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2편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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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밝혀라!"(Light up the night!)

마일로스가 전투구호를 외치자, 그것에 반응하듯이 한 물체가 언덕을 넘어 달려오기 시작했다. 
둥그스름한 구체에 역관절 다리를 붙여놓은모습은, 어프라이어의 테크프리스트들이 연구하던 외계종족의 기계와 비슷해보였지만, 마치 갑각류같은 표면과 붉게 빛나는 시선은 기계가 아닌듯 했다. 더 많은 녀석들이 언덕을 넘어와 마일로스를 쏘기 시작했다.

엄폐물이 거의없는 평야에 가만히 서 있어봐야 표적이 될 뿐임을 판단한 마일로스는 측면으로 빠르게 뛰면서, 이족보행병기의 공통적인 약점인 다리의 연결부위를 노려 사격했다. 녀석은 그대로 꼬구라져 행동불능에 빠졌지만 그럼에도 끈질기게 움직였고, 중앙 코어에 두발을 더 맞고나서야 작동을 멈췄다.

'중앙부가 약점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그는 발키리 일행의 전투를 흘깃 바라보았다.
그들은 자신보다 이 녀석들과 교전한 경험이 많을테니, 이들이 주로 노리는 곳이 약점일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샌드걸과 베라가 쏜 총알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탄착군이 주로 코어에 몰려있는것을 확인하고선, 중앙이 약점이라는 확신을 가지고서 다시 사격했다.

"마일로스님! 중앙부를 쏘십시오!"

발키리가 그에게 말을 끝내기도 전에, 두발의 총성이 이어지고 녀석은 뒤로 넘어져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또다른 적 다섯이 일자로 늘어서 자신에게 발포를 준비하자, 그는 녀석들에게 볼터를 가로로 갈겨버렸다.
샌드걸은 그 장면을 보고 마일로스가 들고있는 저 중화기의 화력이 굉장하다고 생각했지만, 발키리는 그의 사격술에 교전하는것 마저 잊어버렸다.

그건 단순히 풀오토로 갈긴게 아니였다.
발키리의 기억 속에서, 총성은 10번 들렸고, 5대의 나이트 칙은 각각 코어에 1개의 구멍을 낸채 쓰러졌는데, 빗나간 총알은 없었다.
즉, 마일로스는 단 한발도 빛맞추는 일 없이,  5대의 코어 정중앙, 정확히 같은 부위에 2발씩 박아넣었다는 얘기였다.
발키리는 자신의 의안이나 기억이 잘못된게 아닐까 생각하고선 다시 교전을 시작했다.

30초간의 교전이 끝난 후, 주변에는 기능을 멈춘 적들이 20대가 쓰러져있었고. 그중 절반은 마일로스의 작품이였다.
그의 파워아머에는 총탄자국과 그을음이 가득했지만, 주요 기능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볼트 카빈의 잔탄을 확인했다.

"이들의 정체가 뭐지 발키리?"
"..철충이라는 녀석들입니다. 기계들에게 기생하고, 단 한분....대부분의 인간님들을 죽인 녀석들입니다."
"기생체라."

'대성전때 몰살되었다는 라크리몰, 아크하이레스의 잔당인가? 아니면 그와 비슷한 제노일까? 기계에 기생하는 제노라니, 큰 위협이 되겠어. 그리고.. '단 한분'이라니. 이 행성의 인류는 이 곳을 장악한게 아니라 아예 멸망한건가?'

마일로스는 방금 자신이 세웠던 가설들을 수정하며, 생각보다 심각할지 모를 상황에 고민하고 있을때 샌드걸이 말을 걸었다.

"생각하는데 끼어들어들어 죄송합니다 마일로스님. 그나저나, 그 무기는 정말 대단하군요. 단순히 관통하는것만을 넘어, 내부에서 폭발을 일으켜 기생체까지 사살하다니."

샌드걸이 자신의 볼트 카빈을 가리키며 부럽다는듯 바라보자, 마치 처음 볼터를 지급받던 자신의 모습이 생각났다.

"내 전우들은 모두 이러한걸 사용하지."
"정말 부럽습니다. 마일로스님과 전우들이 저희의 편이길 바래야겠군요."
"그건 자네들과, 사령관이라는 자에게 달려있다. 자 그래서, 사령관은 어디에 있지?"
"집결지는 여기서 2km거리에 위치하고, 곧 수송기가 도착할겁니다."

볼트 카빈에서 부품들을 탈착해, 다시 볼트 피스톨로 만든 후 홀스터에 집어넣으며 마일로스가 말했다.

"2km라, 걷기 좋군."

저 멀리, 하늘에서 흰색 비행체가 다가오는 것을 보였다.
마일로스는 발키리 일행의 안내를 받아 수송선에 올라섰다.

"죄송합니다 마일로스님, 오르카호는 안전때문에 먼곳에 있기 때문에, 비행시간이 길어질거 같습니다. 예상 비행시간은 5시간입니다."
"신경쓰지마라, 단 한명의 생존자를 위한 안전을 생각하는건 당연한거니까."
"그걸 어떻게.."

마일로스는 그저 자신의 가설을 확실시 하기 위해 떠본것이였고, 이것으로 확신하게 되었다.

'(자신을 제외하고)이 행성에서 인간은 단 한명만이 남았다.'

발키리는 그제서야 자신의 말실수를 기억하고선 표정을 애써 침착하게 유지하려했지만,  정보가 새어 나간것에 크게 불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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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교전장면 상상해서 그림. 

다음편부터는 그림도 한 두장씩 넣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