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리진 더스트

2032년은 생명의 정의가 바뀐 해였다. 인간은 나노 기술을 이용한 인공 세포 소체인 <오리진 더스트>를 인류의 신체에 넣는 것을 허가했다. 현대의 연금술, 생명공학에서 ‘부드러운 돌’이라고 불린 이 오리진 더스트는 인간의 세포 자체의 수명을 극단적으로 늘리고 각 세포를 자유자재로 변형시켜 생물의 몸을 강화하거나 그 기능을 변경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오리진 더스트의 등장으로 인간은 극단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근육은 강해졌고 인간의 수명은 늘어났다. 인간은 병으로부터 부상이나 적대적인 환경에서 드디어 완벽하게 벗어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이 오리진 더스트 OD를 이용한 신경계 변형 기술이었다. 인간의 신체 중 가장 섬세했던 신경 세포들에 이 OD가 들어가면서 전기 전도율이 올라갔고 인간의 신경계는 마치 컴퓨터처럼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이 기술 <NNEI(Neural Nano-Electronic Interface)>를 개발한 삼안 전자는 인간의 몸에 이식하는 생체 컴퓨터로 전세계에서도 유명한 기업으로 거듭났다.

이런 기술의 발전들로 인간은 강해지고 똑똑해 졌지만 그것이 좋은 결과로만 나타나지는 않았다. 오리진 더스트는 여러 강화 인간 시술에 사용되었고  이 강화인간들은 범죄와 전쟁에서 가장 큰 두각을 나타냈다. 당연히 오리진 더스트는 세계적으로 엄격하게 관리되기 시작했고 이 조치는 이후 회사와 정부들간 균열을 낳게 된다.


# 바이오로이드의 탄생

오리진 더스트는 인간의 몸을 극적으로 바꿨지만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게 해준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세포가 강화되더라도 인간 몸의 소재가 가진 근원적인 부분을 바꿀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리진 더스트를 통한 뇌조작을 통해 인간을 범죄의 도구로 쓰는 일들이 늘어나면서 인간에 대한 시술 관리는 더욱 엄격해졌고 관련 회사들의 수익은 떨어져 갔다. 

2052년, 오리진 더스트를 이용한 기술의 선봉에 서 있던 삼안 산업이 인간형 생체 컴퓨터, 통칭해 바이오로이드라고 불리는 제품을 발표한다. 
이름은 에바, 이후에 양산된 에바 시리즈와 구분하기 위해 흔히 에바 프로토타입으로 불린 바이오로이드였다. 

티타늄 합금 골격에 오리진 더스트의 능력을 완벽하게 발휘할 수 있게 만들어진 유사 근육 세포체를 베이스로 만들어진 이 에바는 소재를 빼고는 인간과 거의 동일한 형태와 유전자, 세포, 생태를 지니고 있었기에 생명 창조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으나 삼안 산업의 로비와 오리진 더스트를 통한 인간의 도구화를 막을 수 있다는 사회의 담론은 결국 에바의 존재를 용인하게 했다. 에바를 기점으로 바이오로이드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삼안 산업은 첫 번째 프로토타입인 에바의 성능으로는 광고 효과가 불충분하다고 보았고, 완벽한 바이오로이드의 완성을 목표로 두 번째 바이오로이드의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난초 중 하나의 이름을 따 라비아타 프로토타입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이 새로운 바이오로이드는 어떤 강화 인간도 압도하는 완력, 그리고 뛰어난 지능과 인간에 대한 충성심과 애정 등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파일럿 생산을 위해 만들어진 이 바이오로이드, 라비아타는 곧 대중 앞에 선보여졌고 그녀의 등장은 바이오로이드가 얼마나 뛰어난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었다. 삼안 산업의 엄청난 자본력을 앞세워 만들어진 라비아타는 전투와 가사, 산업 등 모든 부분에서 완벽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면서 바이오로이드의 능력을 과시했다. 돈을 퍼부어 만든 라비아타는 당시까지 인공지능 사회 서비스의 주류를 이루던 로봇의 능력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었고 사람들에게 바이오로이드는 로봇보다 더욱 뛰어나다는 환상을 심어 주었다.

