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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멜버른 공방전.

 

 

“하아..하아.. 늦으면 안 되는데.”

 


허리에 매여져 있는 목검이 행여 떨어질까, 손잡이를 한손에 꼭 쥔 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방주 입구에 도착한 LRL의 눈에 들어온 것은 새하얀 남극의 설원과 그 설원처럼 드넓은 하늘 넘어 날아가고 있는 한 개의 검은 점이였다.

 


“하아..하아..닥터 언니..”

 

“응? LRL? 늦었네?”

 

“하아..하아..언니...니드..니드호그 님은?

 


가쁘게 몰아쉬는 숨을 고를 사이도 없이 니드호그의 행방을 묻는 LRL의 물음에, 닥터의 손가락은 이제는 작고 희미해져 가는 검은 점을 가리켰다.



“햐~! 금방 출발 했는데, 벌써 저만큼이나 날아갔네?”

 

“벌써 저 만큼이나?”

 

“LRL. 네 배웅을 잊을 만큼 신나서 날아가는 걸 보니, 내색은 안했어도 정비소 안이 어지간히 답답하긴 했나봐?”

 

“힝~ 사령관님께 안부 전해달라고 부탁 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사라져 버린 니드호그를 바라보며 아쉬워하는 LRL을 달래주려는 듯, 뒤로 다가온 포츈이 LRL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하지만 상냥하게 달래어주는 손길과는 반대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닥터를 바라보았다.

 


“닥터. 정말 괜찮은 거야?”

 

“응? 뭐가?”

 

“사령관이나 니드군의 요구에 맞추어서 개수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언니는 많이 걱정되거든?”

 


포츈의 걱정에 닥터 역시 동의한다는 듯 팔짱을 낀 채,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조금 걱정되기는 한데, 그래도 니드호그의 A.I 자체는 완성도가 높으니깐 괜찮을 거야. 마지막 점검까지 문제는 보이지 않았거든. 그리고 오빠가 부탁한 기능 역시 시험만 안했다 뿐이지 오빠의 감각이라면 어떻게든 잘 사용할거야.”

 


몇몇 기능은 사령관이 직접 사용하여 조정을 거쳐야 하는 것들이지만, 여러 사정과 사령관의 부재로, 실전에 바로 사용 하게 되었기에 닥터 역시 마음에 걸리기는 하였다. 

 


하지만 자신의 오빠라면 틀림없이 잘 사용 할 것을 믿으며, 닥터의 표정은 밝지도 그렇다고 어둡지도 않은 표정으로 두 손을 모아 기도하였다.

 


“..부디 오빠를 도와줘.”

 

.

..

...

 

 

멜버른에서 조금 떨어진 어느 사막.

 

사막의 홀로 외로이 서있는 선인장처럼, 홀로 세워져 있는 건물과 함께 불어오는 모래바람에 위태로이 매달린 채 흔들리는 간판은 과거 이 건물이 주유소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사막에서 불어오는 거센 모래바람과 세월 속에 다 낡아버린 건물 이지만, 낡아버린 외관과는 다르게 내부로는 각종 통신장비와 각종 전선들이 어지럽게 흩어진 채였다.

 


“각하. 모든 부대 지정된 위치에 도착. 현재 명령 대기 중입니다.”

 

“탄약과 부품의 보급이나 부상자의 이송 등의 대비는?”

 


수송 드론과 의무차량의 준비 역시 끝났다고 익스프레스 양이 조금 전 보고 해왔습니다.”

 


“좋아. 각 부대 현재 위치에서 계속 대기하라 전하도록.”

 

“네. 각하.”

 


멜버른의 대한 공격준비는 되었지만, 도시 내부의 대한 정보와 안내를 해줄 정보원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기에 사령관은 움직이지 않았다.

 

전쟁에 있어 정보가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일련의 일들로 인해 시간을 많이 허비한 상황에 처음에는 정보원의 도착 유무와 관계없이 스카이 나이츠를 투입하여 정찰을 끝낸 뒤, 멜버른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려 하였다.

 

하지만 최근에 합류한 칸에 의해, 과거 호주군이 도시를 공격 해오는 비행형 철충에 대응하기 위하여, 시내 몇몇 곳에 많은 수의 대공포를 배치 해두었다는 정보를 입수. 이에 사령관은 정보원을 기다리는 쪽으로 계획을 바꾸었다.

 

슬레이프니르를 비롯한 스카이 나이츠의 능력을 의심하거나, 낮게 보고는 계획을 변경한 것은 아니다.

 

현재 남극군의 가장 큰 항공 전력은 스카이 나이츠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 남극에서 복원되어 합류한 둠 브링어 역시 항공 전력이기는 하지만, 그쪽은 공대공 보다는 공대지 와 지원 폭격에 더 특화되어 있는 부대인데다, 무엇보다 병력의 대부분이 둠 브링어의 대장을 보호 하는데 집중 되어 있기에, 사실상 공대공 전력은 스카이 나이츠가 유일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스카이 나이츠가 만에 하나 대공포에 의해 격추하게 된다면, 적의 비행형 철충에 대한 대응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에 사령관은 안전한 길을 선택하기로 하였다.

 

정보원과 연락이 가능한 파티마에게 자신의 현재 위치를 알려준 뒤, 기다리는 사령관의 눈으로 아군 부대의 위치를 나타내는 파란 점이 마치 별처럼 패널 안에서 빛나고 있었다. 

 


“이 전투가 끝난 뒤.. 이 안에서 빛나고 있는 별은 몇 개나 그 빛을 잃을까? 모두 빛을 내고 있을 수 있을까? 혹은 모두가 빛을 잃어버릴까?” 

 


홀로 중얼거리는 사령관의 주위로 싸우기 전, 늘 그렇듯 떠오르는 불안은 마치 끈적거리는 진흙처럼 사령관을 감싸왔다.

 

온몸의 감각이 날카로워 지고. 마음속의 감정들이 환영처럼 눈앞에 아른 거려왔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점점 커져온다. 

 

얼어붙을 것 같은 두려움의 한기가 온 몸을 옥죄어 온다. 

 

사랑하는 이들을 잃을지도 모르는 불안이, 품안에서 자신을 향해 웃어주던 이들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공포가 머리를 곤두서게 한다. 

 

복잡한 감정의 폭풍이 휘몰아치고, 마음속에서는 들끓는 번뇌의 겁화가 마음을 태워간다. 

 


“사령관 안에 있나?”

 

“문은 열려있으니 들어오도록.”

 


갑작스러운 누군가의 방문에 방금까지 보이는 것 같던 환영들은 거짓말처럼 사라지며, 사령관은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자신을 찾아온 이를 맞이하였다. 

 


“칸이로군? 무슨 일이지?”

 

“딱히 무슨 일이 있어 찾아 온 것은 아니다. 그저.. 시간이 조금 남아 사령관과 이야기라도 나누러 온 것뿐이다.”

 

“아아.. 그런가?”

 


사령관의 패널이 놓인 책상위에 걸터앉은 칸은 사령관의 표정에서 묘한 위화감을 느낀 것인지, 사령관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사령관. 긴장이라도 한 건가?”

 


다른 사람이 물었다면 아니라고 대답 했겠지만, 감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호드의 대원들 중에서도, 특히 감이 좋다 라 평가를 받고 있는 칸의 질문이기 때문일까?

 

사령관은 애써 긍정도, 부정도, 할 생각 없이 칸의 질문에 솔직하게 답하였다. 

 


“그럴지도.. 아니 오히려 두렵다고 해야 할까?”

 


사령관의 대답에 칸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과 대치하였을 때의 사령관의 얼굴은 두려움은 고사하고 마치 백전을 거친 노련한 전사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령관의 입으로 두렵다는 단어가 튀어나오자, 칸의 의외라는 생각과는 별개로, 무엇이 이 강인한 남자를 두렵게 하는 것인지 호기심이 일었다. 

 


“두렵다고? 사령관이?”

 

“나 역시 한낱 평범한 인간일진데, 남들처럼 두려하는 것이 없을까?”

