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키오네와 아틀라스 건을 정리하고, 오르카 파크를 만들게 한 뒤, 우린 오르카 파크 건립 부지 외에, 작은 언덕에 왔다.


"멜리테가 여기가 무덤이 되는걸 원치 않는다곤 했지만.."


난 그래도, 어찌됐던 쓰러져갔던 머메이드와 플레이아데스를 기억하고 싶었기에, 멜리테에게 부탁해 작은 무덤을 만들기 시작했다.


 마리오네트도 바이오로이드였는지, 생각보다 온전한 상태로 다른 플레이아데스 자매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델타의 역겨운 행위에 토악질이 나오려던걸 간신히 참아내고, 나는 그 시신들을 모아 바다가 가까운 절벽에 땅을 파기 시작했다.


한삽. 한삽. 파내려갔다. 


그러다..


"주인님? 여기서 뭐ㅎ..."


"아..알키오네."


"....무덤, 만들고 있던거야?"


당사자가 와버렸다. 딱히 알키오네의 트라우마를 더 자극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기에, 들어가서 쉬라고 하려고 했는데...


"나도 도와줄게, 하나보단 둘이 낫잖아?"


"괜찮겠어? 힘들면 가서 쉬지 그래."


얼마 전까지 가상현실 공간 안에 있었기 때문에, 굳이 힘든일은 시키고 싶지도 않았다. 더더욱 그게 알키오네의 트라우마 스위치를 자극하는 일이라면.


"...내 손으로 죽였으니까..마지막 가는길은 내가 묻어줘야지. 그래야 내 후회도 덜할거같고."


천천히 5명 분량의 무덤이 만들어지고, 그 자리에 플레이아데스 자매들을 한명씩, 한명씩 묻어갔다.


"...후우."


독한 시가를 물고, 바닷가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는 알키오네.


그 등에선,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한걸음 더 나아간 모습과, 과거의 슬픔을 등에 진, 한 명의 작은 바이오로이드가 공존하는 것이 느껴졌다.


"..."


나는 가만히 알키오네의 손을 잡았다.

할 말은 없었다. 그저...그저 내 마음이 닿길 바라며 손을 잡았다.


"그거 알아? 떠올리기 싫어서 떠올리지도 않으려 했지만, 자매들이 내 손에 쓰러져서 죽고, 내가 오열하고 있을때, 그랬어."


"뭐라고?"


"..고맙다고. 흑..하. 내가 말렸어야 했는데."


"이미 지나가버린 일은 돌릴 수 없어. 하지만...너한텐 남은게 있잖아. 잃어버린건 가슴에 품고.."


"...남은걸 보고, 앞으로 나가야지."


"응. 그래야지. 그리고 그랬잖아? 모두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 하고 이 이야기를 마치고 싶다고."


"응. 맞아."


"아. 그리고...좋은 소식이 있어."


"뭔데?"


"..직접 봐."


난 어느새 뒤로 온, 꼬마 범고래를 알키오네에게 보여줬다.


"메로페!"


"알키오네 언니!"


몰타 섬 주변을 정찰하다, 옆의 작은 섬, 코미노 섬에서 구조신호를 보내던 메로페를 찾아내 합류시켰다.


"언니, 주인님이 나 번쩍 안아서 구조해줬어. 쩔지?"


"나도 그랬어."


"우와아..맨날 꿈꾸던 백마탄 왕자님같은 경우네?"


"응. 근데 넌 어떻게 살아있던거야?"



대충 메로페가 살아남을 수 있던 연유는 이렇다. 

델타의 기함이 폭발할 때, 다른 자매들은 대피할 시간이 없었지만, 메로페라도 살리기 위해 바다로 던졌고.


그 덕에 별 피해 없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알키오네가 머리에 총상을 입고 쓰러졌을 때, 그녀를 아틀라스에 옮긴 것도 메로페였다고.


"아..그렇게 해서.."


"응. 아틀라스를 붙잡고 겨우겨우 언니를 살려낼 수 있었다고."


"그래도 다행이네.."


"응. 다행이지.."


"맞다, 둘이 즐거운 시간 보내는데 내가 방해했네, 사령관 난 먼저 들어간다?"


꼬마 범고래는 그렇게 사라졌다.


"...흐끅"


메로페가 떠나자 내 가슴팍에 머리를 박고 울기 시작하는 알키오네.


"하으..흑, 주인님. 나 오늘 왜이렇게 좋은일이 많은거야?"


"...그동안 힘들었으니까. 하늘도 양심이 있으면 보상이 있어야 할 거 아냐."


"그게 뭐야아아~..아무튼. 나 너무 기뻐.."


그래, 나같아도 내가 사랑하던 가족들이 전부 죽은줄 알았는데, 몇명이나 살아서 내 곁으로 오면 나도 기뻐서 울음을 터트릴거 같다.


난 알키오네를 가만히 품에 안고 쓰다듬었다.


"주인님...나 결심했어. 이젠 나아갈 수 있게 됐어."


"다행이네."


"...지켜야 할 것을 가슴에 품고, 잃어버린 것들을 위해 싸울거야. 그리고..정말,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란 고전적인 결말을 내고싶어!"


"알키오네.."


"그러니까 이제, 나...안아줘. 허리 풀렸어."


"읏차~오늘 저녁은 뭐려나?"


"내가 낚시해올래!"


"그럴까? 그럼 멜리테랑 같이 낚시 나갈래?"


"응!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