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모음집


스발바르 제도에 도착했다. 다행히도 오르카호보다 먼저 도착했지만 여유부릴 틈은 없다. 놈들도 곧 이리로 올거다.

오르카호는 십중팔구 무적함대의 호위를 받고 있을테니 큰 항구에 정박할 것이다. 조금이라도 오르카호와 마주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눈에 띄지 않는 곶에 배를 댔다. 우리는 먼저 고공 정찰이 가능한 와쳐를 하늘로 보낸 뒤 기억의 방주를 찾기 위한 지상 수색대를 편성했다. 


"일단 그 방주라는 건 어떻게 찾지? 간판이라도 있나? 어떻게 생긴건지는 알아?"


"그러니까... 설산의 경사면에 자리잡은, 직육면체 모양의 입구를 가진 건물이야."


"힌트가 너무 적은데... 보내는 건 몇 명이야?"


"한 다섯 명으로 할 생각이야. 우선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의 맴버들. 극지활동이 전문분야니 두말할 것도 없지."


"네. 전투공병 그렘린, 준비 완료!"


"알비스도!"


공구와 무기(+초코바)를 챙긴 그렘린과 알비스가 척 경례 자세를 취했다.


"이그니스도 나름 추위에 강하지? 너도 같이 가줘, 부탁할게. 네 화염방사기는 유사시에 불을 피우거나 얼음을 녹일 수 있을테니 도움이 될 지도 몰라."


"알겠습니다."


오드리가 만든 방한복을 입고, 등에는 가스탱크를, 손에는 포츈이 제작한 화염방사기를 든 이그니스가 말했다. 원래 쓰던 강화외골격 소각 장비에 비하면 크기도 작고 위력도 약한 구식 화염방사기였지만 이그니스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나도 따라갈게. 친구들이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는 미지의 땅에 가는데, 편히 쉬고있을 수는 없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야."


"괜찮겠어? 아직 전력을 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잖아. 그 무기는..."


지금 클로버가 들고있는 망치는 그렘린이 새로 만든 물건이다. 로봇용 부스터 파츠를 이용해 로켓 해머는 구현할 수 있었지만, 로켓 부츠 형태로 변형하는 기믹은 없다. 게임으로 치자면 2스가 봉인된 상태다. 그러나 클로버의 당당한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물론. 친우가 나를 위해 만들어준 둘도없는 무기인걸, 충분해!"


근성으로 커버하겠다는 건가. 클로버답다. 그리고 클로버 어깨 너머로 그렘린이 찌잉- 하는게 보인다.


"그럼 클로버도 가기로 하고... 음, 리더 역할을 해줄 한 명이 있으면 좋겠는데."


"꼭 늘려야 할까? 누난 이 정도면 충분한 인선일거라고 생각하거든?"


"그렘린은 호기심과 열정이 너무 강해. 로봇만 보면 흥분해서 닥돌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따로 말려줄 사람이 필요해. 알비스는 지휘보단 몸 쓰는 일 전문이고. 클로버는... 둘 다 해당된다고 볼 수 있어. 누구든 위험에 처한 사람이 보이기만 하면 몸이 먼저 튀어나가버리니까. 영웅으로서는 훌륭하지만 지휘관으로서의 자질은 별개지."


"헤헤... 너무 잘 알고계셔서 뭐라 할 말이 없네요. 그럼 이그니스가 리더를 맡게되는 건가요?"


"엇, 제가 말입니까?"


"이그니스는 상냥하면서도 충직하고, 굳센 여자지만... 동시에 소심한 면이 있어서 이끈다기 보단 끌려가는 쪽으로 보여.

좌우좌? 아무래도 네가 가야할 것 같아."


뒤돌아보자 자신이 지목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치 못했던 우좌가 눈을 끔뻑거렸다. 


"...나?"


"현장에 나갈 수 있는 인원 중 냉철하게 상황과 정보를 분석하고 전달할 수 있을 정도로 똑부러진 애는 너밖에 없어. 최소한 애들 한 데 묶어놓기만 해도 돼. 누구 이견 있는 사람?"


"괜찮을 것 같네요. 우좌는 보기보다 노련한 아이죠."


"으음... 대장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나도 괜찮아. 또 사고치진 않을 것 같으니까."


"나도 찬성. 대장을 믿고, 내 친우도 잘 해낼거라 믿으니까."


"저도 괜찮습니다."


"아, 아니, 인간이 나를 필요로 해준다는 건 정말로 기쁘긴 한데... 차, 차라리 니키가 더 낫지 않아?"


제 표정을 관리하려 들면서도 실패하고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자꾸 히죽대는걸 보니 제법 기쁜가보다. 니키는 그 모습을 보다가 좌우좌의 정수리 위에 손을 턱 얹었다.


