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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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의 EGO 침식으로 인해 탈진한 요안나를 콘스탄챠가 부축하고,

쓰러진 소년의 무기와 소지품을 그리폰이 챙기고, 방금 일로 인해 절망섞인 말을 하다 기절한 소년을 LRL이 부축한다.


그렇게 단테 일행이 등대의 지하로 내려가던 도중, 잠깐의 대화시간이 주어진다.


-지하 엘레베이터 내부-


인간.. 어째선지 인간을 만나고 나서, 조용한 때가 없는 것 같아.


최초로 찾은 인간이 시계의 머리를 했다던가..

부상을 치료하고 치명상을 입은 바이오로이드를 살리는 능력과 그 이상한 장비라던가..


그리고 사령관을 빼앗으려 했던 이 두번째 인간에, 싸우려 할 때 광신도처럼 변했던 것까지..여러모로 혼란스럽긴 했어.


으으.. 그리폰.. 네가 대신 얘를 부축해줘.. 방금 그 일때문에..으으..


LRL... 나도 무서운건 무서운거거든? 방금 전까지만 해도 너 지키겠다고 내가 죽을 위기를 겪었는데..


인간이 살려준 덕분에 죽지는... 않았지만.


<저 아이.. 분명히 싸울 때 '저희 세계'라고 지칭했었지.>


인간.. 괜히 불길한 소리는 하지 말아줘.

그 말 대로라면 우리가 이 아이를 포함한 그.. 림버스 컴퍼니랑도 싸워야 한다는 거야?


<아마 그럴거야. 그리고 날 데려가기 위해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겠지..>


고생길이 훤히 보이게 됐지만... 그렇게 따지면 고생길 아닌 길이 없네.


좋아. 일단은 알겠어. 그리고 이제 시간이 조금 여유로우니까.. 내 쪽에서도 질문하고 싶은게 있어.


<내가 답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선 전부 답해줄께.>


우선.. 오늘 낮에 콘스탄챠를 살린 것부터, 날 살리기까지 한 그 능력 있잖아.

그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얻은 능력이야? 그리고 그 능력의 정확한 설명도 해줘.


<그것까지 기억이 나지는 않아. 하지만 내가 여기에 왔을 때도 이런 머리였단 걸 보면..

<아마 이 능력들은 내가 여기에 오기 전부터 가졌을 능력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능력의 정확한 설명이라...>

<아마 결속을 맺은 상대의 시간을 되돌려, 죽기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거겠지, 뭐. 물론 그 대가는...>


알아. 그 결속에 의해 되살아나는 자가-


잠깐만, 방금 전에 "결속"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렇다면 방금 전에 상처가 치유된 것도 그 결속 때문인거야?


<응. 어떻게 이 능력을 얻었는지는 몰라도.. 덕분에 너희를 무사히 지킬 순 있게 됐네.>


어... 음... 혹시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는 거 맞지 권속? 시계소리밖에 들리질 않아서..


으으.. 나도 그 결속이라는 걸 하면 들리게 되려나? 그런데 '결속'으로 계속 부르긴 어감이 안맞는데..


아! '계약'이라는 완벽한 단어가 있었지 참! 그 계약이란걸 하면 나도 권속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계약...이라. 확실히, 결속이라는 애매한 단어보다는 낫겠지.'


들리기야 하겠지만, 정말 그러고 싶어? 나중에 해결 방법을 찾아도 늦지는 않는데?


오랫만에 만난 인간임에도 말 한마디 못 섞는건 정말 싫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리고?


멋지잖아!


아하하... / 멋지다..고?


그 계약이라는 것도, 계약하지 않은 자에게는 시계소리만 들리는 것도, 능력을 통해 위험에 빠진 동료들을 살리는 것도 전부 멋있어!


만화에서나 볼 법한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걸 봤을때 얼마나 신기했다고! 사이클롭스 프린세스보다도 더 좋았다니까?


... ㅁ..물론! 아주 잠깐이었지만!


어쨌든 나는 결정을 내렸어! 권속, 그대에게 계약을 통해 이 '진조의 프린세스'의 여행에 동행하는 것을 허하노라!


