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가 난다.


자는 와중에도 이 냄새는 계속해서 코를 찌른다.


그닥 좋은 냄새는 아니다.


아마 처음 이 냄새를 맡는 사람은 오줌 냄새라고 생각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제 여기 남은 것들은 무슨 냄새인지 잘 알 것이다.


화약냄새...


그것이 내 몸에 밴지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내... 이름... T-2 브라우니 그 중 777번째로 만들어진 기체다.


뭐 777번째라고 해도 처음 만들어질때 다 같이 만들어져서 거의 1세대나 다름이 없다.

2060년 바이오로이드들에대한 평화시위에서 터진 사건때문에 고블린들을 리콜한 다음 만들어진 개체다.


어디보자... 2060년부터 2171년까지 굵직한 건은 다 겪었지...


1, 2차 연합전쟁... 인류의 멸망... 그리고 지금까지... 


그리고 그때마다 병사로서 최전방에 서서 싸웠다.


그러니 화약냄새가 안 배어나올 수 없겠지


땡 땡 땡 땡 땡


언제나 오전 6시가 되면 울리는 기상종


눈을 뜬다. 언제나 보는 녹색의 천 재질의 천장.


내 주위에 있는 놈들이 하품하고 기지개를 켜며 일어난다.


같은 기종이지만 참 태평한 녀석들이란 생각이 든다.


아니지, 옛날에 레프리콘 370 상병님께서 참 태평하다고 얘기했던걸 들었다.


물론 그 분은 연합전쟁 때 돌아가셨다.


음, 돌아가셨다가 맞는 표현인가? 고작 전쟁도구인데... 


허탈해져서 누운 채로 콧웃음을 쳤다.


내가 계속 누워있는 것을 보고 뭔 문제가 있는것은 아닌지 다른 브라우니들이 날 깨우기 시작했다.


"잭팟, 일어날 시간이야."


다른 녀석들은 나를 잭팟이라고 불렀다. 777이란 숫자하고 가장 오래 살아남은 병사개체, 이 두가지 점때문에 잭팟이라는 별명이 붙을만했고 나는 이 별명이 그닥 좋지않았다.


오래사는게 뭐가 좋다고...


"일어나 있어. 오늘은 좀 몸이 무겁네..."


"하하, 배가 고파서 그래~"


"맞아. 배고프면 나도 힘빠지더라고. 잭팟 빨리가자고! 조금 있으면 점호시간이야."


배고파서라니... 참 단순하네, 브라우니 개체라는 것은...


"그래, 간다 가."


나는 군화를 신으려 몸을 숙였다.


몸을 숙이자 슈트에 배인 화약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


코를 훅 찌르는 짜리한 냄새, 늘 맡는 냄새임에도 유달스레 오늘은 그 냄새가 역겹다고 느껴진다.


그와 반대로 나는 콧노래를 불렀다.


즐겁다라기보단 습관같은 것일 것이다.


노래는 당연히 그 노래였다.


"흐흥 흐흐흐흥 흐흐흐흥 기름에 튀긴 양파가 좋다네~"


제발 오늘만큼은 별 일이 없길 빌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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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팟은 6인용텐트 안에 홀로 정복을 입으며 무언가를 준비중이었다.

일전의 전투에서 세운 큰 공로로 훈장을 받을 예정이었다.

평소라면 레드후드가 훈장을 수여했겠지만 최근 이 근방 전장의 전투가 격화됨에 따라 오르카호가 지원차 정박해 있었던지라 사기진작을 겸해서 사령관이 직접 훈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잭팟 외에는 레드후드, 임펫, 이프리트, 노움 여러기가 받을예정이었다. 그만큼 큰 전투였지만 훈장을 받는 브라우니는 잭팟 단 한기였다.

벌써 몇십번을 받았을 훈장이었겠지만 그런 잭팟에게도 인간에게서 직접 받는 훈장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애초에 마리대장정도의 바이오로이드가 아니면 인간님이 바이오로이드들 따위에게 훈장을 줄 이유따윈 없었기에 이번 경험은 110년이 넘는 생에서도 특별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잭팟은 처음 훈장을 수여받을때처럼 정복을 최대한 정갈하게 보이도록 입었고 혹여 사령관이 그녀의 얼굴에 생긴 흉터들을 보고 겁먹진 않을까 생각하여 반창고들로 최대한 안 보이게 가려놨다.

한창 그렇게 준비하고 있을때 천막 안으로 누군가 들어왔고 잭팟은 그것이 누군인지 바로 알아챘다.

예전에 앵거 오브 호드와 연합작전을 펼칠 때 자신의 얼굴에 있는 흉터가 멋있다고 말을 걸어왔던 워울프였다.


"이여, 잭팟."


"아, 워울프."


워울프 특유의 친근한 기질때문인지 오랜만에 본 다른 기종이라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둘은 금새 친구가 되었고 이렇게 종종 만나는 날엔 못다한 이야기라도 나누었다.


"또 훈장이야? 대단하구만, 잭팟은. 멋지기고 하고, 꼭 우리 대장같이 말이야."


"훗, 또 비행기 태우시네."


"아니, 진짜라니까? 양산형들이 어떻게 훈장을 받겠어? 그것도 수십번이나..."


훈장 얘기를 할 때마다 잭팟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워울프는 그 점을 금방 눈치채고 금방 사과했다.

일전에 그녀에게서 그 훈장들을 볼 때마다 자신보다 먼저간 이들이 생각나기에 좋다기보단 슬픈 감정이 앞선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미안해... 많은 동료를 잃었을텐데 그런 말을 해버려서..."


"아니, 괜찮아. 그런게 뭐 하루 이틀이어야지. 그리고 훈장은...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야."


