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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작품을 처음 생각하게 되었던건 한 때 이 라오챈에 후회물 열풍이 불고 있을 때였음.

라오의 후회물 특성상 "두번째 인간" 이라는 존재가 나타나고 첫번째든 두번째든 아무튼 인간 하나가 오르카를 점령해가지고 나머지 인간을 핍박하다가 그 인간이 자신만의 세력을 꾸려서 오르카를 치는, 오르카가 악역으로 나오는 작품이었지.

여기서 내 눈에만 그랬던건지는 몰랐지만, 유독 레오나와 메이가 그 후회물 내의 오르카들에서 유독 지랄맞은 악역들로 잘 나오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난 생각해봤지. "만약 후회물에서 레오나가 메이가 선역이고 쫒겨난 인간을 따라가 훗날 오르카를 친다면?" 하는 생각.

바로 이 생각에서 지금 이 작품을 떠올리게 되었고, 이런저런 설정들을 짜보기 시작했어.

즉, 이 작품의 장르는 원래 후회물에서 출발을 했던거야. 하지만 이 작품의 스토리 진행을 보면 후회물이라 하기엔 오르카 내부 상황을 그다지 묘사를 잘 하지 않고 대신 강조되는게 있었어. 바로 이 작품의 주인공인 두번째 인간, 포세이돈의 회장을 비롯해서 주역 바이오로이드들이 오르카 혹은 그 사령관에 대해 강한 적대심과 복수심을 가지고 있었고, 작품 후반에 치르는 전쟁은 이들에게 행하는 복수이기도 하다는 점. 즉, 복수물로 분류를 다시 하게 된거지.


원래 이 작품은 후회물로서 스토리를 진행하려고 했었어. 대략 7화까지는 두번째 인간이 오르카를 탈출하여 포세이돈의 회장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렸고, 이후 16화까지 다른 바이오로이드들과 레모네이드 세력들까지 합쳐 자신의 세력을 넓혀가는 단계였는데, 스토리를 짜내가면서 여러 부분에서 바뀐 설정들이 있어.


원래 내가 생각했던 스토리는 라오의 원래 이벤트 스토리들 중 몇개를 추려내서 이 작품에 맞게 다시 재해석을 해서 두번째 인간이 이쪽 세계의 지구가 돌아가던 모습을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역시나 자신의 세력을 불려나가던 오르카와 수시로 충돌하다가 결국 전쟁을 선포하여 오르카와 전면전을 벌이는 스토리로 가려고 했음.

원래 의도대로 진행이 되었다면 만월의 야상곡, 요정 마을의 아리아, 할로윈 피크 패닉, 흐린 기억 속의 나라 이 4개의 이벤트들을 뽑아서 이쪽에 맞게 스토리를 다시 진행하고, 여기서 마치 원작의 오르카가 바이오로이드들을 합류시켰듯이, 이 이벤트에서 볼 수 있었던 바이오로이드들이 대신 포세이돈으로 합류했을꺼임.

만월의 야상곡에서 모모 백토 뽀끄루에 스토리를 좀 더 독자적으로 살을 붙여서 니바까지도 끼워넣어서 들여왔을지도 모르고

요정 마을의 아리아에서 역시나 조금 독자적으로 살을 붙여서 하토르와 세크메트까지 포함한 엘븐 시리즈와 블랙 웜, 스노우 페더까지 합류했을꺼고, 할로윈 피크 패닉에서 특히나 포세이돈의 회장이 이쪽 세계의 지구에 대해 크게 분노하면서 동시에 키르케가 합류하고, 마지막으로 흐린 기억 속의 나라에서 자비로운 리앤까지 영입하는, 뭔가 이쪽 포세이돈이 더 지금의 오르카처럼 보이는 그런 느낌으로 갔을꺼임. 아마 지금까지 맨 위에 올려놨던 이 작품의 팬아트에서도 알파의 자리에 리앤이 대신 자리했을지도?

물론 레모네이드 세력들 대신에 이들이 들어오는거였으니 알파의 포지션을 리앤이 맡고, 마리의 포지션은 의외로 뽀끄루가, 바닐라의 역할을 블랙 웜 S7이 맡는 등 여러가지로 포세이돈의 인원 구성에 큰 변화가 있었을꺼임. 이렇게 되면 뽀끄루가 "3함대 마왕군"을 이끌었을듯... 

그러다가 이 작품이 오르카와 포세이돈 두 시점을 자주 오가는 후회물이 아닌, 포세이돈이 가진 강한 복수심을 드러내는 복수물로 작품의 방향성이 작품이 정립이 다 되어갈때쯤에 바뀌어버려서 스토리 자체의 진행이 완전히 뒤바뀌어버렸어. 그래서 대신에 초기에 콘스탄챠를 제외하고 버림 받았던 오르카 초창기 원년 멤버인 좌우좌, 그리폰, 요안나, 마리등을 포세이돈이 구출해서 포세이돈으로 합류시키고, 원래 원작에서 오르카로 합류하는 레모네이드 알파의 세력도 포세이돈이 흡수해버리고, 잔존해있던 다른 레모네이드 세력들까지 모두 포세이돈으로 한데 집결시키는, 포세이돈 겸 펙스 콘소시엄을 자신의 세력으로 불리게 되는 스토리로 노선이 바뀌었지.


