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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화:https://arca.live/b/lastorigin/8113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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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쪽 화이트 헤드 산맥을 탐사하자는 말씀이십니까?"

"네, 제가 전에도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저는 드워프의 철광석 교역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요. 이번 탐사에 라붕 공을 고용하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수인 마을을 관리하는 동시에, 메이와 장화가 읽을 수 있는 이 세계 문자 교육서를 번안하던 중 뜬금 없이 애쉬가 찾아와 내게 의뢰를 요청했다. 그래, 그러고보니 이 세계 드워프들의 금속 제련 능력은 세계 제일이라 했지. 나는 쓰고 있던 언어 교육서를 덮어두곤 그에게 말했다.



"근데, 그 드워프란 종족들... 인간을 싫어한다 하지 않았나요? 제가 간다면 분명 경계테세를 취할 텐데 말이죠?"

"아아, 물론 그렇죠. 하지만 그들이 요즘 곤경에 빠졌단 소식을 펙스 왕국 측 정보통으로 들었습니다."

"곤경이요?"

"네, 그렇습니다."



그렇게 말한 애쉬는 내게 지도를 펼쳐 보여주었다. 이젠 하도 많이 봐서 익숙해진 지도, 애쉬는 손가락으로 라 만차 대삼림과 화이트 해드 산맥, 그리고 그 옆에 위치한 펙스 연합 왕국을 차례로 가리키며 내게 말했다.



"우선, 이 라 만차 대삼림의 인외종 분포는 모두 알고 계신지요?"

"... 에, 음. 일단 제가 대강 알기론 수인종과, 엘프, 그리고 산맥의 드워프와 고블린, 오거 같은 인외종이 고루 분포하고 있단 건 알고 있습니다."

"그럼 이해가 빠르시겠군요. 일단 수인종과 고블린, 그리고 오크는 라붕 공이 어떻게 복속시켰는지 제가 모르겠지만... 당신에게 복종하고 있죠. 맞습니까?"



수인종들이야 뿔뿔히 흩어져 있긴 했지만 가장, 큰 규모의 수인종 마을을 어쩌다보니 내가 다스리고 있었다. 그리고 고블린과 오크는 자칭 '최강 지휘관'이라 부르는 알바트로스에 의해 평화적(?)으로 내게 복속했고. 고개를 끄덕이자 애쉬는 대삼림과 산맥이 만나는 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아직 이 대삼림에는 엘프와, 그리고 이 산맥에 거주하는 드워프가 남아있습니다. 둘의 사이는 꽤 안 좋은 편이죠. 드워프는 나무를 베어 강철 세공 및 재련을 하는 종족이고, 엘프는 숲을 가꾸고 지키는 종족이니까요."

"아, 그런 이해관계가 있군요..."

"원래 둘은 세력이 엇비슷했습니다만...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최근 급격히, 엘프 쪽에서 세력을 확장하여 드워프의 전력을 훨신 압도한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엘프가... 드워프를요?"



분명 판타지에서 엘프는 그저 활을 쏘는 가녀린 요정 종족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애쉬도 맞장구를 쳤다. 화이트 헤드 산맥의 드워프 왕국은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고등종족인데, 어째서 갑자기 엘프한테 밀리기 시작했는지, 애쉬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라붕 공은 거의 지방 영주나 다름 없어, 고용한다는 말이 좀 어울리진 않지만... 화이트 헤드 산맥에서 드워프 측과 철광석 교섭이 성공한다면, 라붕 공과 공평하게 이익을 나눠드릴테니 이번 탐사에 공의 힘을 빌릴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지금 애쉬의 부탁을 요약하자면 내 휘하의 고블린과 오거 병력을 이용해, 드워프 왕국에서 벌어지는 곤란한 일을 처리해달라 부탁을 하는 것... 내가 파악한 고블린과 오거 부대는 천 명 남짓. 그런데 숲 속의 엘프들과 전면전을 치룰 정도로 우리가 강할까...?


물론 알바트로스가 고블린들을 강인한 전사로 훈련시켰단 말은 들었지만... 확신이 들진 않았다. 다시 말해 위험부담이 큰 일이었고, 엘프 세력이 내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강력한 군대를 지녔다면 그야말로 바위에 계란 하나를 꼬라박는 격이었다.



