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여성이 깨어났을 때, 그 곳은 풀의 녹음은 전혀 없는, 철의 우리 안이었지.

여성은 자기가 왜 여기있는지, 어떻게 여기왔는지 전혀 기억을 하지 못했어.

그저, 자기는 가족이 있고 그 가족 곁으로 돌아가야한다는 것만 기억하고 있었지.

그런데 말이야.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렇다면 이 이야기를 그대에게 들려줄 리는 없었겠지?

여성은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온갖 실험을 받게 되었다네. 뭔지 모를 주사를 받기도 하고, 온 몸에 묶인채로 기계장치에 접속되기도 하고, 그 외 입에 담기도 싫을 만한 일들을 겪었지.

그래서 결국, 인간이라고 말하기도 힘들정도로 바뀌었을 때, 그녀는 결국 자기 몸에서 전기를 내보낼 수 있게 된거야.

아! 전기, 이 얼마나 좋은 것인가. 현재 모든 문명의 근간이자, 전기가 없는 세상은 이제는 상상조차 할 수가 없지. 그런 전기를 다루게 된 그녀는 구속복을 입혀진 채 방치되어있었어.

가족을 만나러 간다에서, 가족이 구하러 온다에서, 가족조차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그녀는 모든게 무너졌거든.

그녀는 인간조차 아니었던거야! 아주 철저하게 실험용으로 만들어진 바이오로이드였다는 것이지.

이 얼마나 웃긴 일이 있는가. 만들어진 기억에, 만들어진 몸에, 만들어진 초능력이라니! 피 한방울부터 모든 게! 모든 게... 그녀에게는 만들어졌던 것인게지.

...그리고 그녀는 긴 잠에 들게 되었어. 프로토타입의 제작이 끝남에 따라 데이터를 얻었으니, 이제 그 걸 기반으로 더 나은 개체를 만드는게 더 좋았거든. 겨우 조금 전기를 썼다고 두통을 느끼는 개체에 굳이 그 잔학무도한 것들이 신경을 쓸 리가 없지 않는가?

다행히도 그녀가 긴 잠을 자는 사이, 모든 인간이 길디 긴 잠에 들게 되었고 그녀는 다시 깨어날 수가 있게 되었지.

웃긴 것은, 이렇게 해서 처음 만난 것이 다른 모델의 자신이었다는 거야.

똑같은 얼굴, 똑같은 동작, 똑같은 말투, 그리고... 비슷한 기억. 신이 있었다면, 어이하여 그녀를 이렇게까지 괴롭힐 수 있었겠는가. 현실을 부정하여 조금이라도 가족이 있다고 믿고 싶었던 마음을, 이렇게나 산산히 분쇄해버린다니 말이아.

결국 그런 그녀들은 자신을 토대로 만들어진 다른 아이들과 함께 세상 밖으로 나왔고, 유일한 인간인 그대에게 구해진 것이지.

그리고 그 후는 알지 않나? 그대와 그녀는 시간을 겹쳤고, 같이 지내면서 사랑에 빠져서... 그대가 그녀에게 반지를 주었지.

그녀는 기뻤지. 당연히 기뻤지. 주입되었던 기억과는 다른 진실의 가족을 얻게 되었을테니까 말이야.

동시에, 그녀는 떠올렸겠지. 그 실험실에서의 나날을. 모든게 거짓이었던 나날들을.

그녀는 생각했어. 지금의 자신에게 무엇 하나 자랑할 것이 있는가를, 개조로 인해 융합되어서 땔 수 없어진 머리의 흉측한 기계, 결국은 초능력을 얻었지만, 조금이라도 쓰면 두통이 오는 빈약한 몸, 모든 것이! 모든 것이 다른 누구보다도 나아보이는 것이 없었어! 모든 게 거짓이었어! 아무런 것도 있지 않은 거야!

그러니까 그녀는 겁 먹었던거야. 자신에게 유일하게 진실인, 그대에게의 사랑이 부정당한다면, 그녀는 아무 것도 없어지니까.

자 그럼, 그녀... 그대가 사랑하는 레이시에 대한 이야기는 끝났다네. 이제 그대가 해야할 것이 뭔지 알지 않겠나? 그녀에게 진실된 것을 나눠주러 가도록 하게나, 거짓된 것밖에 없었던, 어둡기만 했던 그녀의 캔버스에, 새하얀 물감을 한 방울 떨어뜨려주게나. 그리고 그 캔버스가, 언젠가! 모든게 끝나고, 둘이 같이 누워서 긴 잠이 들기 전에! 부디... 누군가가 명화라고 평할 수 있는 그림이 되게 해주게나.

그걸로 우리들의 인생이, 꼭 거짓만이었던게 아니었다는걸... 그녀를... 아니, 언니를 통해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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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레이시에 대해서 써본 소설. 화자도 대충 비슷한 레이시 개체라고 마지막에서 즉석으로 정했음

레이시는 별로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긴한데, 스킨하고 외전좀 줬으면 좋겠음. 발렌 때문에 티아멧이랑 얘랑 둘다 손해본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