답했다.





"주인님께서 이 마을을 지키라 명하셨다. 지금이라도 포위를 푼다면 유혈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유혈 사태? 고블린 족장은 기가 찼다. 겨우 인간 4명과 한 명의 골램 따위로 고블린의 대군을 상대한다고? 지금 저 수인이 허세를 부리는 건가? 족장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허세부리지 마라! 너희들이 얼만큼의 실력을 가진 놈들인지는 모르지만, 우린 대군이다!"

[그래, 수의 우위는 전쟁에서 확실한 강점이다.]



그때, 허공에 떠 있던 골램이 말을 했다. 족장과 마법사 고블린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겨우 마법사에 의해 기본적인 본능만 탑제하여 태어난 골램이 지성을 지니고 있다니.


검은색,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 벌을 닮은 그 골램은 목책 앞에 섰다.



[하지만 그것은 대등한 상태에서 통용되는 말.]

"뭐라고?"

[너희들은...]



골램은 집게 모양의 팔을 겨누며 말했다.



[약하다.]



일방적인 통보, 오만함이 묻어난 그 말에 고블린 족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 킬킬 웃었다. 그리고 이내 그 골램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인간의 하수인에 불과한 놈 주제에 웃기지 마라!"

[그리고 본 개체는 최강이다.]



골램은 그렇게 말한 뒤 손을 들어 까딱거렸다.



[본 개체가 왜 최강으로 불리는지 그 이유를 알려주도록 하지.]

"푸하하하하! 겨우 골램 따위가!"

[본 개체는 골램이 뭘 말하는 건지 모른다. 하지만 골램이 최강을 가리키는 이 세계의 단어라면 칭찬으로 생각하지.]



그렇게 대답한 골램


알바트로스는 공중으로 솟아 올랐다. 그리고 동시에 고블린 궁병들이 일제히 화살을 날려댔다. 하지만 알바트로스의 기체에 조악한 돌화살이 박힐리는 만무. 화살들은 맥없이 투두둑 떨어졌다.



"오거 부대! 돌격하라!"



어느 정도 단단한 경도를 가진 골램일 것이라. 족장은 그렇게 생각하며 오거 부대를 돌격시켰다. 알바트로스의 크기만큼 거대한 골램들이 거대한 몽둥이를 그에게 휘둘렀다. 족장은 승리의 미소를 띄우며 확신했다. 아무리 강력한 골램이라 한들, 수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 금방이라도 생명을 잃고 바윗덩이로 돌아가리라.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였다.


팡, 소리와 함께 오거들이


공중에 떠올랐다. 그리고 알바트로스의 주변에는 거대한 푸른 구 같은 것이 펼쳐졌다.



[시시하군.]

"오거들이... 떠올랐어?"



자신들의 몸무게보다 몇 배는 더 나가는 저 육중한 생명체가 하늘을 붕 뜨고 있었다. 그리고 알바트로스는 그들을 향해 집게를 벌렸다. 푸른 전기 같은 것이 집게 사이에서 모아지더니 이내, 마법 같은 것으로 변했다.


지직-


소리와 함께 오거들의 살이 타는 냄새가 풍겼다. 비명을 지르며 타 죽어가는 오거들을 본 고블린들은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모험자들도 힘들어하는 거대한 체구의 오거를 간단히 죽여버린다고? 게다가 주문을 외우지도 않고? 아니, 그보다 골램이 마법을 사용한다는 소리는 들은 적도 없었다.


땅으로 떨어진 오거들이 몸을 꿈틀거렸지만 생명의 반응이라기 보단, 사후경직에 가까웠다. 물에서 벗어난 물고기마냥 퍼덕거리는 그 모습을 본 족장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알바트로스를 보자 공포에 질렸다. 그리고 붉은 양갈레 머리를 한 마법사 여자를 보며 겁을 집어먹었다.



"너... 너희들은 대체 누구냐! 서, 설마 너희들! 마족인가!"

"마족? 야 바르그. 마족이 뭐야?"

"나도 잘 모른다."

"저, 정체를 숨기지 마라! 너희들은 그 마족이지? 숲을 파괴하고 나타난...그 마족 말이다!"