(끄덕) <그럼 이 세계의 유일한 권속이자, 마법과 시간의 관리자 단테가, 당신의 요청에 응하여 계약을 진행하도록 하죠.>


'인간, 진심이야?! 게다가 들리지 않을 텐데도 LRL의 장단에 맞춰주고 있어?'


'주인님에게도 저런 구석이 있으셨을 줄은 몰랐네요.. 그렇지만..'


'영문도 모른 채 떨어졌을 이 세계에 잘 적응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저렇게 의욕적으로 부탁하는데 내가 안해줄 이유가 있을까.

무엇보다도, 지금 이 이야기 덕분인지 분위기가 밝아져서 좋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싸우느라 분위기가 아예 초상집 분위기이도 했으니, 이렇게라도 환기하는게 옳다고 생각했으니까.


<콘스탄챠, 잠시동안만 LRL이 눈을 감게 해줘. 계약 과정을 보면 겁에 질릴 수도 있으니까. 최대한 배려해주려고.>


알겠습니다 주인님. LRL, 주인님께서 결속을 위해서 잠시...


그 뒤는 간단했다. 심장이 두 갈래로 쪼개지는 느낌이 들며 2개의 사슬이... 잠깐. 사슬이 두개라면!


<!!!> / 방금 무슨- / 쉿..!


하나는 LRL의 것이라 해도, 다른 하나의 사슬이 저 소년에게 연결되어버렸다.


젠장. 계약의 범위가 엘레베이터보다도 클 줄은 몰랐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절망적일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이 가속하며, 방금 전의 상황의 이득과 손실을 정리한다.


철충을 상대할 때와 마찬가지로 내 생각이 강제로 침착해지는 것 같았으나, 이걸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지금 여기서 싱클레어에게 결속이 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LRL 뿐이야. 알리지만 않으면, 어느정도는 괜찮을거야.'

'방금 무기랑 소지품도 뺏었으니까 위협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굳이 이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되겠지. 독자적으로 나 혼자 정보를 빼낼 수도 있겠어.'

'그리고 가능하다면... 정보를 빼는걸 넘어, 아예 아군으로 만들어야 해.'


'그래야.. 그 림버스 컴퍼니라는 단체를 상대해서.. 전부 격퇴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이 닿자, 지금의 이 상황이 무조건적인 손해는 아님을 깨달았다.

나중에 이 사실을 나중에 LRL이 없을 때 콘스탄챠와 그리폰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겠어.


생각이 정리되자, 계약은 무사히 완료되어있었고 사슬과 경계도 사라져있었다.

그 과정을 육안으로 확인한 나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LRL에게 말한다.


<진조의 프린세스님. 계약은 성립되었습니다.>

<이제 그대의 생명과 시간은, 저 단테에 의해 귀속되었습니다.>


<제가 살아있는 한, 프린세스님께 무한한 생명과 재생의 권능을.>

<무엇보다도.. 이전에 요안나가 선보였던 마법의 권능을 드리도록 하죠.>


<...자, 이제 눈을 뜨셔도 됩니다.>


권속! 드디어 나도 권속의 말을 들을 수 있게 됐어!


<그게 그렇게나 좋은 거야?>


당연하지! 마치 내가 만화책 속의 주인공이 된것만 같다고!


-Side 콘스탄챠 & 그리폰-

에휴... 둘이서 아주 쌍으로.. 못말려 정말.


그보다도.. 방금 전의 사슬은..


응.. 분명히 2개였고, 하나가 그 두번째 인간에게 연결됐었어.


...어쩌면 결속 인원까지 제어할 수는 없을 가능성이 있을거야. 주인님도 방금 많이 놀란듯 해보였으니까.


지금은 LRL에게 비밀로 하고, 나중에 주인님에게 물어보자. 지금 물어보기에는 조금 그럴 테니까. 곧 있으면 도착이기도 하고.


게다가... LRL이 저렇게 기뻐하고 있는데, 우리가 분위기에 초를 칠 수는 없잖니?


...그것도 그런가. LRL 쟤가 저렇게 웃는 것도 오랜만인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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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이렇게 21스쿼드의 한명 한명씩 결속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단테가 원작의 사령관과 온전히 같은 길을 걸을 수는 없겠지만, 부디 그 길의 종착지는 같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