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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늑대사냥

 

 

“아직도 아프니? 74번?”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저보다 언니야 말로 괜찮으신가요?”

 

“괜찮지가 않아..”

 

“다치신 건가요?! 다친 부위가 어디인가요?!”

 

“아픈 곳이 어디냐면? 음? 마음?”

 

“네?”

 

“하하~ 농담이야. 난 보다시피 멀쩡해.” 


“...”

 

“그렇게 무섭게 바라보면 74번 눈빛에 언니가 정말로 죽어 버리지도 몰라~”

 

“하..이런 장난은 그만 둬 주십시오. 정말이지..”

 

”미안~ 미안~“

 

.

..

...

 

 

“대장님? 칸 대장님?”

 


바위에 앉아 눈을 감고 잠시 선잠을 청하고 있던 칸의 귀로 자신을 찾는 목소리 들려오자 감고 있던 눈을 조용히 떴다.

 

잠깐이지만 꾼 그리움 꿈을 깨버린 탓인지, 칸의 얼굴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묻어났다.

 


“대장님. 휴식을 취하시는 중인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신경 쓰지 마라. 탈론. 무슨 일이지?”

 

“전장의 정리가 끝나서 모시러 왔습니다.”

 

“곧 가도록 하지.”

 


바위에서 천천히 일어난 칸과 탈론페더가 향한 곳에는 파괴되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철충들의 잔해와 함께, 무언가 쓸 만한 것이 없는지 잔해를 뒤지던 호드 대원들이 정리를 마치고 워커의 다리에 기대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어? 대장? 왔어?” 

 


“뒷정리를 맡기고 혼자 편하게 쉬어 미안하군.”

 

“신경 쓰지 마. 대장. 이렇게 뒤치다꺼리 하는 것도 원래 우리 아랫것들의 일 아니겠어?”

 

“훗.. 그래. 챙길 수 있는 건 다 챙겼나?”

 

“철충 놈들에게 건질게 별로 없다는 건 알잖아?”

 

“그렇군..”

 


대충 정리 된 채, 쌓여 있는 철충의 잔해를 보며 워울프는 짧게 혀를 찼다. 

 


“쯧. 그런데 요즘 들어 철충 녀석들 꽤 자주 보인단 말이야? 그것도 제법 큰 규모로 말이야.”

 

“맞아요. 대장님. 전에도 간간히 보이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큰 규모로 이렇게 자주 보인적은 없었어요.”

 


과거 멸망전쟁 시기라면 모를까, 인간이 모두 사라진 현재는 이런 황무지 지역에서 철충은 그리 흔하게 볼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워울프의 말에 사족을 붙이는 퀵카멜의 말처럼, 얼마 전부터 적지 않은 규모의 철충의 무리가 어디론가 향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었고, 눈앞의 쌓여있는 철충들 역시 어디로가 향하던 중 호드와 마주친 덕에 전멸한 철충들 이였다.

 


“역시 저 녀석들 때문 인걸까요?”

 

“그 타이즈 입은 금발머리. 자기들을 이끌고 있는 게 인간이라고 말했었지?”

 

“확실히 인간이라면 철충 녀석들이 발작 할 만 하지?”

 

“저 녀석들이야 아무래도 좋지만, 걱정되는 건 마을이야. 우리가 이렇게 자리비운 사이에 행여 라도 철충이 들이 닥치면 큰일이라고.” 

 


저 마다 내놓는 이야기 사이로 고민을 하던 칸은 곧 생각을 마치고는 탈론페더를 바라보았다.

 


“탈론. 이제까지 녀석들에게 빼앗은 물자는 어느 정도이지?”

 

“스카라비아 에게 연락해 확인해야 하겠지만 저희가 출발 할 때는 마을의 인원이 3개월은 사용할 양이였습니다.”

 

“휘유~ 많이도 털었네? 우리 이러다가 정말로 도적으로 전직해야 하는 것 아냐?

 

”그런데 이 정도로 물자를 빼앗겼는데도 소극적으로 나오는 걸 보면 저놈들 사실은 그냥 바보인게 아닐까?“

 

“아니면 저희를 일부러 놔두는 것 일수도 있고요.”

 

“그게 무슨 말이야? 탈론.”

 

“애들레이드에서 칸 대장님과 정면에서 싸웠던 그 금발머리 바이오로이드. 불굴의 마리에요.”

 

“뭣?! 잠..잠깐만?! 불굴의 마리라면 스틸라인의 지휘관 바이오로이드 잖아?!”

 

“맞아요. 한창 대장님과 싸우던 중이라 확인하지 못했는데, 나중에 확인 해보니 불굴의 마리가 확실했어요.”

 

“과거에 독하기로 명성이 자자했는데, 그런 벌집을 쑤신 것 치고는 우리 잘도 살아남았는데?”

 

“그런데 그런 녀석들이 왜 우리를 그냥 놔둔다는 건데? 그렇게 털리고도 말이지?”

 

“그것까지는 잘...”

 


말끝을 흐리는 탈론페더의 의문에 자신들과는 아무 상관없다는 듯, 칸은 단호한 어조로 분위기를 정리하였다.

 


“저쪽에서 무엇을 생각하든 그건 상관없다. 우리는 그저 놈들에게 필요한 것을 빼앗을 뿐이다.” 

 

“대장 말이 맞아. 남들보다는 우리가 생존 하는 게 먼저잖아?”

 

“인간이 승리하던 철충 놈들이 승리하던 이곳에서의 싸움은 반년 내로 분명 결판이 난다. 우리는 그때가지 버틸 물자와 식량을 확보한다.”

 


단호한 칸의 말과 눈빛으로 바라보는 칸의 모습에 대원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들 역시 언제든 자신의 대장을 따를 준비가 되었다는 듯 칸을 바라보았다.

 


“가자. 호드.”

 


황야의 늑대들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

..

...

 

 

“현재 레오나 소장과 아스널 준장이 잘 방어하고 있긴 하지만, 안타이오스로 접근해오는 철충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레드후드 대령의 보고입니다. 스완 힐 기지로 접근한 철충과 교전을 시작 했다는 보고입니다.

 

“애들레이드 기지 역시 철충이 근처까지 접근 해왔다는 보고입니다.”

 

“조금만 천천히 보고해주세요~! 이러다가는~ 이러다가는~ 흐아앙~!”

 


전황판을 정리하던 오늘의 부관인 하베트롯은 여기저기에서 계속해서 올라오는 보고 덕에 거의 울다시피 하며 상황과 전황판을 계속해서 갱신, 수정 해나갔다.

 


“조용하게 움직인다고 움직였는데, 결국 철충이 눈치를 챘나보군.”

 

“...”

 

“놈들이 눈치 챈 이상 멜버른에 대한 기습공격은 실패로군.”

 

“..면목이 없습니다. 폐하.”

 

“아르망이 사과할 일이 아니다. 호드에게 시간을 허비한 나의 판단의 문제이지.” 

 


전황은 처음 계획 하였던 것과는 다르게 이미 뒤틀려버릴 대로 뒤틀려져 버렸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사령관은 진즉에 멜버른 공략에 준비를 끝내고 멜버른의 대한 기습공격에 들어갔어야 했다. 

