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끈적이는 손놀림에 야릇한 기분을 느끼고 있으려니, 티타니아가 질문을 건넸다. 검사 부위가 하필 전립선 인 사실에 당황하기도 했으나, 막상 검사가 시작되고 그녀의 분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프로답게 변하여 집중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복장에 당혹감은 가시지 않았다.


결국 그 당혹감은 힐끗 거리는 시선으로 표현되고 말았으니, 그녀가 저런 질문을 던지는 것도 당연하리라.


"아, 그건 아니고... 그게... 그거 수영복... 맞지?"

"맞아."


방 안의 온도가 1도는 더 떨어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녀의 대답은 싸늘했다. 하지만 어느덧 붉어진 얼굴이며, 필사적으로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 그녀의 모습을 보아하니 그녀 역시 명백히 창피함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 분명했다.


'디자이너 자매에게 포상 휴가를 줘야겠어.'


가냘픈 허리와 대비되는 우월한 여성미를 강조하는 풍만한 가슴. 그리고 그 가녀린 허리에서 내려오는 두터운 골반의 곡선미란, 가히 세기의 장인이 빚어낸 명품 도자기의 그것과 비교하며 찬미해도 모자람이 없을 지경이다. 처음 그녀와 대면했을 적에는 넘치는 살기며 싸늘한 인상에 접근조차 어려웠던 그녀였지만, 결국 시간이 약이라고 그녀는 저런 낯 뜨거운 의상도 덥석 입어줄 정도가 되었다.


"어흣!"

"뭐, 뭐야?"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몰래 감상하던 중, 긴장의 끈을 지나치게 놓아버린 탓인지 짜릿하게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자극에 신음을 내뱉자 그녀 역시 당황하며 황급히 손을 빼내었다. 마치 셀주쿠의 포신이 영 좋지 않은 구멍을 관통한 것 같은 자극에 몸서리를 치자 그녀는 더욱 당황하며 내게 얼굴을 바짝 들이밀고는 걱정어린 눈초리로 말을 걸기 시작했다.


"여, 여왕이 실수라도 한 거야?"

"아니야, 갑자기 자극이 와서 놀랬을 뿐이니까, 난 괜찮아."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는 티타니아를 자리에서 일어나 앉으며 안아주자, 그녀는 흠칫 몸을 떨면서도 얌전히 장갑을 벗고 내 등에 팔을 감았다.


"거, 검사 중에... 방해하지 마..."

"어라? 검사는 이미 다 끝난 것 같은데."

"읏..."


대략적인 검사는 진즉 끝났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으니, 티타니아의 수줍은 저항을 가볍게 무시하며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었다. 이렇게 마주한 그녀의 붉은 눈빛은 처음 그녀가 이 세상에 당도했을 적에 품고 있었던 적의와 증오를 말끔히 내려놓은, 맑고 아름다운 붉은 빛으로 번들거렸다.


이미 끝난 검사를 핑계로 내 몸을 어루만지고 싶다는 사랑스러운 욕망을 들킨 그녀는, 결국 예전의 그것. '증오와 질투' 를 명백히 벗어던진 모습이었다. 제 아무리 크게 성격이 변했어도, 처음부터 본능에 새겨진 증오를 완벽히 떨쳐낼 수 없었기에 그녀는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솔직하지 못한 편이다.


"언제든 찾아 와. 난 티타니아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좋으니까."

"너, 여왕에게 건방져..."
"하핫, 미안해. 그럼 사죄의 뜻으로 선물이라도 교환할까?"

"선물?"


선물이라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는 그녀를 앉혀두고 옷걸이에 걸어둔 겉옷에서 반지를 꺼내 그녀의 가녀린 손가락에 끼워주었다. 마주 잡은 그녀의 손은 그녀의 냉기로 인해 차가웠지만, 나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 그 손길에 마음을 담아 반지를 끼워주니 어느새 온화한 훈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건..."

"진작 줬어야 했는데... 늦어서 미안해."

"뭐... 늦었어도 나쁘진 않네."


냉랭한 목소리와 대비되는 행복한 미소를 보이는 그녀를 보니, 괜시리 뿌듯한 마음이 밀려왔다.


"후훗... 여왕도, 너에게 포상을 줘야겠지."

"포상이라니? 난 딱히 뭔가 바라고 준 게 아닌..."

"쉿, 조용히 받아."


어느새 내 얼굴로 던져 진 푸른 빛을 띄는 천 쪼가리. 분명,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덮고 있었던 마스크... 아니, 수영복이 어느덧 그녀의 몸에서 벗어져 이쪽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결국 하반신을 가리고 있던 마스크도 벗어던진 그녀는, 매혹적인 미소를 띄우며 손을 크게 벌리고 달달한 습기를 머금은 숨결을 내뱉으며 그녀의 눈 앞에 있는 남성에게 구애의 신호를 보내왔다.


"티타니아..."

"여왕을 기다리게 할 셈이야?"


그녀의 벗어 던져 진 마스크와 눈 앞에 펼쳐진 절경의 미를 자랑하는 그녀의 육체. 지금 해야 할 일은 단 한 가지 뿐 이리라.


"쓰으으으으읍~ 하아아아아~ 이거지!"


그녀의 벗겨진 수영복 마스크를, 코와 입에 씌우고 그녀의 체취가 진하게 남겨진 흔적을 코와 입으로 느끼며 음미한다.


처음부터 이 생각 뿐이었다.


"여왕의 수영복으로 뭐 하는 짓이야! 이 변태 새끼야!"



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