 

“풋...평범한 인간이라고?”

 


사령관의 말에 칸은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였다. 하지만 그 웃음은 무언가 비웃는 웃음이 아닌 어이가 없을 때 나오는 헛웃음 이였다. 

 

멸망전쟁 당시. 폴른이 감염된 통칭 나이트 칙 1기를 인간이 상대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최첨단 스펙의 무기와 장비로 무장한 군인 10명이 필요 하였다.

 

그리고 그런 흔하디. 흔한 나이트 칙 같은 철충은 고사하고, 호드 전원이 싸워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연결체급을 상대로도 당당하게 맞서는 것이 사령관이다.

 

자신은 당시 쓰러져 있었기에 직접 보지는 못했다 뿐이지, 자신도 어찌하지 못한 연결체급으로 추정되는 인간형 철충(익스큐셔너)을 상대로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싸워 승리 하였다는 것을 케시크에게 듣지 않았던가? 

 

“무엇이 두렵다는 거지? 사령관?”

 


호기심이 섞인 칸의 질문에 잠시간의 침묵을 하던 사령관은 대답을 위해 천천히 입을 열려 하였다.

 


“무엇이 두렵냐 한다면...”

 

“갑작스레 죄송합니다! 멜버른 방향으로 바이크로 추정되는 물체가 이곳을 향해 빠르게 접근중입니다.”

 


대답을 채 듣기도 전, 갑작스러운 들이닥친 부관 레프리콘의 보고에 사령관은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칸의 어깨에 두드려 주었다.

 


“기다리던 이가 왔나보군? 그럼 나가 보도록 할까?”

 

“사령관. 질문의 대답.. 아니.. 다음에 듣도록 하지.”

 


질문에 대한 답을 듣지 못한 것이 내심 아쉬운 칸 이였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함께 나간 그곳에는 붉은 색의 컬러가 멋스러운 디자인의 호버 바이크와 함께 바이크의 컬러처럼 인상적인 붉은 레더 햇을 머리에 쓴 바이오로이드가 사령관을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 당신이 카인님?”

 

“만나서 반갑군. 남극군 총사령관 카인이다.”

 

“반가워. 내 이름은 아이언 애니. 파티마 밑에서 일하고 있는 용병이야. 이번일의 의뢰를 맡은 바이오로이드이기도 하구.”

 


자신의 이름을 애니라 밝힌 바이오로이드는 마치 감상이라도 하는 것처럼, 사령관을 위아래로 찬찬히 훑어보았다.

 


“멜버른에 관해서 파티마에게 의뢰를 받았을 때는 설마 했는데 정말로 인간님 이였네?”

 

“인간을 본 것처럼 말하는걸 보니 멸망전쟁의 생존자인가?”

 

“맞아. 멸망전쟁으로 인간님들이 사라지기전까지 이 근방에서 보안관으로 활동했었어. 그래서 내가 의뢰를 맡게 된 것이고, 뭐 그것도 옛날이야기 이지만..”

 

“고생이 많았겠군?”

 

“위로하지 않아도 괜찮아. 혼자 살아남은 것도 아니고, 지금 하고 있는 용병일도 나름 적성에 맞거든.”

 

“그런가?”

 

“그것보다 트리아이나가 바이오로이드를 인간처럼 대해 준다고 했었는데, 그 말이 사실 이였나 보네?”

 

“트리아이나를 알고 있나?”

 

“함께 용병 일을 하고 있는 동료니깐. 가끔 사실인가 싶은 이야기로 허풍을 떠는 녀석인지라, 처음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또 어디서 무슨 영화를 보고 이야기 하는 건가 싶었거든?”

 

.

..

...

 

“에취~!”

 

“트리아이나? 감기야?”

 

“감기는 아닌 것 같은데... 어디서 내 이야기를 하나?”

 

“약 달라고 할까?”

 

“걱정해줘서 고마워. 작은 친구. 그것보다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 했더라?”

 

“‘사령관을 남극에 데려다 주었다’까지 했어.”

 

“아~! 맞아! 그러니깐.. 사령관을 남극에 내려주고 돌아가려고 하는데 사령관이 황급하게 어디론가 향하더라구? 왠지 모르게 냄새가 나서 따라가 보니깐. 글쎄 그곳에서 사령관이 커다란 괴물과 1대1로 싸우고..”

 

.

..

...

 

인간이 멸망하고 이제는 철충의 소굴이 되어버린 멜버른 내부의 동향을 조사 해달라는 파티마의 의뢰에 처음에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근래 묘하게 벌이가 좋아진 파티마의 삼안물자영업소와 함께 인간이 만났다는 트리아이나의 이야기까지 듣자 애니 머릿속은 한 가지 결론으로 정리되었다. 

 


“어디선가 부활한 인간이 멜버른을, 호주 땅을 되찾으려 한다.”

 


자신의 생각대로 정말로 인간이 부활한 거라면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그에 뭇지 않게 마음 한편으로 불안한 생각이 드는 것 또한 사실 이였다.

 

과거 자신이 치한용 바이오로이드로 활동 할 적, 바이오로이드들이 인간에게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그녀 자신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강간. 살해 등의 강력범죄는 인간에서 바이오로이드에게로 대신 옮겨가 타겟이 되었고, 바이오로이드를 상대로 강력 범죄을 저지르더라도 소유주에게 적절한 배상만 가능하다면 그냥 넘어가는 대부분일 정도로 이 땅에서의 바이오로이드의 대우는 최악 이였다. 

 

오죽하면 ‘캥거루를 죽여서 징역을 사는 사람은 있어도, 바이오로이드를 죽여서 징역 사는 사람은 없다’라는 우스운 소리가 퍼질 정도였을까? 

 

애니 역시 국가에 소속된 치한용 바이오로이드가 아니었다면, 몇몇 범죄자들에게 몇 번이고 엄한 일을 당했을지 모를 일이였다.

 

그렇게 인간에 대한 불안이 있었지만 “정말 멋지고 좋은 인간이야. 애니. 너도 보면 맘에 들어 할 걸?”이라는 트리아이나의 말을 가슴에 품고 애니는 멜버른으로 향하였고, 멜버른의 정보를 모으고 난 뒤 만난 인간은 트리아이나의 말처럼 자신을 동등한 존재로 대해주는 인간 이였다.

 


“담백한 성격이 맘에 드는데? 내 스타일이야. 아! 이럴 때가 아니지? 먼저 의뢰 결과물부터 넘겨줄게.”

 


애니가 사령관에게 자신이 모아온 멜버른의 정보가 담긴 디스크를 건네려는 순간, 다시금 다급한 레프리콘의 목소리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각하! 긴급하게 보고 드립니다!”

 

“무슨 일인가?”

 

“전방의 대규모의 철충 무리 출현! 현재 이곳을 향해 접근중입니다!”

 

“이 근방에서 철충은 확인되지 않았는데.. 우리가 공격 할 것이라는 걸 알아차린 건가? 부관. 다른 부대로의 피습 상황은?

 

“다른 부대로의 피습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는 건. 이곳만 공격 해오고 있다는 말인가?”

 


레프리콘의 보고를 들으며 지금의 상황을 정리하는 사령관의 뒤로 애니의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칫! 따돌린 줄 알았는데.. 미안해. 카인님. 아무래도 나 때문인 것 같아.”

 

“널 쫒아왔다는 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필요한 정보를 모두 모으고 도시를 빠져나오던 도중. 철충들에게 발각 되었거든. 바이크로 어떻게든 따돌린 줄 알았는데.. 여기까지 쫒아올 줄은 몰랐어. 미안해..”

 


자신이 이곳으로 철충을 안내한 것 같아 미안해하며 사과하는 애니를 바라보며, 사령관의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 위 레더 햇 모자를 푹 눌려주었다. 

 


“철충에게 쫒기는 와중에도 용케 정보를 가져다주었군. 감사를 표하도록 하지..”

 


철충을 몰고 온 것에 대한 질책이나 비난보다 도리어 자신에게 감사를 표하는 사령관의 행동에 애니는 잠시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저것들은 우리가 해결하도록 하지.”