라비아타의 공개 후, 삼안 산업은 부자들을 위한 가정용 메이드 바이오로이드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물론 단 한 기만 생산된 라비아타의 성능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양산된 바이오로이드들은 부자들에게 큰 관심을 끌었고 삼안 산업은 단번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 시기에 콘스탄챠 시리즈, 포티아 시리즈, 리리스 시리즈 등이 연달아 히트해 삼안 산업은 바이오로이드 산업의 선두주자로 나아갈 수 있었다.





# 전장의 변화

삼안 산업의 성공 이후, 수많은 후발 업체들이 바이오로이드 생산에 나서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군사 서비스, 즉 용병 업체였던 블랙리버 사(社)는 삼안 산업에서 양산을 전제하고 설계해 두었던 이브 프로토타입의 남성형 <케인>을 군사용으로 개조한 <T-1 고블린>을 발표했다. 로봇 병사 대신 당시 발발했던 요르단 내전에 시험적으로 투입된 고블린은 로봇에 비해 더 빠르거나 강하지는 않았지만 더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판단으로 도시 내의 대 게릴라전을 효율적으로 수행해 냈다.
 특히, 인간을 전혀 살상하지 않고 완벽하게 제압한 것으로 바이오로이드는 안전하고 친근하다는 이미지까지 가지게 된다. 이 요르단 내전은 <고블린>의 활약으로 정부측의 완벽한 승리로 끝이 나게 되고 바이오로이드의 시대를 한층 가속하게 된다. 

이후, 몇 가지의 특허 문제로 삼안 산업과 결별한 블랙 리버는 군사 분야에서의 성공으로 독자적인 기술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곧 거대한 기업 집단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 아나톨리아 전쟁과 모술 대학살

고블린의 위력을 실감한 각국 정부는 경쟁적으로 고블린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고블린의 최대 구매처였던 미국 정부는 종교적 테러 단체인 <언약의 수호자>가 터키와 전쟁을 벌이게 되자 즉시 고블린을 파견하여 터키를 도왔다.

전쟁은 일방적이었다. 상부 메소포타미아의 험난한 지형과 사막화된 땅, 그리고 동일한 종교의 주민들을 믿고 있던 <언약의 수호자>는 고블린들의 활약으로 순식간에 제압되었고 수도인 모술마저 함락되어 결국 터키에 패배하고 말았다. 여기서 끝났다면 수많은 바이오로이드 활약의 역사에 지나가는 한줄로 기록되었겠지만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바로 ‘모술 대학살’이다.

기본적으로 바이오로이드는 전투 시 인간을 죽이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이후, 적들도 그것을 알아차리고 이용했을 뿐 아니라 지속적인 모욕과 욕설 등을 통해 바이오로이드를 도발하는 일이 많았다. 

결국, 이 테러리스트의 행동은 파멸적인 종착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포로로 잡힌 <언약의 수호자>가 고블린들의 주인으로 설정되어 있던 미국 정부와 임시 주인인 연대장을 끊임없이 모욕하다가 고블린들의 손에 끔찍하게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었다. 정확히 모욕한 말이 무엇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그 결과는 끔찍했다. 

한 사람을 살해해 정신이 나간 고블린은 폭주를 일으켰고 모술에서 수천 명을 살해하는 사건을 일으킨다. 이들은 급하게 투입된 AGS 폴른에 의해 진압되었으나 바이오로이드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불러 일으켰다.
이 사건에 대해 각국 정부와 블랙리버는 즉시 진상 조사를 시작했으나 당장의 답을 얻지는 못했다.
블랙 리버에는 다행스럽게도 미국 정부는 이 사건을 덮어 두길 바랬으며 이 일은 유야무야되고 결국 이후, 더 큰 사건을 불러오게 된다.



