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일단 우리와 동행해야 해. 발키리. 알비스. 가자."


"아, 예. 대장님."


"응! 알겠어! 다른 언니들 만나러 가는 거지?"


"그래. 일단 다 같이 합류할 거야."


잠시 어디론 가 무전을 넣은 금발의 여인은 밑도 끝도 없이

 내 어깨를 잡고 어디론 가 걷기 시작했다.


"그, 뭐냐. 실례가 안되면 어디로 가는 겁니까?"


"내 대원들과 합류할 거야. 그리고 오르카 호로 복귀해서,

 사령관이 당신의 처우를 결정할 거야."


"..... 군인이셨습니까?"


"그럼 우릴 뭐라고 생각한 거야?"


"솔직히 군인치곤.... 너무 고우셔서 말임다?"


"..........."


"............."


내 대답을 들은 두 여인은 잠시 서로에게 시선을

 보내며 무언의 대화를 나누고 있고,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건지, 고개를 갸우뚱하며 되묻는 백발의 소녀.


"인간님! 고우셔서가 무슨 말이야?"


"이쁘다고."


"히힣. 우리 언니들이 이쁘긴 하지!"


"애한테 이상한 소리 말고 빨리 걷기나 해라....."


무언의 대화가 끝난 건지, 내게 한 소리 하며 걸음을 재촉하는 여인.


그렇게 순식간에 어색해진 분위기 속.


"............?"


하늘에서 엔진 음이 들려온다.


고갤 올려 하늘을 보자.....


"여, 대장님. 오셨습니까."


하늘에서 푸른 단발을 한 여인이 이쪽으로 내려오고 있다.


".......엉?"


하늘에서 사람이 날아온 것에 얼이 빠져있는 동안

 무사히 착지 한 여인은 금발의 여인에게 보고를 하고 있다.


"주변의 철충은 전부 쓸어버렸습니다. 복귀합니까?"


"그래. 수고했어. 샌드걸. 부상자는?"


"없습니다. 대장님. 그런데..... 저 분은?"


의아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여인.


...... 뭔가 동물원의 희귀 종을 보는 눈빛이네.


"인간이야. 알비스가 주웠어."


"응! 내가 주워왔어!"


"이젠 고양이 취급입니까.....?"


허탈한 마음에 알비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하늘에서 내려온 여인에게 인사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그..... 최한이라고 합니다 만."


"아, 반갑습니다. 인간님. 말 놓으시죠. 바이오로이드니까요.


샌드걸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자신을 바이오로이드라고 칭하는 샌드걸이라는 여인.


"..... 질문이 있습니다 만. 바이오로이드가 뭡니까?"


그리고 보니, 지하철에서도 바이오로이드라는 단어를 들었는데.


"........? 어, 그..... 정말 모르시는 겁니까?"


"예. 뭐."


"대장님? 저분은 대체?"


아무래도 이 시대엔 바이오로이드라는 게 모르면

 간첩인 수준으로 유명한 단어인가?


모른다는 답에 당황하는 샌드걸.


"나도 믿기진 않는데. 본인 말론 2023년 출신이라네."


"........ 그게 가능합니까?"


"이제부터 알아 봐야지. 일단 신분증은 있더라고."


"으음. 아무튼, 반갑습니다. 인간님."


"그냥 한이라 부르면 됩니다만...."


인간님이라니, 뭐랄까. 희귀 동물 취급 당하는 기분이네.


"자, 자. 일단 나머지 대화는 오르카 호에 가서 하자고.


샌드걸? 가서 철수할 준비해. 합류하면 바로 출발하게."


"알겠습니다. 대장님. 그럼. 실례."


대장의 지시에 내게 인사를 하곤 다시 날아간 샌드걸.


"어.... 오르카 호는 또 뭡니까?"


"그건 제가 설명 드리겠습니다."


"아, 그러니까... 발키리 씨? 라고 부르면 될까요?"


"편하신 대로 부르시면 됩니다.


오르카 호는.... 간단히 설명해서, 저항군의

 거점인 거대 잠수함입니다."


"저항군? 여러분의 단체 이름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사령관 님께서 한 님을 보고 싶어 하십니다."


"..... 저를 요? 왜....?"


"아마 처음 보는 인간이라서 그럴 거야."


"..........? 처음 보는 인간이라뇨? 사령관 님은 인간이 아닌 겁니까?"


"말 했잖아. 인류는 멸망했다고. 이제 남은 건 당신이랑 사령관 둘 뿐이야."


"그... 건 그렇네요. 뭐. 누구나 사연은 있는 거니."


자세히 는 모르겠지만. 뭐. 운 좋게 안전한 곳에서 살아 남은 건가.


대충 알겠다는 뜻으로 고갤 끄덕이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가는 길 곳곳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이한 외형의 로봇들이

 총탄을 맞은 채로 쓰러져 있었다.


"저게 적인 겁니까?"


"맞아! 나쁜 놈이야! 우리 언니들이 혼내줬어!"


"예. 철충이라고 합니다 인류의 적이죠."


나를 지키려는 걸까. 알비스와 발키리 씨는 내 양 옆에

 서서 나를 호위하고 있다.


"생긴 게 참..... 기묘하네요."


"하하. 조금 그렇긴 하죠."


그렇게 대화를 나누던 중.


"대장님! 어서 오세요!"


