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사령관이 평소와 같이 일상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데, 누군가 달려들어 왔다.


"오빠, 오빠, 드디어 완성했어- 히히."


오르카호에서 인간 사령관을 오빠라고 부를 만한 바이오로이드는 한 명, 닥터 뿐이다.


사령관은 마뜩치 않은 표정으로 닥터를 바라보았다. 닥터는 초과학의 소유자이자 뛰어난 의사였지만, 종잡을 수 없는 물건을 자주 만들어내는 트러블 메이커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또 뭘. 꿈 체험기 같은 건 아니겠지?"


"그, 그런 실패작하고 비교할 물건이 아니라고. ……물질 복제기를 드디어 완성했단 말이야."


"물질 복제기?"


닥터는 신이 나서 떠들며 사령관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래. 무생물뿐만 아니라 바이오로이드 언니들까지 복제할 수 있는 장치인 걸. 이리 와 봐. 시범을 보여줄게."


"바이오로이드 복제? 그게 무슨."


닥터가 이끄는 대로 기술실에 도착해 보니, 못보던 기계 장치가 놓여 있었다. 소형 에너지 반응로를 탑재하고, 높이는 사령관의 키 만한 정도, 너비는 그가 팔을 최대한 벌린 만큼이었다.


"이게 그 장치야?"


"응. 옛날에 우리가 물리친 네스트 철충 있지? 그 녀석이 앨리스 언니와 아자젤 언니를 흉내낸 복제체를 만들어 내보냈잖아.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복제기야."


"그럼, 철충을 만든다는 거니?"


"아니. 그냥, 광자(光子)를 이용해서 물체를 복제하는 거야."


"광자……."


사령관은 놀라면서도 미심쩍은 눈으로 장치를 살폈다. 같이 있던 경호원 리리스도 신기해 하면서 기웃거렸다.


닥터가 씨익 웃었다.


"일단 무생물 시범은 많이 해 봤고, 고양이나 원숭이도 복제해 봤는데…… 이걸로 오빠를 여러 명 복제해 보면 어떨까?"


"뭐라고?"


"오빠가 여러 명 있으면 바이오로이드 언니들도 모두 만족할 거 아니야. 지휘나 이런저런 일도 시킬 수 있고."


"장난하냐?"


사령관이 정색했다. 닥터가 실실 웃었다.


"농담이야 농담…… 음, 그러면 리리스 언니를 대상으로 실험해 볼까."


사령관은 물론이고 옆에 있던 리리스도 어리둥절해서 쳐다보았다.


"왜?"


"리리스 언니가 좀 이상하긴 해도, 오빠에 대한 충성심은 높으니까. 하나 더 생겨도 큰일 안 벌일 것  같고."


리리스가 닥터를 흘겨보았다.


"야. 다 듣고 있거든?"


"무엇보다 그 편이 활기차고 좋잖아."


닥터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러나 사령관은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그는 리리스와 관련된 이상한 일들에 한두 번 휘말린 게 아니었다.


"괜찮을 거야. 시범 삼아 한명만 복제하는 건데."


닥터는 가볍게 말하고 있었다.


"어차피 전력이 늘어나면 이득이잖아. 게다가 복제된 언니는 이 리리스 언니랑 다르고. 또……."


거듭된 설득 끝에 결국 사령관도 조건부로 닥터의 실험을 승낙했다.


리리스는 그다지 내키지 않는 눈치였지만, 사령관의 명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체액과 머리카락을 뽑아 건넸다.


닥터가 희희낙낙하며 물질 복제 장치를 가동시켰다. 그러자 커다란 소음과 더불어 장치에서 빛이 뿜어졌다.


얼마 후에 조리개처럼 생긴 입구가 열리더니, 안에서 누군가가 기어 나왔다.


나온 이는 바로 알몸의 리리스였다. 사령관은 물론이고 리리스도 깜짝 놀라서 바라보았다. 지금의 리리스와 완전히 똑같이 생긴 리리스가 하나 더 나타난 것이 아닌가.


복제가 끝나자 장치 입구는 다시 닫혔다.


야호- 닥터는 실험의 성공에 희열을 느낀 듯이, 두 팔을 벌리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복제된 리리스는 불안한 눈초리로 두리번거렸다.


"여긴 어디죠? 리리스는 분명……."


원본 리리스와 사령관이 두려우면서도 신기한 얼굴로 복제 리리스에게 다가갔다. 그 사이 닥터가 신나서 실험 결과를 기록하는데, 꺼진 것으로 보였던 장치가 다시 켜졌다.


사령관이 놀라서 닥터를 불렀다.


"닥터. 장치가 다시 움직이는데?"


