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 얘들아, 모두의 친구 토모를 기억해줘!"

7년전 학교를 졸업할때 학교의 토모가 한 말이었다. 그때는 별 생각 없었는데 길 지나가는 토모를 보니 꼭 예전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그 토모랑 꽤 친했었지. 수업도 자주 빼먹고 다만 그때와는 다르게 토모의 무장이 꽤 살벌해졌다. uzi차고 다닌다. 우리때는 그냥 테이저였는데 보면 그럴만 하다. 길거리 노숙자부터 시위를 하는 사람들까지 엄청나게 늘어났다. 정부패배이후에는 더 심한거 같다. 나도 언제 짤릴지 모르는데... 내가 꿈꾸던 미래는 이런건 아니였는데..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혹시 뵨태인간인가요? 자꾸 고등학생들을 보시고 계신데"

"아닙니다. 잠시 저혈당이 와서요."

너무 오래 보고있었나보다. 켈베로스는 그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나를 보고 있다. 전기봉이 찌직거리는 소리에 서둘러 직장으로 갔다. 무서워서 살겠나. 오늘도 아레나에는 많은 아탈란테와 요안나의 피 튀기는 경기가 계속되고 있었다. 그 피가 바닥을 흥건하게 적시고 있었다. 언제나 떨어져있는 머리의 표정은 아무리 봐도 적응되지 않는다. 이건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아니다 머리속에 계속 상기하지만 하루하루 지쳐긴다. 

심지어 이게 끝나면 손상 바이오로이드 주문 정리까지 해야하는데 이건 그나마 괜찮다. 대머리 과장만 빼면.. 이런 내 걱정을 비웃듯 오늘은 이런 청소를 10시간이나 하고나니 이제야 퇴근시간이 다가왔다. 좆같은 대머리 과장새끼 구역 마무리하느라 힘들어 죽는줄 알았다. 과장새끼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누런이를 들어내며 말했다.

"캬 수고했어. 김대리 뭐 운동되고 좋지 않나? 오늘 저녁에 시간 있지?"

"그럼요. 내일 주말이니.."

또 술을 한바가지를 처 마실려고 그러나 보네.이러니 직장있는데 여자가 없지.  뒷바라지도 이런 뒷바라지가 없겠지. 아 내처지야. 그러나 과장과 함께 가게된 장소는 술집이 아니라 창관이었다. 그것도 바이오로이드 창관 돈 아끼고 좋다는게 과장말이었지만 손잡은게 더치걸인 시점부터 아구창을 뜯어버리고 싶었다. 아무래도 좋으니 과장이 룸에 들어가고 나는 바이오로이드 판매장을 둘러보았다. 여기는 창관보다 더 한게 애들 표정이 말이 아니다. 대부분 하자있는 애들이라 안 팔리면 저 분해쇼나 폭행쇼같은데서 처분하겠지. 다들 옷도 입지 않고 자기 어필에 충실했다.

"저는 팔은 없지만 뭐든지 할 수 있어요. 가격도 80밖에 안해요. 어때요 제발 사주세요?네?"

"저는 눈 하나만 안보여요. 나머지는 멀쩡해요. 제발.."

이런걸 보면 아레나가 그나마 나아보인다. 그렇게 한참을 둘러보는데 토모하나가 목줄이 묶인채 앉아있었다. 오늘 아침기억때문인지 더 아련해 보였다. 가까이 가서 좀 볼까?

가까이 가니 바닥만 보던 토모는 나를 쳐다보았다.

"모두의 친구 토모...어? 혹시 민석이니?"

어? 설마 얘.. 

"혹시 삼안고등학교 토모냐.. 반갑다기에는 상황이 좀 그런데 왜 여기있어? 딱히 다친데도 없어보이는데."

그렇게 한참동안 얘기를 들었다. 학교에서 오발 사격으로 부자학생 하나를 다치게 했던 모양이었다. 덕분에 그 학생 부모에게 뒤지기 직전까지 처 맞고 오른쪽 발목이 작살나서 더 이상 경호임무를 수행 할 수가 없어서 여기로 팔려왔다고 했다.서로 어색하게 얘기만 하고 있으니 멀리서 업자 하나가 다가왔다. 꼭 우리 과장닮은 새끼네..