처음 족장은 그저, 인간 마법사들의 소란인 줄 알았다. 마족은 그저 전설 속에서나 나오는 존재들이었다. 고블린들 속에서도 마족이 나타났느니 뭐니 하는 소문들이 돌았지만 족장은 사기를 꺾지 않기 위해, 모험자 마법사들의 짓일 것이라 말하며 애써 둘러댔다. 하지만 지금 족장은 확신할 수 있었다. 라 만차 대삼림을 파괴하면 나타난 존재는 바로 저들이라고.



[아아... 타이런트를 말하는 것인가?]

"타... 타이런트? 너, 너희를 이끄는 저 빨간 머리의 마족 이름이 타이런트라 이 말이냐!"





"대체 쟤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진짜로?"



붉은 머리의 양갈레 머리 여자가 어이가 없다는 듯 혼잣말을 했고.





"그냥 다 죽이면 안 되나요?"



메이드 복을 입은 갈색 머리칼의 여자가 대답했다. 족장은 그제야 깨달았다. 지금 수인 마을을 점거한 저 존재들은 마족이었다. 전설 속 마족은 강대한 마력과 상상을 뛰어넘는 마법으로 모든 존재를 죽음으로 이끄는 멸망의 신의 존재들...



"히, 히익! 파, 파이어 볼[Fire Ball]!"



고블린 마법사가 어느새, 자신들 앞으로 성큼 다가 온 알바트로스를 향해 화염구를 날렸다. 하지만 알바트로스의 동체에 불길은 닿지 못했다. 마치 주변에 어떤 막이 있는 것처럼, 불길은 허공에서 쉽게 꺼져버렸다. 거대한 골램, 알바트로스는 그들에게 말했다.



[항복해라.]

"공격, 공격! 공격하라! 공격!"



이미 오거가 학살당한 것을 본 고블린 병단들은 이성을 잃고 손에 집힌 모든 것들을 휘두르고 던졌다. 하지만 저 표정 없는 골램은 마치 하찮다는 듯 공격을 맞으면서도 나아갔다.



[명예롭군. 이것이 임전무퇴의 정신인가?]

"... 히익!"



[좋다. 그대들의 명예를 존중하여 본 개체 또한 최선을 다해 전투에 임하도록 하겠다.]



그렇게 대답한 알바트로스는 자신의 카림 일렉트로닉 차져를 들곤 고블린들에게 겨누었다. 순식간에 그의 차져의 전압이 급속도록 높아지기 시작했다. 푸른색 전자기장이 요동치듯 지지직거리기 시작했다. 고블린들은 패닉에 빠졌다. 비명을 지르며, 마지막이 될지도 못하는 자신의 생을 필사적으로 붙잡으며 저 골램이 쓰러지길 기도했다.



[하지만 그대는 지휘관으로선 실격. 현격한 실력 차를 헤아리지 못했다.]

"..."


지지지지직-



엄청난 전격포가 족장을 향해 달려들었다. 황급히 마법사가 방어막을 펼쳤지만 강대한 전격포는 그것을 깨트렸다. 고블린 족장의 온 몸은 타들어갔다. 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본 광경은, 굳건한 자신의 종족 병사들이 순식간에 자신처럼 가루로 변하며 사라지는 모습이었다. 그는 외마디 말을 중얼거리며 재로 돌아갔다.



"어째서... 저런 괴물이..."



고블린 일족의 부흥을 일으키려 했던 위대한 고블린 족장은 그렇게 한줌의 재로 변했다.



**



[이 인원이 모두 생존자인가?]

"그렇습니다."



그렇게 전투가 끝나고 살아남은 고블린은 모두 알바트로스의 앞에 끌려왔다. 순식간에 고블린 종족들을 모두 재로 만들어버린 그에게 고블린들은 모두 무릎을 꿇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알바트로스는 고블린들을 보며 말했다.



[그대들은 '최강'에 맞서 영광스러운 전투를 맞이했다.]

"..."

[하지만 그대들은 나약하다.]



고블린들은 입을 다물었다. 처참하게 무릎을 꿇은 채 처분을 기다리던 그들을 보며 바르그가 물었다.



"알바트로스. 어떻게 처리할 건가?"