"엘프의 전력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요. 섣불리 나서기도 그렇고..."



라스트오리진에서 사령관이 늘 필요로 했던 것은 상대의 전력에 대한 '정보'였다. 늘 파트마다 배신자가 있었던 이유도 똑같았다. 상대의 전력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는 것. 애쉬는 내 대답에 수긍했는지 잠시 침묵에 잠겼다. 하지만 철광석이란 중요한 자원을 획득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기도 했다. 몇 번의 전투 경험으로 인해, 이 세계에 나와 같이 전이한 아이들은 생각 이상으로 강하긴 했지만, 우리 아이들 만큼이나 강한 적이 없으리란 보장도 없었다.


곰곰이 생각에 잠긴 난 옆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리제에게 말했다.



"리제."

"네, 주인님!"

"미안한데, 리제. 해줄 일이 좀 생겼어."

"네? 어떤 일 말씀이시죠?"



리제는 늘 그랬듯 환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리제는 잠자리 모양의 날개를 가진, 빠른 기동성을 가진 바이오로이드였다. 또한 어느 정도 무력을 갖춘 바이오로이드이기도 했고. 나는 애쉬가 가리킨 지도에 X자 표시를 한 후 그녀에게 넘겼다.



"리제. 이 산맥 근처에 있는 엘프 쪽을 잠입해서 상황 파악을 해줄 수 있을까?"



내 부탁에 리제는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당연히 주인님이 부탁하시면 해드려야죠!"

"최대한 들키지 않도록... 불필요한 접촉은 없이 먼저 탐사를 해줬으면 좋겠어."

"네! 지금 당장 하면 될까요?"



나는 대답 대신 리제에게 지도를 준 후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그녀는 살짝 부끄러운 듯 홍조를 피우다가도 이내 결심한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숙소의 문을 연 리제는 푸른 날개를 펼치더니, 포르르 하늘을 박차고 날아갔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긴 합니다만, 정보가 제일 중요하죠. 일단은 리제에게 정찰을 맡기고 출발하기로 해요, 애쉬씨."

"알겠습니다, 라붕 공."



*



그리고 다음 날, 나는 수인마을까지 온 애쉬와 함께, 화이트 헤드 산맥의 드워프 왕국으로 출발했다.



[본 개체를 선봉으로 맡겨준 것은 지당한 선택이다. 사령관.]

"..."

"라붕 공은 정말 마족이 아니십니까? 아름다운 미녀들은 물론이고, 이 거대한 비행 골램까지 다루고 계시다니."

[본 개체에게 자꾸 골램이라 부르는데. 이 세계에선 그것이 최강의 호칭인가?]

"에... 예?"



하아, 씨발... 입 좀 다물어줄래 알바트로스? 왜 유독 알바트로스가 '최강'이란 말에 집착하는지 아직도 정말 모르겠다. 진짜 이 세계로 왔을 때 라오챈 최강지휘관 모듈을 달고 오기라도 했나... 아님 오르카에서도 그랬던 건가.


뭔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는 애쉬에게 나는 어색하게 웃어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조용히 알바트로스의 동체를 툭툭 쳤다. 제발 조용히 좀 있어줬으면.



"그나저나 다른 모험가 파티를 대규모로 구하지 않으니 경제적이기도 하군요. 고블린이 인간의 호위를 하다니...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그리고 나를 태운 알바트로스 뒤에는 그가 직접 뽑아 선별한 고블린 정예 특임대 200명이 행군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추운 산의 날씨에 대비하여 가죽 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 안으로 드러나는 굴강한 팔 근육과 복근을 보자 할 말을 잃었다.



"알바트로스... 정말 직접 훈련시킨 거야?"

[본 개체가 직접 특훈을 한 고블린 특임대다. 실력 만큼은 최강의 이름을 걸고 자부하지.]

"... 그래."



참고로 리리스와 소완은 그간 나를 따라다니며 많은 일을 했기에 휴가를 내주었다. 물론 리리스 측에서는 최전선에서 나를 경호해야 한다 말했지만, 나는 걱정하는 리리스에게 미소를 지은 뒤 특별한 아이를 내 최측근 경호로 삼았다. 지금 알바트로스 동체에 같이 올라 탄 고양이 수인, 아니 정확히 말하면 컴페니언 바이오로이드인




"주인님, 리리스 언니 대신... 왜 절..."