 

“카인님...”

 


그리고 그런 사령관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 언제 전투 준비를 끝낸 것인지 대기 중인 호드가 사령관의 뒤에서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부터 우리 차례인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 사령관.”

 

“이제 폭탄 터뜨려도 되는 거지?! 그런 거지?!”

 

“수리를 끝낸 새로운 워커도 준비 OK 라구!”

 

“언제든 달릴 준비가 되어 있다구요!” 

 


싸울 생각에 신이 난 것인지, 넘치도록 의욕을 보이는 호드를 바라보며 사령관은 두 손가락으로 미간을 눌렀다. 

 

기분파인 워울프나 하이에나, 샐러맨더는 그렇다 하더라도 나름 상식이 있다고 생각한 퀵카멜까지 같은 모습을 보이자, 성급했다는 표정과 함께 칸을 바라보았다.

 


“다들 사령관에게 잘 보이고 싶어 그러는 것이니 이해해줬으면 좋겠군?”

 

“하아.. 의욕 넘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만.. 이번에는 호드가 나설 차례가 아니니 이만 진정하도록.”

 

“에에?!!!”

 


기껏 전투준비까지 열심히 끝내고 사령관에게 잘 보이기 위해 폼까지 잡았건만, 정작 출격은 없다는 사령관의 말에 호드 대원들의 입으로 야유가 튀어 나왔다.

 


“우~! 우~! 기껏 준비 다했는데?”

 

“아~! 왜에~?! 우리가 말 안들은 걸로 아직도 삐져 있는거야?”

 

“맞아! 남자는 대범해야 한다고 옛날 드라마에서 그랬어!”

 

“칸 대장도 한마디 해요!”

 

“모두 조용.”

 


칸의 한마디의 호드 전원이 언제 그랬냐는 듯,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마냥 조용해지자 그제야 사령관은 만족스러운 표정과 함께 입을 열었다.

 


“기동력이 뛰어난 호드는 이번에 별동대로써 움직인다. 그리고 시간도 많지 않으니 이번에는 참도록.” 

 

“사령관이 보는 앞에서 화려하게 신고식을 치르려고 했는데 아쉽군.”

 

“곧 질릴 정도로 화려하게 치르게 해줄 테니 이번에는 참도록.”

 


호드를 달랜 후, 사령관이 패널을 조작하여 어디론가 연락 취하자 잠시 후. 사령관의 귀로 차분하고 조금은 달관한 것 같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는 나이트 앤젤. 사령관 각하. 찾으셨습니까?”

 


“현재 대규모의 적이 내가 있는 곳을 향해 접근중이다. 지원 폭격을 요청을 하고 싶은데 가능한가? 대령?”

 

“좌표만 전송 해주시면 언제든 가능합니다. 각하.”

 

“곧 좌표를 전송하도록 하지.”

 

“좌표의 전송을 끝나는 대로 지원 폭격을...자..잠깐! 대장님! 이러지 마십시오! 각하께는 연결해 드릴 테니 그 가슴 좀 그만 들이 미십..”

 


우당탕거리며 소란과 함께 잠시 후. 사령관의 패널로 나이트 앤젤의 목소리을 대신하여 조금 거만하지만 까칠한 여성의 음성이 들려왔다.

 


“내가 도착했는데 찾아오지도 않고.. 배짱 좋은데? 사령관?”

 

“메이 인가?”

 

“그래도 목소리까진 잊진 않았나 보네? 만약 잊었다면 기억나도록 그쪽으로 폭격을 했을 텐데.. 그건 그렇고 사령관. 한 가지 의문사항이 있어서 그러는데 물어봐도 될까?”

 

“물어보도록.”

 

“전시중이라 환영행사는 둘째 치더라도, 이 몸이 왔는데 한번은 찾아와야 하는 게 순서 아니야?”

 

“근래에 여러 가지 일로 바빠서 말이지. 그 점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변명의 레퍼토리가 뻔하고 부실하네? 다른 지휘관들에게는 몰라도 나한테 만큼은 좀 더 변명에 성의를 보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야?”

 

“변명에는 서툴러서 말이지. 다음에는 좀 더 노력해서 변명 할 수 있도록 하지.”

 

“...조금 마음에 들진 않지만. 뭐. 아무튼 좋아. 지원 폭격을 요청했지? 받아들일게. 대신. 가까운 시일 내로 둠 브링어로 한번 들려야 할 거야.”

 

“그러도록 하지.”

 


말에 거만함 이라는 것이 묻어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 하는 메이 와의 대화가 끝난 후. 다시금 연결된 나이트 앤젤의 입으로 사령관의 귀로 들릴 정도의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음..그러니깐.. 고생이 많군. 대령.”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각하.”

 

“좌표는 전송 해두었으니 부탁 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각하.”

 


나이트 앤젤 과의 통신 종료 후, 좌표의 전송까지 끝내자, 곧 멀리서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할 만큼 철충이 접근해왔다.

 


“곧 둠 브링어의 폭격이 시작된다. 대원들은 지금 즉시 후폭풍에 대비 할수있도록.”

 


사령관의 명령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대원들은 하나 둘, 후폭풍을 피하기 위해 건물 안이나 외벽 뒤, 혹은 임시로 지어진 참호 뒤로 서둘러 몸을 숨기었다. 

 

잠시 후, 몰려오는 철충의 한가운데에 생긴 붉은 점의 포인트를 중심으로 구름을 뚫고 나타난 나이트 앤젤 과 스트라토 엔젤, 그리고 메이가 보낸 무인기가 공중에서 철충을 향해 융단 폭격을 퍼붓기 시작하였다.

 

하늘에서 철충을 향해 떨어지는 미사일의 폭격이 철충이 있는 곳에서 폭발하자, 곧 무자비하게 터지는 폭발과 폭염은 화염의 짐승처럼 철충을 집어 삼키기 시작하며, 철충을 모두 집어삼킨 짐승은 폭음과 후폭풍의 발소리로 땅을 뒤흔들며 철충을 대신하여 사령관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왔다.

 


“모두 머리 숙여라! 곧 후폭풍이 온다.”

 

“저기.. 칸 대장? 사령관은?”

 

“뭐?”

 

“사령관말이야?! 대장과 함께 온 거 아니었어?!”

 

“...설마?!”

 


워울프의 말대로 사령관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칸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참호 밖을 바라보았다.

 


“대체 저기에 왜?!”


 

곧 칸의 눈으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폭음의 짐승을 맞이하려는 듯, 그 자리에 서있는 사령관의 모습이 들어왔다.

 


“사령관!”

 

“대장! 미쳤어?!”

 

“큭!”

 


서둘려 사령관을 데리고 오기 위해 밖으로 나가려는 칸 이였지만, 이미 자신이 있는 곳까지 도달한 후폭풍과 함께 자신을 참호 안으로 끌어당기는 대원들에 손에 의해 밖으로 나가지 못하였다.

 


“자살 하려는 것도 아니고! 사령관!”

 


잠시 후, 거친 짐승이 쓸고 지나간 자리에 있었을 사령관의 상태를 확인 하기 위해 나온 칸과 대원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마치 거센 태풍에도 쓰러지지 않은 고목처럼 그 자리에 서있는 사령관의 모습이었다. 

 


“사령관! 괜찮은 ㄱ...”

 


사령관의 상태를 살피려는 칸의 눈에는 분명히 보였다. 

 

자신과 대화를 나눌 때의 느껴지던 위화감이 사라졌음을, 그리고 위화감을 대신하여 있는 것은 자신과 싸울 때 그리고 철충과 싸울 때의 보였던 백전의 전사의 얼굴하고 있음을. 

 

그리고 잠시 후. 통신을 통해 모든 대원들의 귀로  사령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센트럴 아니.. 사령관 카인이 전군에 전한다. 본관은 신의 유무를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귀관들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 하라’ 같은 말은 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귀관들이 무언가 믿고 의지해야 할 것이 필요하다면, 

 

고개를 돌려 귀관 곁에 있는 동료를 보아라. 

 

귀관 곁에 있는 지휘관들을 보아라. 

