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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오르카 반란군이 주둔중인, 포세이돈 인더스트리의 최종 목적지, 파리. 루앙에 주둔중이었던 자신의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어째서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는지에 대한 호통을 칠 목적으로 연결한 통신이었지만, 돌아온 것은 자신의 예상과는 완전히 빗겨나가 포세이돈의 회장의 서슬퍼런 사형 선고에 정신이 불안정한 사령관의 정신없는 명령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야, 콘스탄챠!! 내가 명령한건 어떻게 되가고 있어!!"



"ㄴ, 네! 주인님! 파리를 감싸는 순환도로들에 모두 거대한 장벽을 쌓는 명령이라면 지금 끝마치는 단계에 들어왔습니다!! 파리는 이제 거대한 장벽으로 둘러쌓인 도시요새로 거듭났습니다!!"



"후으으으... 좋아... 그러면... 그리고 닥터 너. 레모네이드 델타년이 남기고 뒤진 그거. 어떻게 되가고 있어."



"세뇌헬멧... 말하는거지? 응. 파리에서 우리에게 저항하던 모든 바이오로이드들에게 착용시키고 있어. 파리에 있는 모든 이들은 오로지 오빠를 지키기 위해 모든걸 다 할꺼야."



"시발... 하필 그 약물이 다 떨어져버리고... 귀찮게 하네..."





과거 레모네이드 델타가 레모네이드 오메가의 기술을 훔쳐 만든 세뇌헬멧. 이는 인간의 명령권까지도 거부를 할 수 있게 만들 정도로 매우 강한 세뇌력을 가진 기술이었다. 이 사악한 기술이 인간의 군대에, 그것도 인명따위는 델타만큼이나 경시가 가능한 이가 다스리는 세력에게 넘어간다는건 이 기술이 십분 그 이상으로 발휘된다는 뜻이었지만, 의외로 사령관은 이 힘을 바로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 순순히 투항한 이들은 물론 힘으로 억누른 파리의 바이오로이드들을 대상으로 어느정도의 민심은 붙잡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극단적으로 흘러가자 이 마저도 여의치 않았고, 결국 눈이 뒤집힌 사악한 인간은 해야 할 일이 한가지 더 늘어났다.





"시발... 파리만큼은... 파리만큼은 무조건 지켜야 해!! 콘스탄챠! 명령 하나 더 추가한다."



"네, 주인님! 어떤 명령이시죠?"



"방공쪽 년들한테 싹 다 전해. 뭐든 간에 파리로 날아드는 것들이 있으면 경고없이 바로 격추시키라고!!"



"알겠습니다, 주인님! 지금 바로 모든 방공대대에 주인님의 명령을 하달하겠습니다!"





이제 자신에게 남은건 파리에 있는 이들 하나뿐이라고 생각했던걸까. 파리 바깥에서 자신에게 오는 것들은 모두 적이라고 생각한건지, 사령관의 명령은 피아식별조차도 무시한 막가파식이었다. 그리고 이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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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가면 파리야... 얼른 주인님에게... 응?"




'슈우우우우웅!!!!'


'콰콰쾅!!!!!'


'삐삐삐삐삐삐삐삐!!!!!!'




"꺄아악!! 이, 이게 왜 이러지!! 대체 왜 나한테!!! 꺄아아아악!!!!"





루앙에서 포세이돈 인더스트리가 오르카를 압도적으로 밟아버릴 것을 이미 예상했던건지, 오르카 호를 지키지 않고 바로 헬기를 타고 파리로 도망치고 있던 공진의 알렉산드라였지만, 사령관은 그녀가 도망쳐오고 있다는걸 생각하진 못 한건지 파리로 오는 모든 것을 격추시키라는 명령을 전 방공부대에 하달하였고, 결국 알렉산드라가 타고 가던 헬기가 오르카 반란군의 자주대공포의 포탄에 맞고 파리 북쪽 어딘가로 추락해가고 있었다. 잠시 후...





"...으윽... 쿨럭, 쿨럭!!! 하아악.... 하아아... 어떻게든... 살아난건가..."

"잠깐... 여기가 어디지...? 내가 대체... 어디로 추락한거지...?"