저 앞에서 손을 흔들며 우릴 반기는 주황 머리의 여인.


"우와~ 베라 언니다!! 언니!! 나 초코바 받았어!"


"우왓?! 알비스 뛰지 마! 그러다 넘어진다니까!"


알비스는 그녀가 반가운 건지, 재주 좋게 그 무거운

 방패와 총기를 들고 달려가고 있다.


"아, 도착한 모양입니다. 인간 님."


"별 문제 없이 와서 다행이네요."


신나게 달려간 알비스의 뒤를 따라가니,

 빈 공터가 보이기 시작했다.


알비스의 목소리를 들은 걸까.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는 대원들.


많은 사람으로 북적거리던 중.


금발의 여인은 손뼉을 치며 시선을 모았다.


"자, 다들 주목. 무전으로는 말했지만 다시 말할게.


여긴 최한. 사령관 님과는 같은 인간이야."


여인은 내 어깨를 잡고 앞으로 끌어 당겨 날 소개 시켰다.


"흐음..... 두번째 인간 님?"


"헤애...... 사령관 님이랑은 좀 다르네."


"바, 반갑습니다. 인간 님!"


내 모습을 보고 각자 반응을 내비치는 여인들.


그나마 부정적인 반응은 없는 게 다행일 까나.


어색한 마음에 뻘쭘하게 서 있자, 내 손을 잡아 끄는 알비스.


"자! 인간 님 여기에 앉아! 여기면 따뜻할 거야!"


"으, 응? 아."


내가 어떤 사람인 지를 본 두 사람은 알비스를 흐뭇한 눈으로

 보고 있지만, 나머지 네 사람은 비명을 지르며 경악하고 있다.


"...........?"


"우와아아아!!! 죄송합니다!! 인간 님!! 그게, 알비스가 아직!!!"


"마, 맞아요!! 알비스가 아직 뭘 잘 몰라서!! 죄송합니다!!"


그대로 굳어 버린 두 여인과, 비명을 지르며 내 앞으로 달려와

 머리를 숙이며 사과를 하는 두 여인.


"예. 예?!"


뭐지, 몰래 카메란가.


당황스러운 마음에 뒤에 두 사람에게 도움의 시선을 보냈지만.


"푸흣......"


".............흐응."


그들을 보며 웃기만 할 뿐, 도움을 줄 생각은 없어 보인다.


결국.... 30분 동안 혼신의 도게자를 하는 여인들을 말려야 했다.


"죄, 죄송합니다... 그, 그게."


"사과 좀 그만 하시라니까요....."


결국 체력이 방전돼 알비스가 알려준 자리에 앉아

 뻣어야 했고, 그제서야 몸을 일으키는 두 여인.


"칼리아흐 베라라고 합니다. 베라라고 불러 주세요...."


"저, 전 님프라고 해요!"


"예..... 반갑습니다....."


자신이 오해를 한 것을 알곤 식은 땀을 흘리는 두 사람.


"일단... 좀 진정하고 앉읍시다. 아가씨들."


"ㅇ, 예....."


"우으..... 죄송해요."


두 명은 진정 시켰고.


"거기 두 사람도 이제 움직이는 게 어떻습니까."


".......... 정말 괜찮으십니까?"


"저, 저희 오늘 오르카로 돌아 갈 수 있죠....?"


"대체 절 뭐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날 무슨 사이코패스 취급하는 두 사람의 말에

 황당할 뿐이다. 애가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어, 으음. 전 그렘린이라고 해요. 이쪽은 탑돌이고요."


그녀의 말에 화답하듯, 삐빅 거리는 포탑.


"하하.... 죄송합니다. 또 보는 군요. 인간 님."


"샌드걸 씨도 반갑고. 일단 앉아서 이야기 합시다. 제발."


겨우 모두와 통성명을 하고 잠시 앉아 이야기를 나누려 던 찰나.


"유감스러운데. 이제 일어날 시간이야. 인간 씨."


한 여인의 잔혹한 한마디가 들려왔다.


고갤 돌리자, 금발의 여인이 묘한 미소로 나를 보고 있다.


"........ 일부러 입니까?"


"어머. 그럴 리가. 우연이야. 가자. 사령관이 널 보고 싶어해."


"그. 잠. 시만요. 다리에 힘이."


30분을 날뛴 덕분일까. 다리에 힘이 안 들어 간다.


"으음. 역시 저희와는 다르게 약하시군요."


"응? 인간 님 약해? 괜찮아! 알비스가 지켜줄게!


알비스한테 초코바 줬으니까 인간 님 착한 사람!"


"....... 그거 눈물나게 고맙구나. 알비스야."


내 나이에 반도 안될 아이에게 위로를 받으니

 참 기분이 그랬다.


"어떡할까요? 복귀 포트는 여기서 10분은 가야."


"그럼 이야긴 간단하네. 샌드걸. 베라. 팔 잡아."


"........... 선생님?"


갑작스러운 포획 명령에 당황하던 사이,


"하하... 죄송해요. 인간 님."


"대장 명령이라서. 감정은 없는 거 아시길 바랍니다?"


내 팔을 붙잡은 두 여인.


"자, 잠깐. 이건 납치 아닙니까!?"


다급히 금발의 여인에게 항의했지만.


"응, 당신. 납치된 거야."


여인은 내게 미소를 지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