"페로랑 이야기를 좀 하고 싶어서."

"저, 저랑요? 아, 그게... 저, 저는 리리스님, 아, 아니... 리리스 언니보다 한참이나 약하고..."

"어차피 나랑 애쉬의 호위는 고블린들이랑 알바트로스가 담당할 거야. 걱정하지 마. 이참에 페로랑 이야기 해보고 싶은 게 뭐 어때서? 나랑 다니는 게 좀 불편하나?"




[걱정하지 마라. 페로. 본 개체는 최강이다. 마음 놓고 사령관과 같이 있도록.]

"아... 예... 알바트로스님..."

[그러고보니, 페로는 본 개체와 같은 곳에 있던 페로는 아니라 들었다. 혹시 강함을 원한다면 '최강'이 될 수 있도록 본 개체와 특훈을,]

"제발 그만해."

"..."



어휴 저 최강싸개... 라고 투덜거릴 뻔했지만 어쨌든 실력 하나 만큼은 믿음직하니 입을 다물기로 했다.



**



한편 사령관과 애쉬가 출발한 곳과 조금 떨어진 이곳, 리제는 부산하게 날던 입체 기동 장치를 끄곤 나무 위에 내려 앉았다. 소완이 챙겨 준 음식들을 먹던 리제는 지도를 펼치곤 중얼거렸다.




"주인님이 말씀해주신 장소는 여긴데... 여기가 그 엘프인가 뭔가 하는 애들이 거주하는 장소인가?"



리제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이내, 무언가를 발견하곤 다시 입체 기동 장치를 펼쳤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 다른 나무에 안착한 그녀는 몸을 최대한 숨기고 밖을 보았다. 이 깊숙한 숲속에서 나는 인기척, 그리고 지도에서 가리킨 장소. 리제는 고개를 끄덕이곤 인기척이 난 곳을 보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백금발의 엘프가 다른 엘프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자신 언니인 레아와 같이 푸른 눈과 백발에 가까운 금발을 가진 뾰족 귀를 본 리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 엘프의 낯은 너무도 익숙했다. 아니, 익숙한 정도가 아니라 자신이 봤던 엘프들과 비슷, 아니 똑같았다.



"엘븐 햇츄...웅? 세레스... 티아?"



리제는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분명 언니한테 들은 것으로는 불미스러운 사고 때문에 몇몇 햇츙을 제외한 모든 바이오로이드는 전멸했고, 이 세계로 건너오게 되었다. 다시 말해, 바이오로이드는 사령관과, 그 사령관의 명에 따르는 햇츙들 뿐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바이오로이드는 다름아닌 세레스티아였다.



"마, 말도 안 돼... 어째서, 여기에 엘븐이..."



그때였다. 별안간 느껴진 살기에 리제는 빠르게 뒤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여지 없이 그녀가 있던 자리에는 붉은 실이 매달린 은색 랜스가 박혔다. 리제는 재빠르게 등에 있던 햇츙파쇄기를 들어 자세를 취했다. 휘리릭, 붉은 실이 달린 랜스가 허공에 춤추듯 다시 날아갔고, 그곳에는 어느새 백은발의 올림머리를 한, 장신의 여자가 랜스를 거머쥐며 서 있었다.




"남을 엿보는 취미는... 제법 불건전하지 않습니까?"




"어... 올리... 비아? 너... 그 오드리 언니 아냐?"



대체 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리제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올리비아 또한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이름을 아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자매인 오드리의 이름을 알고 있는 침입자가 있었다니. 혹시 몇 주 전 자신을 아는 척 했던 헬반도의 모험자와 모종의 관계가 있는 메이드일까? 하지만 그도 잠시, 리제는 해충 파쇄기를 두 손으로 붕붕 돌리며 말했다.



"그나저나,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지만... 너 지금 나 공격한 거야?"

"어쩐지 세레스티아씨께서 이상한 기척을 느끼셨다 했는데... 죄송하지만, 잡아서 정보를 좀."



그때였다. 리제의 입체 기동 장치가 요란한 날갯짓을 펼치더니 이내 맹렬한 속도로 달려 온 것은. 올리비아는 황급히 랜스를 들었지만 이내,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돈 리제는 그대로, 한손에 들린 해충파쇄기를 랜스에 내려쳤다. 가까스로 올리비아는 막았지만 그녀가 발을 디디고 있던 나뭇가지는 엄청난 검압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우지끈 무너져 내렸다.




