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습니다, 환자분."


티타니아의 뻔뻔한 말투만큼이나 천연덕스러운 손길이 허벅지 안쪽에 와 닿았다. 라텍스 장갑으로 가감되었을 텐데도, 아이스 팩을 문지르는 듯한 서늘함에 저절로 몸서리가 쳐진다. 


"허어억..."


말초신경으로부터 전해지는 아찔한 차가움에 저절로 숨을 삼킨다. 제멋대로 올라가는 횡경막과, 폐를 가득 채우는 공기. 마치 느닷없이 냉탕에 몸을 담궜을 때처럼, 귓가에 가느다란 입김이 호 하고 불어졌을 때처럼. 단지 엄습해오는 한기에 반사적으로 몸을 떠는 것인지, 은근스런 애무에 그 다음을 기대하며 본능적으로 떨고 있는 것인지조차도 모르는 채로.


얇고 가느다라면서도 들러붙는 듯한 특징적인 감촉이 천천히 넓적다리 안쪽을 따라 올라오다가, 손가락 끝이 선명하게 잡힌 두덩근에 닿으면 다시 살며시 물러나며 무릎까지 미끄러진다. 단 한 번의 슬라이드는, 인체에서 가장 굵은 근육에 고루 냉기를 퍼뜨리며 찬찬히 이완시켜 갔다. 하지만, 그 한가운데는 점점 경직되기 시작한다.


"후우우..."


마스크 너머로 애달프게 내뱉은 한숨. 얼굴의 반이 가려져 있음에도 숨겨지지 않는, 애욕에 뭉근하게 들뜬 두 눈. 단호하게 차단된 하관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 지, 의도적인 단절이 상상력을 더 부추기게 만들었다. 콧등부터 턱끝까지 가리는 진청색 천 조각은 본래 호흡기에서 분비되는 비산물로 인한 감염을 막기 위해 고안된 지극히도 위생적이고 기능적인 목적의 의료용품이었을 테지만... 지금은 야릇하게 허리를 흔드는 무희가 코끝에 걸치는, 얇고 하늘하늘한 베일과 다를 게 없었다.


느긋하게 둥그런 원을 그리며 널찍한 허벅지를 반죽하듯 펴바른다. 점점 빼앗기는 열, 점점 옮아가는 냉기. 어딘가 사무적인 듯 무심한 마사지는 살금살금 사타구니 안쪽을 향하지만, 한가운데로 모일 것 같으면 새침하게 고개를 돌려 안타깝게 저 멀리 달아난다. 애달프게 떨리는 허리와 울부짖듯 꿈틀대는 다리 사이의...


"환자분, 이건 치료행위니까... 발기하면 안 돼."


무미건조하게 속삭여진 음탕한 단어. 어디까지나 의료 용어로 사용될 수 있는 그 두 음절은, 도리어 배덕감을 무럭무럭 부추긴다. 그와 함께 점점 좁혀지는 애무의 범위. 차가운 손가락은 부득이하다는 듯이 주머니 가장자리를 슥슥 스치고, 그럴 때마다 기둥 끝이 찌릿거리며 툭툭 튄다. 일부러 만져주려고 하는 것이 아닌, 우연히 닿았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듯한 단속적인 움직임. 관심을 주지 않는 만큼 부응하며 해면체에 혈류량이 늘어난다. 노골적인 방치를 양분으로 삼고 무럭무럭 몸집을 키우며 자라난다.


바로 만져주는 것은 멋 없는 짓이라는 것을, 티타니아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저런, 그것도 못 참아? 많이 뭉쳤네... 불편하겠어."


남자로서의 자존심과, 참을성 없음을 건드리는 조소 섞인 비아냥. 그럼에도 할 말은 없었다.


신축성이 좋은 스판덱스 재질을 뚫어버릴 기세로 우뚝 치솟은 그 끝에는, 촉촉하고 어둑한 물방울을 머금고 있었다.


티타니아의 눈꼬리가 초승달처럼 휘어지며 볼가가 올라간다. 잔뜩 당겨진 마스크 너머로 음탕한 웃음이 떠올랐다.


그리고, 드디어... 두 손이 한 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흐, 흐으억..."


살포시 회음부 위에 얹어진 두 손이, 남성의 유일하게 외부로 노출된 장기를 한 번 더 감싼다. 급소를 잡힌 본능이 경종을 울리고, 목 뒤의 털이 잔뜩 곤두선다. 섬뜩한 한기가 음낭을 휘감으며 움츠러든다. 그 지경이 되었는데도, 한 번 선 것은 전혀 수그러들지 않았다.


"고환을 시원하게 해 주면... 남성 호르몬의 분비도 왕성해지고... 혈액 순환도 활발해져서... 성기능이 증진된다더라."


깃털처럼 내려앉았던 손은, 다시 간지럽히듯 약하게 쥐었다.


"'정자'도 체온보다 2~3도 낮은 온도에서 생산성과 활동성이 제일 좋다고 하고..."


아뜩한 울림이 은밀하게 귓전을 때렸다. 단지 사람의 세포를 지칭하는 학문적 용어일 뿐인데.


그리고, 손바닥이 아주 옅게 밀어붙여진다. 냉기에 달아나듯, 음낭이 몸통 쪽으로 잡아당겨진다.


"그리고, 봐... 지금 고환이 기둥 쪽에 착 붙은 거..."


귓가로 티타니아의 입술이 점점 가까워진다.


"마치... 사정할 때에... 정액을 더 잘 내보내려고 음낭이 올라와서 딱 붙는 것 같잖아...?"

"으윽..."


생리적인 현상을 언어로써 일깨워주는 것만으로, 뇌는 그 순간의 쾌감을 되풀이하며 상상하도록 북돋웠다.


"자... 그럼 이만큼 식혀줬으니까..."

"아, 아아..."


티타니아의 얼굴이 멀어지고, 귓가를 간지럽히던 목소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얼마나 좋아졌는지 볼까?"


티타니아의 마스크가 모두 벗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