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카의 사령관이었던 자.

유일한 인간 남성이었던 자.

철충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가져왔어야 할 자.


하지만 부하들에게 버림받고 배신당한자.


그것이 바로 그의 삶이었다. 기억을 잃고 바이오로이드라 자신들을 소개한 여인들의 손에 이끌려 원치도 않던 전쟁을 벌이고, 그 책임을 짊어지고, 원치않던 욕을 들어먹어야 했다.


항상 도망치고 싶었고, 편해지고 싶었고,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그래도 억눌렀다. 책임감 단 하나 만으로 버텨냈다.


하지만 이제 그럴 이유가 없었다. 오르카의 대원들은 더 멋진 남성에게 홀려 자신을 버렸으니까. 책임감 하나 만으로 얽혀있던 사슬은 더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맹수를 묶어둘 우리가 부숴진 것처럼. 사령관의 책임감은. 온정은. 사랑은. 한 여름의 눈사람처럼 덧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사령관은 떠났다.




자신의 자유를 찾아.




- - - - -




사내는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여성들의 시신에서 탄창과 물자를 챙겼다. 피로 물든 바이저를 한 여성의 옷자랏으로 닦아낸 사내는 자신의 발을 무언가 붙잡았음을 알았고 고개를 돌려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독특한 초록색 머리에 새파란 눈동자가 인상적인 메이드복의 여성이 피로 뒤범벅이 되어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무척이나 고통스러워 보였고, 지금 당장이라도 비명을 지를 것 같은 상황이었으나 그녀는 아련한 표정으로 사내를 올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주... 인님... "

"..."


사내는 기분 나쁘다는 듯 발을 털어 여인의 손을 떨쳐냈고, 그대로 산탄총을 그녀의 머리에 겨눴다. 하지만 여인은 아랑곳 하지 않고 사내를 주인님이라 부르며 그의 발을 붙잡았다. 사내는 말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머리가 말 그대로 수박처럼 터져버린 여인의 손은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졌고, 사내는 기분 나쁘다는 듯 욕지기를 내뱉었다.


"무시와 구박만 주던 년이 주인은 무슨 얼어죽을 주인이냐."


진심으로 기분 나쁘다는 듯 바이저에 튄 피를 닦아낸 사내는 짐들이 들어있는 가방을 들쳐메고 저 깊은 숲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 -




사령관이 사라진 오르카호는 처음에는 잘 굴러가는 듯 싶었다. 하지만 사령관의 지휘능력과 전장을 보는 눈을 갖추지 못한 새로운 사령관은 그것들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서류처리 또한 미흡했고, 항상 옆에 바이오로이드를 끼고 발정난 개마냥 허리를 흔들어 댈 뿐이었다.


당연히 오르카 호에 누적되는 피해는 천천히 늘어나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 정확힌 보려하지 않았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피해가 누적되기 시작했다.


스틸라인의 마리 4호 대장은 결국 전투 도중 양 팔이 잘려나가 한동안 전장에 서지 못하게 되었고, 발할라와 둠브링어는 예상 피해보다 더욱 심한 피해를 입어가며 임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물자 보급에도 차질이 생겨났고 애써 수복했던 지상거점 또한 철충의 손아귀에 다시 떨어지고 말았다. 그 와중 AGS의 지휘권자이자 전임 사령관이 자율지휘권을 주었던 알바트로스는 자신의 부대를 이끌고 오르카 호를 나가버리기까지 했다.


자매들이 하나 둘 죽어가고, 피해가 눈에 띄게 늘어나자 결국 그들은 진실과 마주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의 인간은 자신들의 몸을 사랑하는 것 뿐이지 진심으로 아끼고 배려하고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깨닳았을 땐 이미 모든 것이 되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후였다.



무리하게 철충거점을 공략하겠다고 지휘를 내린 사령관으로 인해 오르카 호 전체 인원의 5할이 죽어버렸다. 거기서만 피해가 끝났다면 다행이었겠지만 무리한 강습을 위해 수면 위로 올라온 오르카 호는 반파당해버렸다. 유일한 거점마저 잃어버리자, 겁에 질린 사령관은 오르카 호의 인원들을 버려두고 도망치다 스토커의 레일건에 의해 한 줌의 재로 변해버렸다.


모든 것이 무로 돌아갔다. 전임 사령관이 일궈놓았던 모든 것들이 부숴져 재가 되었고, 시체들이 산을 이뤘다.


그리고 그제서야 남은 이들은 깨닳은 것이다. 자신들은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었다고. 이제라도 사령관을 찾아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내가 뭘 쓴건지 모르겠다

바닐라 뚝배기 터트린 사령관은 둠슬 모습이라 생각하면 됨.


이건 걍 진짜 안봐도 되는 전편

전편 링크 https://arca.live/b/lastorigin/8741120?target=all&keyword=%EC%82%AC%EB%A0%B9%EA%B4%80%20%ED%83%88%EC%A3%BC&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