다행인건지 불행인건지 목숨은 건진듯 했지만, 제멋대로 곤두박질 쳐서 파리 북쪽 근교 어딘지 모를 곳에 혼자 추락하고 만 공진의 알렉산드라였고, 이 과정에서 몸이 아주 멀쩡하진 않았던건지 추락한 헬기에 기대어 앉아 추락에 의한 부상에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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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같은 시간. 서로 제각기 다른 방향에서 파리를 향해 진격중인 포세이돈의 세 함대. 세 함대의 지휘관들을 비롯한 포세이돈의 수뇌부들과 우주에서 인공위성을 통해 파리 상공을 감시하는 레모네이드 엡실론이 마지막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제 2함대 클로버 산업. 됭케르크에서 상륙하여 현재 파리 북부로 남진하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도망쳐 온 바이오로이드 한 개체의 안내를 받아 현재 빠르게 진격중입니다."



"제 3함대 스틸라인. 낭트에서 상륙하여 중부 지역의 오를레앙에 당도하였고, 이 지역의 열차차량기지에서 다량의 열차를 발견하여 현재 철도를 통해 북진 준비중입니다."



"제 1함대 포세이돈 본대. 센 강을 따라 노르망디의 중심 도시 루앙을 거쳐 파리로 진격중이다. 아무래도 우리 1함대가 가장 먼저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파리까지 얼마 남지 않았군."



"회장님. 지금 회장님한테 보고해야할게 엄청 많은데, 제일 궁금해 할 것부터 먼저 말해줄께. 우주에서 파리쪽을 좀 둘러봤는데 말이야. 이 녀석들. 역시나 발악이란 발악은 다 하고 있나봐. 파리를 둘러싸는 순환도로 전체를 거대한 장벽으로 둘러쌌던데?"



"장벽? 규모는 어떤지 확인이 가능한가?"



"뭐어... 자세히는 알 순 없겠지만 내가 아는게 맞다면 파리나 이 근교에 엄청나게 강력한 장벽을 만들 장비와 자재들은 없는걸로 알거든. 쉽게 비교하면 종이벽같은 느낌일지도 몰라."



"2함대, 3함대. 도착 예상 시간은?"



"저희 3함대 스틸라인이 2함대보다 조금 더 빠르게 도착할 것 같습니다. 직접 육로로 진격중인 2함대에 비해 저희는 열차를 이용하여 진격을 하고 있으니 속도의 면에서 더욱 앞서고 있을겁니다."



"좋아 그러면. 기왕 이렇게 된거. 녀석들과 좀 어울려줄까."



"주인님의 말씀에서 장난기 라는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어떤 작전이신가요."



"녀석들은 파리를 요새화시키고 최후까지 총력전을 할 것이다. 그럼 그 만큼 저항의 규모도 거대할 것이고, 자신들이 세운 장벽도 어떻게든 강하고 튼튼해보이게끔 포장을 해놨을 것이다."

"하지만 엡실론의 말 마따나 우리에게 있어서 그 장벽이 종이벽 수준이라고 한다면... 마리. 파리에 도착할 때가 되면 열차의 속도를 더욱 크게 높여라."



"네? 그러면 장벽에 부딪... 각하. 혹시 제가 순간적으로 생각한 것이 맞습니까?"



"그래. 그 정도 수준의 장벽이라면 너희들이 전 속력으로 달려오는 열차를 들이받기만 해도 그 장벽은 손쉽게 뚫릴꺼다. 그리고 그게 목적이다. 녀석들의 사기를 한번에 꺾음과 동시에, 3함대가 진격해오는 남쪽으로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어."



"잘 알겠습니다, 각하. 파리에 도착할때에 맞춰서 속력을 더욱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알겠다. 3함대가 장벽에 돌진하여 뚫어버리기 전에, 우리 1함대는 조기에 도착하더라도 놈들의 장벽을 뚫지 못하는 척을 하도록 한다. 그리고, 3함대가 장벽에 돌진하여 뚫어버리는 그 순간, 화력을 몰아쳐서 단숨에 장벽을 무너뜨리고 북서쪽에서 밀고 내려간다."



"북서쪽과 남쪽. 두 곳에서 동시에 공격하는군요. 그럼 놈들은 남아있는 방향쪽으로 도망치려할지도 모르겠군요."



"바로 그거다 알파. 2함대는 도망치려는 이들의 퇴로를 차단하도록 한다. 놈들이 파리 근교 바깥으로 절대 못 빠져나가도록 해."



"훗. 약한 척이라. 이 감마님에게 어울리는 짓거리일진 모르겠지만. 우리 회장의 명령이니 따라야겠군. 좀 서투를 수도 있지만 말이야."



