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https://arca.live/b/lastorigin/8060511 


마리는 도열한 스틸라인의 군인들 앞에 섰다. 수많은 브라우니와 레프리콘, 노움들이 마취탄이 장전된 총을 든채, 완벽한 FM 차렷 자세를 하고 마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군들. 불과 몇 시간전, 칸 대장이 반지를 탈취해 잠수함을 빠져나갔다는 소식은 몇몇은 이미 들었으리라 믿는다."


잠시 소란이 일더니, 레드후드의 '차렷!' 이라는 호령에 스틸라인 부대원들은 다시 차렷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그 반지가 이 도시 안에 있는 누군가의 손에 들어있다는 첩보가 있지. 그리고 제군들, 원한다면 반지를 자신이 들고 사령관에게 들고가도 좋다. 그만큼 사령관을 사랑한다면야, 대장인 나로써도 축하해줘야지. 하지만, 이것 하나는 내 이름을 걸고 말해두도록 하지. 만약 이번에 내가 반지를 손에 얻는다면..."


마리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크게 소리쳤다.


"올해 혹한기 훈련은 없다!"


잠시 모두 마리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멍하니 서있다가, 장교, 간부, 병사 모두 마침내 이해하고는 우레와 같은 함성을 질렀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악!!!"

"제군들 돌격 앞으로! 내게 반지를 가져와라!"

"돌겨어어억! 앞으로오오오!"


수많은 병사들은 살기에 가득찬 눈을 하고 도시로 향했다. 혹한의 날씨 속에서 얼어붙은 음식들을 숟가락으로 꽝꽝 내리쳐 먹는 그런 끔찍한 경험을, 적어도 올해는 안해도 될수 있겠다는 희망이 그 날 스틸라인을 불타오르게 했다. 


***


스틸라인은 전진하면서 발할라가 설치해둔 수많은 매복과 장애물들을 마주했다. 탑돌이들이 낡은 건물 속에서 뛰어나와 스틸라인들을 향해 마취탄을 퍼부었고, 부비트랩으로 묻어두었던 수면가스통이 터지면서 스틸라인 수십개 분대가 무력화되기도 했다. 원래대로라면 대규모 보병 부대의 발을 묶어 놓기엔 충분했을 덫들이었다. 그러나...


[발키리, 베라. 보고해.]

"발키리님이랑 탑돌이가 병력들을 견제하고는 있지만, 예상외로 진격속도가 너무 빨라요. 철조망을 쳐놨는데 철조망에 뛰어들어서 자기를 밟고 가라고하질 않나, 부비트랩으로 설치해놓은 수면가스통을 잡고는 그대로 물속으로 뛰어들질 않나...뭐에 홀리기라도 한걸까요?"

"더이상 버티기 힘들것 같습니다, 레오나 대장. 플랜 D를 실시해도 되겠습니까?"

"그래. 가급적이면 서로 안 다치게하고. 알겠지?"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통신을 끊고나서, 베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플랜 D...는 뭐죠?"

"...설명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니 보여드리면 될것 같군요. 여기는 발키리. 그렘린. 준비는 완료되었습니까? 속히 응답바랍니다."

[여기는 그렘린! 잠시만요! 아직 2분 정도 부족해요!]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되는대로 실행하시기 바랍니다. 이상. 베라, 저희는 적들이 저쪽 사거리를 넘어오지 못하게 하면 됩니다."

"네, 발키리님. 그럼 이 쪽에 자리 잡는게 좋을것 같아요!"


발키리는 돌격하는 스틸라인 병사들을 저격하기 좋은 곳에 자리잡았다.


"바람도 적고. 날씨도 그리 덥지않고...저격이랑 데이트엔 딱 좋은 날씨인거 같아요, 발키리님."

"확실히 그렇군요. 일단은 임무에 집중하도록 할까요, 베라? 뭐가 보입니까?"

"네, 저기 레드후드 자매님이 깃발을 펄럭이면서 확성기로 고래고래 소리지르시는거 보이시나요?"

"보이는군요. 맡겨주시길."

"명중이에요. 이걸로 속도를 늦...에?"

"오히려 브라우니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군요, 탄창 더 갖고 있나요, 베라?"