 

하지만 갑작스레 나타난 호드라는 변수와 함께 호드의 회유를 위해 사령관은 호드와의 전면전을 금지. 그 덕에 기지를 방어하고 있던 군은 호드를 직접적으로 공격하지 못한 채, 견제만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정을 알 리가 없는 호드는 계속해서 수송차량의 습격과 함께 물자가 보관되어 있는 기지를 노려 왔고, 계속되는 호드의 습격에 군 역시 기습에 대비하여 기지에 병력을 주둔 시키고는 호드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 하였다.

 

그렇게 서로간의 견제와 대치를 이어가던 와중, 또 다른 변수 하나가 끼어들었다.

 

바로 사령관이 이끄는 남극군의 존재를 알아차린 철충이 움직이기 시작, 안타이오스, 애들레이드, 스완 힐 있는 거점과 기지를 향해 공격을 해오기 시작 한 것 이였다.

 

갑작스러운 철충의 난입 이였지만, 남극군의 주적 중 하나가 철충 이였기에, 주둔중인 병력은 현재까지는 철충의 공격을 무리 없이 막아내었다.

 


“폐하. 이런 말씀드려 송구스럽지만... 아직도 호드를 회유 하실 생각이십니까?”

 

“물론이다.”

 

“호드가 합류한다면 훌륭한 전력이 될 것임에는 분명 하지만... 그녀들이 저희들에게 합류할지도 불분명 합니다.”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이상 이곳에서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면...”

 

“알고 있다..”

 

.

..

...

 

사령관이 아직 호주로 향하기 전..

 


“우리가 향할 호주 땅이 생각 외로 넓은 덕에 안타이오스를 점령한다 해도 철충이 공격 해오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철충은 분명 나를 죽이기 위해 몰려 올 것이다.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할 숫자로..”

 


사령관의 말에 지휘관들과 부관들은 아무 말을 하지 못하였다. 사령관을 잃게 될지 모른다는 사실. 그 사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마음 한구석이 슬퍼지며 찡해져 왔기에. 그 감정을 추스기 위해 말을 하지 못하였다. 

 


“그렇기에 우리는 철충의 대군세를 한 번은 막아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타이오스를 제외 하더라도 세 지역을 확보 해둘 필요가 있다.”

 

“그곳이 어디 입니까?”

 

“캔버라 와 시드니 그리고 멜버른 이다.”

 


과거 각각 호주의 수도와 1,2도시로 불리던 대도시로. 사령관이 지도의 각각의 도시에 표시를 한 후. 세 곳을 한 개의 원으로 묶자 지휘관들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

 


“각하 이건?”

 

“우리는 이 세 도시를 전선으로, 철충의 대군세를 막아낸다.”

 

.

..

...

 

 

“보고! 호드가 또 다시 수송 차량을 습격하였습니다.”

 


가뜩이나 어긋나버린 대전략에 심란한 아르망의 마음은, 호드라도 얌전히 있어주면 덜 심란 했겠지만. 호드는 그럴 생각은 없다는 것은 물론, 마치 철충에게 편승이라도 하듯 더욱 더 활개를 쳤고, 그런 호드 덕분에 아르망은 자신의 금발이 혹여 라도 백금발이 되지 않을까 싶을 생각마저 들었다.

 

아르망 역시 애들레이드에서 호드를 놓친 이후, 호드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것 은 아니었다.

 

어떻게든 호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방법을 동원하였다.

 

기존의 수송차량을 미끼삼아 매복 작전을 벌이는 것은 물론, 호드가 숨어있는 본거지를 찾기 위해 물자 안에 추적 장치를 설치하거나, 보급상자 안에 물자 대신 병력을 매복 시켜 놓는다든지, 보급 상자를 여는 순간 신호탄이나 수면가스등이 작동 되도록 장치를 설치하는 등 그 외의 기타 등등. 사실상 살상을 제외한 가용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였다.

 

하지만 아르망에게 한번 호되게 당했던 탓일까?

 

아르망의 예상과는 달리 호드 정말로 야생의 늑대무리 마냥 특유의 감을 발휘하며 아르망의 작전을 피해 나갔다. 심지어 아르망의 예측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까지 보이며 아르망의 피로를 더욱 가속화 시켰다.

 


“피곤해 보이는군? 아르망.”

 

“저는 괜찮습니다..다만..”

 

“다만?”

 

“한창 전투중인 스완 힐에 호드가 왜 온 것 인지 모르겠습니다. 저희를 도우려는 것은 아닐 것이고.. 그렇다고 철충을 도우려는 것은 더더욱 아닐 텐데.. 레드후드 대령의 보고로는 철충과의 전투가 끝난 후. 기지를 공격 하지도 않고 그냥 물러났다고 하는데.. 무슨 의도로 물러 난 것인지 도저히 예측이 되지 않습니다..”

 


아르망의 말에 잠시 고민을 하던 사령관은 무심코 대답을 던졌다.

 


“우리와 철충이 싸우는 것을 구경 하러 온 것이 아닐까?”

 


무심코 던진 사령관의 대답에 “지금 그게 지휘관의 입에서 나올 소리입니까?”라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르망의 표정에 사령관은 황급히 아르망과의 눈을 피하였다. 

 

그렇게 있는지도 모를 특유의 조심성과 신중함 그리고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야생의 감을 보이며 자신의 손에서 계속해서 도망치는 호드에 아르망은 다시 한번 심기일전으로 호드의 자료와 이제까지 모든 자료를 분석 하였고, 아르망의 눈은 평소의 온화한 눈빛에서 불이 붙은 눈으로 작전을 세우기 시작하였다. 

 


“야생의 감 같은 불확실한 것은 믿지 않습니다만.. 정말로 야생의 감이라는 것이 존재 한다면 저도 야생을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잠시간의 시간이 지나고. 작전을 세운 아르망은 곧 어디론가 연락을 하였다. 

 


“닥터 양. 아르망입니다. 죄송하지만 준비 해주셨으면 하는 것이 있습니다.”

 

.

..

...

 


얼마 뒤. 보급을 위하여 정기적으로 남극에서 올라오는 보급선이 도착 하였다는 소식에 아르망은 선착장으로 향하였고, 도착한 그곳에는 예측하지 못한 선객이 자신처럼 보급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폐하께서 닥터 양에게 미리 부탁하신 줄은 몰랐습니다.”

 

“나의 고집에 아르망이 고생하는 것 같아서 여간 미안해야 말이지. 그리고 예전에 LRL과 도서관에서 함께 읽었던 ‘시튼 동물기’라는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도 있고 말이지.”

 

“그렇다고 해도 설마 폐하께서 저와 같은 방법을 생각하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서로 사모하는 이는 같은 곳을 바라 본다는 이야기도 있으니깐.”

 


사령관의 말에 부끄러운 듯 살짝 얼굴을 붉어진 아르망의 뒤로 곧 보급선이 선착장에 도착하자, 잠시 후. 보급선에서 내린 한 누군가가 익숙한 손짓으로 치맛자락을 살짝 올리며 사령관을 향해 우아한 몸짓으로 인사를 하였다. 

 


“주인님. 그간 별고 없으셨나요?”

 

“오랜만에 보니 반갑군. 콘스탄챠. 그래. 다른 이들은 잘 지내고 있고?”

