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바리는 가볍다. 30 kg 이나 될려나.

이렇게나 가벼운 아이가 전투원이라.

프로필의 스펙 등으로 머리로는 이해를 하지만, 심정적으로는 쉽지않다.


" 사령관님. 이제 제가... "


" 괜찮아- . 좀 있으면 깨든가, 뒤척이다가 손 풀면 얌전히 눕힐테니까 놔둬. "


나름 사령관이 왔다고 다들 나와있기는 하는데, 분위기는... 딱봐도 개판이다. 

레오나 파벌, 심한 화상 흉터가 있는 다른 발키리의 파벌, 어느쪽에도 서지 못하고 불안해하고 있는 알비스 둘.

고작 20 명 남짓한 부대가 3토막....


" 개성들이 확실해서 프로필로 봤던 것만으로도 구분은 되긴하는데.. 그래도 자기 소개를 부탁할까? 

  여기 우리 하얀 토끼들부터 왼쪽 기준으로 가장 가까운 사람이 동일기종을 대표해서 이름과 주특기, 전장에서 주역할 같은거 말이야. "


" 토끼 ?? " x2


" 알비스. 너희들을 말하는 거란다. ..부디 너그럽게 봐줘 사령관. 저 아이들은 토끼를 본적이 없어서.. 알비스. 새로운 사령관님께 인사드리렴. "


레오나를 봤다가, 나를 봤다가, 내 품안에 안드바리를 봤다가, 서로를 봤다가..시선 둘이 정신없이 움직인다. ...프로필보다 정신연령이 더 어린거 같은데?


" 알비스는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의 T-13 알비스 입니다. "

" 지금은 안들고 있지만 토블롱..어..그러니까 방패로 언니들을 지키고, 전선의 1열을 버티는 역할을 합니다. "


" 알비스는 초코를 좋아하지만, 언니들을 제일 좋아해요. "

" 그래서..새로운 사령관님은 초코를 안줘도 되니까, 알비스랑 언니들을 아프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 알비스는 원래 5명이나 있었는데..."

" ..2명이 없어져서 3명이 됬어요. 한 친구는 너무 아파서 방에 누워만 있어요.."


...오...신이시어..프로필상 14세 라고 되있었는데..어휘가 10살도 못되보이는 저 아이들이 정녕 총탄앞에 방패를 든 전열보병이란 말입니까..

아니, 지켜야 하는 부대원들보다 적어도 5cm, 지휘관인 레오나 기준으로 25cm 는 작아보이는 아이를 방패병으로 설계한 놈 대가리엔 대체 뭐가 들어있는거야..

안드바리 덕에 가라앉았던 스트레스가 다시 급속히 치솟아 오른다.

내가 저 아이들을... 전선으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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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정리 좀 해보자. 

  총 지휘관: 철혈의 레오나

  특수전 및 단독작전, 저격수: T-8W 발키리

  공병 및 근거리 : T-9 그렘린 

  중거리 겸 분대지원화기: T-10 님프 

  장거리 지정사수: T-12 칼리아흐 베라

  전열 방패병: T-13 알비스

  분대지원 대전차 비행병..내 감각에선 공격헬기 또는 대지공격기? : 부사관 GS-10 샌드걸

  보급 및 차석 지휘관: C-33 안드바리

  내가 제대로 이해했나? "


장비제원과 각 부대원의 역할을 자세하게 보고받는 사령관의 모습에 불안감과 거부감 등 부정적인 분위기만 가득했던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의 숙소 분위기가 미묘하게 바뀌었다.


" 정확해. "


경계심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부대원들을 전투능력이나 전장에서의 역할을 진지하게 알아보려는 모습에 태생이 '군인'인 발할라 부대원들에게서 사령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

레오나가 필요로 했던 변화의 작은 물꼬가 트였다.


" 뭔가 미묘한데...혹시, 지금 있는 인원이 발할라의 모든 구성원들이 아닌건가? 아니면 장비 지급이 다 안됬거나. "


사령관의 물음에 레오나의 늘 냉정하던 표정이 바뀌며 놀라움을 적나라하게 노출했다.


" 어떻게..전문적인 군사지식은 없다고하지 않았었나? 어째서 그렇게 생각해? "


" 맞아. 혹시라도 지금부터 내가하는 말에 오해가 없도록 같은 말을 반복하지만, 전문적인 군사지식은 없어. 

  내가보는 관점은 21세기 초반의 온라인에서 떠돌던 아마추어의 지식수준과 내가 소총수로 배속되어 치렀던 전쟁에서의 부대 구성을 기준으로- "


말을 이어가던 사령관은 품안의 몸이 꼬물거리는 것을 느끼고 잠시 말을 멈췄다. 

