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름다운 휴양지 섬에서 보내는 시간도 이제 일주일정도 남았다

보름 전, 무적의 용한테서 우리의 든든한 전투력이 되어줄 함대의 소집이 마무리되었다는 전보가 도착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여태껏 요정마을을 구하고 휴가를 즐기면서 미뤄뒀던 것들을 정리하고 섬 잔존인원을 제외한 모두의 철수를 준비하느라 요 몇 주간 오르카의 분위기는 어수선하기 그지 없었다


"주인님? 제 말 듣고 계신가요?"


입이 찣어져라 크게 하품하는 나를 보고 보고를 올리고있던 콘스탄챠가 걱정스러운듯 물어봤다


"아, 미안 듣고있었어. 슬슬 잘때가 되니까 잠깐 피곤해졌을 뿐이야."


"정말 죄송해요 주인님. 이제 하나 남았으니까 조금만 힘내세요."


"흐음...콘스탄챠를 꼭 안고있으면 왠지 기운이 날거같은데?"


"어...어머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주인님..."


콘스탄챠는 부끄러운듯 발그레진 뺨에 손을 올리며 고개를 돌렸다


"보고가 끝나고 나중에 호출해주시면, 그때 마음껏 안겨드릴게요 알겠죠?

그럼 계속 이어서할게요"


콘스탄챠는 으흠-하고 목을 고른뒤 다시 보고를 이어갔다


"로버트 건이 마무리된후로 명령하셨던 지하연구실 데이터의 검수가 완료되었어요.

자세한 결과는 내일 아침 뽑아서 보내준다고 했고, 지금은 대략적인 결과만 전달되었는데 그가 자행한 인체실험과 연구실소속의 AGS 기종과 수량이 나와있었어요"


호오- 드디어 끝난건가

솔직한 마음으론 거기서 벌어진 인체실험의 경과를 직접 봐야한다는점이 매우 꺼림칙하긴 했지만, 나에겐 나를 따르는 수많은 이들을 위해서 그곳에서 벌어진 일과 그것으로 얻은 데이터가 어떤건지 알아야할 의무가 있다


"하아...뭘 보게될지 긴장되는구만..."


"그런데 그보다...데이터에서 한가지 이상한점이 발견되었다고 해요."


"이상한 점?"


"그게...데이터에 등록된 AGS의 수량이랑 실제로 관측된 AGS의 수량이 맞지 않는다고 떴어요"


이게 무슨 소리지?

우리가 미처 처리하지 못한 AGS가 저 어딘가를 떠돌아다닌다는 것일까?


"그 차이가 어느정도 나는데?"


"많지는 않아요. 폴른 모델 11기와 드론 모델 8기...그...다만..."


불안한 머뭇거림 끝에 콘스탄챠가 입을 열었다


"타이런트가...한 기 포함되어있어요"


'타이런트' 이 이름 하나를 듣고 내 모든 이성이 마비되는것만 같았다

요정마을을 구하는 과정에서 그 녀석에세 뒤쫓기는 순간만큼 아찔했던 순간도 얼마없으니까

긴박하게 울리는 머릿속의 사이렌

그 거대한 폭군이 어쩌면 아직도 저 바깥을 돌아다니며 나와 오르카의 모두의 목숨을 노리고있다


하지만 얼마 안가서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가 떠올랐다

'더 이상 그들을 통제하는 로버트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로버트를 쓰러뜨린순간 통제를 잃고 정지된 다른 AGS들을 떠올려보면 그들도 어딘가에서 정지된채 영영 작동하지 않고있을터이다

그렇다면 이건 생각보다 큰 위협이 아닌것이다 나중에 시간들여서 찾아내면 그만일뿐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마음이 차츰차츰 가라앉으면서 다시 긴장이 쑥 풀려나가는게 느껴졌다

그 탓에 손에 들려져있던 업무용 타블렛이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주인님? 괜찮으세요?"


콘스탄챠가 타블렛을 주워 건네주며 걱정스러운듯 물었다


"아 응 물론이지 잠깐 놀랐을뿐이야."


잠시나마 머물렀던 두려움을 떨쳐내기위해 타블렛을 받아들며 검연쩍게 웃었다


"비록 정지되어있을테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찾아보는게 좋을것같네. 어쩌면 우리편으로 재설정해서 좋은 전력이 되어줄수도 있을테고말이야."


"네, 내일 아침이 밝는대로 정찰대를 편성해서 누락된 AGS를 찾아보라는 명령을 마리대장과 레오나대장께 전달해드릴게요."


콘스탄챠는 늦은밤까지 죄송하다는듯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혹시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요망한 웃음을 흘리면서


"아하하...어떻게 할까나."


마음같아서는 콘스탄챠의 품에 폭 끌어안긴채 따스한 밤을 보내고도 싶었지만, 이미 내 몸은 머리,허리,근육 세포 하나하나마저 피곤하다며 온 비명을 지르고있는 지경이었다

오늘같은 날은 그냥 빠르게 숙면을 취하는것도 나쁘지 않겠어


...라고 생각하고 침대에 엎드리자마자 문에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이 밤중에 누구지? 혹시라고 샬럿이나 앨리스나 아스널이 덮치러온거라면 극히 사양하겠어!


"안녕 사령관."


노크의 주인공은 에밀리였다

그녀의 품에는 그녀의 몸만한 큼직하고 푹신한 배게가 꼭 끌어안겨있었다


"아 에밀리구나. 오늘도 옆에서 자고싶어서 왔어?"


에밀리는 말없이 끄덕하며 자연스럽게 방안으로 들어왔다

에밀리가 내 옆에서 자러 오는일은 딱히 드물지않았다

캐노니어 부대원들, 즉 그녀의 언니들이 임무 수행중이라서 없거나 할 때는 종종 혼자자기 외로운지 내 방문을 찾아와 노크하곤했었고 그럴 때마다 매몰차게 돌려보내긴 뭐한지라 흔쾌히 옆에서 자는걸 허락하곤했다

그리고 도저히 피곤해서 푹 자고싶은 날에는 나에겐 나름 꽤 좋은 핑계거리가 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에밀리는 곧바로 침대로 가지않고 내 책상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안고있는 배게에 얼굴을 묻고있었다

뭐지? 이런 경우는 없었다

약간 당황한 나는 그제서야, 에밀리의 기운이 뭔가 많이 가라앉아있다는걸 눈치채고 심삼치않음을 깨달았다


"에밀리? 무슨 일 있는거야?"


나는 그녀의 건너편 의자에 앉아 허릴숙여 에밀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사령관...하고 나를 올려보며 한참을 앉아있던 에밀리의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어어...에밀리?!"


당황한 나는 곧장 티슈를 꺼내들고 에밀리의 겉으로 가 훌쩍이는 어깨를 감싸 안았다

이거 아주 긴 밤이 될것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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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6편 연속 투고+링크 묶음글 순서로 올릴생각인데 괜찮을지 모르겠다
도배로 오해받는거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