 

“모두 몸 건강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만.. 들려오는 소식에 많이들 걱정하고 있구요.”

 


숙인 고개를 들지 않고. 살짝 게슴츠레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콘스탄챠의 눈빛을 느낀 것인지 사령관은 애써 딴청을 피우기 시작하였다.

 


“어..뭐..음.. 살다보면 여러 가지 많은 일이 있는 법이니깐.”

 

“드릴 말씀은 많지만..바닐라가 주인님께 전언을 전해 달라 제게 부탁했는데? 들으시겠어요?”

 

“무슨 이야기인지 대충 짐작은 가지만 그래도 안 들었다가는 나중에 생길 후환이 두려우니 경청하도록 하지.”

 

“네. ‘목숨이 100개인 것 마냥, 나대지 마시고 제발 몸 좀 사리세요.’라고 전해 달라 부탁했습니다.” 

 

“여전히 위스키처럼 독한 말이로군. 잘 지내는 것 같아 안심했어. 그건 그렇고 콘스탄챠? 내가 부탁한건 데리고 왔나?”

 

“네. 주인님.”

 


곧 콘스탄챠가 손에 든 작은 피리를 힘차게 불자, 곧 보급선에서 하나의 그림자가 튀어나와 힘차게 꼬리를 흔들며, 콘스탄챠 옆에 다소곳이 앉았다.

 

그리고 그것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사령관은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좋아. 그럼 늑대사냥을 시작해볼까?”

 

.

..

...

 

 

“왜 이러는 거야? 너희들도 인간님을 모시는 바이오로이드잖아?”

 

“엥?”

 


물자와 보급품을 가지고 이동 중, 호드에게 습격을 받아 포박된 이프리트의 말에 워울프는 콧방귀를 끼고서는 이프리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하였다.

 


“이봐. 아가씨. 미안하지만 우린 말이지. 인간은 안 모셔.”

 

“어째서..”

 

“이런 말 하면 그렇지만... 이래봬도 꽤 사연이 많은 여자들이거든?”

 

“야! 워울프.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빨리 와서 이거나 옮겨!”

 

“뭐 어때? 이렇게나 잔뜩 받았는데 서비스 정도는 괜찮잖아?”

 

“뭐라는 거야? 그만하고 어서 물건이나 워커에 실어! 꾸물거리면 녀석들의 지원군이 도착한다고! 그전에 빨리 자리를 떠야지!”

 

“하여간 우리 카멜은 참 성실하다니깐? 네네~ 갑니다~”

 


건들거리며 물자로 향하는 워울프를 바라보던 퀵카멜과 이프리트의 눈이 마주치자, 잠시 머리를 긁적거리던 퀵카멜이 이프리트에게 향하였다.

 


“하아.. 이해 해달라는 말은 안할게요. 어차피 이야기 해본들 의미는 없을 테니깐.. 어째든 물건은 우리가 잘 쓸게요.”

 


조금이라도 숨을 편안하게 쉬라는 것인지, 이프리트를 꽉 묶고 있는 포승줄을 조금 느슨하게 풀어 준 뒤, 퀵카멜은 곧 자리를 떠났다.

 

물자를 가지고 호드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자, 이프리트는 마치 애벌레처럼 몸을 꿈틀거리며, 이리저리 몸을 흔들어 대었고, 곧 이프리트가 쓰고 있는 두건 안쪽에서 작은 무전기 하나가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는 떨어진 무전기를 사용하여 어디론가 연락을 시도하였다.

 


“여기는 양치기. 여기는 양치기. 늑대가 미끼를 물었습니다. 반복합니다. 늑대가 미끼를 물었습니다.”

 

.

..

...

 

“주인님. 늑대가 미끼를 물었다고 합니다.”

 

“좋아. 보리야. 지금부터는 네 차례다.”

 

“멍!“

 


사령관의 말에 개 바이오로이드인 보리는 힘차게 짖고는, 곧 사령관에 품에서 뛰어내려 코를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기 시작. 잠시 후 무언가 냄새를 맡은 보리는 힘차게 어디론가 뛰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런 보리를, 콘스탄챠는 사령관과 컴패니언을 태운 지프차량의 시동을 걸고서는 달려가는 보리를 쫒기 시작하였다.

 

추적 장치를 비롯한 호드를 추적하려는 방법이 계속 무력화 되자, 아르망은 발상을 간단히 하기로 하였다. 

 

상대가 최신의 추적방식을 무력화 한다면, 반대로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옛날 방식으로 상대를 추적하기로.. 

 

그리고 이를 위해 아르망은 남극에 있는 닥터에게 두 가지 물건의 준비를 부탁하였다.

 

그중 한 가지는 인형 이였다. 

 

닥터의 취향이 잔뜩 반영된 이 인형은. 겉모습은 그저 평범한 토끼 인형이지만 사실은 어떠한 특수한 향기를 내뿜는 인형으로, 향기는 인간형 바이오로이드는 절대 맡을 수가 없고, 오로지 동물이나 동물형 바이오로이드만이 이 향기를 맡을 수가 있도록 제작된 특수한 향기였다.

 

아르망은 이 인형을 호드에게 미끼로 사용될 보급품 안에 함께 넣어 두었다. 

 

동물만이 맡을 수 있는 향기를 내뿜는 것 말고는 일반 인형과는 다를 것이 없기에, 전자장비를 무력화 시키는 EMP를 비롯한 어떠한 전자적 조치를 취하던 상관이 없다. 

 

또한 호드가 그 특유의 야생의 감을 발휘하여 인형을 수상하게 여긴다고 해도, 고작 평범한 인형 하나를 버려 추적에 빌미를 주려 하진 않을 것이다. 

 

닥터에게 부탁한 다른 하나는 인형의 향기를 쫒아 호드를 추적해 줄 바이오로이드 개 보리였다.

 

흔히 콘스탄챠의 자매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반 개보다 높은 지능을 가진 것은 물론 후각 또한 보통의 개보다 뛰어났기에, 애완견은 물론 사냥견 이나 경비견, 시각장애인들의 안내견. 공항의 마약 탐지견, 재난 현장에 구조견은 물론 분쟁 지역의 지뢰탐지견등으로 활약하며 개가 활약 할 수 있는 모든 곳에는 다른 견종을 대신하여 보리가 그 자리를 대신 채워 나갈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멍멍! 킁킁~!

 


바람에 실려 오는 인형의 향기를 포착하며 이동하고, 또다시 향기를 포착하고 이동하기를 반복하며, 보리는 사령관을 점점 호드에게로 안내 하였다. 

 

그렇게 아침부터 시작된 추적이 반나절이 가까이 계속 되던 중. 어느 한곳에 멈춘 보리는 무언가 찾은 듯, 어느 한곳을 향해 맹렬하게 짖기 시작하였다. 

 


“으르릉! 멍멍! 멍멍!”

 

“무언가 찾은 건가?”

 


사령관에게 무언가를 알리려는 듯, 맹렬하게 짖던 보리가 다시금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하자 콘스탄챠는 서둘려 지프를 몰아 보리의 뒤를 쫒았고, 마침내 멈춰선 보리의 뒤를 넘어 보이는 것은 마치 산을 뒤집은 듯 지하로 깊게 파여 있는 골짜기였다.