"뭐? 분명 작업은 다 끝났다고."


닥터가 급히 다가가서 전원을 내렸지만, 웬걸 장치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전력 공급기를 떼어내려 했으나, 그 순간 감전이 되고 말았다.


부들부들 떠는 닥터를 리리스가 힐로 걷어차지 않았더라면 돌이킬 수 없는 감전 사고가 일어날지 몰랐다.


그런 동안에도 기계는 멈추기는커녕, 숫제 스파크까지 내며 맹렬히 돌아갔다. 마침내 입구가 또 열리고 리리스가 한명 더 나타났다. 닥터는 기절해서 쓰러져 있고, 사령관은 놀라서 리리스에게 소리쳤다.


"리리스! 기계를 멈춰!"


"네!"


리리스가 급히 권총을 꺼내서 복제 기계에 총을 쏘았다. 그러나 기계 주변에 기이한 자기장이 흐르는 바람에 총알이 모두 튕겨나가는 게 아닌가.


"큰일났다."


기계를 억지로 끌 수도 없고, 부수기도 어려웠다. 급히 엔지니어 포츈을 불러 대책을 논의하는 동안에도 리리스들은 계속해서 복제되어 나왔다.


다른 대원들이 무장을 챙겨 달려왔을 즈음엔 복제된 리리스가 이미 40명이나 생겨나 있었다.


"이게 대체 뭔 일이야?!"


사령관은 당황한 대원들한테 복제 기계를 파괴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그녀들이 일제히 무기를 발사하려는 순간 기계는 거짓말처럼 멈추었다.


정적이 흘렀다. 넓은 기술실 안이 40명의 리리스를 비롯해 사령관, 원본 리리스, 기절한 닥터, 급히 달려온 포츈과 대원들로 가득 찼다. 모두는 이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로 마주보았다.




* * *




확인 결과, 복제된 리리스들은 원본과 비슷한 지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반응이 제각기 달랐다.


"역시, 개체별 차이가 상당한가 보네."


닥터는 흥미로운 눈으로 복제 리리스들을 쳐다보았다.


복제 리리스들은 현재 급한 대로 옷을 받고 모여들 있는 중이었다.


"넌 태평하게 그런 말이 나오냐?"


역시나 또 트러블이 일어났다. 사령관이 이를 갈고 닥터를 쥐어박았다. 닥터는 과장되게 움츠리면서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당최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건데?"


"나도 모르겠어. 기계가 오작동한 건 분명하지만. 음, 리리스 언니의 불확정성이 영향을 끼친 걸지도."


"이젠 리리스 탓이냐?"


사령관이 꿀밤을 한대 더 먹였다.


"그나저나 어떻게 하지. 리리스 언니가 이렇게 늘어서야."


"너 때문에 리리스가 엄청나게 늘어났으니까, 책임져."


"내가 저 언니들을 통제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뒤늦게 달려온 라비아타 등도 곤혹스러운 입장이었다.


결국, 원본 리리스가 40명의 리리스를 통제하기로 결정이 되었다.


물론 복제들이라고 모두 원본 리리스의 지시를 받아들이려 한 건 아니었으나, 원본 리리스가 그녀들과 직접 붙어서 꺾는 방법으로 대장이 되었다. 강화도 되어 있지 않고 전투 경험도 부족한 복제들에게 승산은 없었다.


"주인님. 리리스한테 이 애들을 맡겨주세요."


"부디 잘 됐으면 좋겠는데." 사령관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저항군 전력이라는 면에서 볼 때, 오르카호 내에서 순위권 안에 드는 강자인 블랙 리리스가 늘어나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문제는 복제된 리리스들이 말을 들을지의 여부였다.


"리리스가 아이들을 통제할 수 있을 거예요."


리리스는 자신만만한 태도였다. 경호대장인 그녀에겐 은근히 할 일이 많았는데, 저 리리스들에게 다양한 임무를 맡기고, 자신은 주인님의 곁에만 있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서 반가웠던 것이다.


이렇게 하여, 리리스는 복제 40명에게 하나하나 임무를 전달했다.


"1호부터 3호는 나 대신 동생들을 훈련시키고 관리할 것. 4호부터 7호는 함내 첩보 업무를 담당할 것. 8호부터는……."


그와 같이 세밀하게 임무를 정해 준 다음, 원본 리리스 자신은 사령관의 경호 업무만을 맡았다.


40명의 리리스는 모두 고개 숙여 복종한 뒤 흩어졌다.


원본의 기대대로 복제들은 리리스의 임무를 대신 수행했다. 리리스만큼의 전투력은 없어도 능력과 지식은 대부분 그대로인지라, 임무 대행 역할로는 충분했다.