# 바이오로이드의 시대

모술에서 일어났던 끔찍한 사건에도 불구하고 바이오로이드 산업은 순조롭게 성장했다. 가사와 전투 뿐 아니라 산업에까지 바이오로이드의 영역은 확대되었고 빠르게 로봇 노동자들을 대체했고 연예계조차 완벽한 외모의 바이오로이드들이 인간과 로봇의 자리를 빼앗았다. 

바야흐로 바이오로이드의 시대가 열린 것이었다. 인간에 비해 근면하면서도 로봇에 비해 자율적인 바이오로이드는 산업에서 매우 뛰어난 면모를 보였고 이 바이오로이드를 사용한 회사들이 크게 성장하면서 바이오로이드의 비중은 산업과 문화계에서 더욱 커져갔다.

하지만 모든 일에 밝은 부분이 있으면 어두운 부분이 있듯이 이 바이오로이드의 시대는 번영과 함께 어두운 면도 가지고 있었다. 바이오로이드로 인해 자본가들의 소득은 증대되었으나 실업률은 높아졌고 빈부의 격차는 커졌다. 큰 자본을 소유한 회사들은 로비와 상납을 통해 바이오로이드의 확대를 끝없이 주장했으며 타락한 정치인과 언론인들 덕분에 그러한 시도는 어렵지 않게 성공하게 되었다. 

당연히 이러한 시도가 오래갈 리 없었으며 세계는 불만을 가진 실직자들과 무산자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 펙스 콘소시엄과 덴세츠 사이언스

자신들을 지지하는 정부가 인기를 잃어가자 회사들도 여러 모로 손을 쓰기 시작했다. 어떤 나라는 공공 서비스와 치안을 강화하는 것으로, 어떤 나라는 미디어를 통한 우민화 정책을 펼치는 것으로 자신들의 지위를 지키려 했다. 그 대표적인 회사가 미주에서 일곱 개의 회사가 콘소시엄을 이루어 성립된 펙스 콘소시엄과 동아시아에서 미디어용 바이오로이드 생산 전문 업체인 덴세츠 사이언스였다.

펙스 콘소시엄의 경우, 악화된 치안을 바이오로이드 경찰력을 통해 관리하고 사회적인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만든 회사 연합체였다. 기술용 바이오로이드로 유명한 클로버 산업과 그 외 여섯 개의 회사가 모여 만들어진 펙스 콘소시엄은 경찰과 경비, 구조, 의료, 산업 등 수없이 많은 분야에 다양한 형태의 바이오로이드를 내놓아 정부에 납품했다. 

많은 정부들이 거액의 빚을 지면서도 사회적 안전망 확충을 위해 펙스 콘소시엄의 바이오로이드를 구매해 투입할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나중에는 어떤 정부에서는 공창에 투입할 콜 걸까지 구매한 경우도 있다. 펙스 콘소시엄은 자신들의 번영을 위해 선진국 사회의 안정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고 있었으므로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으로 정부들에게 바이오로이드를 납품했다. 정부는 점점 회사들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더더욱 노골적인 것은 동아시아에서 만들어진 덴세츠 사이언스였다. 덴세츠 사이언스는 다품종의 소량 생산을 중심으로 하는 회사였는데 그 나라에서 가장 선호받는 미디어인 애니메이션 산업을 대체하기 위해 마치 미디어에서 뛰어나온 것 같은 바이오로이드를 생산해 냈다. 그들은 이 바이오로이드를 통해 인간이 구현 불가능한 수많은 영화와 TV 시리즈를 찍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열광했고 빚을 진 그 나라의 정부는 점점 덴세츠 사이언스를 거역할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덴세츠 사이언스는 지저분한 뒷거래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극적인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진짜 검투사 바이오로이드를 만들어 잔인한 싸움을 시키거나 전쟁 씬 구현을 위해 실탄을 쏘게 하고 리얼함을 살리기 위해 그들에게 전투 훈련을 받게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정점은 그 당시에 터진 ‘카라시마 스캔들’이었다. 이 스캔들은 정치인들을 위해 덴세츠 사이언스가 아름다운 바이오로이드를 상납, 성적 서비스부터 시작해 폭력단 처리 등 온갖 불법적인 일을 시킨 사건이었다. 이 사건 이후 덴세츠의 바이오로이드에게 열광하던 시민들의 눈초리가 싸늘해지기 시작했다.



