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문학] 더 이상 친구로 있을 수 없어 -1

[문학] 더 이상 친구로 있을 수 없어 -2

[문학] 더 이상 친구로 있을 수 없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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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은 무언가가 자신의 뺨을 콕콕 찌르는 느낌이 들어 잠에서 깨어났다.

그러자 그의 품에 안겨있던 리앤은 손가락을 뒤로 빼고 배시시 웃었다.


"일어났어, 남편?"


그렇게 말하고서 리앤은 그의 품을 빠져나와 널부러져있던 자신의 블라우스를 입으며 말했다.


"일단 커피나 한 잔 마실까?"

"아냐, 커피는 필요없어."

"그래? 그럼 일 해야하니까 갈 준비 해야겠네."


리앤은 커피포트를 내리고 벗어둔 옷가지들을 하나하나 다시 입기 시작했다.

사령관 역시 옷가지를 챙겨 입기 시작하는 사이, 먼저 다 입은 리앤이 다가왔다.


"자, 입혀줄게."

"아니 그럴 필요까지는..."

"됐으니까. 어후, 몸 좋은거 봐."


리앤은 장난스럽게 몸을 툭툭 만지면서도 정성스레 옷을 입혀주었다.

그리고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시선을 돌리고 있는 사령관을 보면서 장난기 넘치는 웃음을 지었다.


"뭐야뭐야, 부끄러운가요 우리 남편? 다 됐으니까 조금만 참아."

"아니, 근데 그 남편 소리는 뭐야?"

"아하핫, 어제 남편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으로 만들어버렸으면서. 자, 단추도 다 채웠어."


리앤은 마지막으로 사령관의 모습을 둘러보고 문을 열어주었다.


"뒷정리는 내가 할테니까 먼저 가봐. 다들 기다릴테니."

"어, 그, 그래. 나중에 봐."

"나중에 봐~."


문이 닫히고 사령관의 발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리앤은 문에 귀를 대고 그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대로 침대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사과보다 붉어진 얼굴을 파묻고 소리쳤다.


"으아아아아아아, 내가 미쳤지 미쳤어! 다시는 술마시나 봐라! 남편이 뭐야! 꺄아아아아아!"


어떻게든 침착함을 연기하고 있었지만 이미 한계였다.

술기운에 힘입어 사과하는 것까진 좋았지만 반쯤 필름이 끊기고 나서부터는 폭주 그 자체였다.

그녀는 지금 당장이라도 해체기에 뛰어들고 싶을 정도였다.


"속궁합이 뭔데 진짜! 아니 사과하러 와서 떡치는 여자가 세상에 어디있냐고! 아아아아아아아!"


애꿎은 침대 매트리스만 두들기던 리앤은 이불을 꽉 껴안았다.

어제 일을 생각하면 떨림과 흥분이 멈추질 않았으니까.


"대체 앞으로 어떤 얼굴로 사령관을 봐야하지..? 사령관? 왓슨? 남편? 하아아..."


리앤은 한참을 이불 속에서 고민하다가 우선 정리부터 하기로 했다.

이불에서 나는 사령관의 냄새에 다시 몸이 달궈지는 기분이 들어서 오히려 생각을 정리하는데 방해된다.

리앤은 마지막으로 크게 숨을 들이켜 냄새를 맡고 침대 위에서 일어났다.


"어, 사, 사령관? 왜 여기에..."

"지휘 패널 하나를 두고 가서 돌아왔더니 그러고 있길래 몰래 가져가려고 했지."


어느 새 들어왔던 사령관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리앤은 고민하던 것을 들켰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얼굴이 화상 입은 것처럼 뜨거워졌다.

사령관은 그런 그녀를 지긋이 바라보다 가지고 가려 했던 지휘패널을 들었다.


"아, 콘스탄챠. 오늘 일과는 지휘관 재량에 따라 자율로. 좀 바쁠 것 같네. 어, 고생해."

"사, 사령관? 눈이 무서운데..."

"크르르, 못참겠다 리앤!"

"꺄아아악!"


그 날, 사령관은 소중하고 유일했던 친구를 잃었다.

하지만 둘이 즐겁게 보낼 수 있다면 관계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친구 관계도 서로 즐겁게 보내기 위한 것일 뿐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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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상하게 끝났지만 사실 엔딩은 진짜 이거로 정해져있었음.

도중에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이상했을 뿐이지.

근데 다시보니 결말도 이상하네 ㅅㅂ 진짜 언제쯤이면 제대로 뭘 써보려나.


노잼글 봐줘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