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지역


"허억...허억..."


숨을 가쁘게 쉬며 잠복하는 이가 있었다.


탕!


총소리와 함께 철충 하나가 일격에 쓰러졌다.


"잡았다...이제...2곳 남았네..철충 집충지역..."


그 말과 함께 잠복해있던 한 바이오로이드가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려다 이내 주저 앉았다.


"아...안돼...이..일 끝내야돼...이거 못하면..난..돌아갈 수 없어..."


주저 앉았던 몸을 이내 일으켜 이동하기 시작했다.

바이오로이드의 정체는 T-14 미호였다.

그녀는 지금 전 사령관이 준 장기 임무인 철충들이 집단으로 모여있는 곳인 

집충 지역 3곳을 모두 소탕하고 돌아오라는 임무를 하고 있었다.


T-14 미호

그녀는 한 때 오르카 소속으로 전 사령관의 편이었던 몇 안되는 바이오로이드였다.

그러나 홍련과 현 사령관의 농간으로 전 사령관에 관한 기억이 지워지고

그를 조롱했다가 지금의 지경이 되었다.

다시 회귀해서 돌아온 날 그녀는

자신의 왼손약지를 만져봤다.

없었다. 전 사령관이 준 반지.

그 때 미호는 알게 되었다.

돌아왔는데...전 사령관은 이미 우리들이 내쳐버렸다는 걸...

그 사실을 알고 난 후 미호는 그 날 몽구스 팀 숙소를 떠났다.

그리고 전 사령관이 있던 오르카 안 쪽 구석 한 낡은 방에 자리잡은 채 있었다.

그 곳에서 먹지도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누워만 있었다.

그러던 중 전 사령관이 다시 오르카 사령관직으로 돌아왔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그는 철저하게 오르카의 일원들을 배제했다.

미호는 알았다. 

그가 원치 않게 그 자리로 돌아왔다라는 걸...

그 이후 미호는 더더욱 그 방에 틀어박혀있게 되었다.

지금의 자기는 있어봐야 전 사령관의 화만 돋구기만할 뿐인 존재였다.

차라리 아무도 찾아와주지 않길 바랬다.

이대로 그저 기능이 다해 바스러졌으면 했었다.

그런데 그 곳에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곳에는


"어...."


전 사령관이 서 있었다. 아르망과 함께...


"너 왜 여기있는거야?"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아무 감정도 없다는 듯이 무미건조했다.


"어..그..그게.."


"네가 있을 곳은 그 놈 옆이 아니었냐?"


"사..사령관.."


"사령관은 얼어죽을...그 소리는 네가 그렇게 좋다고 한 놈한테나 가서 해."


"아..아니야! 나...나 그런 놈한테 갈 맘 없었어..

 다 작전관이 한 거야..작전관이 내 기억을.."


미호는 조금 전에 가졌던 마음이 사라진 거 마냥 자기 변명을 했다.

눈 앞에 나타난 전 사령관의 존재로 인해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마음이 사라져버렸다.

그에게 조금이라도 해명을 하고 싶었건 건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의견을 말했었다. 

이 곳에 전 사령관은 자신들처럼 돌아온 인물이 아닌

그 당시 멍청하게 짝이없던 오르카 일원들에게 상처만 입고 무너졌던

그 전 사령관이었다. 

이전 시간대에서 그를 위해 했던 희생조차도

그는 알지 못했다. 

그랬기에 미호의 입에서는 어떻게든 전 사령관에게 자신의 진실과 처지를

알렸어야 했기에 매달리듯 말했었다.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다고."


"어..어?"


"그래. 네가 홍련과 그 놈 때문에 그렇게 됐었다치자.

 근데 그런다고....네가 나한테 준 상처 네가 나한테 했던 말 그게 

 다 사라질거 같아?"


"그..그건 아니지만..."


확실히 미호의 성격과 기억이 변한건 홍련과 현 사령관 탓이었다.

하지만 직접 전 사령관을 향해 비난과 조롱을 한 건 미호의 입이었다.