 


“보리야. 향기가 저 아래에 이어져 있다는 거니?”

 

“멍!”

 


사령관의 질문에 그렇다는 듯 보리가 사령관의 얼굴을 격하게 핥아대자, 보리를 칭찬해준 사령관은 골짜기의 곧 아래 내려가기 위한 입구를 찾기 시작하였다.

 

.

..

...

 

 

“스카라비아! 스카라비아! 어디 있어요?”

 

“머리 울리니 너무 크게 말하진 말아줄래? 동생 대장님?”

 

“미..미안해요..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뭐가 문제인데? 드라큐리나가 또 발작이라도 한거야?”

 

“침입자에요! 마을 입구에 침입자가!”

 


황급히 말하는 케시크의 말과 다르게 여전히 졸린 눈으로 하품까지 하는 스카라비아는 별로 놀라는 기색 없이 무기력한 목소리로 대충 대꾸 하였다. 

 


“음.. 중요하긴 하네?”

 

“어떡하죠? 칸 언니와 나머지 분들은 마을 밖으로 순찰을 나갔잖아요?”

 

“침입자의 위치는?”

 

“지금 막 마을의 입구를 발견하고는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어요.”

 

“그럼 이곳까지 내려오는 데는 아직 시간이 있는 거네? 더치걸 들에게 꽁꽁 숨어 있으라고 알려야겠고.. 칸 대장에게도 연락해야지,, 아.. 맞다.. 동생 대장이 해주어야 할 게 있는데?”

 

“그게 뭐죠?”

 

“칸 대장이 돌아올 때 까지 동생 대장이 침입자를 좀 상대 해야겠는데?”

 

“네?! 제..제가 말인가요?!”

 

“그래. 지금 연락해도 아무리 대장이라도 이곳으로 돌아오는 데는 시간이 걸릴 거야. 그때까지 동생 대장이 시간을 좀 벌어줘야 하지 않겠어?”

 

“제가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은 다해줘.”

 

“으으.. 알겠어요! 칸 언니가 돌아올 때까지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볼게요!”

 


각오를 다지려는지 두 손바닥으로 자신의 두 뺨을 “짝짝” 때린 케시크가 서둘려 나가자. 물고 있던 담배의 연기를 뿜어내던 스카라비아는 곧 자신의 뒤에 있는 이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미안한데.. 손이 남는다면 조금 도와줄래?”

 

“건성으로 말해도 걱정은 되나 보죠?”

 

“동생 대장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칸 대장한테 혼나는 건 나 거든..”

 

“후훗~ 알았어요. 당신들에게는 늘 신세지고 있으니 제가 케시크양 과 함께 할게요.”

 

“고마워..”

 


어둠속에 있던 목소리까지 조용히 방을 나서자, 다시금 담배 연기를 깊게 빨아들인 스카라비아는 곧 천장에 달린 전등을 향해 안개처럼 연기를 내뿜었다.

 


"하아.. 느낌이 안 좋은데..?“

 


골짜기의 입구를 찾아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한 사령관은, 곧 골짜기 여기저기 뚫려있는 구멍을 보고서는 이곳이 자연적으로 생긴 골짜기가 아닌 예전 광산으로 사용되던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사령관의 지시로 컴패니언 들과 함께 뚫려있는 구멍의 탐색을 끝낸 리리스가 사령관에게 보고를 하였다.

 


“버려진 광산이 아니라는 건가?”

 

“네. 주인님. 아직 동굴 안에 남아있는 온기로 보아 방금 전까지 누군가 있었던 것이 분명해요. 그리고 여기..”

 


리리스가 사령관에게 조심스레 내민 것은 익숙한 마크가 찍혀 있는 레이션의 포장지였다.

 


“우리 군의 전투식량 이로군?”

 

“네. 생활용품 중에도 저희 군이 사용 중인 물품들이 있는 것 역시 확인 했습니다.”

 

“그 말은 이곳이 늑대의 보금자리라는 말이군?”

 


자신들이 들어온 곳이 늑대의 보금자리. 즉 호드의 본거지라는 사실을 깨닫자, 사령관은 컴패니언과 콘스탄챠 에게 만약에 있을 호드 와의 전투에 대비하여 전투준비를 지시, 방금 전까지 와는 다른 긴장감과 함께 아래로 내려가며 탐색을 계속하였다.

 

그렇게 긴장감과 함께 천천히 조심스레 아래로 내려가던 도중, 사령관이 어느 한 동굴 앞을 지나 칠 때였다.

 


“주인님!”

 


무언가 살기를 느낀 리리스가 반응하기도 전에 사령관이 먼저 동굴 안을 향해 팔을 뻗었고, 곧 사령관의 팔에 붙잡힌 무언가는 버둥거리며 어둠속에서 모습을 드려내었다.

 


“누구냐?”

 


사령관이 뻗은 팔에 목이 붙잡힌 채, 버둥거리던 습격자가 대답하지 못하고 컥컥 대자 사령관을 습격자를 벽 쪽으로 던졌고, 등부터 벽에 부디 친 덕에 정신을 잃지는 않았지만, 충격으로 습격자의 몸은 움직이지 못한 채 작게 꿈틀거렸다.

 


“다시 한번 묻지? 넌 누구냐?”

 

“큭!”

 


앳된 얼굴과 함께 포니테일이 인상적인 습격자는 꿈틀 거리면서도 사나운 짐승 마냥 사령관은 노려보며 노골적으로 적개심을 보였다.

 


“앗! 주인님! 조심하세요!”

 


습격자를 포박하기 위해 페로가 다가가려는 순간. 하치코가 방패를 치켜들고서는 한발 먼저 나섰고, 곧 어디선가 날아온 탄환이 하치코의 방패에 명중하였다.

 


“적이 또 있어요! 주인님!”

 


혼란을 틈타 몸을 추스른 습격자가 탄환이 날아온 쪽을 향해 몸을 피하자, 곧 자동포탑과 함께 누군가 모습을 드려내었다.

 


“괜찮나요? 케시크양?”

 

“면목 없습니다. 아자즈씨.”

 

“움직일 수 있겠어요? 일단 이곳에서 벗어나도록 해요.”

 


곧 아자즈가 손에 든 버튼을 누르자 아자즈와 일행 사이에 커다란 금속의 벽이 튀어나왔다.

 


“티타늄 합금으로 만든 벽이에요. 폭격에도 안전하니 이틈에 도망쳐요.”

 

“도망치게 놔둘 것 같나요?!”

 


도망치려는 적을 쫒기위해 리리스가 페로가 서둘러 금속 벽을 향해 공격 하였지만, 폭격에도 안전하다는 아자즈의 말처럼, 두 사람의 공격에 금속 벽에는 작은 생채기만 날 뿐 이였다. 

 


“리리스, 페로, 물러나라.”

 


리리스와 페로 사이로 한 발자국 나온 사령관이 금속 벽을 향해 염라도를 휘두르자, 금속 벽은 마치 종이장처럼 너무도 쉽게 잘려 나가며 무너져 내렸고, 무너진 벽 뒤에서 도망치려던 아자즈와 케시크은 이 상황에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당황하였다.