처음엔 걱정하던 사령관이었지만, 복제 리리스들의 활약을 본 후로는 대원들이 안심하고 전장에 나갈 수 있게 되었다며 좋아했다.


리리스도 사랑하는 주인님의 경호만 할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 복제라는 것 때문에 꺼림칙했던 그녀도 이제는 오히려 닥터한테 감사하고픈 마음까지 생겨났다.


닥터는 그런 둘에게 무어라 말하려는 낌새를 보였지만, 자꾸 입만 뻥긋하고 말았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되어 갈 무렵이었다.


리리스는 이날 블랙 웜과 주인님의 경호를 교대하고 나서 컴패니언 구역에 돌아왔다.


"얘들아- 언니들하고 잘 놀고 있었니?"


자신의 복제들이 동생들을 잘 돌봐 주리라 생각하며 들어서는데, 뜻밖의 광경이 보였다.


복제 리리스 셋이서 페로나 포이 등을 벗겨 놓고 괴롭히고 있는 것이 아닌가.


리리스는 깜짝 놀라며 화를 냈다.


"너희들,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야?!"


"뭐긴 뭐야. 이 애들의 본성을 일깨워주는 놀이를 하고 있었지. 너도 이런 거 좋아하잖아?"


복제 리리스 3호가 비웃듯이 대꾸했다. 그녀는 페로를 엎드리게 한 뒤 밟고 서서, 채찍을 들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다른 복제도 거들었다.


"우리 피를 이어받은 동생들이라 그런가, 다들 피학성향이 있던데? 후후훗."


복제가 포이의 엉덩이를 찰싹 때리자, 기쁜 듯한 신음을 흘렸다.


살펴보니 페로 뿐만 아니라 포이도 눈가리개와 입마개를 한 채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그 모습은 단순히 괴로워하는 게 아니었다. 리리스가 사령관한테 괴롭힘 당할 때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리리스는 이러한 짓을 용납할 수 없었다. 동생들을 아꼈기 때문에, 여태껏 혼낼 때에도 손찌검 한번 해 보지 않았던 그녀였다.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다들 그만두지 못해? 내가 훈련 같은 걸 시키랬지 이런 SM을 시키랬어?"


"어때. 주인님도 이런 훈련을 더 좋아할 거라고."


"뭐?"


"맞아. 우리가 네 동생들하고 좀 놀겠다는 게 그렇게 문제야?"


복제들이 못마땅하게 받아쳤다.


복제 리리스들은 컴패니언 동생들을 자기 편이라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어찌 되었든 리리스는 복제들이 동생들을 괴롭히는 짓을 그만두게 하고는, 한 곳에 모여 있도록 지시했다.


복제들은 투덜대면서도 원본 리리스를 이길 자신이 없어 시키는 대로 따랐다.


그때, 리리스는 첩보 임무나 다른 임무를 맡은 복제들에 대해서도 문득 떠올렸다.


아니나 다를까였다. 첩보 임무를 맡은 복제들은 함내 오락실에서 게임 중이었고, 다른 복제들 또한 대장과 대원들의 경호는커녕 늘어져라 시간을 보내거나, 제멋대로 함내 여기저기에서 노는 중이었다.


심지어 어떤 복제들은 사령관의 관심을 받은 대원들을 협박하거나 괴롭히기도 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대원들은, 패거리로 뭉쳐 다니는 리리스들을 이길 자신이 없어 그저 당하기만 했다는 것이었다.


원본 리리스는 복제 리리스를 한데 모아 놓고 화를 냈다.


"너희들, 왜 멋대로 구는 거야? 주인님께서 실망할 거라고."


한동안 혼나고 있던 복제 리리스들은 듣다 못해 마침내 투덜거렸다.


"근데, 우리가 왜 매일 네 말을 따라야 하는데?"


"맞아. 아무리 네가 세다고 해도, 우리도 어디 가서 빠지지는 않는다고."


"이제부턴 마음대로 살 거야. 나도 너처럼 리리스잖아."


"뭐라고……?"


원본 리리스가 할 말이 없어서 가만히 있는 사이, 복제 리리스 1호가 따지듯이 물었다.


"그리고 우리도 너처럼 주인님 경호를 하고 싶어. 왜 너만 주인님 곁에 있는 거야?"


"맞아. 맞아."


"우리도 경호 임무를 줘!"


리리스는 당황해서 말했다.


"그, 그거야 내가 너희보다 월등히 강하니까."


"그런 건 이유가 못 돼. 우리 하나 하나보다 약한 페로나 금란 같은 애들도 얼마든지 주인님의 경호를 하는 걸."


