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정부를 제압하고 세계마저 지배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름난 자산가인 남자의 부모는, 남자가 철이 들기도 전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남자로서는 실상 아버지만 여읜 셈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아버지의 부인이 아닌 '바이오로이드'가 낳은 자식이었기 때문이다.


바이오로이드가 낳은 아이도 인간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바이오로이드가 도구 취급을 받는 시대라는 게 문제였다. 덕분에 바이오로이드 소생인 아이는 음으로 양으로 차별을 받았다.


그래서, 바이오로이드의 아들인 남자 역시 자신의 친어머니가 누군지 숨겨야 했다. 사회적 시선 -  유력 자산가의 자식이란 신분 때문이었다. 게다가 바이오로이드의 자식이라 골격 이식 수술을 받을 필요까지 있었다.


골격 수술로 어려서부터 입퇴원을 반복한 그는, 친어머니 바이오로이드의 얼굴조차 알지 못하고 자랐다. 아버지가 그 바이오로이드를 폐기시켰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이었다.


더욱이 호적상 어머니가 되는 '마님'은 죽을 때까지도 어린 남자를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물론 남자 또한 마님을 자기 어머니로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출신의 비밀로 인해, 남자는 때때로 아버지와 친어머니를 원망했다.


그런 남자를 보살핀 건 보모 노릇을 하던 콘스탄챠 S4였다.


아버지를 잃고 외롭게 훌쩍이던 어린 남자를, 콘스탄챠가 다정하게 감싸 주었다. 남자는 그녀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렸다.


"괜찮아요, 도련님. 제가 지켜 드릴게요. 울고 싶으면 우세요. 도련님……."


콘스탄챠의 위로는 남자가 죽을 때까지 기억에 남았다.


그날 이후 콘스탄챠는 그의 보호자 격 존재가 되었다. 바이오로이드 하녀들도 가족처럼 남자를 보살폈다. 덕분에 남자는 어른이 되었을 즈음엔 바이오로이드를 아끼는 소수의 인간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남자가 성인이 된 그때에도 바이오로이드는 여전히 노예만도 못한 취급이었다.


성인으로서 유산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자, 남자는 어떻게 하면 바이오로이드를 도울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바이오로이드 구조 단체가 눈에 들어왔다. 더치걸처럼 가혹한 환경에서 일하는 바이오로이드를 매입해서 좋은 입양처를 찾아 주는 것이 목적이라는 단체였다.


"여기에 자금을 지원하고 싶어서 말야. 콘스탄챠는 어떻게 생각해?"


콘스탄챠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런 단체는 처음 들어 보는데요……."


"그게, 최근에 시작했다고 하더라고. 알다시피 높은 사람들이 별로 그런 운동을 안 좋아하니까."


바이오로이드 인권 위원회나 우호 단체는 기업의 견제와 탄압 때문에 활동을 중단한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콘스탄챠도 그것을 모르지 않아서 걱정스런 눈빛을 보냈다.


"요즘은 그런 단체를 시작하기 쉽지 않을 텐데. 잘못했다간 금방 폐쇄당하지 않을까요."


"그러니 내가 도와줘야겠지. 돈이 없어서 폐쇄당하는 게 대부분일 텐데."


"……."


"혹시, 내가 이런 데 돈을 쓰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


그러자 콘스탄챠는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전혀요.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도련님같은 분은 찾기 힘드니까."


콘스탄챠라고 기부나 자금 지원에 대해 잘 알 턱이 없었다. 그저 남자를 응원할 뿐이었다.


이리하여 남자는 구조 단체의 운영 자금을 제공하기로 결심했다. 단체 운영자도 선해 보이고, 단체에서 하는 일도 몇 번 눈으로 지켜 보아서 안심했다.


이런 기부는 상당한 재산이 들어가는 일이었다. 그래도 바이오로이드한테 좋은 삶을 살게 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자의 기대는 얼마 못 가서 배반당하고 말았다.


남자는 어느 날 검찰 출두를 명령받았다. 겁이 난 그는 얼른 검찰청으로 향했다.


"저기, 무슨 잘못된 일이라도."


검사는 남자를 한심하다는 눈으로 보며 말했다.