# 뉴올리언스 폭동과 정부의 승리

누적된 분노는 결국 폭발했다. 2060년, 실업률이 95%를 넘어가고 98% 이상의 사람들이 생계를 정부에 의존하게 되자 시민들이 노동권을 얻기 위해 시위를 일으킨 것이었다.

처음에는 평화로운 시위였다. 하지만, 시위를 막기 위해 투입된 병력이 남성형 바이오로이드인 <T-1 고블린>이라는 점이 문제가 되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시 폭주한 고블린들이 그 공격성을 드러내 시위대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끔찍한 참극이었다. 해외의 사례는 덮을 수 있었지만 이 사건은 덮지 못했고 정부는 정식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이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밝혀졌는데 어이가 없게도 남성 호르몬이 나노 머신의 영향을 받아 과다 분비, 극단적인 공격성으로 드러난 것이었다. 궁지에 몰린 블랙리버는 남성형 바이오로이드의 리콜 및 폐기, 생산 시설의 폐쇄를 결행했고 사망자 및 부상자들에 대한 보상을 실시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고 회사의 꼭두각시가 된 정부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던 정치인들 중 일부가 그 사태를 이용해 사람들을 부추겼다. 

바이오로이드 제조사에 대한 무거운 세금과 엄격한 통제를 약속한 정치인들에게 전세계의 시민들이 지지를 표시했고, 정부는 거꾸로 회사를 통제하려 했다. 

폭동과 학살극을 통해 정부와 회사의 오랜 갈등은 마치 정부의 승리로 끝나는 것 같이 보였다. 정부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통칭 <에머슨 법>이라 불리는 법을 통해 바이오로이드가 주인을 위해서만이 아닌 모든 인간을 위해서도 봉사해야 한다는 프로그램을 강제로 주입시키게 했고 제조사에 무거운 세금을 매겼다. 

특히 압권은 공용 바이오로이드에 관한 법률이었다. 제조사의 모든 바이오로이드는 주인이 정해지기 전에는 사회와 시민을 위해 일정 시간 봉사해야 한다는 법률이었다. 재산권을 침범당한 회사들은 격렬하게 반발했지만 여전히 뉴올리언스 사건에 대해 사람들의 분노가 컸기에 결국은 회사들이 양보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나친 중우주의는 수많은 문제점을 낳았다. 판매가 되기 전 공용 바이오로이드는 폭행과 성범죄에 시달리기 일수였고 상품의 가치는 당연히 떨어졌다. 몇몇 규모가 작은 회사들은 일찌감치 바이오로이드를 내놓지 않아도 되는 주문 판매 쪽으로 잽싸게 전략을 틀어야 했다.

삼안 산업 등의 부자들을 위한 맞춤형 고급 바이오로이드를 생산하는 업체는 주문 판매나 경매 등으로 바이오로이드를 감출 수 있었으나 펙스나 블랙 리버 등 대량 생산 업체는 천문학적인 손실률에 회사의 가치가 추락하고 있었다. 더욱 무서운 것은 미국의 이 조치가 세계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었다.

모든 회사들은 이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것을 인식했고 물 밑에서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연합 전쟁의 발발


2070년, 첫 번째 화약은 말레이시아에서 터졌다.


말레이시아에 위치한 바이오로이드 제조 기업인 <문화 인형>은 본래 주문 생산을 하거나 덴세츠 사이언스의 하청을 맡아서 하는 작 은 기업이었다. 본래 주문 생산을 하였기에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바이오로이드가 없었던 <문화 인형>은 세금 외에는 정부의 간섭을 크게 받지 않는 편이었다.