그 생각에 미호는 비참한 감정을 느끼다가 전 사령관을 바라봤다.

전 사령관은 어딘가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네가 그렇게 된 게 마냥 기쁘기만 한 건 아니지만

 현실은 이게 지금 모습일 뿐이야.

 네가 한 말임에는 변함없어.

 더 비참한 건 뭔지 알아?

 네가 암만 내가 알던 그 미호로 돌아왔다고 해도....

 이제 다시는 이전 관계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거야.

 우리가 함께하던 그 때로 돌아갈 수 없어."


둘은 이내 아무말도 못 하다가 전 사령관이 먼저 말했다.


"두 번 말 안 해. 당장 몽구스팀으로 돌아가."


"싫어."


싫다는 말에 전 사령관은 한숨을 한 번 쉬고는 

내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그럼 그렇지...

 너도 똑같구나 

 그 년들과...지들 맘대로 무시하고 내쫒아놓고는

 호라이즌 인질 삼아서 내 의견 무시하고 다시 사령관직 앉힌 그년들과 말이야.

 너도 마찬가지겠지. 명령권 없으니까 무시하는거."


"어떻게 생각해도 좋아. 지금 사령관한테 나는 그 놈 밑에서

 아양떨던 썅년으로 밖에 안 보일테니까."


"...."


"근데...그 썅년이 지금 잘못했다고 미안하다며 다 버리고 여기 온 거야.

 그러니까 여기 있는 거까지 부정하진 말아줘."


그러다가 이내 아르망이 그에게 무언가를 속삭였다.

솔직히 말하면 미호는 아르망이 좋게 보이지는 않았었다.

전 사령관이 쫒겨날 때까지 아무 말도 행동도 안 하다가

쫒겨나니까 그제서야 움직였으니

하지만 현실은 자신은 전 사령관에게 내쳐진 패배자이고

아르망은 그에게 마지막까지 충성한 승리자였다.

아르망과 한참 말하던 전 사령관이 미호에게 입을 열었다.


"그럼 좋아. 그럼 조건이 있어."


"조건."


"지금부터 아르망이 내리는 지시대로 파견임무를 나가.

 그럼 이 지역에 있어도 뭐라 안 할게.

 단 내 방 근처는 얼씬도 하지마. 

 넌 그냥 아르망이 내는 지시를 그저 따르기만 해."


다행이 강제로 쫒겨나지는 않게 되었다. 이 곳에 남게 되는 것도

조건부였고 전 사령관 주변에는 있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이어서 아르망의 입에서 한 지시가 떨어졌다.


"지금 오르카호가 정착한 주변에 철혈 집충지역이 있습니다.

 그곳을 혼자서 처리하고 돌아오십시요. 

 아. 이건 물론 폐하의 지시입니다. 다 처리할 때까지는 돌아올 생각 말라고 하시더군요."


그 지시가 나오는 순간 미호는 알게 되었다.

자기를 이 곳에 있게 하되 아예 안 보이게 하려고 한다는 걸.

반박하고 싶어도 미호 자신이 의견을 낼 게 어디에도 없었다.

내는 순간 자기는 다시 몽구스 숙소로 내쫒겨질거다.

미호에게 남은 건 그 지시를 따르는 것 뿐이었고

현재에 이르렀다.

그렇게 다음 집충지역으로 해변가를 가로질러 가던 중 모래사장에서 어떤 물건이 빛나고 있었다.


"어...저거.."


더 가까워질수록 그 물건은 더 반짝였고 고리처럼 보였었다.

마치...반지처럼...


"바...반지...반지!"


미호는 앞뒤 안가리고 달려들었다.

자신의 손에 원래 있었던 반지

그러나 그 개자식과 작전관 홍련에 의해 바다에 내다 던져버렸던 

전 사령관이 준 반지..

그것일거라는 믿음으로 그러나...신은 인간의 뒤통수나 치는 바이오로이드의 편이 아니었다.

가까이에서 가니 그 물건은 반지가 아니라

 반지 크기의 작은 톱니바퀴가 있었다.

그걸 보고 미호는 무언가를 떠올렸다.