"자네. 혹시 바이오로이드 구조 단체를 지원하지 않았어?"


혹시 그 단체에 대한 기부가 불법이었던 것일까. 하지만 기부할 때 신고했었으니 기부금품법 위반도 아닐텐데. 남자는 당황했다.


검사가 문서들을 툭 던졌다.


"읽어 봐."


다급히 문서들을 읽던 남자의 얼굴이 곧 새파랗게 질렸다.


진술서를 포함한 문서에는, '바이오로이드 구조 단체'가 저지른 일들이 나와 있었다.


바이오로이드 구조 단체는 말이 구조 단체였지 실은 바이오로이드를 꾀거나 납치해서 매매하는 집단이었던 것이다.


돈을 주고 사 온다는 운영자의 말은 완전히 거짓말이었다. 게다가 입양처로 보내기는커녕, 제 3세계의 가혹한 노동지대나 학대 테마파크, 심지어는 매춘굴에 팔아 넘기기까지 하였다.


물론 바이오로이드는 재산 취급이었으므로, 그들의 죄명은 납치와 인신매매가 아니라 사기 및 강도와 장물거래 등이었다.


조서와 범인들의 진술서 등을 읽던 남자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검사는 한심하단 눈으로 남자를 흘겨보았다.


"젊은 사람이 돈 쓸 데가 없어서 이런 데다 돈을 갖다 바쳐? 세상 물정을 몰라도 유분수지."


남자의 얼굴이 붉어졌다.


"원래대로라면 자금책으로 기소도 할 수 있지만, 자네가 어리고 출신 성분도 괜찮으니 불문에 부치는 거야. 하지만, 기부금 되찾을 생각은 꿈도 꾸지 마. 그리고……."


어깨를 축 늘어뜨린 남자의 귀엔 검사의 말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술을 마시지 않던 남자는, 그날 처음으로 만취했다. 자신의 어리석음이 누구 못지않게 많은 바이오로이드를 지옥으로 밀어 넣었다는 죄책감으로 괴로웠다.


지켜 보던 콘스탄챠 또한 남자에게 제대로 된 조언을 해주지 못한 것을 자책했다. 자신이 최고급 바이오로이드였다면, 남자를 좀 더 훌륭히 모실 수 있었을 텐데.


"도련님. 취하셨어요. 오늘은 그만 주무세요." 


콘스탄챠는 술을 퍼마시는 남자를 말렸다.


"콘스탄챠. 나 같은 병신은 정말 어떡하지? 세상 물정도 모르고, 허투루 돈 쓰는 것 밖에 할 줄 아는 것도 없으면서…… 내 손으로 그런 짓을……."


남자는 머리를 싸매고 식탁을 두드렸다.


그녀는 계속해서 남자를 달랬다. 예전에 남자의 부모가 피살당했을 때, 남자를 감싸 안아준 것처럼 위로해 주었다.


한동안 콘스탄챠의 품에 안겨 흐느끼던 남자는 문득 그녀에게서 나는 향을 맡고 정신이 아찔했다.


눈물을 그치고, 취기로 몽롱한 눈을 뜨자 콘스탄챠의 몸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는 무심코 그녀의 가슴을 만졌다.


"도련님?!"


콘스탄챠는 화들짝 놀라면서 남자를 밀어냈다.


그러나 남자는 콘스탄챠를 다시 끌어안았다. 그의 이성은 이미 하얗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콘스탄챠. 날 좀 위로해 줘. 이런 나라도 콘스탄챠는 위로해 줄 수 있지? 내가, 내가 콘스탄챠만큼은 행복하게 해 줄게."


남자는 콘스탄챠의 옷을 벗기려고 했다. 이러자 콘스탄챠는 고개를 저으며 결사적으로 남자를 떼어 놓으려고 했다.


"이러시면 안 되요, 도련님."


"왜 안돼?"


"그건……."


"콘스탄챠, 사랑해."


"……." 콘스탄챠가 당황해서 눈을 굴렸다.


"제발…… 나, 너무 힘들어. 나 좀 위로해 줘……."


남자는 울면서 콘스탄챠를 쓰러뜨렸다. 그녀는 안타까워 하면서도 남자를 최대한 설득하려 했다.