이러한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던 말레이시아 정부는 문화 인형을 통제하기 위해 강제로 양산품을 개발하도록 압력을 넣었고 문화 인형은 정부의 압력에 저항하고 있었다. 정부는 그러한 문화 인형의 저항을 꺾기 위해 영업 정지 등의 압력을 행사했고 문화 인형은 굴복인지 저항을 통한 기득권의 수호인지 최후의 선택을 해야 하는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적어도 정부는 문화 인형이 다른 회사들처럼 굴복할 것이라 믿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에서 계산을 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문화 인형이 펙스 콘소시엄의 주요 업체 중 하나인 오메가 공업의 계열사였고 오메가 공업은 단순히 바이오로이드 생산 업체가 아닌 무기용 AGS와 개인 화기의 가장 큰 생산자 중 하나란 것이었다. 그리고 바이오로이드의 우월한 신체 능력은 언제든 뛰어난 병사로 변할 수 있었다. 문화 인형 측은 승률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오메가 공업 역시 바이오로이드 제조업체들이 지금처럼 엎드려 있는 현실이 결국 자신들의 기득권을 빼앗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이 기회를 통해 정부에 본때를 보이기를 원했다. 마침 미국 정부처럼 거대한 적이 아니었기에 적당한 상대라 여긴 펙스 콘소시엄은 말레이시아로 무기를 몰래 들여오기 시작했다.
처음은 작은 말레이시아 정부와 문화 인형의 대리 전쟁으로 끝날 것이라 예상되었던 싸움이지만 예상 밖으로 사태는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몇 가지 불운한 사건이 연쇄적으로 터지면서 싸움은 겉잡을 수 없이 번졌다. 말하자면 말레이시아 정부와 문화 인형 양쪽 모두, 더 나아가 개입해 있던 펙스 콘소시엄까지 이 사태의 향방을 잘못 예상하고 있었던 셈이다.


펙스 콘소시엄의 오산은 바이오로이드 제조사들이 실질적인 군사력과 인력을 확보해 회사의 수준을 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 국가 개개의 차원을 넘어선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각국은 잠재적인 초인 병사를 양산하는 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바이오로이드 제조사들을 두고볼 생각이 없었고 가능하다면 더 성장하기 전에 회사를 정부의 통제 안에 넣기를 바랐다.


정부, 특히 정부들을 대표하고 있던 미국 정부는 언제든 개입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게 외국에 간섭을 하게 되는 일이라고 할 지라도 감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정부 역시 큰 오산을 저지르고 있었다. 바이오로이드 제조사 등의 역량을 얕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막대한 자본을 축적하고 강력한 로봇과 바이오로이드를 손에 쥐고 있던 그들은 세계의 정부와도 싸울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지니고 있었다.


2070년 6월, 첫 번째 사건이 일어났다. 폐업 조치를 무시하고 공장을 돌리고 있던 문화 인형의 간부들을 체포하기 위해 말레이시아가 AGS와 경찰을 파견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군사 무기로 잘 무장된 문화 인형의 바이오로이드들이었다. 숫자가 많고 품질이 좋은 무기로 무장한데다 훈련까지 충분히 받은 이 바이오로이드들은 몇 안되는 AGS와 경찰을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작은 승리에 도취된 간부 하나의 행동에 의해 사건은 급속도로 커지게 되었다. 그는 이제 이 사태를 되돌릴 수 없다고 판단하고 즉시 자기 휘하의 바이오로이드들을 동원해 인근 AGS 센터를 장악했다. 군사적 위협에 대비하여 만들어진 AGS 시스템의 방어와 보안은 뜻밖으로 취약했고 일반인에 불과한 그와 여성[주:1]을 경계하지 않았다.


그는 전투 한 번 없이 AGS를 접수하고 인근 지역을 손에 넣었다. 순식 간에 도시의 지배자가 된 그는 다른 간부들과 지사들에게 빠르게 연락해 충동질을 했고 본사에서 벌어진 일에 놀란 지방의 간부들은 이 지령이 문화 인형 본사의 지령이라고만 생각하고 급히 그를 따라 AGS 센터를 장악했다.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대부분의 정부는 국가 대부분의 군사력을 AGS의 로봇에 의존하고 있었기에 그 AGS가 장악 당하자마자 정부는 대부분의 군사력을 상실했다. 게다가 전투 중에 일어난 충돌에서 정부 요인이 회사 간부의 손에 사살당하는 일까지 발생하자 정부는 더 참지 않았다.