 

그리고 두 사람이 당황하고 있는 틈을 타, 리리스와 페로가 재빨리 달려들어 제압하였다.

 


“큭! 놔! 놓으라고!”

 

“설마 티타늄 합금을 자를 거라고는..”

 


리리스와 페로에 의해 생포되어 꼴사납게 버둥거리는 케시크와 말없이 조용히 붙잡힌 아자즈 에게로 사령관이 다가가려 하자, 뒤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가 사령관의 발목을 붙잡았다.

 


“케..케시크와 아..아자즈씨를 놔..놔줘!”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어린아이의 체형을 가진 바이오로이드 들이 떨고 있는 손으로 광산용 드릴을 들고는 사령관 일행을 향해 겨누고 있었다.

 


“더치걸! 숨어 있으라고 했잖아요?!”

 

“우리 때문에 케시크와 아자즈씨가 다치는 건 싫어! 그러니깐 얼른 푸..풀어줘!”

 


각오를 다진 말과는 다르게 정작 몸은 두려움에 떨고 있자, 그 모습이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그런 더치걸 들을 잠시 바라보던 사령관은 더치걸들이 놀라지 않도록 차분한 목소리로 컴패니언에게 지시하였다. 

 


“컴패니언. 무기를 내리도록.”

 

“주인님! 하지만!”

 

“리리스. 명령이다.”

 

“네..알겠습니다.”

 


명령에 곧 더치걸 들을 향한 무기를 내린 컴패니언을 지나 사령관이 더치걸 들에게로 다가가자 사령관이 점점 다가올 수록 드릴을 들고 있는 더치걸 들의 손의 떨림은 더 커져만 갔다. 

 

그리고 더치걸 들을 향해 점점 다가가는 사령관을 향해 케시크가 버둥거리며 울부짖었다.

 


“그만둬! 제발! 부탁이야! 날 어떻게 해도 좋아! 그러니깐 더치걸 들은 건들이지 마!”

 


애원하는 캐시크의 목소리를 듣는 듯 마는 듯, 사령관이 가장 앞에서 자신을 향해 드릴을 겨누고 있는 더치걸을 향해 손을 뻗자 더치걸은 두려움에 반사적으로 두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아플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더치걸은 자신의 머리에 크고 따뜻한 감촉이 느껴지자 이내 천천히 눈을 뜨고서는 앞을 바라보았다.

 


“아...”

 


자신의 눈앞에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자신과 눈높이를 맞춘 인간이 자신의 머리를 조심스럽고 상냥하게 쓰다듬어 주고 있었고, 인간의 상냥한 손길에 더치걸의 팔은 힘이 풀린 듯 자신도 모르게 손에 들고 있던 드릴을 놓아 버리고 말았다.

 


“너희의 소중한 보금자리에 찾아와 소란을 피워서 미안하구나. 우리 대원들도 나를 지키기 위해 그런 것이니 부디 이해 해주겠니?”

 

“..네..네에..”

 

“만약 무기를 거두고 우리를 손님으로 맞이해 준다면, 우리 역시 너희와 대화 후. 조용히 이곳에서 물러나도록 하마.”

 

“속으면 안 돼요! 더치걸! 상대는 인간이에요! 인간이라구요! 빨리 도망쳐요!”

 

“케..케시크와 아자즈씨도 푸..풀어주는 건가요?”

 

“너희들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만약 케시크의 말처럼 내가 인간이라 싫다고 한다면 아무도 상처 입는 일 없이 지금 바로 이곳을 떠나도록 하마.”

 

“저..정말인가요?”

 

“나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마.”

 


잠시 사령관의 눈을 바라보며 고민을 하던 더치 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더치걸의 허락에 사령관은 더치 걸을 향해 조용히 목례를 하였다.

 


“방문을 허락 해주어 고맙구나.”

 

.

..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헛수작 부리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좋을 대로 하도록.”

 


더치걸에게 허락을 받은 사령관은 더치걸 과의 약속대로 케시크와 아자즈를 그 자리에서 풀어주었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사령관에게 호감을 느낀 탓일까? 

 

더치걸은 이곳이 통칭 “마을”이라는 소개와 함께 다른 모두가 피신해 있는 넓은 굴로 사령관을 안내 하였고, 그런 사령관을 감시하도 하듯 케시크는 사령관의 옆에서 경계하며 으름장을 놓았다.

 

그리고 동굴에 도착하자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스카라비아는 한숨을 내쉬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하아.. 더치걸 들은 너무 착해서 문제라니깐.”

 

“그 선함이 쓸데없는 싸움을 막은 것이겠지.”

 


케시크에게 상황을 전해들은 것인지, 먼저 기다리고 있던 스카라비아가 세상 귀찮다는 표정으로 사령관을 맞이하였다.

 


“어.. 그러니깐.. 반가워. 스카라비아 라고 해. 인간은 오랜만이네?”

 


잠시 후, 조금씩 흔들리는 전등 아래 테이블에 앉아 서로를 마주보는 사령관과 스카라비아 모습은 흡사 시티가드의 취조실을 연상케 하였다. 

 


“귀찮기는 하겠지만 물어볼 건 물어봐야 하니.. 협조 좀 해주겠어?”

 

“묵비권은 없는 건가?”

 

“대답하기 싫으면 이곳에서 떠나도 돼.. 뭐 우리로써는 그게 더 편하지만.”

 

“순순히 협조토록 하지.”

 

“하아.. 그럼 인간. 자기소개 좀 해주겠어?

 

“이름은 카인. 직책은 남극군 총사령관이다.”

 

“남극? 남극에서 왔다고?”

 

“남극 역시 엄연히 사람이 사는 곳 이다만?”

 

“틀린 말은 아니네? 그래. 이곳에 온 이유는?”

 

“이곳에 온 이유는 본인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 텐데?”

 

“역시.. 댁네 물건 이였구나? 음.. 탈론이 이야기 해줘서 알고는 있어. 그런데 이걸 어쩌지? 이제까지 댁에게서 가져간 물자나 보급품은 이미 우리가 다 사용하고 전부 먹어 치워서 얼마 남아있진 않는데?”

 

“그거 아쉽게 되었군.”

 

“만약 갚으라고 한다면 더치걸이나 저 녀석들은 놔두고, 어떻게 나만 데려가면 안 될까? 뭣하면 내 몸을 마음대로 하는 걸로 갚을게.”

 

“마음이 없는 관계는 지양하지 않아서 말이지.”

 

“음.. 몸매는 자신 있는데.. 어째든 쓰레기인 인간들과는 다르네?”

 

“쓰레기에게 실례인 말이군.”

 


긴장감 하나 없이 마치 처음 만나는 사이가 아닌 것처럼, 농을 주고니 받거니 하는 사령관과 스카라비아 와는 다르게 케스크는 한 치도 긴장의 끈을 높지 않고 계속해서 사령관을 경계하였다. 

 


“이제 농담은 이쯤 할게. 정말 이곳에 이유가 뭐야?”

 

“호드를 쫒아 왔다.”

 


호드라는 단어가 나오자 케시크는 반사적으로 사령관의 머리를 향해 들고 있던 총을 겨누었고, 놀란 컴패니언이 케시크를 향해 무기를 겨누려 하자 사령관은 괜찮다는 듯 손을 들었다.