"도련님, 이러시면 안 되요. 예? 조금만 참으세요. 많이 힘드셔서 그러실 거예요. 조금만……."


자꾸만 그녀가 저항하자, 남자는 부아가 치밀었다. 취한 상태라서 더욱 충동적으로 변한 탓이었다.


"콘스탄챠도 내가 그렇게 우습게 보여? 내가 그렇게 바보 같아, 어?"


"아니에요, 도련님. 그게 아니라."


"그럼 왜 안 된다는 건데? 반항하지 마. 지금 한번만이라도 가만히 있어. 부탁이자 명령이야."


바이오로이드는 인간의 명령에 저항하지 못하고 따르고 만다. 무어라 다급히 말하려던 콘스탄챠는 결국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가 거의 이성을 상실하고 허겁지겁 콘스탄챠의 속옷을 끌어 내리려던 때였다. 불현듯이 그의 시야에 콘스탄챠의 눈물이 들어왔다.


순간, 그녀의 눈빛이 남자의 뇌리에 꽂혔다. 남자가 아버지를 잃고 울었던 때 달래 주던 눈, 그 눈이었다.


퍼뜩 정신을 차린 남자는 이내 콘스탄챠의 옷을 다시 입혀 주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미안해, 콘스탄챠…… 내가 죽을 죄를 지었어."


콘스탄챠는 슬픈 눈빛을 보냈을 뿐 어떤 원망도 하지 않았다.


그날 밤이 지나고, 다음날 완전히 정신을 차린 남자는 엎드려서 정식으로 용서를 빌었다.


또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를 뻔했다. 남자는 스스로를 탓했다.


그래도 콘스탄챠는 화내거나 탓하지 않았다. 그저 슬픈 얼굴로 그를 안아줄 뿐이었다.


"다 잘 될 거예요.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남자는 재차 울고 말았다. 콘스탄챠도 눈물을 글썽이며 남자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비록 콘스탄챠는 그 뒤에도 남자를 성심성의껏 모셨지만, 이 일은 남자에겐 지울 수 없는 죄책감으로 남고 말았다.


그 뒤 남자는 바이오로이드를 직접 돕기로 결심했다. 얼마가 들든 자신이 바이오로이드를 매입해서 다른 곳에 입양시켜 주는 사업이었다. 말이 좋아 사업이지 수익이라곤 거의 없는 자선행위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얼마를 써서라도 자신의 짓을 속죄하고 싶었다. 많은 이들을 간접적으로 지옥으로 밀어넣은 행위, 콘스탄챠에게 몹쓸 짓을 저지른 행위가 그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다.


세상 물정 잘 모르는 남자답게 자선 사업 또한 처음에는 오해나 사기도 자주 당했다. 그렇지만 점차 남자의 진심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기업들도 남자의 행위를 개인적 차원의 돈 낭비로 여기고 그다지 개의치 않아 했다.


수년 동안 남자가 경험을 쌓아 가면서 자선 사업의 실적도 올랐다.


그는 사업의 영역을 가난한 학생들의 후원으로도 넓혔다. 과거 콘스탄챠가 자신을 키워 준 은혜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베풀고 싶었다. 덕분에 재산은 크게 줄었지만 남자는 개의치 않았다.


다시 십수 년이 지났다.


적지 않은 바이오로이드가 남자 덕분에 우호적인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남자의 후원을 받은 학생들 중에서도 번듯한 일자리를 얻어 보답해 오는 이들까지 생겼다.


그 동안 남자 역시 물정 모르는 어린 청년에서 제법 말쑥한 장년 신사가 되어 있었다.


콘스탄챠는 그 때에도 남자를 모셨다. 다른 애호가들의 도움으로 고급 비서 알렉산드라를 영입할 기회가 있었지만, 남자는 사양하고 그녀만을 줄곧 곁에 두었다.


그는 한때 실수할 뻔했던 뒤로는 콘스탄챠를 건드리지 않았다. 사실 기회가 없진 않았지만 콘스탄챠가 자꾸 피하는데다, 그 또한 죄책감으로 쉽게 엄두를 내지 못했다. 덕분에 그녀에 대한 사랑이 자선 사업으로 표출된 면도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는 콘스탄챠에게 어떤 보답을 해 줄 필요를 강하게 느꼈다.