 

두 팔을 들어 귀관 자기 자신을 보아라.

 

만약 아직도 불안 하다면.. 귀관들을 믿고 있는 나를 보아라. 내가 언제나 귀관들과 할 것이다."

 


철충에 의해 멈추어 버렸던 인간과 바이오로이드의 운명의 수레바퀴는 사령관의 마지막 말에 다시금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지금부터 멜버른의 공격을 시작한다.”

 


훗날. 호사가들에 의해 ‘2차 멸망전쟁’의 시작으로 전해질 ‘멜버른 전투’의 시작 이였다. 

 

 

.

..

...

 

 

사령관의 명령과 함께 애니가 가져온 정보의 분석을 끝낸 사령부를 통하여 각 정보와 함께 사령관의 명령이 전해졌다.

 


“발할라는 스카이 나이츠와 둠 브링어의 유도를 위하여 멜버른 공황을 공격, 확보 하도록.”

 

“알았어. 사령관.”

 

“마리 소장이 이끄는 스틸라인 1군단과 피닉스 대령이 이끄는 3군단. 그리고 아스널 준장의 캐노니어는 멜버른 서부 지역을 공격. 철충의 섬멸 후. 멜버른 중심부로 이동하도록.”

 

“네. 각하.”

 

“사령관 무운을 빌도록 하지.”

 

“레드후드 대령이 이끄는 스틸라인 2군단은 호라이즌의 함대가 ‘포트필립 만’내로 진입할 수 있도록 입구인 ‘포인트 론즈데일’ 과 ‘퀸클리프’ 지역을 확보. 그곳을 사수 하도록. 

 

“목숨을 걸고 반드시 사수하겠습니다. 각하.”

 

“호라이즌의 함대는 스틸라인 2군단의 입구 확보가 끝나는 대로, 북상하여 ‘월리엄스 타운‘으로 이동 스파르탄 강습부대 투입하도록. 만약 필요하다면 지원포격 역시 허가한다.”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캡틴.”

 

“스파르탄 캡틴. 사령관의 명령을 대기 중.”

 

“상륙 완료 후. 스틸라인과 캐노니어를 저지하고 있는 철충의 후방을 급습. 이후. 스틸라인과 합류 후. 움직이도록.”

 

“명령 입력 완료.”

 

“이번에는 목이 잘리지 않게 조심하도록.”

 

“유념하겠음.”

 

“그리고...”

 

“기계 기사는 언제든 준비되어 있습니다. 사령관님.”

 


명령을 내리기도 전, 들려오는 AGS 답지 않은 말투에 사령관은 그에 화답하듯 응답해주었다.

 


“라인 강의 기사는 명예를 되찾을 준비는 되었는가? 라인리터 경?”

 

“언제든 명예롭게 싸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좋아. 기병대는 만의 입구중 하나인 소렌토로 상륙 후. 철충을 섬멸. 그곳을 향해 오는 적들을 저지하도록.”

 

“명령 입력 완료. 사령관의 명예를 위하여! 기사단의 명예를 위하여!”

 

“제군들의 무운을 빌도록 하지.”

 

.

..

...

 

 

사령관의 명령과 함께 사령부를 통해 멜버른 내의 필요한 정보과 각 부대의 상황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며, 발할라의 멜버른 공항의 공격을 시작으로 멜버른을 향한 남극군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저기..”

 

“응?”

 

“내가 막 따지고 그러는 성격은 아닌데.. 카인님이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나는 여기에 왜 또 있는 거고?!”

 

“?”

 


애니는 자신의 호버 바이크의 뒤에 동승 한 채, 사령부와 연락을 주고 받는 사령관의 모습에 목소리를 높였고, 그런 애니의 반응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사령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이거 1인승 이였나?”

 

“3명이 타도 문제없어.. 가 아니고?! 당신 엄청 중요한 사람 아니야?!”

 

“그렇긴 하다만?”

 

“그럼 후방에서 호위 받으며 안전하게 지휘하고 있어야지?! 어째서 최전방으로 따라오는 건데?!”

 

“사령부 쪽의 호위는 리리스와 컴패니언 에게 맡겨두었으니 걱정하지 말도록.”

 

“아니! 당신이 제일 안전해야 하는 거잖아! 당신이! 그럼 따라오면 안 되지?!”

 

“따라오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 건가?”

 

“돌아버리겠네..”

 


자신의 뒤에 타고 있는 인간이 트리아이나 못지않게 괴짜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인지, 어이없어 하는 애니는 자신의 이마를 손으로 탁 쳤고, 그 모습에 바이크의 옆에서 함께 이동하던 호드 대원들은 낄낄거리며, 애니를 위로해주었다.

 


“하하~ 포기해. 카우보이 아가씨. 우리 사령관은 간을 호주 앞바다에 던져두고 온 사람이거든.”

 

“난 사령관 때문에 아르망 참모가 매일 밤마다 염색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었는데?”

 

“나 같아도 저렇게 속을 썩이면 머리가 하얗게 새지. 암! 그렇고말고.”

 

“워울프, 하이에나, 샐러맨더, 너희 셋은 일주일간 주류 보급 금지다.”

 


자신을 향한 험담 아닌 험담에 사령관의 가벼운 응징이 내려지자 세 사람은 ‘망했다’는 표정을 지었고, 인간과 바이오로이드가 서로를 스스럼없이 대하는 그 모습에 애니의 낯설기도 하는 한편, 왠지 모를 부러움 감정 역시 들었다.

 


“모두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데 뒤에서 지켜보는 건 성격에 안 맞아서 말이지.”

 

“하여간.. 진짜 특이하다니깐?”

 

“훗. 그럼 특이하다는 소리를 들은 김에 부탁 하나만 해도 괜찮을까?”

 

“응?”

 

.

..

...

 

 

칸의 이야기와 애니가 가져온 정보를 분석한 결과. 대공포는 서부의 “힐사이드”, 북부의 “플랜티”, 동부의 “올린다”에 각각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철충의 감염 여부는?”

 

“확인은 해보셔야 하겠지만. 만약 A.I을 사용하는 무인 대공포라면 철충에게 감염 되어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폐하.”

 

“철충에게 감염 되었다면 사실상 그냥 철충 이겠군?” 

 


각각의 대공포를 파괴 혹은 무력화 시켜야만 스카이 나이츠와 둠 브링어가 안심하고 지상군을 지원 할 수 있기에, 처음 사령관은 호드와 함께 대공포로 향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애니가 타고 다니는 호버 바이크가 호드에 뒤지지 않는 기동력을 자랑한다는 사실에 사령관은 사악한 미소와 함께 곧 애니를 향해 마수를 뻗었다. 

 


“지금 거길 가겠다고? 미쳤어?!”


“어떻게 안 되는 건가?”

 

“진짜 간을 호주 앞바다에 던지고 온 거야?!”

 


자신을 태우고 대공포가 있는 곳까지 데리고 가 달라는 사령관의 부탁에 애니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딱 잘라 거절하였다.

 


“안 돼! 무리! 무리! 무리! 의뢰비를 얼마를 줘도 무리!”

 

“무리한 부탁이라면 호버 바이크라도 빌려주면 안 될까? 아무래도 빠르게 움직여야 할 것 같아서 말이지.”

 

“아니. 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려는 건데?”

 

“내가 편하면 대원들이 고생하니깐.”

 


계속되는 사령관의 부탁에 애니의 내적 갈등은 심화 되었다. 

 

안전을 생각하면 이곳에서 이탈하여 파티마에게 돌아가는 것이 정답이지만. 사령관이라는 인간에게 매료가 된 것인지, 한참을 고민하던 애니는 스로틀 레버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며 한탄 섞인 말을 하였다.

 


“하아.. 멸망 전 보안관 일 때. 바이오로이드를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은 물론이고 미친 짓을 하는 인간님들이 정말 많았어. 캥거루를 상대로 복싱하다가 맞고서는 살려 달라는 인간님도 있었고, 술 살돈이 없다고 코알라가 먹는 유칼립투스 잎을 대신 씹어 먹다 실려 가는 인간님도 있었어. 총을 가지고도 도리어 에뮤한테 쫒기면서 살려 달라하는 인간님까지.. 별의 별 미친 인간님들이 정말 많았어.”