[본 개체는 필사적으로 도전한 그대들에게서 임전무퇴, 군인 정신을 배웠다.]

"그렇다면?"

[사령관의 허락이 떨어진다면.]



알바트로스는 고블린들을 가만히 바라보다 말을 이었다.



[스파르탄 사단을 운용했던 이 최강의 전략으로, 그대들을 진정한 군인으로 육성토록 하지.]

"오르카의 대원이 없는 상황에서 좋은 선택이긴 하지만... 그들은 너무 약하지 않나?"

[바르그. 본 개체는 이곳으로 넘어오기 전, 인간이 바이오로이드와 ags를 대체하며 전장에 나갔을 때의 기록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R.O.K.M.C(대한민국 해병대)라는 부대의 일상을 담은 기록이었다. 본 개체는 전우애라는 말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 전우애라는 강령 하나로 부대는 일당백의 전투력을 가졌다고 했더군.]

"..."



바르그는 알바트로스를 멍하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알바트로스는 개의치 않은 채 말을 이어갔다. 물론 그녀는 아주 오래된 기록 따위에 관심이 없었지만 알바트로스는 '해병 정신'이라는 인간의 사상에 상당히 동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참이나 알아들을 수 없던 이야기를 하던 알바트로스는 푸른 빛을 번쩍거리더니 고블린들에게 말했다.



[좋다. 본 개체는 ags보다 약한 그대들을 본 개체의 별칭인 '최강'에 맞는 부대로 키우도록 하겠다.]

"예...?"

[본 개체를 따르겠는가?]

"아, 알겠습니다!"



고블린들은 결국 따를 수밖에 없었다. 바르그는 뭔가 알바트로스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참기로 했다.



**



사령관이 남은 고블린들을 수인 마을의 방어용 병력으로 써도 된다는 허락이 떨어진 이후의 아침이었다. 안개가 짙게 깔린 새벽의 라 만차 대삼림. 푸른 빛을 번쩍거리며 비행을 하는 알바트로스가 있었고 그 뒤로는 벌거벗은 고블린들이 숲을 뛰어다니며 구보를 하고 있었다. 어둠을 헤치며 날아가던 알바트로스가 고블린들에게 말했다.



[마리 소장은 늘 스틸라인의 선봉에서 군가를 부르며 구보를 하곤 했지. 본 개체 또한 직접 그대들을 단련토록 노력하겠다. 본 개체가 가르쳐 준 군가를 불러라.]



그러자 고블린들은 일제히 악을 써가며, 군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트롤 잡는 용사 고블린- 우리는 특임대!"

"젊은 피가 끓는 정열 어느 누가 막으랴!"

"라이라이라이라이 차차차! 라이라이라이라이 차차차!"

[좋다, 고블린 특임대는 사령관의 직할 부대로서 '최강'이 될 것이다.]



*



"부군, 근심이 가득하신 표정이옵니다."

"고블린을 병사로 부리는 게... 잘 된 건지 모르겠네 소완?"



리제에게 연락을 받은 거로는 알바트로스가 '최강'의 이름을 걸고 고블린들을 훈련시킨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물론 라스트오리진 내에서도 알바트로스는 설정 상, ags를 통솔하는 군단장 직위를 가지고 있었지만, 뭐랄까 왜이리 신뢰가 가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 우직하게 맡겨야 할까?





"흐흥...♥ 노예... 후후... 짜릿해... 색다른 경험... 그 스토커하고는 급이 다른... 아아... 주인님이 리리스를 가졌다는...♥"



며칠 전부터... 왜인지 모르겠지만 리리스가 자꾸 노예인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에이 신경쓰지 말자. 일단 중요한 건 모험자들과 교류하면서 정보를  얻는 게 중요하겠지. 애써 불길한 생각을 지운 뒤 나와 소완, 그리고 리리스는 숙소[피그]를 나섰다. 오늘은 모험자인 내게 처음으로 의뢰가 들어 온 날이었다. 상단을 무사히 헬반도 왕국의 수도까지 인솔해달라는 의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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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강지휘관.]


삽화 출처: #Lastorigin 라스트오리진 알바트로스(+스케치) - 먹까의 일러스트 - pix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