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망이 나직하게 말을 끝마치자 아르망이 서있는 곳 뒤쪽에서 갑자기 종소리가 세 번 울렸다종소리는 코린트식 원기둥을 기둥으로 삼고 있는 거대한 성당에서 들려왔다성당의 외부에는 수많은 조각상이 여성미와 남성미를 뽐내며 서있었고 기둥들은 끝에서 아치처럼 휘어져 부르봉 왕가를 상징하는 창촉을 이루어 왕의 충실한 병사들처럼 도열해 있었다하얀색 각반에 검은 빛 구두를 신고 푸른 자수가 새겨진 하얀 상의를 입고 머리에 검은 모자를 눌러쓴 종지기는 종이 울리고 몇 분 뒤 성당의 입구에서 나와 사람들이 모인 정원의 분수대 위로 올라가 손을 동그랗게 말고 입에 가져다 댄 뒤 소리쳤다.

 

 

삼부회가 곧 시작되오니 모든 명사 분들께선 회의장으로 입장해주십시오

 

 

종지기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정원과 테라스에 모여 있던 수백 명의 사람들이 뚱뚱한 사제 무리가 들어갔던 건물로 우르르 몰려가기 시작했다아르망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당황하여 건물로 들어가지도 가만히 있지도 못하고 우왕좌왕했다시에예스는 당황한 아르망의 어깨에 손을 얹고 호탕하게 말했다.

 

시간이 됐군요아르망님 들어가시죠.

 

하지만 저는….

 

저는 초대받은 명사가 아닌 걸요….’ 아르망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분위기와 시에예스의 밝은 눈에 거부하지 못하고 건물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들어가고 말았다건물 안은 가히 눈부셨다거대한 홀을 중심으로 건물의 가장 안쪽이며 홀보다 4단이나 높은 곳에는 옥좌라는 말 외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고급적인 의자가 놓여있었고 그 옆으로 그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사치스럽다고 말할 수 있는 의자가 푸른 고급원단에 쌓여 줄지어 있었다그 아랫단은 10명 정도의 귀족이 똑같이 푸른 원단의 의자에 앉아있었고 그 아랫단홀에서는 위로 두 단에 해당하는 단에는 몇몇 귀족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다홀에서 위로 한단에는 아무도 앉아있지 않았고 국왕의 옥좌 바로 앞에 해당하는 홀에는 다섯 명의 검은 옷을 입고 붉은 비단을 목에 두른 채 자줏빛 원단으로 덮인 테이블에서 여러 서류를 뒤적거리고 있었다홀의 가장자리로는 로마의 콜로세움을 연상케하는 관중석 같은 곳이 2M정도의 높이에 자리하고 있었으며 그곳에는 몇몇 귀부인과 높은 직위에 해당하는 귀족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쑥덕이고 있었다홀의 가장 바깥쪽에는 푸른 원단으로 쌓인 고급 의자가 병사들이 사열하는 듯 오와 열을 맞추어 4백여 개가 나란히 놓여있었다그러나 다른 자리들이 널찍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홀 바깥쪽의 자리들은 자리와 자리 사이의 거리가 한 사람 폭정도 밖에 되지 않아 비좁은 느낌을 주었다홀의 바닥은 아름다운 문양으로 색이 칠해져 있었으며 홀의 벽에는 수많은 색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화음을 내고 있었다천장에는 유명화가의 작품이 분명했을 거대한 천장화가 샹들리에의 빛에 쌓여 아름답다 못해 사치스러울 정도의 기품을 뽐내고 있었다가히 프랑스 태양왕의 궁전베르사유라고 할 수 있었다.