슬금슬금.. 꾸물거리는 폼이 잠이 깬 것을 눈치챘지만, 가만히 등을 토닥여주며 자신의 견해를 이어갔다.


" 방패, 분대지원화기, 대장갑 혹은 대공장비 배정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되는데. ...알비스가 부족하다는게 아니니까 얌전히 마저 듣고 말하기. "


성난 토끼가 귀를 바짝 세우는 것처럼, 할말이 있다고 양손을 마구 들어올리고 있는 알비스들을 베라들이 슬며시 끌어안았다.

보이지 않는 선처럼 나뉘어 서있던 부대원들이 어느새 미묘하게 가까워져 있었다.


" 알비스는 다른 부대원들에 비해서 체구가 너무작아. 덕분에 방패 사이즈에도 명백히 한계가 있지. 방패를 든 것치고는 중보병이란 느낌보다 경보병이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 장갑을 보강하기보다, 연막탄 같은 보조장비들을 많이 착용할 수 있는 부분 같은거. "


부관 발키리, 그리고 그 대척점에 서있던 화상입은 발키리까지도 뭔가를 아는 듯 덤덤하게 유지하던 표정에 명백한 흥미가 돌았다.


" 계속해보겠어? 분대지원화기 부분은. 님프의 MG80 경기관총은 화력은 조금 저하됬지만, 탄탄한 내구성으로 우리가 주로 활약하던 험지와 극지 지형에는 아주 적합한 제원인데. 어떤점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해? "


" 내가 쓰던 시절의 총들하고는 이름만 비슷하지 구경이나 위력도 다르지만.. 방금 스스로 말했듯이 화력이 저하된 '경'기관총 이라면서.

  부대의 주력인 소총수로서의 화기로는 장탄수 150발에 화력도 충분해 보이지만, 대 차량을 감당할 중기관총으로는 애매해 보이는데..화기가 발전된 만큼 장갑들도 발전했다고 생각한다면 말이지. "


" 대장갑에 대해서는 저로는 부족하다는 말씀이십니까. "


염세적인 성향을 타고나는 샌드걸이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화가 났다기보다는 언제나 부족해보이는 자신에 대한 자조가 옅보였다.


" 아니. 부족한게 아니라, 넌 맡은 역할이 너무 많아. 너무 다재다능해야 되니까 당연히 항상 힘들지. "


" ?..제가요 ? "


" 유일한 공중기인 탓에 베라의 정찰기와 같이 정찰역할도 수행하고, 기총은 유일한 대공 담당. 공대지 미사일로 대장갑만이 아니라 일반 차량도 전담한다면서. 공대지 공격헬기가 정찰도해, 대공 대응도해, 대장갑만이 아니라 일반 차량처리까지 혼자 다하면 ... 뭐 미사일을 한 100발씩 달고 다니간? "


" 아..어....네.. 그렇..음? "


본인에 대해 생각해본적 없는 해석에 샌드걸의 사고는 순간 벙져버리고 말았다.


" 다시 말하지만 너희가 능력이 부족하다는게 아니라, 완성된 그림을 다 완성을 못해서 하나에 두셋 역할을 하도록 급한대로 때려넣은 느낌이 좀 드는데..? 너희 투입지역 특성상 AGS도 배제하고 단일부대로 작전하도록 설계된 부대라면서. "


자신들에 대한 생각해본적 없는 해석에 파벌을 막론하고 부대원들끼리 속닥이기 시작했다. 

그들을 가르던 보이지 않는 선은, 이미 유명무실해져 있었다.


짝.짝.짝.


" 정답이야 사령관. 이건 지휘를 원활하게 하기위해서 지휘기인 나에게만 데이터로만 제공되는 정보인데.. 당신의 추론이 근접해. 정말.. 놀라운 걸. 정말로. 

  맞아.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는 최초 계획됐던 모든 자매들이 완성되지 못했어. 구체적인 생산기록이라 제조계획 조차도 없지만, 이런 역할로서 배치될 예정이다.. 라는 기종들의 정보는 있는데 미처 완편되지 못한 상태로 투입해야하다보니

  최초에 세부적으로 전문화되었던 역할 이외 부분을 충당하기 위해서 사령관이 말한 '이상한 점' 들이 생겼지. "


레오나의 뒤를 지키던 부관 발키리와 그에 대적하듯 서 있던 화상입은 발키리가 눈을 마주치더니, 이윽고 화상입은 발키리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 알비스는 본래 부대전체를 아우르는 전열 방패병이 아니라, 단독 저격수로 특화된 사양의 발키리들의 등을 지키는 보조병과 작은 체구와 방패를 이용하여 적진을 해집는 강습병의 사양으로 나뉠 예정이였습니다. "


" ? 알비스가? 방패병이 아니였다구? "


볼을 빵빵하게 불려가던 알비스들의 바람이 쑥- 빠졌다. 본인은 모르는 본인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했다.