자신이 바다에 내다버렸던 전 사령관이 준 서약반지...


"그러고보니..나도..받았었지..반지.."


그리고 떠오른 한 가지

그건 이전 시간대에서 레모네이드 파이가 손에 끼고 있던

서약반지였다.


"나도..받았었는데..."


자신도 모르는 새 그 톱니바퀴를 자신의 왼손 약지에 끼웠다.

딱 맞았다.


"딱 맞네...딱 맞아..흑..으흑.."


미호는 결국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흐느꼈다.

수 많은 감정이 그의 머리속에 밀려들어왔다.

그 때 만약 홍련의 오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면

자신도 지금 아르망과 발키리와 같은 위치였을거라는 서글픔과

또 다시 그 일로 인해 돌와서도 몽구스팀의 대해 비난과 부정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대한 역겨움에

미호는 그 자리에서 흐느꼈다.


한편 세이렌의 폭탄과 같은 말에 다들 아무 말도 못 했다.

나이트앤젤 역시도 예상치 못한 대답에 당황했으나

이내 냉철하게 생각했다.

지금 전 사령관은 누가봐도 이딴 오르카 사령관 직에 다시 돌아갈 맘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전 사령관 일파가 생각한 건 현 사령관을 찾아서

도로 그 자리에 앉히는 거였다.


"도로 앉히면 그 땐 어쩌려는 겁니까?"


"다시 앉히고 우리는 떠날 겁니다. 이 오르카를."


세이렌은 무덤덤하게 말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이 곳에 저희 사령관님을 계속 있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그렇군요.."


"나이트앤젤. 당신이 이전 시간대에서의 자신의 자질을 조금이라도 인정 받고 싶다면

 지금부터 당신은 자신이 말한 역할을 잘 이행해주셔야할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세이렌이 말을 마치자 나이트앤젤의 뒤에 있던 네레이드가 주포를 나이트앤젤에게 들이밀었다.


"당신은 이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질겁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허튼 생각할 맘은 없으니 그 살벌한 거 좀 내려주십시요."


나이트앤젤은 그렇게 말하고는 세이렌 일행들을 안내했다.


"여기입니다."


그리고 어느 한 방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 장소에 도착하자 샬럿은 기가 찬 듯한 표정을 지었다.


"여..여기라고요!?"


"네. 여깁니다. 여기에 가둬놨습니다."


"여긴 우리가 갇혀있던 지하냉동실이잖아요!?"


왜냐하면 그 곳은 과거 에밀리, LRL, 더치 걸, 키르케, 네오딤, 티아멧 등이 냉동수면 되고

샬럿, 아자젤 등이 산 채로 갇혀있던 냉동수면실이었기 때문이다.

나이트앤젤은 태연하게 그 곳에 들어가 앞줄 냉동캡슐의 기판을 만져서 버튼들을 눌렀다.


"중요한 걸 숨기기 위해서는 잘 아는 곳이 더 안전하다라는 얘기가 나왔었거든요."

 

그러자 앞줄의 캡슐들이 옆으로 밀려나고 그 사이로 하나의 캡슐이 나왔다.

그 안에는 전 사령관 충성파 일원들이 그토록 혐오하던 이

현 사령관이 있었다.

다만 모습은 이전의 그 모습이 아니었다.


"다시 보는 거지만 많이도 패놨네요...

 블랙 리리스.....아예 우측머리는 함몰되기까지 했고요."


오르카 일원들이 따르던 호쾌한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오르카 일원들이 회귀하기 전까지 블랙 리리스와 개인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한참 정사를 치르고 난 후 자던 중

블랙 리리스가 회귀했다.

그리고 자신의 처지에 절망한 블랙 리리스는 

감정 모듈의 과부하로 

자신의 총 손잡이로 현 사령관을 인정 사정없이 팼다.

그 과정에서 우뇌 부분이 완전히 함몰 되었었는지 수술자국 같은 게 보였었다.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명령권 넘기는 게 쉽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근데도 목숨줄이 질기고 처음 발견되었을 때 우뇌가 함몰되었는데도 의사소통은 되어서

 지휘관급들이 별에 별 짓을 다했는데 그런데도 명령권을 안 넘겼다고 그러더라고요.