 


“호주 땅이 살벌하긴 하군. 허락받은 손님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말이지?”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말해! 왜 우리를 쫒아 온 거야?!”

 

“내 부하들을 습격하고 물자를 훔쳐 간데다, 기지까지 습격한 것이 호드인데 설마 찾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한 건가?”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음에도, 태연한 사령관의 태도에 스카라비아는 한숨을 쉬고서는 케시크를 말렸다. 

 


“하아.. 케시크. 일 크게 만들지 말고 총 내려놔.”

 

“싫어요! 스카라비아! 인간은...인간은 이곳으로 몰려와서 저희를 모두 죽일 거라 구요!”

 

“지금 그 인간에게 손대면 나중에 올 것도 지금 바로 쳐들어 오게 될거야. 그러니깐 총 내려놔.”

 

“싫어요! 그렇다면 차라리 인질로..”

 

“병사. 지금 그만 둔다면 사과만 받고 불문에 붙이도록 하지. 하지만 계속 위협한다면..”

 

“시끄러...악!”

 


케시크는 갑작스레 자신의 머리로 몰려오는 두통에 머리를 부여잡고서는 괴로워하였고, 곧 고통에 눈이 뒤집히며 그 자리에서 혼절하고 말았다,

 


“분명히 경고했다. 병사.”

 

“꽤나 희귀한 능력을 가지고 있네? 인간.”

 

“칭찬으로 듣도록 하지. 그건 그렇고. 너희 대장이 돌아오는 것 같은데?”

 


사령관의 말에 스카라비아가 자기부상의자에 달린 모니터를 확인하자, 사령관의 말대로 칸이 빠르게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저기 인간. 혹시 칸 대장하고 싸우려고?”

 

“싸우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

 

“부하라서 하는 자랑은 아니지만.. 우리 대장 하고 부대원들 엄청 강한 양반들이거든?”

 

“그거 다행이군. 나도 강한 여자는 좋아하거든.”

 


곧 자리를 일어난 사령관을 지상으로 향하려고 하자 무언가 떠오른 듯, 스카라비아 뒤에 있던 아자즈을 바라 보았다.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대답 해줄수 있을까?”

 

“?”

 

“혹시 안타이오스 조선소라고 알고 있나?”

 

“!” 

 

“역시...”

 


사령관의 질문에 아자즈의 동공이 순간 흔들리자, 사령관은 곧 자신의 눈앞에 있는 아자즈가 안타이오스 조선소에 있던 그 아자즈라는 사실을 확신하였다.

 


“뭐 도움은 나중에 받도록 할까?”

 


급할 것은 없다는 듯, 궁금증을 해소하고는 다시 지상으로 향하는 사령관을 향해 이번에는 아자즈가 사령관을 붙잡았다.

 


“저기 안타이오스 조선소를 알고 있다면 물어볼게 있어요.”

 

“내가 대답 할 수 있는 거라면.”

 

“혹시 이스칼 이라는 이름의 인간님과 그곳에 잇던 에이미라는 바이오로이드를 알고 있나요?”

 

“잘 알고 있지.”

 

“혹시 두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있나요?”

 

“그건 왜 알고 싶은 거지?”

 

“은인이에요. 지옥으로 변한 그곳에서 저를 탈출 시켜준 은인..”

 

“떠났다.”

 

“네?”

 

“이스칼과 에이미 두 사람은 다시 만났고, 함께 멀리 떠났다. 그것뿐이다.”

 

“아...”

 


그렇게 말없이 지상으로 향하는 사령관의 뒷모습을 아자즈는 한동안 말없이 바라만 보았다. 

 

 

.

..

...

 

 

“보금자리가 습격 당했다고 부하까지 제쳐두고 먼저 달려 온 모양이군?”

 


지상으로 올라온 사령관의 눈으로 멀리서 모래폭풍을 일으키며 칸이 빠르게 접근해 왔다. 

 

칸 역시 자신의 시야로 사령관이 들어오자, 곧 분노한 늑대는 자신의 보금자리에 침입한 사냥꾼을 향해 성난 이빨을 드려내며 달려들었다.

 

사령관의 염라도와 칸의 리볼버 캐논이 부디 치며, 사령관의 얼굴과 칸의 얼굴이 가까이하자 사령관은 마음에 두고 멀리서 지켜보던 여성에게 말을 건내는 남자의 표정으로 칸과 마주 하였다.

 


“만나고 싶었다. 늑대..아니 신속의 칸!”

 

“네 녀석.. 마을에 있는 내 동료들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침착하게 말하고 있지만 말속에 있는 조급함을 숨기지 못한 것인지, 칸의 말에 사령관은 곧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답해주었다.

 


“무슨 짓을 한 건지는 안에 들어가서 직접 확인하도록.”

 


사령관이 칸을 힘으로 밀어내자 밀려난 칸은 사령관을 피해 마을을 향해 움직이려 하였다. 하지만 곧 여러 개의 단검들이 자신의 진로에 박히며 앞길을 방해하였고, 칸은 자신을 방해하는 사령관을 노려보았다.

 


“이곳 계절과는 다르게 쌀쌀맞은 여자로군.”

 

“큭! 방해하지 마라!”

 


어떻게든 마을로 내려가 동료들의 상황을 확인하고 싶은 칸 이였지만, 계속되는 사령관의 방해로 내려가지 못하게 되자, 사령관을 쓰러뜨리지 않고서는 마을로 내려 갈 수 없다고 판단. 리볼버 캐논을 사령관에게로 겨누었다.

 


“인간!”

 


사령관과 칸의 싸움이 시작되자, 곧 사령관을 따라 지상으로 올라온 컴패니언은 사령관을 돕기 위해 가세하려 하였지만, 그런 컴패니언을 리리스가 제지하였다.

 


“리리스 언니! 빨리 주인님을 도와드려야 해요!”

 

“하치코. 진정하렴. 진정하고 주인님의 표정을 잘 보렴.”

 


리리스의 말대로 하치코가 안력을 모아 사령관의 표정을 자세히 보자, 사령관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와 함께, 시간이 지날수록 즐거운 듯 사령관의 입꼬리는 점점 위로 올라갔다.

 


“보이니? 질투나기는 하지만 주인님께서는 오랜만에 즐거우실 텐데 우리가 방해하면 안 되겠지?”

 

“네~ 언니~”

 

“우리 동생은 참 착해. 그럼 우리는 주인님께서 잠깐 즐기시는 동안 근처에 날파리가 꼬이지 않도록 해볼까?”

 


리리스와 컴패니언의 시선은 곧 이곳으로 향해오는 여러 개의 모래바람으로 향하였다.

 

.

..

...

 

 

어디서 이런 인간이 나타난 것인지, 이런 인간이 이제까지 왜 자신들을 내버려 두었는지 모를 정도로, 자신의 캐논과 인간의 들고 있는 검이 부디 칠 때마다 충격이 손으로 전해졌고, 계속 전해오는 충격에 칸은 몇 번이고 손에서 캐논을 놓칠 뻔하였다.

 


“큭!”

 


눈앞의 인간과의 싸움에 온 신경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 이지만, 마을에 있는 동료의 안위에 자꾸만 신경이 쓰였는지 칸은 쉽게 틈을 보였고, 사령관은 그런 칸의 틈을 파고 들었다.