 

 

아르망은 생전 처음 보는 아름다운 광경에 넋을 잃고 쳐다보았다아르망이 정신을 차린 것은 뒤에 따라오던 몇 사람에게 떠밀렸을 때였다아르망은 시에예스를 찾아보았으나 그는 어느샌가 사람들의 파도에 밀려 사라지고 없었다그 때 검을 차고 있는 한 근위대의 병사가 아르망에게 손짓했다병사는 다가온 아르망에게 사제들의 자리는 홀의 안쪽에 있다고 말해주며 미소를 지었다병사가 알려준 자리에 앉는 것 외에 수많은 사람들의 파도 속에서 시에예스를 찾을 수도 없는 아르망은 시에예스도 사제이니 사제석에 시에예스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채 별다른 수 없이 사제들이 앉아있는 고급스런 의자 중 하나를 골라 앉았다한 관리가 곳곳을 돌아다니며 참석한 사람들의 수와 정원을 대조하는 일이 끝나자 자줏빛 테이블에 앉아있던 한 늙은 귀족이 목제 망치로 나무판을 때리며 말했다.

 

지금부터 그레고리우스력 178955일 삼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회의는 엄청난 열기를 띠고 진행되었다홀 바깥쪽에는 3신분제 중 평민에 해당하는 3신분이 앉아 홀 안쪽에 자리한 귀족들에게 열띤 질문세례를 퍼부어댔다평민들의 차림은 대부분 어두운 평상복이었다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평민들에게 하얀색이니 밝은 색이니 하는 옷들은 사치였던 것이다그들에게 최고의 옷이란 때가 타도 보이지 않고 어떤 고된 일을 하더라도 찢어지지 않는 질긴 옷이었다때문에 그들로서는 가장 좋은 옷을 입고 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그러나 귀족들은 그러한 사실을 알지도알고 싶어 하지도 않아하며 그들의 추레한 모습을 낮은 목소리로 힐난할 뿐이었다그런 귀족들의 옆에 자리한 아르망은 그 자리가 너무도 불편했고 난생 처음 온 곳에서 그나마 아는 사람을 잃어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당황스러운지 오직 시에예스의 그림자를 쫓아 눈을 이리저리 굴릴 뿐이었다그러나 아무리 귀족석과 사제석을 눈여겨보아도 시에예스는커녕 그의 머리카락 한 가닥도 보이지 않기에 아르망은 점점 더 조급해졌다그 순간 평민들이 앉아 있는 곳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귀족 여러분여러분에게 신분이라는 건 뭡니까?

 

 

한 귀족이 그에 답했다.

 

 

신께서 내려주신 신성함이오.

 

좋습니다야훼께서는 너무나도 자비로우시고 선량하신 나머지 몇몇 사람들에게 그 신성함을 떼어 나누어 주셨습니다그렇다면 야훼께서는 그 신성함을 어떻게 사용하라고 하셨는지 알고 계십니까?

 

미안하지만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소.

 

그렇다면 모세께서 야훼께서 주신 신성함으로 무얼 했는지 기억하십니까?

 

바다를 가르고 사막에서 물을 길러 올렸으며 그것으로 뒤따르는 백성들을 구해냈소.

 

맞습니다모세께서는 신성함으로 수많은 백성들을 구해내셨습니다그런데 지금 우리 프랑스 귀족들은 야훼께서 내려주신 신성함으로 무얼 하고 있습니까?

 

 

시에예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몇몇 귀족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야유를 퍼붓기 시작했다그러나 시에예스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어 말했다

 

 

신께서 내려주신 신성함으로 평민을 착취하고 그들의 재산을 빼앗으며 아무런 노동도노력도 하지 않은 채 대체 무얼 하고 있느냐는 말입니다네케르 재상께서 말하셨죠지금 우리 프랑스의 빚은 1년 예산의 2배에 달한다고요그 빚을 누가 만들었습니까

평민들입니까

아니오

너무도 가난하여 오남매 중 네 명이 굶어죽는 평민입니까

아니오

옷에 때가 탈까봐 결혼식을 제외하고는 흰옷을 입지도 못하는 평민입니까

아니오!

여러분에게 3신분의 평민이란 무엇입니까그리고 우리 프랑스 국민들에게 3신분이란 모든 사람들입니다우리 모두 3신분이란 말이오우리의 목적은 그저 평등한 삶을 달라는 것이오

 

 

그만하시오그만!

