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을 합니다.”

 

.. ..?”

 

문득 아르망은 그렇게 말했다얼빠진 대답이 나올 만도 했다그 말을 꺼낸 대상이 아르망이었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합니다.”

 

그녀가 이제껏 보인 적 없는 기세로 나를 압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침착하고 부드러운 그녀의 모습은 어디로 간 걸까최근에 내가 뭔가 큰 실수를 했었나그리고 왜 하필 연애 시뮬레이션이야?

 

그렇..게 까지 말하면 하기야 할 것 같은데다름 아닌 아르망이니까 뭐.. 뭔가 있는 거지어떤 가능성 같은걸 예측한 거야?”

 

아뇨그냥 폐하와 연애 시뮬레이션이 하고 싶을 뿐이에요.”

 

시원 할 정도로 당당한 답변이었다오히려 이 상황을 혼란스럽다고 생각하는 내가 이상한 걸까 하고 생각된다뭘까 진짜대체 뭘 예측했기에 그러는 거야펜리르 4명이 발정이라도 나는 건가

 

아니.. .. 그렇구나지난번의 그 VR 기술로 닥터가 뭔가 연구해보겠다는 말은 들었는데.. 그게 만들어져서 준비되어 있는 거고지금 내가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거지?”

 

맞아요폐하께서 부디 저희와 함께 즐겨주셨으면 합니다부탁받은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무례한 언행을 보여 죄송합니다.”

 

부탁이라는 말로 봐선 그녀 혼자만의 바람이 아닌 것 같아 보이고기대를 짊어진 그녀의 입장 상 그녀 나름 내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방식을 예측하여 실행한 것이겠지조금 부끄러운 듯 다리를 꼬는 그녀에게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입을 열었다.

 

알겠어아르망 나름 신경 썼던 모양인데그 정도 부탁이라면 얼마든지 들어줄 테니까 너무 부담 갖지 않아도 괜찮아아르망에겐 많이 신세지고 있으니까.”

 

폐하.. 정말 감사합니다그럼전부 승낙하신 것으로 알고 진행하겠습니다.”

 

전부승.. 전부승낙잠깐 아르망뭘 보여줘야 승낙하고 말고를..”

 

후후, [명령]의 조금 나쁜 사용법이라고 할 수 있겠죠가세요 하치코!”

 

!!!! 주인님 먹어주세요!!!”

 

“???????????????????????????????????”

 

뭐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하치코의 리볼버 캐논이 사령실 문을 강타했고폭발음과 함께 벌려진 입에는 무언가 쑤셔 넣어졌다.

 

이건.. 이 맛은.. 미트파이..?

 

 

오리진 더스트로 강화된 육체조차 버티지 못할 만큼 형이상학적인 미트파이의 맛이 단번에 내 의식을 날렸다미트는 뭐고 파이는 뭘까애초에 맛이란 뭘까..

 

감겨가는 두 눈에는 여러 잔상들이 보였다죄송하다는 소리기대하겠다는 소리.. 내 미트파이가 이런 것에 쓰여서 슬프다는 소리.. 그리고 왠지 모를 웃음소리를 끝으로 내 의식은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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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토리얼입니다외견을 골라주세요!>

 

게임 속이라는 느낌은 명확했다저번의 경험으로 이제 익숙해 진건지대뜸 눈앞에 알림창이 떠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튜토리얼 부터 구성되어 있는 것을 보니 꽤나 본격적으로 진행될 모양인가보다꽤나 거칠었던 방식 때문에 혼란스러운 감은 있지만기대가 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외형이..

 

왜 이렇게 극단적인 것 밖에 없어보통 외형 선택이 소년청년중년 3택으로 나뉘어있나뭔가 조금 더.. 있지 않아?”

 

심지어 그 중 하나는 그냥 본래의 모습 그대로였다이거 저번에 체형 고를 때 그거잖아아직도 미련갖고 있는 애들이 있었던거야?

 

< 참고로외견에 따라 공략이 쉬워지는 케이스도 있는 모양이에요♡ >

 

“...대충 알만하니까 그냥 원래 모습으로 해줘어차피 대부분 이 모습이 익숙 할거고.”

 

< 원ㄹ... 청년의 몸이 선택되었습니다. >

 

게임이 끝나고 나면 이번 일에 대한 책임자를 꼭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포상을 주지 않아 화가 난 닥터가 폭주했다고 생각하면 할 말이 없어진다이번 시뮬레이션에서 닥터를 챙겨주면 어떻게 해결되려나?

 

< 참고로해당 게임에 참가하는 모든 바이오로이드의 외형은 변경되며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습니다. >

 

?! 아니 왜???”

 

< 해당 게임에 지원한 분들 중 다소 어린 체형을 가진 분들이 불만을 제시했거든요시티가드의 허가도 받았습니다. >

 

아니 허가는 내 허가를 받아야지!!!”

 

< 사령관님께서는 전적인 허가를 주셨다는 기록이 있습니다만지금이라도 불평등한여심이라곤 요만큼도 몰라주는눈치라곤 찾아볼 수 없는 결정으로 바꾸시겠다고 하시면 실행하겠습니다. >

 

너.. 너, 닥터지!?! .. 알았어대충 느낌으로 간파하면 될 것 같기도 하니까.”

 

< 감사합니다그럼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


튜토리얼을 도와주는 A.I 에게서 왠지모를 기쁨이 느껴졌다. 이거 진짜 조심해야겠는데..

전투에서도 느끼지 못한 크나큰 긴장감이 나를 덮쳤다.

 

아니근데 그럼 나한테는 왜 외형 변경 폭을 제한해둔거야나도 좀 다르게 해줄 수도 있었잖아.”

 

< 이와 비슷한 게임의 역사에서 남자 캐릭터는 어차피 어떻게 생겨먹든 상관없다라는 정보대로 이행했습니다만.. 아니었어 오빠? >

 

아니.. 대충 듣고 보니 맞는거 같으니까 진행해줘그리고 다 티 난다 너.”

 

< ...그럼즐거운 게임 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은 음성변조마저 포기한 닥터의 목소리와 함께나는 강렬한 빛에 휩싸여 어디론가 이동하게 되었고,

 

길고 긴 이야기는 막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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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이든 뭐든 싸보라길래 걍 내맘대로 시작한다. 게으른 사람이라 글 안쓰고 노는 것 같으면 갈궈줘야함

주 3회연재를 목표로 하고있읍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짤은 념글에 있던 픽크루로 걍 만들어본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