"뭐... 뭐가 이렇게 힘이 세!"



올리비아는 당혹스러웠다. 보통 인간들보다 무예에 자신이 있었다고 자부한 그녀였다. 자신은 델타에 의해 만들어진 '최강의 생명체'이었으니까. 하지만 저 평범한 메이드 복을 입고 있던 여자가 휘두른 일격에 제대로 반응도 하지 못한 채 사정없이 내팽겨쳐 버리다니.


황급히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올리비아는 연기 속에서 맹렬한 날갯짓 소리와 함께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금속음 소리에 랜스를 거머쥐고 찔렀다. 그리고 흉악한 붉은 안광이 번쩍이더니 이내 거대한 검압이 그녀의 랜스와 충돌을 했다.



"아악!"



결국 버티지 못한 올리비아는 랜스를 놓치고 몇 번이나 튕겨져 나갔다. 황급히 랜스를 다시 집어 휘두르려는 순간이었다. 올리비아가 그대로 나동그라진 나무를 향해, 거대한 가위가 튀어나와 우지끈, 반 이상 나무를 잘라버렸다. 그녀의 목과 가위 날 사이는 몇 뼘도 남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새 붉은 안광을 번쩍거린 메이드가 조용히 가위 손잡이를 양손으로 잡으며 물었다.




"이 햇츙... 왜 같은 바이오로이드인 우릴 공격한 거야?"

"... 뭐?"

"아니, 그보다... 너 왜 이렇게 약해?"

"너가 무식하게 강하다고 생각은 안 해봤어?"

"글쎄... 잘 모르겠네. 근데 중요한 건... 대체 너랑 저 엘븐 햇츙이 어째서 여기 있는 거야?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그때였다. 별안간 리제는 고개를 돌린 뒤 가위에서 검을 분리해 잡곤 그대로 휘둘렀다. 그리고 그녀의 양쪽으로는 갈라진 나무들이 우당탕 쏟아졌다. 다시 연기가 걷히자 그곳에는 세레스티아가 드론과 함께 푸른 빛을 손에 감돌며 리제를 노려보고 있었다.




"올리비아, 괜찮아요?"

"조심해요 세레스티아씨! 지금 이 여자, 우리보다 월등하게 강해요!"



리제는 해충파쇄기를 분리해 양 손에 들곤 휘리릭 돌린 후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리곤 짜증스러운 듯 투덜거리며 말했다.



"뭐야...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냐고?"

"누구신진 모르지만, 혹시라도 드워프 쪽에서 고용한 모험자라면 가만히 있어선 안되겠군요?"



세레스티아의 말과 함께 그녀의 주변에선 덩굴들이 빠르게 자라, 리제에게 달려들었다. 리제는 검을 거머쥐곤 그대로 검기를 날렸고, 힘없이 덩굴들이 썰려 떨어졌다. 그리고 올리비아는 황급히 랜스를 들어 리제에게 찌르려 했지만




"느려."



보지도 않은 채 검 하나로 올리비아의 랜스를 튕겨냈다. 어느새 리제를 둘러 싼 채 세레스티아와 올리비아가 대치했다. 그리고 그녀들의 뒤로는 세레스티아의 자매기들이 등장하여, 그녀를 포위했다.




"누구신진 모르겠지만, 제법 강하니 그냥 보내드릴 순 없겠군요."




"뭐야...? 세레스티아. 적인 거야? 그 드워프 왕국에서 온 거 맞지?"




"무기 버리고 항복하세요!"




"너 때문에 죄 없는 나무가 몇 그루나 파괴된 줄 알아?"



리제는 인상을 찌푸렸다. 리리스와 소완에게 '멍청한 스토커'라는 타박을 들을 정도로 상황 판단이 느린 그녀였으나, 확실히 지금 상황은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약하다곤 했지만, 엘븐 시리즈의 자매기들과, 올리비아까지. 바이오로이드가 자신을 포위한 이 상황은 좋지 않다는 걸.



"칫! 이 햇츙들이...!"