말레이시아는 급히 국제 연합에 이 일을 상고했고 회사가 국가를 대체할 수도 있는 현실에 경악한 국제 연합은 만장일치로 바이오로이드 제조사의 권력을 빼앗는 결의에 찬성했다.


연합 전쟁이 시작되었다.



# 새로운 AGS

본래 AGS는 여러 회사에서 국가에 납품하는 군사용 로봇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인간과 유사한 자아를 가진 바이오로이드와 달리 AGS의 AI 기술은 회사에서 분리되어 각국의 정부가 독점하는 형태였으며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위성 인터넷으로 엄격하게 제어되는 형태[주:2]였기에 AGS의 제조사는 별도의 군사력을 가진 것으로 보기는 힘들었다.


바이오로이드 제조사와는 달리 AGS의 제조사들은 국가에 종속된 구조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많은 나라에서 AGS 생산을 정부 차원에서 실시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전투를 위해 만들어진 금속 동체를 가진 AGS 로봇은 유기체인 바이오로이드에 비해 상당히 우월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AGS를 장악하고 있던 정부에게 자신감을 주는 원천이기도 했다. 그들은 AGS를 통제하고 있는 한 적어도 전면전에서는 피를 흘리는 바이오로이드에게는 패배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몇몇 바이오로이드 제조사들이 AGS 제조 공장을 계열사로 두고 있기는 했지만 위성에서 지원하는 AI가 없이는 AGS 로봇들이 제대로 전투를 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 역시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바이오로이드 제조사는 역으로 생각했다. AGS가 위성의 허락을 받아 일일이 자율적인 사고를 할 필요는 없었다. 위성이 없다면 근처에 지휘관을 두고 명령을 내리는 형태면 되는 것이었다.


물론 엄청난 화력이 투사되는 2070년의 전장에서 인간 지휘관은 암살이나 유폭으로도 쉽게 죽어버리는 나약한 존재[주:3]였기에 인간 지휘관을 둘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인간과 유사한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는 바이오로이드들을 쓰면 된다. 그 점을 깨달은 바이오로이드 제조사들은 즉시 AGS 로봇의 납품을 중지하고 자신들이 사령부로 삼은 곳[주:4]으로 로봇들을 모았다. 긴급히 만들어진 AI는 정부의 것보다 못한 수준이었으나 적어도 바이오로이드의 명령을 수행할 정도는 충분했다.


회사는 거기에 더해 서로 연계해 모든 바이오로이드에 전투 프로그램을 심었고 심지어 생산용 바이오로이드들이 쓰던 공구나 장비까지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면 전투에 사용하게 했다.


세계 여기저기에서 전투가 일어났다. 처음에는 강력한 AGS를 앞세운 정부가 회사들을 밀어붙였지만 전세는 서서히 달라져 갔다. 회사는 정부에 비해 훨씬 강력한 몇 가지 장점이 있었다.


첫 번째로 회사는 인간과 똑같이 생긴 바이오로이드를 지니고 있었으며 그 바이오로이드는 명령을 받는다면 거부감을 느끼긴 하지만 살인도 가능할 정도로 AI가 실용적이게 변했다. 그 당시에는 등록 번호 조회 이외에는 강화 인간과 바이오로이드들을 구분할 수단이 전혀 없었기에 이 바이오로이드는 사회 여러 곳에서 사보타쥬를 실시했고 이것은 정부의 전쟁 수행 능력을 심각하게 낮췄다. 심지어 스파이용으로 사용되던 모델들은 정부 요인들도 그 존재를 모두 아는 것이 아니었기에 간단한 유혹에도 정보를 빼앗기기 일수였다.