또 중반부에 루앙에서 로열 아스널이 던진 수류탄에 의해 죽는 것도 원래는 바닐라가 아니라 멀린이 대신 수류탄을 온 몸으로 막아내고 죽을 예정이었음. 감마는 오르카가 그저 좆같아서 이 전쟁을 하는 것이고 오르카한테 딱히 복수심같은 건 없었다보니 멀린의 죽음으로 인해 감마 역시 오르카에 대한 강한 복수심을 가지게 만들 트리거가 필요했던거지. 근데 이렇게 스토리를 짜두고 막상 후반부 스토리를 제대로 짜려고 지도를 펼쳐보니까 왠걸... 프랑스 파리를 지도에서 제대로 찾아보니까 서울의 6분의 1 수준. 그러니까 강남3구정도 밖에 안 되는 면적이었더라고. 그 주변 수도권 지역인 일드프랑스 전역으로 크기를 키우려고 해도 꽤나 애매했었더라...

원래 센 강 연안과 루앙에서의 싸움들 모두 간략하게 처리하고 대부분의 전투를 파리에서 하는걸로 생각했었는데 그 대부분의 전투를 저 정도밖에 안 되는 땅덩어리에서 한다는건 당연히 말이 안 되는 일이었지.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감마와 무적의 용의 싸움도 파리가 아닌 센 강 연안에서 바로 하는걸로 설정이 변경되고 이런 무용과의 싸움으로 인해 오르카에 강한 복수심을 가지게 된 감마가 만들어지게 되었고 이런 연쇄 작용으로 인해 결국 루앙에서 멀린이 희생될 이유가 없어졌으니 결국 바닐라가 대신 희생되서 회장을 끝까지 지키다가 죽는 걸로 설정을 변경해버림. 이외에도 루앙 파트에서 회장이 혼자 무쌍을 찍어대던것도 원래는 파리에서 하려고 했던거를 앞당긴거였고, 파리에서 멀린의 행적을 아예 생각을 안 해두는 바람에 멀린은 루앙에서 큰 부상을 입고 루앙에 잔류해서 병력들을 지휘하는걸로 퇴장을 시키는걸로 처리함.


이 작품의 주인공인 두번째 인간. 포세이돈의 회장에 대해선 바뀐게 그다지 없는것 같음. 이 작품을 보는 라붕이들로 하여금 조금이라도 감정이입을 시키고 싶었던건지 이 세계의 깨어난 또 다른 인간이 아닌, "라스트 오리진"의 설정이 존재하지 않는 평행우주의 2171년의 지구인을 데려온 거였음. 물론 우리같은 인간이 아니라 싸움이면 싸움, 능력이면 능력, 외모면 외모 모든 면에서 다 뛰어난 알파메일이지만.

다른 평행우주의 인간이었으니 이쪽 세계의 지구가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으니 원래 생각했던 스토리로 진행을 하고, 이 작품에서 철충들은 주요 적 세력도 아니고 굳이 이목을 끌어봐야 스토리 진행에 도움되는 건 없으니 아예 다른 세계 인간이라 뇌파라는게 없다는 식으로 철충의 위협으로부터 상관 없다는 식으로 대충 넘어가는 것도 다 처음에 이미 생각해둔거였음.

그리고 최종화의 마지막 장면도 원래는 회장이 퇴근을 하고 집에 도착을 했을때 혹은 밝은 태양이 뜬 아침에 출근을 하려는 회장을 이미 회장과 할 것들 다 하고 완전히 애엄마가 된 감마가 임신한 배 내지는 애기를 안은채 회장을 맞이하거나 배웅을 해주는 장면으로 마무리 하려고 했음. 근데 이것도 너무 흔한 스토리의 마지막이라 생각해서 사후처리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오늘 밤, 드디어 회장과 감마가 서로 첫 경험을 하고 정말로 그런 사이가 될 것이라는걸 암시하는 걸로 끝맺음을 했음. 솔직히 임신 엔딩이니 결혼 엔딩이니 이런건 이젠 좀 질릴때도 됐고.


솔직히 내가 이런식으로 장편으로 순문학을 적어내려간건 살면서 이번이 처음이었음. 평일엔 일이 너무 바쁘고 주말에 한편씩 쓰려고 했는데 주말도 자꾸 일이 생기고 아니면 평일날에 너무 힘들어서 글 쓸 시간도 없었다던가... 해서 올해 완전 초부터 쓰기 시작했던게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을때 겨우 끝을 맺었네... 솔직히 이래서 그런건지 오르카의 내부 묘사와 후반부 프랑스에서의 전쟁에서 묘사가 꽤 부족했던것 같긴 함... 이 점은 정말 미안하다... 

그 대신으로 혹시나 생각이 좀 나면 후일담 격으로 최종화에서 전쟁이 끝난 이후 오르카의 잔존 바이오로이드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사후처리를 비롯해서 못 다한 이야기들 생각나면 외전격으로 한번 글 써내려가봄.


다들 길고 길었던 이놈의 순문학 봐줘서 정말 고마웠다! 후기 글도 묘하게 긴 것 같지만 이것도 봐줘서 정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