리제는 입체 기동 장치를 최고 출력으로 높혔다. 세레스티아가 황급히 덩굴을 하늘로 조종했으나 리제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였음은 물론이고 순식간에 리제의 검압에 산산히 조각났다. 잔형만을 남긴 채 빠르게 숲속으로 날아간 뒤 엘븐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다 말했다.



"말도 안 돼! 저 여자 대체 정체가 뭐야!"

"그러게 말이에요..."



그리고 올리비아는 아직까지 파르르 떨리는 자신의 손목을 몇 번이고 움직였다. 만일 엘븐 시리즈 자매들이 오지 않았더라면 자신과 세레스티아는 순식간에 저 광기여린 바이오로이드의 제물이 됐을지도 몰랐다. 요 몇 주 전, 그녀가 우연히 만났던 '라붕'이란 사람 아래의 모험자들을 보는 듯했다. 괴력의 요리사와 노예가 진정한 힘을 발휘했다면 바로 이렇지 않았을까...



"델타 여왕님과 오메가 여왕님께 보고를 드려야겠죠?"



세레스티아가 던진 질문에도 불구하고 올리비아의 머릿속에선 괴력의 메이드와, 그리고 '오르카'라 불리는 모험자 파티의 모습이 교차되었다. 어떻게 인간들보다 강한 존재인 자신들을 가볍게 압도하는 존재가 이 세상에 나타날 수 있는 걸까.



"... 마족... 마왕?"



델타는 콧웃음을 쳤지만, 이 대삼림에 나타난 강대한 수인 여왕과 드래곤, 모험자 오르카, 그리고 단신으로도 자신들을 압도하는 메이드... 올리비아는 자꾸만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이 위협을 알려야겠단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도 바이오로이드 공장에서 넋이 나간 채 일을 하고 있는 자매들의 모습을 떠올리자 입술을 꾹 깨물었다.



"세레스티아씨. 그리고 엘븐 여러분. 보고는 제가 드릴게요. 지금은 무엇보다도 드워프 왕국을 복속시키고, 철광석... 그리고 거기서 부품을 분리하여 얻는 게 중요해요."

"네, 그러시다면... 오늘 일은 올리비아에게 맡길게요."

"... 네. 세레스티아씨. 지금 오메가님께서 맡기신 일에 충실해주세요."



어쩌면 이 지옥 같은 자신 자매들이 갇힌 이 왕국을 이길 수도 있는 희망이 아닐까... 그녀의 마음 속에는 일순간 희망이란 것이 피어 올랐다.



*



쭉쭉 산맥 쪽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 때였다. 별안간 알바트로스는 손을 들었고 고블린 특임대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뭔가, 빠르게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다. 사령관.]



그러자 페로는 흠칫 하더니 나의 앞을 막아섰다. 주무기인 단분자 클로도 없이 어떻게 나를 막아낼까 어색하게 느껴지던 그때였다. 별안간 엄청난 바람소리와 함께 숲을 뚫고 날아온 것은.



"주인니임!"



리제였다. 평소와 다르게 잔뜩 헝클어진 머리칼을 휘날린 그녀는 과열된 입체 기동 장치를 끄곤 착지했지만 엄청난 관성 때문인지 몇 미터를 더 가고서야 완벽히 정지했다. 그리고 황급히 뛰어 오곤 내게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주, 주인님! 에, 엘프 쪽 정찰을 했는데... 이, 이상해요!"

"... 뭐가?"

"거기서 엘븐 햇츙들이랑... 오드리 언니를 봤어요!"



순간 나는 머릿속이 뎅 하고 울렸다.



"엘븐... 햇츙이면... 엘븐 아이들 말이야? 세레스티아나... 세크메트... 포레스트 메이커랑 이런 애들? 그리고... 올리비아 스타수어?"

"네! 주인님, 확실해요!"



리제의 대답을 듣자 내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왔다. 델타가 올리비아만 복원시킨 줄 알았는데... 엘븐 시리즈까지 복원을 시켰다면... 한 가지는 확실해진 것이었다. 바이오로이드가 바이오로이드를 복원시킬 순 없다. 인간의 명령이 있어야만 바이오로이드를 복원시킬 수 있었다. 페로도, 올리비아도, 그리고 엘븐 시리즈까지 복원을 시킨 것이면...


펙카스들이 이 세계에서 모종의 방법으로 부활에 성공한 것이 틀림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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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짧아... 그래도 봐줘서 고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