두 번째로 위성으로 통제하던 AGS보다 바이오로이드에 의해 통제되는 AGS가 더욱 전투를 능숙하게 해냈다. 아무리 AI가 발전했다고 하더라도 바이오로이드의 유연한 사고에는 미치지 못했다.


정부는 이에 더욱 강력한 화력을 퍼부어 바이오로이드들을 밀어내려 했으나 강력한 방호 능력을 지닌 바이오로이드 지휘관[주:5]의 등장과 바이오로이드 연구를 기반으로 삼안에서 인간의 AI와 유사한 형태를 가진 지휘관 AGS를 생산하기 시작하자 강력한 화력이나 암살도 잘 통하지 않게 되었다.
회사의 자본을 통한 공격, 곳곳에서 벌어지는 시가전에서의 패배, 바이오로이드들의 사보타쥬. 이 모든 것이 정부를 궁지로 몰았다. 회사를 공격할 때 환호하던 시민들도 회사의 맹공에 사회 안전이 완전히 망가지자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블랙리버를 지배하던 리오로보스 가문의 총수였던 앙헬 리오로보스는 지금이 멈춰야 하는 때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회사는 인류 역사에서 늘 그래왔던 것처럼 뒤에서 정부를 움직이는 것이 더욱 유리하다. 그렇게 생각한 앙헬은 궁지에 몰린 정부들에 손을 내밀었고 곧 각국의 정부들은 하나하나 항복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시가전이 멈추고 국제 연합에서 ‘바이오로이드 제조사에 대한 부당한 압제’를 철폐한다는 의제가 의결되었다.

회사의 승리였다.

유래가 없는 완전한 금권 사회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 철충의 등장과 기업 간의 갈등

철충의 등장은 내전, 후에 연합 전쟁이라고 불리게 되는 내전 중에 일어났다. 고비 사막 한 가운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이 이상한 금속 생명체는 한 번도 지구에서 발견된 적이 없는 기이한 금속 생체 조직과 생태를 가지고 있었다. 이 금속 생명체를 처음 발견한 회사는 <삼안 산업>이었는데 이 발견을 비밀에 부치고 금속 생명체에 <Metal Parasite NW101>이라는 이름을 붙인 후, 지하에 가둔 뒤에 일단 눈 앞에 닥친 전쟁에 집중했다.


전쟁이 끝난 뒤에 본격적으로 삼안이 철충을 해부했을 때, 그들은 경악했다. 인간과 유사한 형태의 완벽한 전자 신경계가 구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다른 장기들은 부실했다. 심지어 생존에 필수적인 장기가 보이지 않고 번식 기관이 없어 연구자들은 철충이 생물인가 아닌가에 대해 논쟁했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이 생명이 삼안 산업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게 해줄 것이라는 것.


이 기이한 생물에 대한 논쟁이 일단 끝난 것은 삼안 산업의 경쟁자였던 블랙 리버에서 삼안 산업이 연구하고 있는 이 이상한 생물에 대해 눈치를 챘을 때였다. 블랙 리버는 삼안 산업에 공동 연구를 제안했지만 이미 철충을 확보하고 있던 삼안 산업은 거절했고 블랙 리버는 펙스 콘소시엄과 손잡고 연구소에 스파이 바이오로이드를 잠입시키려다 들키는 사건이 발생한다.


삼안 산업은 블랙 리버와 펙스 콘소시엄의 동맹과 그 행위에 분노했다. 강력한 군사용 바이오로이드를 만들어 내던 블랙 리버와 강력한 무기 산업의 기반이 있는 펙스 콘소시엄의 공공연한 도전이라고 인식한 삼안 산업은 자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전쟁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가정용 바이오로이드를 주로 생산해 온 삼안 산업은 처음부터 군사적 기반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정부와의 전쟁에서 가정용 바이오로이드의 경비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하여 전쟁에서 써먹었기에 아예 전쟁에 무지한 상태는 아니었다.


게다가 바이오로이드에 관한 생체 공학 기술력이 가장 우월했고 전세계 시장 점유율의 50%를 넘게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바이오로이드 생산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계열사인 삼안 중공업은 전략 무기를 주로 생산할 정도로 무기에도 조예가 깊었다.