어릴 적부터 자신을 키워 주었던 그녀, 온갖 투정과 어리광을 받아준 그녀, 자신의 미숙함을 관대하게 이해하고 삶을 지켜 본 그녀에게 최고의 보답을 해 주고 싶었다.


그리하여 남자는 어느 날 콘스탄챠를 데리고 도심지에 나갔다.


"같이 놀러 나온 건 오랜만이네요, 도련님."


"데이트라고 해."


콘스탄챠는 쓴웃음만 지었다.


그는 적당히 거리를 거닐다가, 한적한 공원 어딘가에 서서 콘스탄챠를 마주보았다.


"있잖아, 콘스탄챠…… 저기. 내가 주고 싶은 게 있는데."


"음? 도련님이 주시는 건 뭐든지 좋아요. 제가 받을 수 있는 거라면."


"그게……."


방긋 웃는 그녀의 시선을 받고, 잠깐 머뭇거린 남자가 침을 삼키며 보석함을 꺼내려던 그 때였다.


공기를 찢는 굉음과 함께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남자와 콘스탄챠의 시선이 쏠렸다.


"?!"


남자로서는 처음 보는 기괴한 금속 물체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일견해선 에벌레 같았지만, 저런 금속으로 된 애벌레가 있다는 말은 꿈에도 들어보지 못했다.


무심코 고개를 들어 우러르니 하늘에는 먹구름이 잔뜩 낀 듯이 어두웠고, 새빨간 발광체가 수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남자는 콘스탄챠를 급히 쳐다보았다.


"콘스탄챠, 일단……."


피하자고 말하려던 남자는 콘스탄챠가 몸을 떠는 걸 보고 의아하게 여겼다.


"왜 그래?"


"이, 이상해요. 도련님…… 무언가…… 인간 님들이."


콘스탄챠는 떨리는 손가락을 들어 금속 물체들을 가리켰다. 그것들은 어느새 남자와 콘스탄챠를 향해 기어오는 중이었다.


인간이라니, 무슨 소리지? 남자는 놀란 와중에도 얼른 콘스탄챠를 잡아끌고 도망쳤다.


빌딩숲까지 허겁지겁 내달린 그들은, 인적이 드문 곳에서 숨을 몰아쉬며 다소 안도하려고 했다.


하지만 거기서도 금속 애벌레가 나타났다. 아까보다도 커다란 놈이었다. 남자가 기겁해서 등을 돌리는 순간, 그것의 꼬리가 날아와 남자의 등허리와 복부를 정통으로 꿰뚫었다. 남자는 눈을 부릅뜨고 자신의 배와 콘스탄챠를 번갈아 보았다.


얼굴에 피가 튄 콘스탄챠 또한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할 따름이었다.


이윽고 금속 꼬리가 그의 복부에서 빠져 나왔다. 핏덩이와 내장 조각이 딸려 나와 흩어졌다. 금속 애벌레는 더 볼 일 없다는 듯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남자는 피가 솟구치는 배를 움켜쥐고 무릎을 꿇었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신음을 흘렸다.


곧 콘스탄챠의 비명이 빌딩숲을 가득 울렸다. 그러나 이상하리만치 주변에 인적이 없었다.


구급차를 부르는 전화도 모조리 먹통이었다. 콘스탄챠는 황급히 나노 치료제를 남자의 배에 뿌리고 입에도 먹였지만, 남자의 상처가 너무도 깊은 바람에 잠깐의 진통제에 불과했다. 이미 애벌레의 꼬리가 남자의 내부를 조각내 놓아서, 더는 살아남기가 불가능했다.


피바다 위로 고꾸라진 남자는, 경련하는 손으로 간신히 무언가를 꺼냈다. 콘스탄챠에게 주려던 작은 상자였다. 남자가 내민 그것은 이미 피에 잔뜩 젖어 있었다.


"콘…… 스탄…… 이거, 내가 옛날에 사 둔 반지야…… 결혼하자고, 너 주려고 보관만 해 두었는데."


콘스탄챠는 눈물을 글썽이며 대답했다.