 


“거기다!”

 


사령관이 칸의 허점을 파고들어 팔을 뻗어 칸의 목을 잡아채려는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탄환이 사령관을 칸에게서 떨어뜨려 놓았다.

 


“케시크!”

 

“언니! 저도 가세할게요!”

 


칸에게서 사령관을 떼어낸 케시크가 칸의 곁으로 다가오자, 칸은 다급하게 캐시크의 이곳저곳을 만지며 다친 곳이 없는지 확인하기 시작하였다.

 


“케시크! 다친 곳은 없는 거냐?!”

 

“전 괜찮아요. 언니. 스카라비아 씨도 아자즈 씨도 더치걸 들도 모두 무사해요.”

 


갑작스러운 케시크의 등장과 함께 마치 헤어진 자매가 상봉하는 장면에 사령관은 마치 영화라도 보듯 그것을 바라보았고, 그런 사령관의 시선을 느낀 케시크가 사령관을 죽일 듯 노려보았다.

 


“인간!”

 

“생각보다 빨리 일어났군?”

 

“비겁하게 속임수 따위나 쓰고!”

 

“분명 경고 했을 텐데? 그리고 대화의 자리에서 갑자기 총을 머리에 겨누는 것은 비겁하지 않은 건가? 생각보다 뻔뻔하군?”

 

“이익!”

 

“케시크. 진정해라.”

 

“언니..”

 

“냉정하고 침착하게 내 움직임에 맞추도록 해라. 할 수 있겠나?”

 

“물론이죠!”

 


차분히 사령관을 노려보는 칸의 눈빛을 바라보던 케시크는 잠시 숨을 고른 후, 칸을 따라하듯 침착하게 사령관을 바라보았고, 곧 두 마리의 늑대가 사령관을 향해 달려들었다.

 

.

..

...

 

“앗! 2:1은 치사해요!”

 


사령관을 공격하는 칸과 케시크를 발견한 하치코가 소리치자, 곧 하이에나의 샷건이 하치코의 방패를 공격하였다.

 


“캬하핫~! 우리가 좀 치사하긴 해! 강아지 아가씨!”

 

“치사방구에요!”

 

“전쟁이란 원래 치사방구 한거라고!”

 


칸에게로 향하려는 호드와 그런 호드를 저지하고 나선 컴패니언 역시 충돌하며 전투가 시작되었다.

 


“이야~! 자기 부하한테 동물 귀에 꼬리까지 달게 하고?! 그 쪽 주인 양반 취향 참 독특한데?!”

 


워울프의 도발도 페로는 도발을 무시하고서는 침착하게 워울프을 향해 단분자 크로를 휘두르며 응수하였고, 담담하지만 당연하다는 듯 워울프를 향해 말했다.

 


“진짜 귀와 꼬리입니다!”

 

“우왓?! 진짜라고?! 야! 샐러맨더! 이 아가씨 귀와 꼬리 진짜라는데?! 너는 왜 도마뱀 이름인데 꼬리나 비늘이 없는 거냐?”

 

“대신 나와 한 몸인 이 워커가 불을 뿜잖아? 그건 그렇고, 아가씨는 부엉이 아니야?! 부엉이 인데 왜 얼음을 발사 하는 건데?!”

 

“도마뱀도 불을 뿜지 않아요! 그리고 전 부엉이가 아니고 흰올빼미 입니다!”

 


난전을 벌이고 있지만 절반은 도발과 말싸움 이였고, 칸 역시 마을이 무사하다는 사실에 안심을 한 것인지 조금 전과는 다르게 더욱더 빠르고 날카롭게 사령관을 공격해왔다.

 

하지만 케시크까지 가세하여 2:1이 되었음에도 사령관은 밀리는 기색 없이 그녀들의 모든 공격을 받아내며 그녀들을 상대 하였고, 방금 전과는 달라진 칸의 전투실력에 감탄하였다.

 


“과연! 신속이라는 이명으로 불릴 만 하군!”

 

“칫!”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칸! 너와 호드를 원한다! 나와 함께 하자!”

 

“웃기지 마라!”

 


사령관의 권유의 눈에 지금까지 냉정을 유지하던 칸은 눈은 쌍심지에 불을 키고는, 이빨 까지 악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언니를! 자매들을! 동료들을! 사지로 내몬 인간 따위는!”

 


마치 분노와 냉정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며 점점 거칠어져 가는 칸의 모습에 이대로 가면 정말로 칸을 상처 입혀야 할지도 모르게 되자 사령관은 싸움을 그만 끝내기로 마음 먹고는 자세를 잡았다.

 


“좀 더 즐기고 싶지만.. 조금 위험하군. 이만 끝내도록 하지.”

 


사령관이 땅에 있는 돌멩이를 칸을 향해 바로 차자 칸은 그것을 쳐내었고, 그 틈에 사령관은 칸에게로 곁으로 접근하였다

 

날아오는 돌을 막아낸 칸의 얼굴과 사령관의 얼굴이 지근거리에 닿자, 사령관은 어느새 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칸의 기동장치에 꽂아 넣었고, 사령관이 꽂은 단검에 의해 칸의 한쪽 기동장치는 망가져 버리고 말았다.

 


“이런!”

 


자신의 눈앞까지 다가온 사령관의 모습에 칸이 서둘려 거리를 벌리려고 하였지만, 한쪽 기동장치가 망가진 덕에 칸은 균형을 잃고 그대로 넘어져 버리고 말았다.

 


“언니!”

 


넘어진 칸에게로 케시크가 한 눈을 파는 사이 사령관은 이번에는 케시크의 양쪽 기동장치에 단검을 꽂아 망가뜨리고는 케시크의 뒷목을 쳐서 기절 시켰다. 

 


“대장! 동생 대장!”

 


칸이 넘어지고 케시크가 기절하자. 그 모습에 호드는 서둘려 두 사람을 돕기 위해 컴패니언을 무시하고 칸에게로 향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런 호드를 가만 둘 만큼 컴패니언은 너그럽지 않았다.

 


“부하들이 낄 자리가 아닙니다.”

 

“비켜!”

 

“분명 경고 했습니다!”

 


방금까지 팽팽하게 호각을 벌이던 호드는 지켜보고 있던 리리스가 가세하자, 점점 밀리기 시작. 컴패니언에게 발이 묶인 호드는 쉽사리 칸에게 다가가지 못하였다.

 


“젠장! 제발! 맞아라!”

 


어떻게든 칸을 돕기 위해 퀵카멜은 난전 중에 어떻게든 빈 공간을 찾아 자신의 180mm 로켓포를 사령관을 향해 발사하였고, 로켓포가 사령관에게 명중한다면 칸이나 케시크가 다치기는 하겠지만 인간의 손에서 두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 카멜은 제발 자신이 쏜 로켓포가 인간에게 명중하기를 간절히 빌었다. 

 

하지만 그런 카멜의 간절함은 곧 경악으로 바뀌었다.

 

자신에게로 날아오는 카멜의 로켓포를 향해 사령관이 염라도를 빠르게 뽑아 아래에서 위로 베자, 반으로 갈라진 로켓포는 사령관의 양쪽으로 날아가 폭발하였고, 그 모습에 호드 대원들은 경악하고 말았다.