" 맞아. 원래의 전열 방패병 사양은 님프나 그렘린 기준으로 2명은 가릴만한 큰 체격으로 예정되어 있었어. 제대로 진행이 안됬던 모양이지만.. 

  이외에도 전장 상황에 따라 중기관총, 대전차 로켓이나 핸드 박격포를 운영하는 분대지원 담당의 님프의 쌍둥이 자매가 설계되고 있었고, 그렘린이 보조로 한쌍의 페어를 이룰 계획이였지. 

  그렘린이 상대적으로 사격정확도가 낮은 것도, 그래서 근거리 전투를 위한 기관단총이 지급되게 된 것도 이 부분이 엎어지면서 임기응변이 된거야. 그리고... "


레오나의 시선이 아직 갈피를 못잡고 있는 샌드걸을 향했다.


" 샌드걸도 2가지 별도 사양으로 배정되는게 최초의 플랜이였어. 기총으로만 무장한 경무장에 정찰을 위한 레이더와 지휘모듈이 증설된 내 부관 사양. 

  공대지 대장갑 역할만 전담하는 지금보다도 전투에만 특화된 사양.

  ...샌드걸 네가 원래 내 부관을 맡았었을 부대원이야. 코스트 문제로 폐기된 원안이지만-

  너의 염세적이고 부정적인 사고방향도 부관으로써 'NO 맨' 역할을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어. "


" ..제...제가 부관을요 ? "


" 우와 베라언니, 샌드걸 언니 얼굴 좀 봐. 신기해 !"

" 빨갛다 ! 히히 !"


모처럼 자신을 안아준 베라의 손을 놓칠새라 꽉 쥐고서 신나는 얼굴로 종알거리는 알비스. 

그런 알비스의 웃음이 전염되는 듯 베라의 얼굴에도 오랬동안 잊고 있었던 미소가 작게 피어났다.


" ....그러게. 부끄러워 하는 것 같은데 ? "


일부러 냉정하게 대했던 지난날을 차마 사과하지는 못했지만, 대신에 품에 안은 알비스를 조금 더 꽉 안아주는 베라.


" 우리한테 쌍둥이 자매기가 있을 예정이였다고? "


" 우리보다 키가 컷을까? 중기관총 운영 담당이면..."


" T-11 이 비어있는게 이상하긴 했어. "


" 내 페어였다면 역시 기계에 매력을... "


나눠섰던 대열이 사라지고 재잘거리는 님프와 그렘린들.

자매들이 화해하는데는 거창한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 자매들에게 눈이 팔린 레오나와 부관 발키리. 

품안의 안드바리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간 것을 확인한 사령관이 아직 자신을 뚫어져라 보고있는 화상입은 발키리를 손짓해 불렀다.


" 너.. 날 발견햇던 발키리. 맞지? "


안드바리를 떼어놓듯이 넘겨주며 건낸 사령관의 말에 화상입은 발키리의 눈에 지진이 일어났다.


" ...... "


" 고마워. 그때 니가 임기응변을 발휘하지 않았으면, 난 그 자리에서 사살당했겠지. ..누워있다는 알비스를 데리고 어서 치료를 받도록해. 안드바리의 건의를 받아들여, 사령관 전용으로 묶여있던 물자를 풀기로 했어. "


" ...네. 감사..합니다. 사령관..... 각하. "


각하 라는 칭호에 자리에서 일어나던 사령관의 입가에도 긴장이 풀린 편안한 미소가 지어졌다.


" 그래. 앞으로 잘 부탁해. 발키리 002. 

  - 레오나. 부대전력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걸 알면 고쳐야지. 

  AGS 배정이건, 화기나 장구류 추가 장비던, 아니면 타 부대의 지원방향이건.. 다음 회의까지 보완방안을 준비하도록. 기타 생활부분에 대한 고충사항도 함께. .. 그럼 쉬어. "


" 아. 사령관. ..발할라. 차렷. " 


레오나의 명령에 모든 부대원들이 대화를 멈추고 자세를 바로했다. '모든' 부대원들이.


" 됐어. 쉬어. 애 깬다. "


손을 휘휘 내저으며 문으로 향하는 사령관의 뒤로 부관 발키리가 따라 붙었다.


" 사령관님 나가십니다.  -례. "


레오나를 필두로 구호는 붙이지 않은 묵언의 경례가 사령관을 배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