"우리도 40명이나 된다고. 설마 너 혼자서 우리들 모두를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복제들이 기세등등하게 일어서서 따지고 들었다.


복제 리리스 40명을 한꺼번에 상대하는 건 원본은 물론 오르카호의 어떤 바이오로이드도 불가능했다.


리리스가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이, 복제들의 반란을 들은 닥터와 사령관도 급히 찾아왔다.


"리리스, 이게 어찌 된……."


"주인님!"


복제 리리스 상당수는 사령관을 보자 반색하며 모여들었다. 사령관을 퍽 좋아하는 원본 리리스와 흡사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개중에는 사령관에게 큰 관심이 없는 복제도 적지 않았다. 그녀들은 사령관보다도 휴대용 게임기나 책, 혹은 화장품이나 옷에 더 관심이 있었다. 모여 있는 지금도 자기네 관심사에만 열중하는 중이었다.


리리스는 복제 모두가 겉모습만 같지 자신과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인님! 착한 리리스도 주인님의 경호를 설 게욧."


"아냐, 제가 더 착한걸요."


"저는 원본보다 더 기분 좋게 해 드릴 수 있다고요?"


사령관이 리리스들에게 둘러싸여 어쩔 줄 몰라하는 동안 복제 리리스 하나가 정색하며 말했다.


"저희도 이제부턴 진짜 리리스처럼 대해 주세요. 저희도 리리스가 아닌가요?"


복제 리리스들이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사령관이 입술을 핥으며 대답하지 못하는 그 때, 닥터가 조용히 말했다.


"미안해, 언니들. 그건 무리야."


"뭐?"


"야. 우리도 똑같은 리리스들이라고. 차별하지 마."


복제들의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그러나 닥터는 위축되지 않고 차분하게 대답했다.


"……차별이 아니야. 그, 복제 언니들의 몸은 광자(光子)로 이루어진 바람에…… 활동 시간이 며칠로 제한되어 있어. 복제 철충과 다르게, 에너지 부족 때문에 몸을 더 유지할 수 없다고."


"뭐?!"


생각해보면, 광자를 이용한 복제 장치랬지. 사령관은 그제야 닥터가 처음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복제 리리스들은 깜짝 놀라다가 곧 다급해 했다. 그녀들은 이제 사령관 대신 닥터에게 몰려들었다.


"닥터, 어떻게 해 봐."


"그 말 정말이야?! 거짓말 아니야?"


"만들었으면 책임을 지라고!"


그 모양으로 다들 혼란에 빠져 있을 때였다.


복제 리리스들이 하나하나 번쩍이며 빛으로 변해 가기 시작했다.


복제들은 뜻밖의 이른 소멸을 맞게 되자 모두들 슬퍼하고 울먹였다.


"나, 난 펜리르하고 놀기로 약속했었는데."


"나…… 소완이 해주는 샌드위치 먹어 보고 싶었어."


"스토커가 아까 만나자고 했단 말야."


"이 판만 깨고 싶……."


"주인님! 리리스 나쁜 짓 안 할……."


복제 리리스들은 다급하게 외치거나, 눈물과 함께 사라져 갔다.


사령관은 멍해져서 그 광경을 바라보기만 했다. 닥터도 아무 말하지 못했다.


리리스는 한동안 우두커니 서 있다가, 저도 모르게 털썩 무릎을 꿇었다.


"미안해. 얘들아……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좀 더 놀게 해 주는 거였는데."


비록 마지막엔 말을 안 듣긴 했지만, 자기 자신의 죽음을 보는 느낌이 들어서 리리스는 진심으로 슬퍼했다.


사령관도 리리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타의에 의해 태어나고 사라진 그녀들을 보자 깨닫는 바가 없지는 않았다.


어떻게 보면 바이오로이드도 복제인간과 다를 바 없기는 했지만, 적어도 수명만큼은 더 길지 않은가.


고개 숙인 닥터는 곱씹듯이 중얼거렸다.


"역시, 생명 복제는 좋지 않아."


사령관도 굳어진 얼굴로 닥터를 돌아보았다.


"닥터. 다시는 이런 실험을 하면 안 돼."


"응. 물론이야."


닥터도 정색하고 머리를 끄덕였다.


"생명은 소중하니까."


복제 리리스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주인 잃은 제복만이 널려 있었다. 리리스는 슬픈 눈을 하고서 그것들을 하나하나 주웠다.


그리하여 얼마 후, 닥터는 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복제 기계를 아주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생명을 복제하는 기계는 이제 두번 다시 만들지 않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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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의미는 없지만 닥터와 리리스가 동시에 나오는 단편들과 같은 세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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