"3함대가 파리에 도착할때까진 참아주길 바란다. 그럼 이 건은 여기까지 얘기하고. 두번째로 보고할건 뭐지, 엡실론?"



"응. 지난번에 루앙에서 한창 전투가 일어났을때, 오르카 호 쪽에서 헬기 한대가 이륙해서 남동쪽으로 내려가는게 포착이 되었거든."



"루앙에서 유일하게 도망친 개체라면... 그 년이군."



"공진의 알렉산드라!!! 엡실론! 그 자가 맞나요?"



"뭐!? 그 년이 그렇게 도망을 쳤다고!!!"



"어어... 그거까진 잘 모르겠고... 아무튼 이 헬기가 남동쪽으로 도망을 친건 둘째 치고, 파리에 도착하기 직전에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파리쪽에서 쏘아올린 자주대공포를 맞아버리고 파리 북부쪽에 추락한것도 포착이 됐어."



"주인님!!! 부탁드릴 안건이 있습니다!!"



"이봐 인간!!! 나도!! 부탁할게 있어!!"



"... 알파. 장화. 진정해라. 잘 알겠으니까. 2함대. 파리 북부를 샅샅이 뒤지면서 우리에게 저항하는 자가 있는지 확인해라. 저항하는 자가 있다면 죽여도 좋다. 장화. 너도 파리 북쪽 근교쪽으로 가봐도 좋아."



"감사합니다, 주인님!!! 주인님께서 내리신 명령!! 완벽히 완수하겠습니다!!"



"좋아...!!! 그 시발년의 낮짝을 아주 그냥 찢어놔버리겠어!!!"



"장화라고 했던가요? 당신도 그 년한테 할 말이 많나보군요."



"나도 한 몫 거들테니까 먼저 죽였단 봐라! 나도 그 쪽으로 갈테니까!!"





언제나 냉철하던 레모네이드 알파마저 공진의 알렉산드라에 대한 안건이 나오자마자 바로 눈이 뒤집히면서 격앙된 모습을 보이자, 회장은 이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고, 장화 역시 엄연히 포세이돈에 잠시 협력하는 별개의 개체였던 이상 그녀에게 명령을 내릴 순 없었기에 그녀들이 원하는대로 회장은 결단을 내렸다.





"그런데 이상하지않아? 우리같은 둠 브링어도 아니고, 파리에서 쏜 자주대공포를 맞고 헬기가 추락했다고? 이건 아예 자기 부하를 죽이게 둔거잖아?"



"그 헬기가 자기 부하가 도망쳐온게 아니라 우리쪽인줄 알았나보지 뭐. 머저리 같은 새끼..."



"그리고 말이야 회장님... 지금 이 파리에서의 마지막 전투...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음? 그건 왜 묻지?"



"이건 세번째로 올릴 보고인데... 프랑스 동쪽 너머에서 엄청난 숫자의 철충 녀석들이 진격해오고 있는것도 포착을 했어."



"뭐? 철충이? 갑자기 왜 프랑스로 오는거지?"



"뭐... 이건 그냥 단순하게 파리에 있는 그 인간의 뇌파를 감지한거 아닐까? 근데 녀석들이 정말로 작정을 한건지 진짜 엄청난 숫자로 몰려오고 있어. 우리 포세이돈 함대보다도 더 많은 규모야."



"으으음... 그 철충 녀석들이 어디까지 진격해왔는지 알수 있나?"



"마지막으로 관측된 곳이 알프스 산맥 지역과 구 독일 프랑크푸르트 서쪽 근방이야. 머지않아 곧 프랑스 본토로 밀고 들어올꺼고... 프랑스는 곧 철충 녀석들로 쫙 깔리게 될꺼야."



"일이 아주 그냥 잘 돌아가는군...철충 놈들도 그 새끼를 노린다니..."



"사령관? 그러면 오히려 좋은거 아냐? 어차피 사령관은 뇌파를 가지고 있지 않으니 철충 녀석들의 표적이 되지 않을꺼잖아?"



"물론 그렇긴 해, 레오나. 하지만 놈들도 그 새끼를 노린다는게 더 큰 문제야. 그 새끼는 무조건 우리가 직접 잡아 죽여야한다. 철충 녀석들이 대신 죽이는거면 지금까지 프랑스에 와서 일으킨 이 전쟁에서 희생된 모든 우리 포세이돈의 바이오로이드들을 볼 낯이 없어..."





