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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이라도 사랑이 시작될 것만 같은 순간, 망설이는 그녀와 나 사이에 불어온 바람이 살며시 볼을 간질였다.
수줍어하는 눈앞의 그녀를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왜 말을 걸었는지, 그녀는 누구인지 같은 의문이 마음속에서 폭발할 것 만 같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나는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애초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하다못해 그녀에게 다가가 보려했던 나의 한걸음에, 멈췄던 것 같은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진 것처럼. 순간의 망설임이 내게 준 대답이었다.
< -♩-♪- >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
“앗....”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잠시 서 있다가, 이내 학교를 향해 뛰어갔다. 그녀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나는 그녀를 놓쳐버렸고, 결국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도, 그녀가 누구인지도 묻지 못했다.
“..바보..”
내 옆을 지나가기 전, 그녀가 그렇게 중얼거린 것 같았다.
..어쩌면 내 스스로 그리 생각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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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생이라서 봐주는 거지만, 원래였으면 지각인거 알죠?”
“네. 앞으로는 늦지 않게 등교하겠습니다.”
학교에 들어오고 나서는 생각보다 제대로 된 절차가 이어졌다. 교무실에 가서 선생님을 뵙고, 개인정보를 용지에 작성한 뒤 입학절차가 진행되었다. 일일이 수기로 작성하는 건 교장선생님의 고집 때문이라는 선생님의 푸념이 이어지기도 하는 것을 보니, 교사들은 대부분 npc로 이루어져있는 모양이다. 굳이 선생님이라는 역할을 선택해서 더 적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 하는 경우는 적을 테니까. 하지만 뭐.. 대부분이라는 것은 역시 예외가 있다는 말이다.
“또 그러면 방과 후에 이런저런 벌을 받아야 할 거에요. 후후, 그렇다고 일부러 교칙을 어기거나 하진 않겠죠?”
누가 봐도 알렉산드라인 것을 알 것 같은 선생님은 그렇게 얘기하며 살짝 윙크했다. 학교 선생님이 된 그녀는 다행히 채찍을 사용하진 않는 것 같지만, 또 어딘가에 숨겨두고 있을지 모른다. 분위기와 생김새가 너무도 비슷해서 도저히 못 알아 볼 수가 없었지만, 현실의 그녀와 다른 모습이라고 한다면 그나마 옷의 노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점이라고 해야 할까? 뭐.. 이건 이거대로 라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알렉... 아니, 선생님. 그럼 저는 선생님 반에 소속되는 건가요?”
“맞아요. 취지에는 조금 안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이번 기회에 모두를 열심히 가르칠 생각이랍니다. 오르카내에서는 가르치지 못한 것도 많았으니까요.”
연기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던 것인지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확실히 그녀의 성격이라면 자신의 정체를 숨길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누군지 못 알아봤으면 숨겨둔 전기채찍을 꺼내지 않았을까? 마음속으로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는 말을 이었다.
“정체를 숨길생각은 없는 거구나.. 그런데 의외네? 오르카 내에서도 모두에게 충분할 정도로 교육에 열중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부족했던 거야?”
“그곳에선 전투에 관한 교육이 중점이었으니까요. 저도 이렇게.. 평화로운 환경에서 교육에 전념하는 것을 조금은 꿈꿨었거든요.”
그렇게 말하며 창문너머의 운동장을 바라보는 알렉산드라의 얼굴은 어딘가 씁쓸해보였다. 마리아가 그러했듯이, 이런 것들이 그녀가 놓쳐왔던 작은 행복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바쁘고 힘겹게 싸워왔고, 그 길고 치열했던 사투에 그녀 또한 휘말려왔었다. 조금 여유가 생긴 지금에 와서야 그녀는 비로소 놓쳐버린 행복들은 생각할 수 있는 것이리라.
“..미안해. 내가 조금 더 챙겨줬어야 했는데.”
“아녜요. 저는 모두와 함께한 시간들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답니다. 사령관님도 자매들도, 그 많은 전투 속에서도 잘 살아남아준 덕분에 오늘도 이렇게 수업을 할 수 있는걸요. 제게 이 행복을 주신 건 사령관님이니, 부디 죄책감은 갖지 말아주세요.”
그녀는 그렇게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꼭 쥐었다. 이따금 둘만의 시간을 가졌을 때만 볼 수 있었던 그녀의 본모습은 이곳에서도 여전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래. 그럼 미안하다는 말보다는 감사하다고 해야겠네. 알렉산드라에게는 앞으로도 많이 신세질 것 같으니까.”
“어머, 가르치는 일이라면 저는 언제든지 환영이랍니다. 요즘은 누구누구 학생이 성교육에만 열중하는 것 같아서 조금 걱정이 되긴 하지만요.”
“그.. 그런 말은 여기서 하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왜요? 여기가 누군가 들어온 방의 책상 밑도 아니고.”
“아..알렉산드라!!!”
“아이고 귀여우셔라~”
새빨개진 얼굴로 당황하는 나를 놀리며 그녀는 즐겁게 웃었다. 그녀는 그녀의 진심을 내게 보이면서도, 내가 죄책감으로 괴로워하지 않도록 배려해 준 것이겠지. 그녀는 분명, 어느 곳에서든지 나의 선생이었다.
“..언젠가 꼭 이 꿈을 이루게 해줄게. 평화가 오는 날에, 반드시.”
“응. 믿고 있어요. 당신은 내 최고의 학생인걸요.”
교실로 들어가기 전, 나는 각오를 다지고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미소를 지키기 위해서. 이 행복을 이루기 위해서.
그녀와 나는 그렇게 눈을 마주쳤고, 약속이라도 한 듯이 얼굴을 가까이 했다.
“........으르에엥?!?”
“..크흠! 곧 수업 시작이거든요? 잠꼬대는 방과 후에 해주시면 좋겠네요. 이제 교실로 들어가시죠. 응큼한 학생님.”
그녀는 내 볼을 살짝 꼬집으며 먼저 교실로 향했고, 나는 조금은 멍한 표정으로 볼을 부여잡고 서 있었다.
..하긴, 여기 복도 한복판이었지.
조금은 빨개진 얼굴을 진정시키며, 나는 교실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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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줘서 고마움
픽크루 지금 오류나서 오늘은 짤없음
주3회연재 하기로 한 나는 존나 멍청한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