 

“...”

 

“그런데 오늘 깨달았어. 그런 인간들 보다 훨씬 더 미친 인간이 내 뒤에 타고 있었다는 사실을..”

 

“훗. 칭찬으로 듣도록 하지.”

 

“비꼬는 거거든! 젠장! 특별의뢰수당에, 추가수당, 위험수당까지! 청구 할 수 있는 비용은 몽땅 다 청구 할 테닷!”

 

“데려다만 준다면 얼마든 지급하도록 하지!”

 


각오를 다지려는 것인지 바이크 뒤에 있는 가방에서 맥주 한 병을 달라고 한 애니는 맥주 한 병을 한 번에 모두 비운 뒤, 병을 뒤로 버리고서는 잡고 있는 스로틀 레버를 돌림과 동시에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거칠게 밟았다. 

 


“풀 스피드로 갈 거니깐! 꽉 잡아! 카인님!”

 


곧 요란한 엔진소리 와 함께 애니의 호버 바이크는 호드 보다 더 빠르게 도시 안으로 향하였다. 

 


“호드는 지금 즉시 서부 ‘힐사이드’에 있는 대공포를 무력화 시킨 후. 발할라와 합류 하도록 북부의 ‘플랜티‘와 동부 ’올린다‘에 있는 대공포는 센트럴이 맡겠다.”

 

“정말 혼자서 괜찮겠나? 사령관?”

 

“나를 믿으라 했을 텐데? 칸.”

 

“그랬지.. 그럼 계속 함께 할 거라는 약속 역시 지키도록. 사령관.”

 

“물론이다!”

 


호드와 통신을 마친 뒤. 사령관을 태운 애니의 바이크는 2곳의 대공포가 있는 곳 중,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북부 플랜티 쪽으로 향하였다. 

 

하지만 그런 사령관을 쉽게 보낼 생각이 없다는 듯. 플랜티 로 향하는 도로의 큰 길목마다 철충이 버티고 있었고, 쓸데없는 충돌로 발생할 시간적 손실을 피하기 위해 여러 루트를 통해 움직임에도, 길목 곳곳을 막고 있는 철충에 애니의 인내심은 기어이 폭발하고 말았다.

 


“진짜 짜증나게! 플랜티로 향하는 주요 길목마다 버티고 서있어! 정보를 모으기 위해 돌아다닐 때는 이러지는 않았는데.”

 

“우리가 대공포를 노리고 있다는 걸 눈치 챘나 보군? 억지로 돌파 할 순 없는 건가?” 

 

“저기요! 내 바이크는 탱크나 장갑차가 아니거든요?!”

 


애니의 짜증과 함께 사령관은 곧 패널을 통해 도시의 각 도로를 검색하기 시작, 이네 생각을 마친 사령관은 애니의 지도를 보여주었다.

 


“1km앞 전방의 교차로를 막고 있는 철충들을 제거하면 대공포까지 바로 갈수 있겠군.”

 

“에? 에에?! 뭘 어떡하려고?”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철충의 어느 정도까지 접근이 가능하지?”

 


사뭇 진지하게 묻는 사령관의 질문에 애니도 무언가 생각이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인지 진지한 얼굴로 답을 해주었다.

 


“바이크에 방어막 생성기가 있기는 하지만 철충의 공격에는 얼마 버티지 못 할 거야. 그래도 50m 앞까지라면 어떻게든 데려다 줄게.”

 

“그 정도면 충분해. 철충에게 접근 한 후. 내가 바이크에서 내리면 그대로 반전해서 피하도록.”

“엑?! 진짜 철충과 싸우려고?!”

 

“싸우면 안 되는 법이라도 있나?”

 

“아니 말이 안 되잖아?! 인간이 철충에게?! 혼자서?! 어떻게?!”

 

“누가 그러더군. 일단은 부디 쳐 보라고.” 

 

“그건 그런데 쓰는 말이.. 하아.. 젠장! 이젠 나도 모르겠다! 좋아! 꽉 잡아!”

 


사령관의 말에 이젠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다시금 페달을 밟자, 호버 바이크는 빠르게 철충을 향해 접근하였다.

 

정면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바이크을 발견한 철충의 공격이 시작되자, 애니는 재빨리 바이크의 배리어를 작동. 배리어에 탄환이 퉝겨 나가는 소리는 애니의 긴장시키기에 충분하였다. 

 

카인님! 정말 괜찮은 거 맞는 거지?!”

 

“맡기도록!”

 

“절대 죽지 마! 내 바이크에 시체 싣는 건 죽어도 싫으니깐!” 



장담대로 철충의 50m 앞까지 도달한 애니는 자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비어버린 뒷자리의 허전함과 느끼며, 바이크를 반전하여 철충에게서 서둘려 멀어졌다. 

 


“실전에는 처음 사용하는 전술 이다만...”

 


바이크에서 뛰어내린 사령관의 발이 땅에 닿자마자, 빠르게 철충을 향해 달려 나갔고, 철충은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사령관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하기 시작되었다.

 

자신의 향해 날아오는 철충의 탄환을 염라도로 모두 쳐내며, 철충의 지근거리까지 도달한 사령관은 곧 허리춤에서 빼낸 단검을 철충의 모여 있는 곳 옆에 설치 된 지상식소화전을 향해 던졌다.

 


“3..2..1!”

 


짧은 금속음을 내며 지상식소화전 아래에 꽂힌 단검은 사령관의 카운트와 함께 내장되어 있는 소형 폭탄이 폭발하며, 소화전을 그대로 날려버렸고. 소화전이 날아간 자리로 부터 커다란 물줄기가 분수처럼 솟아오르기 시작하였다.

 


“?!!!”

 


갑작스레 솟아오른 물줄기에 의해 철충의 머리위로 비처럼 물이 내리기 시작하자, 자신들의 동체를 적시는 물에 당황한 철충은 순간 갈피를 잡지 못하였다.

 

이네 갈피를 잡은 철충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지상 트램의 운행을 위해 설치된 금속 레일에 손을 대고 있는 사령관의 모습 이였다. 

 


“조금 짜릿 할 거다!” 

 


손을 대고 있는 금속 레일을 통해 사령관이 생체전기를 방출하자, 금속레일을 통해 흘려들어간 전기는 레일위에 있는 철충을 감전 시키는 것은 물론, 물을 뒤집어 쓴 철충까지 침수감전 시키기 시작하였다. 

 


“!!!”

 


파직 거리는 스파크와 함께 계속되는 감전에 철충은 사람처럼 꿈틀거리기 시작하며, 잠시 후. 철충의 구동 부분과 여러 틈을 통해 검은색의 연기가 피어올랐다. 

 

.

..

...

 

“이게 다 뭐야?!”

 


잠시 후. 사령관의 안전하다는 연락과 함께 다시 돌아온 애니가 본 것은. 동체 이곳저곳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와 함께 검게 타버린 철충의 잔해 였다.

 


“정말 혼자서 이렇게 한 거야?! 대체 어떻게?!”

 

“휴우... 설명은 나중에 하고, 일단은 이곳을 벗어나도록 하지. 곧 다른 녀석들이 몰려 올 거다.”

“어...어 알겠어. 어서 타.”

 

“그리고 미안 하지만 맥주 한 병 마실 수 있을까? 이 전술. 생각보다 체력소모가 심해서 말이지.”

 

“어?..어! 맥주. 여기 있어. 얼른 마셔.”

 


어떤 전술을 사용한 것인지 짐작조차 하지 못하겠다는 표정과 함께, 서둘러 사령관에게 맥주 한 병을 건네자, 사막에 탈수증 걸린 사람 마냥 맥주를 들이 킨 사령관은 애니가 그랬던 것처럼 병을 뒤로 버린 후.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났다. 

 

길목을 막고 있던, 철충을 돌파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플랜티”를 알리는 표지판과 함께 멀리서 하늘을 향하고 있는 대공포가 눈에 들어왔다. 