 

 

자줏빛 테이블에 앉은 늙은 귀족이 목제 망치로 나무판을 두들기며 소리쳤다이미 홀 내의 분위기는 매우 과열되어 있었다곳곳에서 평민들이 눈에 노기를 띠고 있었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홀 내부에 배치된 몇몇 근위대 병사들 또한 검집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아르망은 생각했다이대로 가다간 회의장이 아수라장아니 피와 육편이 낭자한 지옥도가 될 것이 분명했다내가 뭘 하자고 이런 곳에 왔지아르망은 문득 오르카 호에 있는 사령관이 보고 싶었다오르카 뿐만이 아니라 항상 티격태격하던 샬롯도 보고 싶었다그렇지만 어떻게 하랴그녀는 오르카가 아니라 가상현실세계에 있었다

 

!

 

가상현실세계그렇다아르망이 있는 곳은 가상현실세계였다사용자가 원한다면 사용자의 편의에 따라 조정해주는 세계아르망은 그렇게 생각하자 지금까지 밀려오던 이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두려움이 어느 정도 밀려가자 아르망은 어디선가 이유모를 용기가 솟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아르망은 의자에서 일어나 큰소리로 외쳤다.

 

 

모두 조용히 하세요!

 

 

아르망이 소리치자 수많은 시선이 아르망을 향했다평민귀족사제할 것 없이 장내에 있는 천여 명의 시선이 모두 아르망을 향한 것이다. ‘이건 가짜야진짜가 아니야이건 가짜야.’ 아르망은 계속 되뇌이면서 말했다.

 

이런 식으로 과열된 채 얘기를 나누는 건 문제를 해결하는데 하나도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각자 머리를 조금 식힌 뒤 내일 얘기하는 것은 어떨까요?

 

 

아르망의 말을 듣자 곳곳에서 옳소하는 소리가 새어나왔다그들에게도 내심 누군가 멈춰주길 원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아르망이 하는 얘기가 끝나고 분위기가 수그러들자 자줏빛 테이블의 늙은 귀족이 다시 목제 망치를 들고 나무판을 치며 얘기했다.

 

 

현 회의장의 분위기가 너무 과열된 관계로 삼부회는 내일 이 시간에 이어서 하는 것으로 합시다또한 너무 민감한 주제니 내일 제일 먼저 부결할 과제는 간단한 표결방식부터 정하지요이상 오늘 삼부회를 폐회하겠습니다.

 

 

아르망은 나무와 나무가 맞닥뜨리는 소리가 나고 사람들이 한두명씩 회의장에서 나가기 시작하자 의자에 주저앉고 말았다자신도 모르게 힘이 빠진 탓이었다가상현실세계에 들어온 지 몇 시간 만에 그녀는 오르카로 돌아가고 싶어졌다그럼에도 아르망은 자유가 뭔지 알아오겠다는 사령관과의 약속을 떠올리고 다시 마음을 잡았다.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폐하자유가 대체 뭔지... 그래도 어느 정도 연관있는 건 찾아낸 것 같아요아까 시에예스님께서 말씀하신 평등... 그게 실마리 아닐까요?'

 

 

 ====================================================================================



잘 봐줘서 고맙고 이번에는 학교 일 때문에 좀 많이 늦었어. 늦은만큼 분량 조금 더 뽑아서 왔어. 항상 말하지만 댓글 하나하나 정말 소중하고 힘이 되니까 재밌으면 아카콘이라도 쪼끔 달아줭 항상 봐줘서 고맙다

 






---------------------------------------------------------------------------------------------------------------------------------------------

PS. 라붕이들아 조별과제 ㅆㅂ 개좆같다... 조장이라 혼자 활동계획서고 뭐고 다 해놨더니 다른 조 활동계획서 발표하는거보고 우리 대단하신 조원님들께서 우리 조가 하는 프로젝트 규모가 너무 작은거같다고 프로젝트를 새로 만들자고 하시네? 이 시발 활동계획서랑 PPT랑 나보고 다시하라는거임? 씨바러밀엄ㄹ;;ㅓ말머ㅏ;ㅇ러ㅏㅣㅁㅇ러개새끼들아ㅏ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