"알아요. 도련님께서 제게 이걸 주시려던 거…… 하지만, 전 받을 수 없어요. 죄송해요."


이번에도 거절당했다. 남자는 숨을 고르며, 간신히 원망 섞인 말을 이었다. 


"도대체 뭐가…… 문제야. 왜 항상 내 마음을 그렇게 피하는 건데…… 내가 예전에 저지른 실수, 때문이야?"


죽음 직전까지도, 십수 년 동안 품어왔던 애정을 받아 주지 않는 그녀가 원망스러웠다.


콘스탄챠는 천천히 고개를 젓고서 입을 열었다.


"아니에요. 그게 아니에요……."


그녀는 침을 삼키며 말을 고르다가, 남자의 숨이 다시 가빠지자 급히 입을 열었다.


"왜냐면…… 도련님은…… 제가 낳았으니까요."


순간 남자의 눈이 부릅떠졌다.


죽어가던 그는 어디서 난 지 알 수 없는 힘으로 콘스탄챠를 돌아보았다.


"노, 농담이지? 아무리 네가, 날 키워 줬다지만…… 죽어가는 때까지도…… 이러기야?"


콘스탄챠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흐느꼈다.


"농담이 아니에요. 도련님은, 제 소생이랍니다…… 이 제가, 주인님과의 사이에서 직접 낳아드린…… 흑."


남자의 동공이 흔들렸다. 주인님인 아버지가 죽었는데도, 왜 그녀가 자신을 주인님이라고 하지 않고, 도련님이라고 했던 것인지. 그 수수께끼의 답이 나오고 있었다.


"그렇지만…… 날 낳은 바이오로이드는 폐기되었다고…… 들었."


"주인님과 마님께서 도련님을 제 소생이라 알리고 싶어하지 않으셔서요. ……바이오로이드가 낳은 인간은 차별을 받으니까.


그래서 콘스탄챠도 문서상 '폐기 처리'되었고, 새로운 콘스탄챠라는 형식으로…… 보모처럼 도련님의 곁에 있게 되었던 거예요. 주인님께서 저를 차마 버리지 못하셨거든요……."


남자의 눈이 서서히 빛을 잃어갔다.


"그렇다면…… 내 인생은…… 내 어머니는 바로……."


그 말이 남자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남자의 눈이 빛을 잃었다.


끝에서야 진실을 밝힌 콘스탄챠는 마침내 얼굴을 감싸며 오열하고 말았다.


그동안 한 번도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 그가 사고를 칠 뻔한 다음에는 더더욱 말할 수 없었다. 마음 여린 그가 어떤 충격을 받을 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작에 이야기해도 좋지 않았을까, 하고 뒤늦은 후회가 들었다. 그를 이렇게 보낼 줄 알았다면.


콘스탄챠는 식어 가는 남자의 몸을 붙들고 통곡했다. 몇십 년을 걸쳐 섬긴 아들이자 '도련님'인 그를 이렇게 떠나 보낼 수는 없었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남자를 감싸 안고 죽은 듯이 엎어져 있던 그녀는, 문득 비틀거리며 남자의 차가운 몸을 들쳐 업었다.


옷이고 몸이고 전부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이제는 무어라고 할 사람도 없었다.


이미 도시는 금속 애벌레 - 철충의 습격으로 인간이며 바이오로이드며 할 것 없이 죽어 나간 것이었다. 세상 모두가 그들의 피로 물들어 가는 참이었다.


"……콘스탄챠는, 도련님이 세상에서 제일 자랑스럽답니다. 착하고 멋진 우리 도련님이…… 도련님, 미안해요. 제가 바이오로이드가 아니었다면…… 제대로 된 어머니가 되어 드렸을 텐데."


콘스탄챠는 넋이 나가 중얼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철충의 침략으로 멸망해 가는 세상에서, '도련님'을 등에 업고 떠난 콘스탄챠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저 먼 훗날, 사령관이 이 도시 근처를 수복했을 때, 어떤 남녀의 녹슨 금속 뼈대만을 발견했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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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마리아라고 써 둔 건데, 공식 만화가 나와버리는 바람에 콘스탄챠로 수정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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