"나는 따로 할 일이 있어서 못 가.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남들 이끄는 건 잘 못해, 단독임무 전문이라서리. 내 몫까지 힘내줘, 동생?"


"...알았어. 인간이 믿고 부탁하는 거니까, 맡겨만 줘."


이렇게 해서 기억의 방주를 찾기 위한 5명의 선정이 끝났다.


"삐빕."


쟤까지 센다면 6명.


"어치피 저건 그렘린이라는 바이오로이드랑 세트인데 굳이 따로 칠 필요가 있는건가."


"삡- 붑- 부붑-"


밖에서 듣고있던 트리톤이 끼어들자 탑돌이가 불쾌한 기계음을 냈다.


"너는 혼자서 걷지도 못하는 모델이잖나. 블랙리버 제품답게 하자라도 있는 모양이지."


"삐빕↗ 삐이입↘"


"타, 탑돌이 너! 그런 못된 말은 어디서 배웠어!"


"미리 말해두자면 난 방금 그건 통역 안해줄걸세."


...내가 못알아듣는 말로 비속어라도 썼나보다. 나는 적당히 말싸움하려는 로봇들을 제지한 뒤 와쳐에게 연락을 걸었다.


"와쳐. 이제 곧 지상 수색대가 출발할 건데, 혹시 방주 찾았어?"


[아니요. 대신 철충의 잔해를 발견했습니다. 위에 눈이 덮인걸로 봐선 파괴된지 꽤 된 모양입니다. 무엇에 의해 파괴된 건지는 현재로서 불명입니다.]


"역시 철충이 여기도 와있었던 건가."


[잔해에 남은 흔적으로 보아 평범한 총포에 당한 것이 아니란 건 확실합니다. 이건 제 추측인데, 어쩌면...]


"어쩌면...?"


[이 철충이 죽은 건... 빅풋의 소행일지도 모릅니다...!]


"아니, 그건 아니지 너임마."


얘랑 얘기하다보면 가끔 오컬트 쪽으로 샌다니까...


[그리 단호하게 부정할 건 없잖아요. 하지만 확실히, 빅풋의 발자국이 하나도 안보이긴 해요. 이런 환경이라면 빅풋이 살법도 한데. 역시 로키 산맥에서만 사는 걸까요? 인간들도 사라졌으니 서식지를 넓히지 않았을까 했는데. 그럼 예티는 있을까요?]


"아니."


[웬디고는요?]


"아니..."


[사스콰치?]


"그거 빅풋이랑 같은 거잖아... 그보다 너 계속 오메가 밑에서 일하던거 아니었어? 자유롭게 인터넷 쓰게 해줬던 것도 아닐텐데, 대체 뭔수로 이런 얘기를 접할 수 있었던 거야?"


"크흡, 어흠. 흠..."


뒤에서 유미가 갑자기 헛기침을 했다. 내가 빤히 쳐다보자 유미는 얼굴을 붉혔다.


"...네가 알려준 거였어?"


"왜, 왜요! 저도 심심했단 말이에요! 오히려 오메가가 정보규제 빡세게 건 탓에 이런 이야기밖에 못접했던 건데...!"


[아무튼, 살아있는 철충이 남아있을지도 모르니 수색대 분들에게도 주의하라 일러주십시오. 관측한 지형 데이터와 발견한 철충 잔해의 위치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지도 업데이트가 끝나자 수색대는 배에서 내려 눈 위에 발을 디뎠다.


"인간, 다녀올게. 꼭 방주를 찾아낼테니 걱정마!"


"너무 오랫동안 돌아다니진 마. 방주를 찾든 말든 오르카호가 오면 냉큼 튀어야하니 너무 멀리 가지도 말고."


"제약이 너무 많지 않아?


"못찾아도 괜찮으니까 안전하게만 돌아오란 거지. 무리해서 방주를 찾다가 너흴 잃기라도 하면 본말전도야, 결국 너희가 제일 중요하니까."


"아... 응, 알았어. 유의해둘게."


수색대를 배웅해준 뒤 도로 배 안으로 돌아가려다가 갑판에 떡하니 서있는 트리톤이 눈에 띄였다. 다른 세력 누구에게든 트리톤의 존재를 보였다간 좋을 일 없을 것 같아서 위에 방수포를 덮어 대형 화물인 척 정체를 숨겼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건가."


"너는 흔히 볼 수 있는 AGS도 아니니까. 만일을 대비하자는 거지."


"그럼 나도 슬슬 일하러 가볼게 대장."


큼지막한 배낭을 맨 니키가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선 배에서 내렸다.


"힘든 일 시켜서 미안하네."


"힘들기는, 이정도 임무야 가뿐히지."


"드론은?"


"챙겼어, 주머니 안에."