 


“아래가 꿈틀거리는 게 징그럽네..”

 


애니의 짧은 감상평과 함께 대공포는 아르망의 예상대로 철충에 의해 감염 되어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족히 수 십여 기는 되어 보이는 대공포를 파괴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전차나 캐노니어 혹은 아머드 메이든 정도는 데려와야 해결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방법은 있는 거야?”

 


강한 화력을 가진 대구경의 포는 고사하고, 폭탄조차 없는 상황에서 애니는 나름 머리를 굴려 보았지만 좋은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어떡하긴?”

 


애니의 질문에 대답 대신 허리에서 염라도를 천천히 뽑아들자, 서슬 퍼런 빛의 염라도의 칼날과 함께 사악한 미소를 짓는 모습은 애니의 얼굴 역시 서슬 퍼렇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전부 베어야지.”

 

.

..

...

 

 

“미쳤어! 이건 진짜 미친 짓이야!”

 

“가자! 적토마!”

 

“내 바이크를 이상한 이름으로 부르지 마!”

 


애니의 비명의 가까운 외침과 함께 예상대로 사령관은 바이크에 뒤에 탄 채, 검을 든 기병처럼 대공포의 이곳저곳을 휘저으며, 대공포의 포신만을 정확하게 베어나갔다. 

 


“애니! 11시 방향으로!”

 

“이건 꿈이야.. 그래 꿈 일거야. 꿈에서 깨면 시원한 맥주 한 병을 마시는 거야... 그럼 꿈에서 완전히 깰수 있겠지?”

 


정신이 나간 듯 중얼 거리면서도 몸은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것인지, 사령관의 지시대로 바이크를 운전하던 애니는 기어이 대공포를 지키는 철충을 뚫고 대공포의 커다란 포신을 염라도로 베어내는 사령관의 모습에 다시금 비명을 질렀다. 

 


“역시 꿈이 아니잖아!!” 

 

“애니! 7시 방향으로!”

 

“흐아앙~! 파티마~! 트리아이나아~!”

 

“가자! 적토마!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깐!”



부정과 분노를 오가면서도 살기 위해 바이크를 운전한 덕인지, 플랜티의 있는 대공포의 포신을 모두 베어내는데 성공한 사령관과 애니는 쫒아오는 철충의 추격을 뿌리치고, 이번에는 동부의 “올린다”로 향하였다.

 


“캬하하~! 느려! 느리다고! 철충놈들아!”

 

“음...”

 

“꼬우면 잡아보라니깐?! 그런데 느려 터져서 못 잡지?”

 


부정과 분노의 단계를 넘으면 다음은 타협과 수용의 단계로 들어선다고 했던가? 

 

수용에 단계에 들어선 것인지, 애니는 약이라도 한 것 같은 표정과 함께 신들린 실력으로 바이크를 몰며 사령관의 지시 없이도 올린다에 있는 대공포의 이곳저곳을 휘저었고, 두 사람은 올린다의 대공포의 포신 역시 모두 베어내며 무력화 하는데 성공하였다.

 


“여기는 센트럴. 플랜티 와 올린다의 대공포를 무력화 하는데 성공하였다. 호드. 현재 상황은?”

 

“여기는 호드. 힐사이드에 있는 대공포는 파괴. 현재 발할라와 합류하기 위해 멜버른 공항으로 이동 중이다.”

 

“아르망. 현재 다른 부대의 상황은?”

 

“조금 전. 발할라로부터 멜버른 공항의 확보가 끝났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스틸라인 2군단과 기계 기사단 역시 만의 입구를 확보 하는데 성공 하였다고 합니다.”

 

“주인님. 호라이즌의 함대가 지금 막 만내로 진입했어요.”

 

“스틸라인 1군단과 3군단, 그리고 캐노니어의 상황은?”

 

“지금 막 철충과 교전을 끝내고, 도시 중심부를 향해 순조로이 진입 중이에요.”

 

“병력 상황은?”

 

“중상자 3명, 경상자는 7명, 사망자는 없습니다.”


“다행이군. 이후 계속해서 작전을 진행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리고 폐하..”

 

“알고 있다. 이만 사령부로 복귀하도록 하지.”

 

“네! 폐하!”

 


아르망과의 통신을 종료 후. 작전의 순조로움보다 아직 불귀의 객이 된 대원들이 없다는 사실에 사령관의 입으로 안도의 숨이 나왔다. 

 


“강습 부대와 공중 지원까지 이루어지면, 한시름 놓을 수 있겠군.”

 


마음 같아서는 마리의 1군단이 있는 쪽으로 이동하여 지휘 하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을 걱정하는 사령부에 이미 복귀하겠다고 말한 것과 함께, 애니와 바이크 역시 한계에 다다랐기에 사령관으로서는 이만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애니. 이만 복귀하도록 하지.”

 

“이제 집에 갈 수 있는 거야?”



분노의 질주를 펼친 탓인지 몸과 마음의 피로로 바이크 위로 엎어져 있던 애니는, 복귀 한다는 사령관에 말에 벌떡 일어나 토끼처럼 귀를 쫑긋 거렸다. 

 

하지만 복귀 하려는 사령관은 쉽게 보내지 않으려는 것인지, 다급한 콘스탄챠의 목소리가 사령관을 붙잡았다, 

 


“주인님! 멜버른 북동쪽으로 부터 대규모의 철충 반응이 포착 되었어요.”

 

“지원군을 보낼 거라 예상은 했다만 빠르군. 적의 규모는?”

 

“스카우터 와 스캐럽 등을 비롯한 적의 비행체 500여기 입니다”

 

“적의 지상군은?”

 

“아직 확인 되지 않았어요.”

 

“지상 병력 없이 공중병력만 보냈다고? 빠른 지원을 위한 것인가? 여기는 센트럴. 흐레스벨그 들리나?” 

 

“여기는 흐레스벨그. 말씀 하십시오. 사령관님.”

 

“스카이 나이츠는 지금 즉시 적의 공중 병력을 저지 및 섬멸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아르망. 녀석의 위치는?”

 

“확인 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닥터양에게서 출발 하였다고 보고가 있었습니다.”

 

“통신이나 위치 확인 장비까지 전부 꺼놓은 건가? 제멋대로인 녀석이군..”

 


이네 혀를 찬 사령관은 바로 통신을 메이에게 연결하였다. 

 


“메이 소장. 들리나?”

 

“오늘따라 자주 찾네? 말해. 사령관”

 

“지금 바로 둠 브링어의 예비대를 보내 스카이 나이츠를 지원하도록.”

 

“보내는 건 문제가 아니지만, 예비대를 보내면 지상군을 지원하는데 차질이 생기는데 괜찮겠어?”

 

“아무래도 스카이 나이츠 만으론 신경 쓰여서 말이지.”

“감으로 지휘하는 것에 한마디 하고 싶지만. 아무튼 좋아. 스트라토 엔젤. 지금 바로 예비대를 이끌고 스카이 나이츠 녀석들을 지원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메이 대장님.”

 

“이제 됐지? 사령관.”

 

“아.. 나중에 보도록 하지.”

 


메이와의 통신이 끝나고 사령관은 스카이 나이츠가 향하였을 방향을 잠시 바라보았다. 멀리서 불어오는 몸을 감싸는 기분 나쁜 바람이 신경 쓰이기는 하였지만, 기우이기를 바라며 사령부로의 복귀를 서둘렀다.

 

.

..

...

 

 

“위험한 일이였는데 협력 해주어 고맙군. 애니.” 

 

“위험한건 알긴 알았나 보네? 다시 한 번 말하는데, 앞으로는 이런 위험한 의뢰는 절대로 안 받을거야.”

 

“하하..”

 


두 번 다시는 이런 미친 짓은 하지 않을 거라 다짐하며, 다시 한번 몸서리치는 애니는 사령부로 향하는 길을 서둘렀고, 멜버른의 끝자락에 도착했을 때 쯤. 사령관의 발목을 잡는 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령관님! 현재 적의 공중 병력과 교전 중. 연결체급으로 추정되는 철충을 확인 하였습니다! 반복합니다! 연결체급으로 추정되는 철충을 확인 하였습니다!”