 하긴...지금 이 놈 명령권 넘겨주면 무조건 죽을테지만요."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네요. 적어도 오르카 사령관직에 대한 갈망은 남아 있는 거 같으니까요.

 그럼 이제 깨우세요."


나이트앤젤은 세이렌의 지시에 그가 누워 있는 냉동캡슐을 열었다.

그리고 누워있던 현 사령관이 어벙한 목소리와 함께 눈을 떴다.


"여..여기..어..어어!?"


그러나 그의 눈에 보인 건 자신이 내쫒았던 세이렌 일행들이었다."


"오..오지마! 이것들이 날 개패듯이 패더니만 이제는 내가 내쫒았던 것들을 다시 불러왔어!

 오지말라고!"


현 사령관은 세이렌 일행의 모습에 기겁하며 몸을 웅크렸다.

아마 그 동안 오르카 일행들이 고문을 하는데도 자기가 명령권을 안 넘기니까

내쫒았던 호라이즌을 복수를 이유로 데려온 걸로 알고 있는 듯 했다.


"진정하시죠. 저희는 당신에게 해를 가할 맘이 없습니다. 아쉽지만 말이죠."


"무...뭐!?"


"당신한테 물어볼 게 있습니다. 아직도 오르카 사령관 직에 미련이 있는 거 맞습니까?"


세이렌의 질문에 그가 답했다.


"다..당연한 거 아냐! 난 아직 명령권 안 넘겼어! 명령권만 있으면 그 놈들이 날 패든

 뭘했던 명령권 쓰면 얼마든지 찍어누를 수 있다고! 

 그리고 명령권 있으면 그 년들이 싫어도 나하고 같이 하룻밤을 보내는데

 내가 왜 이 자리를 떠나! 가뜩이나 철충뿐인 바깥보다야 천 만배는 낫지!"


세이렌 일행들이 대부분 그를 혐오섞인 모습으로 봤지만

세이렌은 침착한 표정을 유지했다.

한 편으론 다행이었다. 

현 사령관 이 놈한테 오르카 사령과직 유지에 대한 생각이 있었으니까.

오히려 전 사령관을 내보내는 데 특히 더 쉬워졌다고 판단했다.


"그럼 저희하고 거래하죠."


"거래?"


"지금 오르카 일원들은 당신을 이꼴로 만들어놓은 사이에 전 사령관님을

 다시 오르카 사령관직에 앉혔습니다. 그리고 이 곳에 잠들어있거나 갇혀있던

 전 사령관님을 따르는 분들을 모두 풀어줬죠."


원래 안에 있는 이들은 전 사령관이 닥터의 도움으로 풀어주었다.

하지만 세이렌은 이걸 오르카 일원들에게 뒤집어 씌웠다.


"무..뭐!? 이..빌어먹을 썅년들이! 감히 명령권까지 가진 이 진짜 오르카 사령관인 

 나를 개무시하고 그 돼지 놈을 다시 앉혀!? 그리고 감히 반역자들까지 풀어줬다고!?"


전 사령관을 돼지라고 말하는 그의 말에 세이렌은 화가 났지만

이내 침착함을 유지하며 말했다.


"하지만 저희 전 사령관님은 그 자리에 앉는 걸 바라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내려가고 싶길 바라죠."


"하긴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인데 돼지 놈한테는 버겁지.

 오히려 나 같은 선택받은 자만이 앉을 수 있는 자리인데 말이야. 크하하하!"


".....당신을 다시 그 자리에 올려드리겠습니다.

 다시 올라가는 동안 보호를 해드리죠. 그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저희는 어차피 당신을 따르지 않으니 있으나 마나입니다.

 물론 당신이 올라가면 떠날 겁니다.

 그 대신 전 사령관님과 같이 떠날 수 있게 해주십시요."


"그 놈과 같이 떠난다고? 나야 나쁠거 없지만

 너희가 떠나고 뒤통수 치지 않을거라는 보장이 어디 있지?"