 


“미친! 칼로 로켓포를 자른다고?!”

 

“저게 가능한 거야?!”

 

“지금 한 눈 팔았죠?”

 


사령관의 기예에 호드가 경악 해하는 사이, 리리스와 컴패니언에 의해 포박 되어버리고 말았다.

 


“자랑인 속도를 잃었음에도 굴하지 않는다는 건가?”

 


로켓포를 벤 사령관이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칸을 향해 염라도를 겨누었음에도, 칸은 절대 굴하지 않는다는 듯 사령관을 노려보았다.

 


“다시금 묻지. 나와 함께하자.”

 

“거절한다!”

 

“내가 널 이 자리에서 죽인다고 해도 말인가?”

 

“인간에게 꼬리를 흔드는 개가 될 바에는, 사냥꾼의 총에 최후를 맞는 늑대가 되겠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나와 함께 하자.”

 


사령관의 물음에 칸은 고민하는 기색도 없이 즉답을 내놓았다.

 


“죽여라..!”

 


할 말은 다하고 자신에게 향하는 패배자의 최후를 받아들이겠다는 듯 칸이 조용히 두 눈을 감자. 칸의 귀로는 부하들의 다급한 외침만이 들려왔다.”

 

그리고 칸의 귀로 자신을 향해 내려올 칼날의 소리 대신 짧은 한마디만이 귓가에 들려왔다. 

 


“아쉽군..”

 


아쉽다는 짧은 한마디와 함께 검을 집어넣는 소리가 들려오자. 칸은 감고 있던 두 눈을 천천히 떴다.

 


“다친 이는.. 흠.. 없진 않지만 그래도 너무 걱정하진 말려무나.”

 

“고마워요.. 인간님.”

 


눈을 뜬 칸의 눈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더치걸과 그런 더치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는 사령관의 모습이 들어왔다.

 


“더치걸! 더치걸은 건들이지 마!”

 

“음?”

 


기동장치가 망가진 탓에 두 다리로 뛰어와서는 사령관에게서 더치걸을 낚아챈 칸은 케시크에게도 그랬듯 더치걸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다친 곳은 없는 거냐?!”

 

“난 괜찮아. 칸. 그리고 마을에도 다친 이들은 아무도 없어.”

 


도리어 칸을 달래어 주는 더치걸의 모습을 바라보며, 사령관은 더 이상 이곳의 볼일은 없다는 듯 돌아가기 위한 발걸음을 돌렸다.

 


“리리스. 호드는 풀어주도록. 이만 돌아간다.”

 

“저기.. 인간님.”

 


돌아가려는 사령관의 발걸음을 더치걸의 목소리가 붙잡자 사령관은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칸에게 안긴 채, 자신을 향해 미소 지어주고 있는 더치걸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도 다치지 않게 해줘서 고마워요.”

 

“그렇게 약속 했으니깐...”

 


더치걸의 미소를 얻은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듯 사령관 역시 더치걸을 향해 미소를 지어준 뒤 마을에서 물러났다.

 

.

..

...

 

 

“결국 저희는 얻은 것이 아무것도 없군요. 폐하.”

 

“더치걸 과 다른 이들에게 자유를 주지 않았나?”

 

“과거 인류의 명령에 묶인 바이오로이드를 해방하는 것이 폐하께서 내세우신 기치 인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에는 너무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었습니다.”

 

“본래 자유는 비싼 것 이라고 누가 그러더군.”

 

“누가 그런 말을 한 건진 모르겠지만, 안드바리 양이 듣는다면 분명 화 낼만한 말이군요.”

 

“훗...”

 


결론적으로 사령관은 호드를 회유하여 합류 시키는 데에 실패하였다. 

 

어떻게든 칸을 설득하고 싶었지만, 칸의 반응을 보아서는 도저히 설득될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물론 인간이 가진 명령권을 발동 한다면, 억지로 따르게 하는 것이 가능이야 하겠지만, 누군가의 자유와 의지를 힘으로 찍어 누르면서 까지 억지로 따르게 하고 싶지도 않았고 또한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고 천명 했었다.

 

아르망은 얻은 것이 없다고는 하였지만 그렇다고 아예 얻은 것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도 만성적인 물자와 식량부족만 아니라면 위험을 감수하면서 까지 그쪽을 습격할 생각이 없어.”

 

“그것만 해결 해주면 되는 건가?”

 

“이 이상 욕심을 부려봐야 아쉬운 건 우리니깐. 약속만 지켜준다면 칸 대장은 내가 어떻게든 설득해볼게.”

 

“나쁘지 않은 조건이긴 한데.. 너희들은 인간을 싫어하는 것 아니었나?”

 

“칸 대장도, 나도, 우리도, 인간을 싫어하는 건 맞아. 하지만 누군가를 증오한다고 배가 부르게 되는 것은 아니잖아?”

 

“현실적이군.”

 

“그냥 닳고 닳은 거라고 해둘게..”

 


스카라비아는 자신들의 마을에 부족한 물자와 식량을 제공만 해준다면 칸을 어떻게든 설득하여 호드가 더 이상 남극군을 공격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사령관과 약조를 하였다.

 


“호드를 얻지는 못한 게 아쉽기는 하지만 호드의 위협은 제거되었군.”

 

“폐하. 지휘관들에게는 서둘러 멜버른 공략 준비를 마무리 하라고 전하겠습니다.”

 

“늦은 만큼 부지런히 가야하니, 지휘관들에게 당분간 바빠 질 거라고 전하도록.”

 

“그리 하겠습니다. 폐하.”

 


그렇게 스카라비아 와의 약속대로 마을에 식량과 필요한 물자를 제공하자, 호드는 거짓말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되었고, 호드의 문제를 해결한 사령관 역시 멜버른의 공략의 박차를 가하였다.

 

그리고 사건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금 사령관에게로 다가왔다.

 


“스완 힐에는 레오나 소장이 이끄는 발할라 와 아스널 준장이 이끄는 캐노니어, 슬레이프니르 대령의 스카이나이츠가 멜버른 북쪽 지역을. 애들레이드는 나와 마리 소장이 이끄는 스틸라인 서쪽 지역을, 캡틴이 이끄는 스파르탄 부대는 세이렌 대령이 이끄는 함대와 함께 포격 지원과 강습 지원을 하도록.”

 

“알겠습니다. 폐하.”

 

“안타이오스의 수비는 이번에 복원 되어 올라온 몽구스 팀에게 맡기도록. 방위 AGS와 함께 수비를 한다면 철충을 막아내는데 부족하지는 않겠지. 애들레이드와 스완 힐 에는 혹시 모를 철충의 지원군을 감시할 인원만 남겨두도록.”

 

“네. 폐하.”

 

“그리고 몽구스 팀과 함께 온 예의 그 부대는...”

 

“주인님!”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급하게 회의실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콘스탄챠는 숨을 고를 세도 없이 사령관에게 소식을 전하였다.

 

“무슨일이지? 콘스탄챠?”

 

“마을이.. 호드와 더치걸이 있는 마을이..”

 

“?”

 

“철충에게 공격받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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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나앤아 힘내자.


언제나 귀한 시간내어 읽어주시는 라붕이들에게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