 


갑작스레 연결체가 등장 하였다는 보고에, 사령관은 급하게 슬레이프니르을 향해 통신을 연결하였다.

 


“들리나?! 슬레이프니르! 현재 상황은?!”

 

“사령관! 지금 통신하기에는 조금 바쁜데?!”

 

“현재 상황은?!”

 

“처음에는 마구잡이로 싸우던 철충들이 이상한 녀석이 등장한 뒤로는 잘 훈련된 편대처럼 움직이고 있어!”

 


패널로 전송되는 영상에는 슬레이프니르의 말대로 잘 훈련 받은 전투기 편대처럼 스카이 나이츠를 상대하는 철충과 함께, 뒤로는 그 철충들을 지휘하는 듯한 전혀 다른 생김새의 철충의 모습이 영상을 스쳐 지나갔다.

 


“일단은 버티고 있긴 한데, 지원이 조금 필요할거 같아. 사령관.”

 

“어떻게든 도우러 갈 테니! 조금만 더 버티도록!”

 

“알았어. 어떻...게든...버텨..볼..령...관”

 


철충에 의해 통신 교란까지 일어난 것인지, 슬레이프니르와의 통신이 끊어지자, 사령관의 머리는 빠르게 판단하기 시작하였다.

 


‘지금 둠 브링어의 본대를 투입해본들, 메이를 맹수 입안으로 넣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다른 지상부대가 도우러 가기에는 시간이 늦다. 그렇다면!“

 


“여기는 센트럴! 샌드걸 중위 와 실피드 소위는 지금 즉시 스카이 나이츠를 지원하도록!”

 

“네. 각하.”

 

“네! 사령관님.”

 


샌드걸과 실피드를 지원군으로 보낸 뒤. 사령관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애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비록 의뢰 때문이라고는 하나, 방금까지 위험한 임무를 끝내고 돌아가는 애니에게 다시금 도시로 되돌아 가달라는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그녀의 도움이 너무나도 절실 하였기에, 다시금 부탁하기 위하여 입을 열려는 사령관의 말을 애니가 먼저 가로챘다. 

 


“도우러 가려는 거지?”

 

“알고 있었나?”

 

“내가 데려다 주지 않으면 뛰어서라도 도우러 갈 거잖아? 카인님을 보니깐 대충 알겠는 걸?”

 

“티가 많이 났나?”

 

“응. 그것도 아주 많이.”

 

“괜찮다면.. 한번만 더 도와 줄 수 있을까?”

 

“물론이지! 꽉 잡으라구!”

 


다시금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강하게 밟자, 거친 엔진음과 함께 호버 바이크는 왔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멜버른을 향해 되돌아갔다.

 

.

..

...

 


“그런데 어떻게 도우려는 거야? 사령관. 혹시 하늘도 날줄 아는거야?

 

“그랬으면 좋겠지만.. 먼저 이곳으로 가주겠어?”

 

“응? 여기는?”

 


사령관이라면 정말로 날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사령관이 애니에게 데려다 달라고 한곳은 곳은 바로 유레카 타워였다. 

 

높이 300m에 달하며, 멜버른에서도 가장 높은 건물인 유레카 타워 앞에 도착한 애니는 고개를 들어 감상하듯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타워를 바라보았다.

 


“데려다 달라고 해서 데려다 주기는 했는데.. 이제 어쩌려고?”

 


궁금해 하는 애니를 뒤로 한 채 사령관은 서둘려 타워의 안으로 들어가 타워 내부의 동력이 살아있는지를 먼저 확인하였다.

 

하지만 오랜 시간 방치된 탓에 타워의 동력은 당연하게 멈춰 있었고, 그것을 확인한 사령관은 이번에는 사령관은 빌딩의 외벽부분을 조금씩 두드리며 단단한 부분을 찾기 시작하였다.

 


“휴우.. 해보는 수 밖에..”

 


외벽의 단단한 부분을 확인 한 뒤. 천천히 숨을 고른 사령관은 이네 팔에 착용중인 블리딩 엣지을 통해 생체전기를 흘려넣자, 블리딩 엣지의 나노 머신이 움직이며 이네 소형 파일벙커의 모양으로 변형 되었다.

 


“좋아..”



준비를 끝낸 사령관이 한껏 호흡을 고른 후, 타워의 외벽을 향해 파일벙커를 꽂아 넣자, 커다란 암벽에 박히는 볼트처럼 파일벙커는 건물 외벽에 박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빼고, 다시 팔을 뻗어 외벽을 향해 꽂아 넣기를 반복하며 사령관은 타워의 꼭대기를 향해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커다란 암벽을 등반하는 등반가처럼 안전장치 없이 오로지 자신의 두 팔에 의지해 타워를 오르는 사령관의 모습과 그 아래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애니의 입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흘러나왔다. 

 


“세상에.. 정말로 인간이 맞는 거야?”

 


애니의 마음속에 ‘만나 보았던 인간 중 가장 미친 인간 1위'에 이미 랭크 되어있는 사령관 이지만, 눈앞의 모습에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인간의 정의를 다시 고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하며 한팔, 한팔 타워를 오르는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다행이 아직까지는 눈치 채지 못한 것 같군..”

 


무방비로 타워를 오르는 자신의 모습을 행여 철충이 발견할까 주변을 확인하며 건물을 올랐지만, 스카이 나이츠와 다른 공중 병력을 상대하고 있는 것 때문인지 철충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철충을 대신하여 근처의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이 빌딩의 숲 사이를 헤치며 매섭게 사령관을 향해 불어왔다. 

 

사람의 흐느낌과 같은 바람의 소리와 얼굴을 스쳐지나가는 매서운 바람은 사령관의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아뜩한 타워 아래로 날려버렸다. 

 


“조금만 더..”

 


쉬지 않고 타워의 위를 향해 팔을 움직인 덕에, 얼마 지나지 않아 유레카 타워의 꼭대기에 도착한 사령관의 시야로 멜버른 시내의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과거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했을 도시의 풍경 이였겠지만, 지금 사령관에게는 그런 풍경의 모습을 볼 시간도, 즐길 여유도 없었다.

 


“여기는 센트럴. 슬레이프니르. 들리나? 슬레이프니르.”

 


통신이 연결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철충의 통신 교란에도 불구하고 연결을 계속해서 시도하자. 잠시 후. 사령관의 정성이 하늘이 닿은 것인지 희미한 목소리가 잡음을 뚫고 들려왔다.

 


“여기...슬레이프...사령관..?”

 

“좌표를 보낼 테니 이곳으로 적의 연결체를 유인하도록! 단. 고도는 280m로 유지! 다시 한번 반복한다! 보내는 좌표로 적의 연결체를 유인하도록!”

슬레이프니르가 반응할 때 까지 계속해서 반복하자. 잠시 후. “라져”라는 짧은 대답과 함께 사령관은 건물 한 쪽에 기척을 죽인 채 몸을 숨겼다. 

 

 

.

..

...

 


처음에는 스카이 나이츠의 우세였다. 그녀들의 빠른 기동력과 편대 전술에 철충은 속수무책 이였고, 곧이어 도착한 둠 브링어의 예비대까지 가세하자, 무난하게 철충의 공중 병력을 상대해 나갔다.

 

그렇게 그녀들에 활약에 적의 지원군을 저지하는 스카이 나이츠의 앞으로 나타난 것은 거대한 날개을 가진 철충이였다.

 

마치 나방과도 같은 거대한 날개와 채찍처럼 생긴 두 팔을 가진 철충이 등장에, 하늘에서의 전황은 바뀌기 시작하였다. 

 

새로운 철충의 등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철충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잘 훈련된 파일럿의 움직임을 보이며 스카이 나이츠를 압박 해오기 시작하였다.

 


“저 이상한 철충이 나타난 뒤로 다른 녀석들의 움직임까지 달라졌어!”