"왜 나를 자꾸 물건 취급하는 겐가..."


"옷은 제대로 입었지? 평소처럼 코트 안에 속옷만 입고 다니면 감기 걸려."


"바이오로이드는 감기 안걸리거든~ 뭐, 오늘은 평소보다 더 껴입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둘 다 잘 다녀와. 다치지 말고."


"어어, 다녀올게!"


이 일대에서 오르카호와 무적함대가 정박할 정도로 큰 항구는 한군데 밖에 없었다. 니키는 오르카호의 접근을 감시하기 위해 우리가 지나쳤던 항구 방향으로 걸어갔다.


***


안전이 확보되거나 방주를 찾기 전까진 나는 배에서 못나간다. 애들이 절대로 못보내준다고 한다. 그래서 조종실에 앉아 소완이 타준 차나 마시며(수상한 약이 안들어간건 확인했다.) 한가하게 보고를 기다리던 중 '치직-' 스피커가 울렸다.


[대장님, 긴급보고드립니다! 미식별 AGS와 교전중인 바이오로이드 그룹을 발견했습니다!]


"뭐? 바이오로이드!?"


"아직 오르카호는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무소속 바이오로이드인가?"


[지금 영상을 공유하겠습니다.]


대형 모니터에 와쳐의 시야가 비춰졌다. 새의 형상을 한 비행형 AGS와, 무슨 특수부대처럼 보이는 백발의 바이오로이드들. 그 광경을 본 오드리의 초록빛 눈동자가 떨렸다.


"마리오네트...!"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바이오로이드 쪽을 지원할까요?]


"아니, 저건 적이다! AGS를 지원해!"


[알겠습니다!]


이윽고 와쳐의 시야가 전장에 근접했다. 거대한 새 로봇, 페레그리누스가 와쳐를 발견했다.


[거기 미식별 AGS! 여긴 와쳐 MQ... 꺅!]


페레그리누스가 냅다 날개짓으로 참격을 날리자 와쳐는 회피기동으로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이봐요, 막쏘면 어떡해! 난 같은 편이란 말이에요!]


한눈 판 페레그리누스가 마리오네트의 공격에 맞자 와쳐는 개틀링건을 갈겨서 마리어네트 부대를 견제했다.


"대장, 꼭 저렇게 할 필요가 있어? 바이오로이드잖아. 대장이 가서 명령만 한다면, 아니, 인간이 있다고 알려주기만 하면 우리 편이 되어줄텐데."


같이 실시간 영상을 지켜보던 걱정스런 얼굴로 엘븐이 묻자 오드리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아니요... 저건 바이오로이드가 아닙니다. 마리오네트에요."


"뭐? 오드리, 저게 뭔지 알아?"


"레모네이드 델타가 바이오로이드의 유전자를 조작해 만들어낸 존재입니다. 저들은 우리랑은 달리 태어날때부터 자아도 감정도 없죠. 인간을 따라야 한다는 사명도 없는, 문자 그대로 명령만 수행하도록 설계된 꼭두각시 병사입니다."


"AGS로 치자면 양산형 AGS같은 존재라는 거군."


트리톤이 씁쓸한 듯한 어투로 덧붙였다. 어찌보면 포세이돈이 기용하던 AGS 병사들도 저것과 다를바 없었으니까.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리자 어느새 교전이 끝나있었고 와쳐와 페레그리누스가 서로 통성명을 하며 대략적인 상황을 공유하는 중이었다.


[그럼 그쪽에 너네 대장인 인간이 있다는 거지? 직접 얼굴 보면서 얘기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대장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리로 데려와줘. 적은 아닐거야."


[허가가 떨어졌습니다. 따라와 주십시오.]


와쳐의 실시간 영상이 꺼지고, 몇 분 정도 기다리자 와쳐를 뒤쫓아 그녀보다 훨씬 큰 로봇 새가 날아오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거대로봇을 실내로 데려올 수는 없었기에 우리가 갑판으로 마중나왔다. 페레그리누스는 땅에 닿기 전 허공에서 인간폼으로 변형하고선 갑판에 착지한 뒤 연극하듯이 양팔을 쭉 뻗어 과장된 자세를 취했다.


"괄목하라! 위대한 하피의 왕, 페레그리누스님이 왔도다!"


"...카메라 안돌아가니까 편하게 말해도 돼."


"오, 그래? 그럼 나야 좋지. 솔직히 이런건 어색해서 못해먹겠다니까."


페레그리누스는 쾌활하게 웃어넘기며 내 앞에 털썩 앉았다. 설마 방주를 찾기에 앞서 페레그리누스부터 만나게 될 줄이야. 얘는 키가 7m는 되나? 앉아준 덕에 고개를 억지로 들 필요가 없어져서 좀 낫다.