그리고선 씨익 웃고선 주제를 돌렸다.


"야, 그나저나 그건 가져왔냐?"


공중에서 캔을 잡은 것처럼 손을 구부리고 입 앞에서 마시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자 워울프는 바로 그녀의 의향을 알아챘다.


"아~ 그거? 물론이지! 몰래 빚어내느라 고생 좀 했지만 맛은 보장할게! 이번엔 내가 잘못한 것도 있으니 공짜로 줄께."


"그럼 고맙고"


잭팟은 워울프에게서 밀주가 들어있는 수통을 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중간에 다른 손이 나와 그 수통을 가로챘고 고개를 돌려 두 바이오로이드는 그 손의 주인을 보았다. 그 둘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다른 모든 이는 괜찮아도 그녀에게만큼은 들키지 말아야 했기 때문이다.


"흠, 이런 식으로도 밀주를 유통하나, 워울프?"


"마리..."


"...대장님!?!?!"


마리의 두눈은 평소와도 같았지만 왠지 모르게 레이져 같은데 나오는 것만 같았다.

잭팟과 워울프는 서로를 마주보며 마른 침을 삼켰다.



둘은 5분간 지독한 설교를 들었고 곧 있을 훈장 수여식때문에 워울프는 금새 그 현장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그렇게 마리와 잭팟만이 천막 안에 남았다.


"헤헤헤..."


"하... 너는 항상 내 상상을 뛰어넘는군. 나름 축하해주러왔는데 눈 앞에서 군기문란을 행하고 있었다니..."


"아하하, 죄송함다. 이 근방에선 뭔가 할게 없어서 좀 심심해서 말임다."


"변명은 하지 말도록!!"


"넵!!"


잭팟의 변명에 마리는 일갈했다.

하지만 그런 일갈과는 달리 그녀를 바라보는 마리의 표정은 화난 표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뭔가 우는아이를 위로하는듯한 부모의 표정이었다.


"여전히 악몽을 꾸나, 잭팟?"


잭팟은 그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마리는 잭팟을 단순한 브라우니 개체로 인식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상태를 잘 아는듯했다.


"네가 왜 워울프로부터 밀주를 구하려는지 잘 알고 있다. 너나 나나 무감각해왔던 동료의 죽음이란게 다가오는 것일테지..."


바이오로이드들은 생성전에 인간이 주입한 세뇌나 신경제어를 거친다.

그것이 그녀들로 하여 주인들이 명령하는 바를 정확히 수행해나갈 수 있게 했고 상품으로서도 가치를 가지게 하였다.

하지만 생존시간이 점점 길어짐에 따라 그런 장치들은 약해져갔다.

물론 멸망전에도 그런 경우가 있었지만 바로 폐기되어 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일로 폐기를 명령할 인간은 없었다.

그렇기에 현재 마리나 칸 같은 생존개체들은 점점 인간과 비슷해져갔다.

잭팟또한 그들과 다를바 없었고 그런 현상은 점점 저주로 다가왔다.

눈앞에서 목격한 동료들의 죽음, 그것은 처음에는 별거 아니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뇌리에 점점 박혀갔다.

그 점을 알기에 마리는 밀주가 담긴 수통을 잭팟의 간이침대 위에 올려두고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번건은 눈감아 주도록 하겠다. 그 밀주로 인해 사고만 치지 말도록."


마리로서는 절대 내리지 않을법한 조치에 잭팟은 놀라며 동시에 힘이 빠진 목소리로 답했다.


"알겠슴다. 죄송함다."


"죄송할게 뭐 있나. 나도 힘들면 술로 해결할 때가 있다. 다만 다음에는 좀 더 정상적인 보급체계를 거치거나 나한테 직접 편지를 쓰도록 해라."


"하하, 제발 빈 말이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말아주십쇼. 장군에게 직통으로 편지보내는 병사가 어딨단 말임까? 그래도 말만이라도 감사함다."


경직되었던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졌고 마리는 마지막으로 브라우니의 복장상태를 점검했다.

브라우니 개체는 단순하고 밝았지만 실수가 잦은 개체였기에 행여나 실수로 복장이 불량하게 한 곳은 없는가 체크해봤지만 잭팟에게 그런일은 없었다.


"역시 훌륭하군.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멋진 군인이야."


"과찬이심다. 그나저나 인간님에게 훈장을 받는일은 첨인지라 조금 떨리지 말입니다."


"걱정하지마라. 좋은 분이시니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리 말해주시니 다행임다."


"그럼 나중에 보도록 하지."


"승리"


마리는 등을 돌려 천막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리가 나간 것을 확인한 잭팟은 바로 밀주가 든 수통을 열어서 그녀를 제외한 다른 자리의 바닥에 1/5씩 나눠서 부어주었다.

그렇게 텅텅 빈 수통을 아무렇게나 던져두고선 잭팟은 그녀의 간이침대에 앉았다.

이윽고 텐트안에서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울분을 최대한 삼키며 울고 있었기에 우는 소리라기보단 숨넘어가는 소리가 주로 들렸다.


"끄윽... 히끄윽... 끄으흐으흐으윽... 죄송함다... 살아남아서... 죄송함다..."


그런 그녀의 울음을 마리는 텐트옆에서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모자를 푹 눌러써 그녀의 표정을 읽긴 어려웠지만 볼을 타고 흐르는 한줄기의 물줄기는 굳이 표정을 읽을필요도 없게했다.

그런 그녀들의 사정도 모른채 하늘은 더없이 맑았다.








응엥옹, 이번엔 일반병 브라우니의 삶을 다뤄보고 싶었어옹

이번에 쓰는글은 아마도 사령관의 비율이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이제 딸치러감


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