"아, 네 언니!" 

"네. 그럼 맨 앞에 오는 브라우니 자매분들부터 재워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수십발의 총성이 들리면서, 거리를 가득 매우면서 돌격해오던 브라우니들이 사거리에 채 닿지도 못한채 픽픽 쓰러졌다.


"...........굉장해요, 언니! 그 짧은 시간안에 저 많은 병사들을 한꺼번에..!"

"단독작전을 많이하다보니, 실력이 많이 는것 같습니다. 최근에 강화 시술도 있었고..."

[아아, 발키리님! 여기는 그렘린이에요! 준비 완료입니다.]

"그럼. 발파 개시."

"발...파?"

[발파!]


그렘린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베라와 발키리 바로 앞에 있던 커다란 빌딩에서 폭발음이 들리면서 한쪽으로 무너져내려 스틸라인의 진격로를 완전히 틀어막았다. 


"굉장해..."

"이걸로 두 시간은 벌 수 있을겁니다. 저희가 잘한다면 네 시간은 버틸 수 있겠군요."

"그건 안되지. 동지들."


발키리는 창문 밖에서 자신에게 총을 겨누고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임펫을 발견했다. 베라와 발키리는 제때 반응하지 못하고, 총을 어정쩡하게 든 채 그대로 굳어있었다.


"아, 둘 다 조금이라도 움직일 생각마. 설마, 우리 작전장교님을 저격해놓고 이대로 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거야?"

"음...아뇨. 저는 그저 떨어지지않게 조심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무슨..으악!"


임펫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빠른 속도로 날아온 샌드걸이 그대로 임펫을 위에서부터 덮쳤다. 둘은 서로의 머리끄댕이를 잡고 공중에서 몸싸움을 벌였다.


"이거 놓지 못해! 우리는 혹한기 훈련이 걸려있다고!"

"혹한기 훈련은 거 그냥 땅바닥에서 먹고 자기만 하면 되는 훈련 아닙니까! 별것도 아닌걸로 투정부리지 마시죠!" 

"이년이 자기들은 추위 잘 안탄다고 말 함부로 하는거봐?!"


발키리는 투닥거리면서 멀어지는 임펫과 샌드걸을 응시하다가, 탑돌이들의 포화를 뚫고 건물 잔해를 치우려는 노움들을 발견했다.


"베라, 우린 임무에 집중하도록 하죠. 다음 목표는?"

"ㄴ,네! 다음은..."


***


"...이렇게 물자를 마구 낭비해도 되는건가요 안드바리 양?"

"괜찮아요, 님프 언니! 요즘 레아 자매님이 3-3 구역에서 자원을 너무 많이 벌어오는 바람에 창고가 가득차서 잠수함 바깥에 물자를 쌓아 놓아야하는 처지인걸요. 사령관님은 싸운건 혼내셔도 재고 처분은 칭찬하실거에요."

"그, 그렇군요."


님프는 안드바리의 말에 걱정을 거두고,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칸과 탈론페더는 결박된채 알비스의 삼엄한 감시에 놓여있었고, 레오나 대장은 발키리와의 무전을 듣고는 안심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레오나는 품에 든 반지 케이스를 열어 빛나는 반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지연 작전이 성공했네. 그럼 이제 물자 수송만 완료하면 되겠어. 님프는 나랑 같이 사령관에게 가자. 내가 봐둔 곳으로 우회하면 다른 병력들이랑 마주칠 일은 없을거야." 

"네, 대장님."


레오나가 의자에 걸쳐둔 코트를 입고 나갈 채비를 할때, 별안간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앗? 네~ 알비스가 나가요~"


순간 레오나는 생각했다. 발할라 인원 중에 샌드걸이랑 그렘린, 발키리, 베라는 지연 작전을 벌이고 있고, 님프와 알비스, 안드바리는 여기에...그럼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잠깐 알비스! 열지마!"


알비스가 문고리에 손을 갖다대기도 전에, 커다란 폭발이 일면서 알비스를 방패째로 뒤로 날려버렸다. 레오나는 자신이 앉아있던 책상을 재빨리 옆으로 넘어뜨려 엄폐했다. 걷힌 연기 너머로 브리칭 장비를 다시 등 뒤에 집어넣는 불가사리의 의기양양한 표정을 본 레오나는 이 난리통이 누구의 짓인지를 직감했다.