"혹시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작품 봤어? 비스마르크와 덴세츠의 합작인데, 내가 거기 조연으로 출연했거든."


"이름은 들어봤지만 본 적은 없어. 거기 나오는 캐릭터들만 아는 정도지."


"오호라, 그렇다면 나도 알겠군? 어쩐지 변신해도 안놀라더라. 자기소개는 건너뛰어도 되겠어."


"우선은 확인해두고 싶은게 있는데, 너는 적이 아닌거지? 델타의 병사들이랑 싸우고 있었으니까."


나야 페누에 대해 잘 알고있지만 다른 애들은 안그렇다. 페누가 적인지 아군인지 가늠하면서도 여차하면 바로 공격하려고 긴장을 풀지 않고 있었다. 페누의 입으로 확답을 들어야만 했다.


"그렇지. 옛~날에 펙스에서 제조됐던 몸이긴 해도, 인류가 멸망하고 레모네이드들이 독자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한 시점부턴 갈라졌지. 나는 뭐 그냥 적당히 살려고 했는데, 글라시아스 누님이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면서 나를 끌고다녔거든."


"계약이라면, 비스마르크 회장의 명령?"


"바로 맞췄어. 인외의 존재로부터 인간과 인간이 남긴 것을 수호한다, 회장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지. 이번에 여기에 온 것도 레모네이드 델타가 기억의 방주를 습격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야. 최대한 빨리 달려왔는데도 델타는 볼 장 다보고 떠난 뒤였지만. 우리가 정보가 좀 늦거든."


페레그리누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오드리가 인파를 비집고 앞으로 나왔다.


"당신은 펙스 회장의 명령을 따르면서, 그 회장의 대리인인 레모네이드를 적대한다는 말인가요?"


"음. 명령을 곡해했거든. 바이오로이드도 따지자면 '인외의 존재'니까. 그 양반이 지 설정에 취해 굳이 멋들어지게 표현한게 화를 불렀지.

우리가 그저 명령에 묶인 광대인 건 사실이지만 생각이 없는 건 아냐. 세상에는 지켜야 할 선이란 게 있는 법이니까. 레모네이드 델타는, 뭐, 말 안해도 충분히 알 것 같군."


페레그리누스는 오드리와 올리비아의 얼굴에 남은 흉터를 지긋이 바라보다가, 도로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건 그렇고... 딱히 비하하려는 건 아닌데 말이야, 생각보다 작은 배네? 명색이 최후의 인간이 이끄는 집단인데 좀 더 규모가 클 줄 알았지 뭐야."


"...그야 최후의 인간이 이끄는 집단이 아니니까?"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인간이잖아?"


"두번째 인간이지, 인류멸망 후에 발견된 순서로 치자면. 난 한번도 내가 최후의 인간이라고 자칭하고 다닌 적 없어."


"엥?"


페레그리누스가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눈 역할을 하는 렌즈를 깜빡거렸다.


***


그 무렵, 지상 수색대는 폐허가 된 마을과 연구기지를 지나쳐 설원을 걷고 있었다. 이 넓은 땅에서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 채로 무턱대고 찾아봐야 보이는 것은 새하얀 눈 뿐이었다.

정찰드론을 띄워 주변을 관찰하던 알비스는 무언가를 발견하더니 흥분한 목소리로 일행을 불러모았다. 그들이 발견한 것은 언덕 아래 눈밭에 엎드려 누워있는 거대한 로봇 용이었다.


"오오옷! 처음보는 AGS! 그것도 드래곤의 모습이라니!? 이건 가까이서 봐야만 해요!"


"드래곤? 알비스도 갈래! 재밌어보여!"


탑돌이를 끌어안은 그렘린과 알비스가 눈덮인 경사면을 능숙하게 내려가자 클로버가 다급히 불러세웠다.


"어이, 잠깐 기다려!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는데-"


"괜찮아요, 철충 감염 흔적은 안보여요! 그보다도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게 수리가 필요한 상태일지도 몰라요!"


"뭣이! 그렇다면 가만있을 수 없지, 어서 가보자구!"


"저기, 잠깐... 저도 같이 가요!"


"야, 니들 기다려!!"


클로버에 이어 이그니스까지 언덕을 내려갔다. 좌우좌의 부름에 도중에 멈춘 건 이그니스 한 명 뿐이었다. 좌우좌가 한숨을 내뱉자 입김이 하얗게 사라졌다.


"...그래, 이 맴버면 내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는 거지. 잘 알았다고."


일단 위험해보이진 않으니 보고부터 해야겠군. 좌우좌는 정체불명의 용한테서 거리를 두고 통신기를 들었다.



알고있겠지만 여기 우좌는 드래곤 슬레이어를 본 적이 없어서 빙룡 봐도 딱히 감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