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 우로보로스. 이건 웬 거야?"


전대원들과 정찰을 마치고 돌아온 슬레이프니르는, 숙소 탁자 위에 바리바리 부려져 있는 간식 더미들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후후, 놀랐나? 자, 어서 앉게! 유럽 탈환 작전 성공 기념으로 조촐한 자축 파티일세!"


무슨 일인가 하고 뒤따라 들어온 스카이나이츠 대원들의 눈에도 곧 그 광경이 들어왔고, 다들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다, 단장님. 저희 그럼 부식 통제 풀린 거예요?"

"그럼, 그럼! 오늘같은 날에 뭐 그런 게 대수겠나! 먹고 싶은 거 마음껏 먹게!"

"린티, 애초에 네가 하도 결식 해대서 단장이 '이런 걸 먹으니까 밥 못 먹지'라면서 금지한 거잖아..."


그리폰의 핀잔을 한귀로 흘리며 린티는 발랄한 걸음으로 다가가서 의자에 착석했다. 블랙 하운드는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종이컵을 세팅하고 있었고, 흐레스벨그는 돌아가면서 주스를 컵에 채우고 과자 뭉치를 고르게 분배했다.


"하하, 요즘 하도 안 먹었더니 마침 단 게 땡기긴 했는데... 잘 먹을게요, 단장님?"

"음음, 하르페도 고생 많았지... 하르페라면 내일 구보 늘릴 필요 없을 정도로, 알아서 잘 조절하겠지?"

"아하하..."


뼈가 있는 섬뜩한 농담에, 하르페이아는 손 안의 종이컵을 멋적게 돌렸다.


"단장님은 매번 손이 크시네요... 이 정도 양이면 흐레스벨그 눈에 띄지 않고 가져오기 힘드셨을 텐데..."

"아하하! 블랙 하운드! 좋은 지적이네만, 사실 이번엔 소대장도 공범이었다네!"

"크흠, 결과적으로 여러분을 속인 것처럼 된 건 죄송하지만... 저도 나름대로 모르는 척 하느라 힘들었습니다."

"이번에도 과다 청구하신 건 아니죠? 다 못 먹으면 버리게 되잖아요."

"음, 경사로운 날인데... 오늘만큼은 그런 거 신경 쓰지 않는 게 어떻겠나?"

"정말... 어쩔 수 없네요."


걱정이 앞서는 블하를 뒤로 하고, 세팅은 그렇게 완료됐다. 


"자~ 내일부터 전후로 이것저것 처리할 것도 많고, 공식 축하연도 많을 테니까... 다들 이리저리 불려다니기 전에 우리끼리 단촐하게나마 먼저 자축하도록 하세! 스카이나이츠를 위하여!"

『위하여!!!』


당에 눈이 먼 대원들을 배려한 간략한 건배사가 끝나자, 제일 먼저 봉지를 뜯은 것은 린티였다. 네모난 포장지에 들어 있는 연하고 부드러운 사과 젤리...


물컹.


"읍."


혀끝을 타고 흐르는 예상과 현실의 괴리에 린티는 자신이 베어 문 젤리의 단면을 확인했다.


"..."


검은 색에 가까운 갈색이었다.


"...단장님."

"왜 그러나?"

"이, 이게 뭔가요?"

"양갱이라네! 달달하고 말랑말랑한 것이, 딱 린티 취향의 귀여운 식감 아닌가? 역시, 린티는 바로 그거부터 집을 줄 알았다네!"

"읍, 뭐지 이거... 겉은 과자 같은데, 앙금에서 왜 녹차 맛이..."

"음음, 그리폰도 좋은 선택이군. 담백한 모나카만큼 상큼한 과일주스에 어울리는 게 없지."

"이거 좀 이에 많이 달라붙네..."

"오오, 하르페는 미니약과를 집었구만! 나 때는 어쩌다 운 좋게 하나라도 손에 들어오면 네 조각씩 쪼개 먹었지~"

"와삭! 음? 이거... 감자 칩이 아니었구나..."

"짭짤~ 하고 바삭하니 좋지 않나? 다시마부각은 한 번 맛들리면 계속 손이 가지~ 어떤가, 블랙 하운드?"

"으, 음... 상당히 독특한... 풍미군요..."

"그렇지, 흐레스벨그는 뭘 아는구만! 생강전병의 알싸한 맛이 또 진국이지!"

"..."


모두의 미묘한 반응을 눈치채지 못하고, 우로보로스는 흐뭇하면서도 어딘가 먼 눈으로 대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과거의 어떤 광경과 겹쳐보는 듯한...


"후후, 정말이지... 다들 다른 아이들이라고는 해도, 입맛은 크게 달라지질 않았구만... 어째 다들 똑같은 걸 집으니 말일세. 그렇게 고생만 시킬 줄 알았으면... 이런 자리라도 더 마련해서 양껏 먹여줬어야 했는데..."

"단장님... 이거, 완전 틀... 우읍!"


눈치 없이 린티가 이의를 제기하려 하자, 그리폰은 반쯤 남은 양갱을 마저 아가리에 쑤셔 넣어 물리적으로 닥치게 만들었다.


"으, 으음. 맛있네!"

"하, 하하... 그러네에... 잠깐, 나 주스 좀 더 줘..."


미묘하지만 긍정적인 반응이 속출하고 있었다.


...하지만, 말도 없이 꾸역꾸역 해치우는 사람도 있었다.


"전, 전대장은 잘 먹네..."

"음! 너네들은 왤케 느려? 그러다 내가 다 먹는다?"


슬레이프니르는 견과류와 꿀이 입혀진 막대 모양의 과자를 볼 한가득 쑤셔넣고 우물우물 씹어 삼키고 있었다.


"저런, 슬레이프니르. 맛동산을 한번에 그렇게 많이 먹으면 목 안 막히나? 그리폰, 전대장 잔에 주스 좀 더 채워주게나."

"어, 응..."


떨떠름하게 잔을 채워주던 그리폰은, 옆으로 말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르페이아에게 넌지시 물었다.


"뭐야, 전대장 저거 일부러 맞춰주려고 무리하는 거 맞지?"

"아니... 그냥 입에 맞아서 저러는 거 맞을 거야..."

"뭐라고?"

"항상 푼수 같아서 잊고 살았지만, 전대장도 나름 연식이 있는 개체니까..."

"아."


그렇지, 멸망 전쟁부터 따지면 지금 전대장 나이는 백...


이후로는 전대장의 명예를 위해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휴, 많기도 해라."

"음, 왜 그러나?"

"아니, 너무 좋아서 그래."

"후후, 많이들 먹게~"


얼굴이 새파래진 린티가 내 몫 좀 같이 좀 먹어달라는 신호를 필사적으로 보냈지만, 그리폰은 외면하기로 했다.


...지금 자신 앞에 할당된 양만으로도 벅찼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