 

“저게 그 연결체인가 하는 거지? 그럼 저 녀석만 격추 시키면 된다는 거잖아? 가자! 하르페이아!”

 

“알았어! 전대장!”

 


슬레이프니르 와 하르페이아는 빠르게 연결체에게 접근하여 빔과 미사일을 발사 하였다. 

 


“사라졌다고?!”

 

“전대장 뒤에!”

 


공격을 받기 직전. 그 자리에서 사라진 철충은 어느 틈엔가 슬레이프니르 뒤에 나타나 붉은색의 플라즈마 광탄으로 그녀를 노렸다. 

 


“이 녀석! 빨라!”

 


긴급 선회로 광탄을 아슬아슬하게 피하였지만, 자신만큼이나 빠른 철충의 움직임에 슬레이프니르는 당황하며 곧 연결체와의 공중전을 이어갔다. 

 

눈으로 쫒지 못할 만큼의 속도로 쫒고 쫒기는 공중전을 벌이는 사이, 다른 스카이 나이츠을 향한 철충의 공격은 더욱더 거세져 왔다.

 


“전대장! 이건 좀 위험한데!”

 

“전대장. 일단 둠 브링어의 예비대가 있는 곳으로 물러나도록 하죠?!”

 

“그건 안 돼! 우리가 예비대가 있는 곳으로 물러난다면 연결체는 우리보다 비행속도가 떨어지는 예비대를 노릴거야!”

 

“그럼 뭘 어쩌자고?!”

 

“지금은 우리가 버텨야 해! 사령관이 도우러 와준다고 했잖아?”

 

“우리가 제일 큰 전력이제 제일 빠른데 대체 누군 보낸다는 거야?! 설마 전대장.  인간이 직접 도우러 올 거라 말하고 싶은 건 아니지?! 말도 안 돼! 인간이 하늘을 날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알아! 하지만 사령관이 말 했잖아? 자기가 함께 할거라고?! 그렇게 말한 사람이 우리가 당하도록 손 놓고 있을 리가 없잖아?!”



그리폰의 말대로 사령관이 어떻게 자신들을 도와 줄 수 있는 건지는 생각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확신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위기에 빠진 자신들을 사령관이 절대 그냥 두고 보고 있지 않을 거라는 것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들을 도울 것 오직 그것 뿐이였다. 

 

확신에 찬 슬레이프니르에 말에 그리폰은 이젠 자신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투정을 쏟아내었다.

 


“아! 몰라! 격추 당하면 인간하고 전대장 둘 다 원망할거야!”

 


그리고 그리폰의 투정이 끝나기 무섭게 자신들을 찾는 목소리가 잡음을 뚫고 들려왔다.

 

.

..

...

 

“애들아! 사령관이 보내온 위치로 적을 유인! 다만 고도는 280m을 유지하래!”

 

“전대장! 사령관님께서 보내신 위치 확인 했습니다!”

 

“그 인간!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일단 사령관이 지시대로 움직이자! 애들아! 날아!”

 


잠시 후..

 

멀리서 부터 자신이 말한 고도를 유지한 채, 날아오는 스카이 나이츠와 그 뒤를 추격해오는 연결체와 철충의 모습이 보이자, 사령관은 조용히 염라도를 뽑아들고서는 먹이를 향해 기회를 보는 맹수처럼 숨을 멈추고는 기척 역시 더욱 죽였다.

 

그리고 스카이 나이츠가 타워의 옆을 지나치는 순간. 사령관은 타워 옆을 지나치려는 연결체를 향해 빠르게 몸을 날렸다. 

 


“사령관!”

 

“뭐야?! 인간이 저기서 왜 나타나는 건데?!”

 

“사령관님!”

 


익숙한 기척에 뒤를 돌아본 스카이 나이츠의 눈으로 빠르게 연결체의 머리를 향해 떨어지는 사령관의 모습이 들어오자 그녀들은 놀라고 말았고, 그녀들만큼이나 연결체 역시 갑작스러운 기습에 당황해 하였다. 

 


자신의 머리로 향하는 기습 공격에 연결체 빠르게 회피하려고 하였지만, 염라도를 휘두르는 사령관의 속도는 그것보다 더 빨랐다.

 


“끝이..응?!”

 


사령관의 염라도가 연결체의 머리를 가르려는 순간. 위험을 감지한 사령관은 본능적으로 염라도의 방향을 틀어 방어자세를 취하였고, 곧 어디선가 날아온 긴 칼날이 염라도와 부디 치며 불꽃을 일으켰다.

 


“저건?”

 


칼날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곁눈질 하자, 그곳에는 얼마 전 상대 하였던 인간형의 철충이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에 한눈을 파는 사이, 사령관의 앞으로 연결체의 플라즈마 광탄이 붉은빛과 함께 점점 그 크기를 키워갔다.

 


“큭!”

 


바로 코앞에서 쏘아지는 플라즈마 광탄에, 사령관은 피할 새도 없이 염라도를 광탄을 막아내었고, 눈앞에서 광탄이 터지자 그 충격의 반동으로 사령관은 바다 쪽을 향해 빠르게 튕겨나가 버리고 말았다.

 


“사령관님!”

 

“안 돼!”

 

“인간!”

 

“사령관! 지금 구하러 갈게!”

 


패닉에 빠지는 와중에도 슬레이프니르가 서둘러 사령관이 튕겨나간 쪽으로 날아가려 하였지만, 그런 슬레이프니르의 앞을 연결체와 철충을 가로 막았다.

 


“주인님의 반응이 사라졌어요!”


“반응이 사라진 곳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부대의 확인을!”



사령관의 위치 반응이 갑작스레 사라지자, 사령부는 다급하게 반응이 사라진 곳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부대를 확인, 서둘려 가까이 있는 세이렌에게 통신을 취하였다. 

 


“서둘러야 해요! 네레이드! 운디네! 테티스!”

 


사령부의 연락에 세이렌은 서둘려 호라이즌의 대원들과 함대의 모든 레이더를 동원하여 사령관을 찾기 시작하였다.

 


“제발..사령관님..제발..제발..”

 


날아가 버린 사령관이 어딘가의 건물에 쳐 박혀버렸다면, 그것만으로도 위험한 상황이지만 만약 바다에 빠진 거라면, 아직 희망은 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시간이 지체한다면 위험하기는 매한가지이기에 세이렌의 초조함은 더해져 갔다.

 

바다의 신에게 비는 소녀처럼 사령관이 무사하기를 바라는 지휘하는 세이렌의 귀로 운디네의 다급한 보고가 들어왔다.

 


“함장님!”

 

“사령관님을 찾은 건가요?!”

 

“그게 아니라 해수면 밑으로 미확인의 거대한 물체가!”

 

“네?!”

 


운디네의 보고가 끝나기 무섭게 세이렌의 눈앞으로 마치 어뢰가 터진 것 같은 거대한 물기둥과 함께 물기둥을 뚫고 나타난 것은 검은 색의 거대한 무언가 였다. 

 


“검은..드래곤..?”

 


흩뿌려지는 물방울과 함께 물기둥 뚫고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검은 드래곤과 함께 그 머리위에 있는 것을 확인하자 세이렌의 입가로 커다란 미소가 지어졌다.

 


“늦었잖나! 이 망할 공룡자식!”

 

“불평하지 마라! 맹약자여! 이래보여도 최대한 빨리 온 것이다!” 

 

“거짓말 하기는? 분명 다시 날 수 있게 되어서 이곳저곳 쏘다니다 온 것이겠지?”

 


사령관의 일침에 검은 드래곤 니드호그는 정곡이 찔린 듯 변명 대신 서둘려 말을 돌렸다.

 


“맹약자여! 우리의 적은 어디 있느냐?!”

 


애써 말을 돌리는 니드호그의 뻔뻔함에 사령관은 글렀다는 듯 혀를 차며, 사령관의 시선은 자신을 바다로 날려버린 적에게로 향하였다. 

 


“이제야 하늘에서도 싸울 수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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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을러서 죄송해요. ㅠㅠ


언제나 귀한 시간내어 읽어 주는 라붕이들 고마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