"아이고 손님. 눈이 좋으시네요. 이게 대가리가 안 좋은건 디폴트인데 다리도 병신이라 엄청 싸요. 게다가 오래 안 팔려서 곧 넘길려고 했는데 지금 사면 싸다 40에 줄게. 혼자사는거 같은데 외로운면 이만한게 없어. 주인 등록은 내가 공짜로 해줄게. 혹시 기록남는게 싫으면 현금써. 3더 깍아줄게."

이번달에는 돈 부족한데..나는 바닥에 있는 토모를 보았다. 그저 말 없이 벌벌 떨고 있는 모습에 나는 결심했다.

"기록은 상관없어요. 여기 카드 빨리 결제해줘요."

업자는 좋다고 카드를 받아가서 계산했다. 토모는 어리둥절하게 나를 보고있었다. 

"저기.. 민석아?"

"나도 몰라 이새끼야"

일단 벌컥 사버렸는데 시발 어쩌지.. 이래도 되는건가..

업자는 웃으며 내 카드와 무슨 작은 기계도 하나 들고 왔다.

"어이구 고마워요. 자 주인등록할게. 주소도 알려줘. 교복이란 옷 하나 서비스로 넣어줄께. 혹시나 해서 묻는데 더치걸같은 모델은 어때? 이건 진짜 비밀로 해줄게."

"괜찮습니다. 집주소는.."

그렇게 짧은 등록과정을 마치고 토모를 샀다. 그리고는 곧장 데리고 차에 탔다. 과장새끼는 거서 잠이라도 자는지 전화도 없으니 차라리 다행이었다. 확김에 샀는데 이제 어쩌지. 잘 걷지도 못하는 애를 덜컥 사버렸으니 아니 그전에 친구를 산 셈이니.. 식비는? 옷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토모 역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그저 내 옆에 앉아서 힐끔힐끔 날 보고있었다. 꽤나 긴 침묵이 갈수록 부담스러워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진짜 올만이네. 뭐 앞으로 잘 부탁한다."

"네... 주인님."

"아 괜찮아. 걍 민석이라고 불러. 나도 착잡한데 너는 오죽하겠냐. "

"네. 민석아 일단 고마워."

대화가 안 이어지네. 답답한 마음을 안고 고민하며 결국 집까지 도착했다. 밤이라 다른 사람들 시선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바이오로이드가 보급되었어도 아무래도 시선이 별로 곱지 않으니 특히나 혼자 사는 남자는 더더욱...

"도착했어. 토모 일단 내려."

아차 말하고 다시 생각났다. 토모 못 걷지... 일단 업어서 올라가야 하나? 다른 방법은 없으니 뭐..

그렇게 토모를 업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친한 옆집 남고생에게 걸렸다. 남학생은 약간 흥분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이야 형님... 바이오로이드여도 고등학생인데 심지어 업고 가시다니 정말 변태시네요."

"닥쳐라 새꺄.. 다 사정이 있어."

"당연히 앞으로 사정이 있으시겠죠."

이 새끼가 내 속을 알리가 없지.. 남학생은 자기층에 내려서 나를 보았다. 뭔가 정말 부러워하는 표정이였다. 

토모를 업고 겨우 내 집까지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 토모를 소파에 눕혔다. 토모는 얼굴까지 빨게져 있었다.

"그.. 할거야?"

역시 토모머리라도 이정도는 아는거 같았다.  그 생각을 안 한건 아닌데 역시 아무래도 내 친구였으니...

"됐어. 오늘은 자 아 잠시만 이거 봉처럼 집어서 걸으면 될꺼야. 화장실은 저기고.. 일단 자세한 얘기는 내일 하자."

나는 씻지도 않고 내 침대에 누웠다. 이번달 생활비 엄청 빠듯할거 같은데..저거 다리는 고칠 수 있나? 친구를 샀어.

여러 생각과 배덕감이 머리를 가득 채운다.

나는 오늘 토모와 재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