"어차피 지금 이 시대에 오르카 만큼 안전한 곳은 없습니다.

 저희들이야 나가봐야 결국 어딘가에서 작은 규모의 장소에서 살아가게 될 겁니다.

 설마 지금 이런 시대에 오르카 같은 안전지대를 찾는 게 쉬울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실테죠?"


현 사령관은 이내 골똘히 생각했다.

맞는 말이었다. 이 시대에 오르카 만큼 안전한 곳은 없다.

나가봐야 철충들만 가득하고 의식주도 뭐 하나 해결하기 힘들테니

자신에게 복수하는 건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그렇게 현 사령관은 확신했다.


"좋다! 날 다시 사령관직에 앉혀준다면 너희가 그 돼지 놈을 데리고 나가도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않게하겠다! 뭐 나가봐야 철충밖에 없는 데

복수할 시간따위가 어디있겠어? 반푼이랑 돼지로 말이야. 크하하하!"


세이렌은 동의를 받고 답했다.


"우선은 몸부터 회복하십시요. 지금 그 꼴이면 아마 브라우니가 쏜 총에도 맞아죽을겁니다.

 수면 캡슐을 냉동이 아니라 체력회복으로 전환할테니 누우시면 됩니다."


"뭐 좋아~그 년들 감히 지들 멋대로 행동을 해? 돌아온다면 이 몸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내 아랫도리에서 앙앙거리게 만들어주겠어..크하하하..ㅎ.."


세이렌은 더 이상 이 놈의 말이 듣기 싫었는지 빨리 체력회복수면상태로 만들어 재워버렸다.

그리고 이내 참았던 화를 터뜨리듯 옆에 캡슐을 주먹을 쳐 찌그러뜨렸다.


"잘 참았습니다."


옆에서 나이트앤젤이 답했다.


"네...하마터면 저도 그 놈 주포로 날려버릴뻔했지만요...

 그래도 한 가지는 다행이네요."


"뭐가 다행인데?"


운디네가 묻자 세이렌이 답했다.


"이 놈이 멍청하는 거요.

 아직도 명령권 있으면 다 되는 줄 알고 있으니까요.

 이제 오르카는 명령권 하나로 어떻게 돌아갈 상황이 아닌데 말이예요."


그렇게 말하고는 캡슐실을 나왔다.


"나이트앤젤씨 덕분에 살았습니다."


"별말씀을요...그나저나 제가 드렸던 부탁은.."


"네. 사령관님께 말해서 당신의 사정을 전해드릴게요."


"감사합니다...정말로.."


"이제 슬슬 떨어지죠. 만약 같이 있는 게 보이면 당신이 의심받을거예요."


"네. 그러죠. 그럼..."


세이렌은 그렇게 말하고는 나이트앤젤과 헤어졌다.

그렇게 나이트앤젤은 자신의 처지를 해결하고 다시 오르카 일행으로 돌아왔다.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절망만 보이는 그녀들을 보니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한 걸 겨우 참았다.


'너희는 지금 그러고 있지만 나는 살 길 찾았다고...

 여길 뜨는 날이 나한테는 행복 시작이지만 너희한테는 절망시작이다.'


그 때


"야 나앤!"


"ㅇ..어..대장.."


"너 어디 갔었어! 지금 가뜩이나 다들 심란한데.."


메이가 다가왔다 다행히도 메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했다.

나이트앤젤은 최대한 태연하게 이전과 같은 모습을 보였다.


"심란하니까 돌아다닌거죠. 뭘해도 답이 안 나오니까요. 지금 이 처지가..

 어서 들어갑니다. 이런다고 뭐가 남나요?"


메이는 나이트앤젤을 따라서 숙소로 돌아갔다.


"근데 너 왠지 들떠있는 거 같다? 목소리가 좀 그런데?"


"기분 탓입니다."


-------------------------------------------------------------------------


겨우겨우 짬내서 돌아왔습니다.

의외로 짧을거라고 생각한 게 안 끝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