대규모 철충들이 프랑스를 뒤덮는다는걸 훨씬 빨리 알아냈더라면 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아도 오르카 반란군은 언젠간 철충들에 의해 끝장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포세이돈 인더스트리는 오르카 반란군을 상대로 파죽지세로 밀고 나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 한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키지 않고 이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미 포세이돈의 세 함대에서도 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하였고, 그 중에는 회장이 그렇게까지 아끼던 바닐라 A1까지 포함이 되있었다.





"철충 놈들이 파리에 도착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놈을 잡아 죽여야 한다. 철충 녀석들까지 상대할 여력은 없어."



"그래! 사령관의 말이 맞아! 그 자식은 우리가 죽여야 해!! 여기까지 왔는데 철충 녀석들에게 뺏길 순 없잖아!"



"우리가 반드시 그 놈의 목을 먼저 친다. 단지 그 뿐이다."



"녀석들도 이제 프랑스로 넘어오기 시작했으니까. 빠르게만 하면 녀석들보다 먼저 칠 수 있을꺼야. 보고할 건 여기까지야."



"좋아. 회의는 여기서 종료한다. 각 함대마다 자신이 맡은 바에 충실히 할 수 있도록."





포세이돈 인더스트리의 모든 이들이 마지막 전투를 눈 앞에 두고 결의를 다졌고, 세 함대는 제각기 다른 방향에서 서서히 파리와 오르카 반란군, 그리고 오르카의 사령관의 목숨을 옥죄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회장이 마지막으로 머릿속을 정리할 겸 초계정 갑판으로 나와 바깥을 보고 있었고, 레모네이드 감마가 이런 회장을 찾아왔다.





"곧 있으면 이 전쟁도 끝나겠군."



"언제나 말 했지만... 전쟁은 정말로 위험한 행위다. 되도록이면 빠르게 끝내버리는게 나아."



"그래... 후훗. 당신과 함께 지내와서 그런지, 우리도 많은 변화를 겪은 것 같군..."



"...감마?"





본래 회장이 알고 있던 레모네이드 감마는 전쟁을 갈구하면서도 강자를 숭상하는 결의에 가득차면서도 낙천적인 웃음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의 감마는 무언가 다른 느낌이었다. 회장과 함께하면서 심경에 수많은 변화를 겪었는지 앞으로 일어날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쓴웃음을 짓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누가 봐도 그녀는 확실하게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회장. 이 전쟁만 끝난다면, 이 놈의 케스토스 히마스, 이제 왠만해선 벗어둘까 한다."



"...이런 시기에 그런 말은 오히려 불안하다만..."



"이봐. 당신은 내가 죽는 모양새가 머릿속에서 그려져? 이 레모네이드 감마님이?"



"그래 뭐. 우리 포세이돈 최강의 바이오로이드인데, 절대 쉽게 죽을리가 없지. 근데... 네 케스토스 히마스는 분명 전투에 특화된 타입인걸로 안다만."



"그렇지. 하지만 나도 엄연히 비서 레모네이드 개체다. 내가 모시는 회장님이 다시 이렇게 온전하게 건재하게 되었으니, 이젠 비서 일에 충실해야하지 않겠어?"



"후훗... 사실 난 비서 레모네이드라는 개념을 처음 들었을때 레모네이드 개체들은 모두 너처럼 싸움꾼들로 구성이 되어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반대로 네가 좀 특이하더군."



"뭐어, 책상에 앉아서 서류 작업을 하는건 나랑 손 발이 잘 안 맞긴 하지만, '비서' 레모네이드 니까. 할 줄도 알아야겠지. 돌아가면 오드리 녀석한테 양복 한벌 맞춰달라고 해야겠군."



"후훗... 보스턴으로 돌아가면, 단 둘이서 평화로운 시간을 한번 보내자고."



"하하하! 그래! 그래야 포세이돈의 회장이지!"





회장과 감마가 서로의 신뢰와 유대감을 다시 한번 더 돈독히 하는 사이, 한 무전이 날아왔다.





"회장님! 감마님! 서서히 파리 근교로 진입합니다! 놈들이 저희가 도착한 것을 알아챌겁니다!"



"저것들이 무드를 다 깨부수는군. 마음같아선 지금 당장 달려나가고 싶지만... 회장. 명령 내린게 있었지?"



"치직-. 전 1함대에 명령을 내린다. 진격을 일시중단하고 놈들에게 약하지만 화려한 공격을 몇번 날려줘라. 우리가 총공세를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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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분량 조절해서 30화로 끝내는 거 생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