"고고고! 스틸 드라코 나가신다!"


스틸 드라코가 커다란 방패를 들고 들어옴과 동시에, 마취탄이 장전된 소총으로 무장한 홍련과 불가사리가 방안으로 진입한 뒤 낡은 가구 뒤에 숨어서 총격전을 벌였다. 안드바리는 보그품 상자 뒤에 엄폐하고 작은 권총을 들고 응사하려다가, 바깥의 저격수에 의해 마취탄을 맞고는 그대로 권총을 떨어트리고 잠에 들어버리고 말았다. 님프는 무전기를 들고는 절망적인 목소리로 현상황을 모든 자매들에게 알렸다.


"비상사태! 비상사태! 사자굴이 발각됐습니다! 전 대원들 사령부로 집결!"


***


마리는 엄폐물에 숨어서는, 이를 악물고 아드득 소리를 냈다. 원래대로라면 자신이 선봉에 서서 부하들을 이끌었어야하는데, 발키리 때문에 자신이 도저히 나서질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발키리라면 자신이 얼마나 강한 역장을 치건간에 빈틈을 노려서 마취탄을 꽂아넣을 것임이 분명했다. 인간들이 올라가지 못할 건물 잔해 위에서 마취탄을 쏘아대는 탑돌이들과 저격수 때문에, 건물 잔해를 뚫어야하는 스틸라인의 작전은 심각하게 지연되었다. 그나마 무너진 건물 위로 올라갈 수 있게 잔해를 쌓아두기만 하는데에도 수많은 브라우니들과 노움, 레프리콘들이 마취탄에 희생되어야만 했다. 하필 다른 우회로도 적들이 폭파시켜버린 탓에, 길은 오직 여기 밖에 없었다. 


"원래대로라면 박격포를 쏴서 적 저격수를 제거했겠지만..."


역시 시가전에서 발할라는 못 당하겠군, 이라고 마리는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때였을까, 멀리서 작은 폭발음이 들림과 동시에, 저격수의 총탄 소리가 들리지 않고 탑돌이들이 사격하는 소리만 들리기 시작했다.


"퇴각한건가..?"

"앗, 마리 대장님! 나가시면 안됩니다!"


노움의 만류를 뒤로하고 마리는 엄폐물 밖으로 나가, 저격 당하기 좋게 두 발로 당당히 서있었다. 그러나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발키리에게 무슨 일이 생긴것이 분명했다. 이것은 마리에게 절대 놓칠수 없는 찬스였다. 마리는 병사들을 물리고선 전신의 힘을 자신의 주시자의 눈들에 집중했다. 그리고 마리가 손짓하자, 수백, 수천발의 레이져 포격이 주시자의 눈에서부터 쏟아져나와 무너진 건물을 향했다. 레이져가 바위를 깎고, 증발시키고, 가루로 만들면서, 쌓여있던 잔해들은 폭삭 주저앉았고 마리가 모든 힘을 쏟아내자 장애물은 사라져 그저 먼지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마리는 자신이 뚫은 길을 향해 뚜벅뚜벅 전진하면서 뒤따르는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전군 앞으로! 나를 따르라!"


잠시 멈췄던 스틸라인의 진군은 무섭게 빠른 속도로 재개되기 시작했다.


***


"여기는 에이미. 닥터, 현재 상황은 어떻죠?"

[히히, 완전 개판인걸? 호드 언니들에다가 발할라 언니들, 스탈라인 언니들도 모자라서 몽구스 언니들까지! 게다가 주변의 바이오로이드 언니들이 싹다 모이고 있어! 나도 끼면 재밌었을텐데...]

"우리 닥터는 AGS 개조 시스템을 올해 안에 만들기로 했잖아요. 사령관을 실망시키면 안되죠."

[히잉...알았어. 언니를 도와줄 병력들이 먼저 가있으니까 빨리 가서 합류하면 될거야. 언니 화이팅!]


그 때, 에이미는 자신의 머리 위로 날아가는 기동대원들을 발견하고는 작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어머, 우리 꼬마 대장님이 나설줄은 몰랐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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