삼안 산업이 마음 먹고 전쟁을 준비하자 전쟁을 기다리던 블랙 리버와 펙스 콘소시엄 역시 공공연히 군비를 늘려 나갔다. 이미 국가가 회사의 부속물로 전락한 상태에서 이 세 기업의 전쟁은 유라시아의 주인인 삼안 산업과 아메리카와 바다의 주인인 블랙 리버 및 펙스 콘소시엄의 전쟁이기도 했다. 



# 제 2차 연합 전쟁

회사끼리의 전쟁은 정부와의 전쟁, 제1차 연합 전쟁보다 더욱 요란했다. 적어도 시민의 눈치를 보던 정부와는 달리 자본의 이해에 따라 움직이던 터라 시민들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이미 그들에게 지배를 받던 정부도 그 전쟁을 못 본 척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군사 및 용병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블랙 리버가 우세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의외로 전쟁은 백중세로 흘러갔다. 이미 전술 프로그램이 충분히 업그레이드 되어 있던 삼안 산업의 바이오로이드들은 전투력에서도 크게 뒤지지 않았고 생산력이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압도하고 있었다.

다만, 펙스 콘소시엄의 산하에 있는 포세이돈 사가 생산하는 군함에 의해 제해권은 블랙 리버가 잡고 있던 터라 결국 전쟁은 알래스카와 추코트의 경계에서 펼쳐지는 국지전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었다.

이 전쟁으로 시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져 갔다. 이미 구조적으로 금권적인 특권을 잔뜩 부여 받은 제조사들과 연관이 있던 회사의 자본가들은 사회를 빨아먹으면서 성장해 갔지만 바이오로이드 없이는 어떤 것도 할 수 없게 사회가 재편되면서 보통 사람들의 생활은 거의 유지될 수가 없었다. 게다가 회사들이 전쟁에 국가들을 끌어들여 국가적 지원을 받아내자 사회의 안전망과 복지비는 더더욱 줄어 들었다.

노숙자부터 창녀, 거지가 거리를 메웠다. 이들은 이미 바이오로이드를 거느린 회사에 대항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사이비 종교인들은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고 외쳤다. 자본가들은 그런 그를 비웃었다. 하지만 그 거짓 예언이 1년도 되지 않아 사실이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 인류의 멸망


2081년, 삼안의 울란우데 연구소에 있던 해부되어 있던 철충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신체를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철충은 기묘한 금속 촉수를 움직여 연구소의 기계를 찔렀다. 연구소의 메인 컴퓨터와 철충, <MP NW101>이 접속했을 때 이미 모든 일은 시작되었다.

규소질의 금속 화합물이 연구소를 뒤덮기 시작했다. 이 끔찍하고 뜨거운 이상한 금속은 그 안에 남아 있던 사람들을 그대로 태워 죽였다. 철충의 이상한 껍질이 연구소를 완전히 뒤덮었을 때는 그 뒤로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그리고 연구소는 하늘을 향해 도저히 알 수 없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울려퍼진 그 신호에 화합하듯 하늘에서 수없이 많은 파동이 생기기 시작했다. 파동은 원이 되었고 그 원에서 열린 워프 홀에서 수없이 많은 철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전쟁을 벌이고 있던 기업들은 놀라 전쟁을 멈추고 급히 AGS를 발동시켰다. 하지만 인류가 가진 가장 강력한 방어 시스템 AGS도 철충을 막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철충을 강하게 했다. 철충은 인간의 기계를 잡아먹고 더욱 강해져 가기 시작했다.

철충의 기이한 생태. 기계의 중추 회로에 기생해 그 기계의 몸을 빼앗고 기계의 능력을 그대로, 아니 오히려 업그레이드해서 사용한다는 특징은 인간이 가진 기계 문명이 가진 강점을 완전히 약점으로 만들었다. 강한 기계를 동원할 수록 철충도 더욱 강해진다. 이 역설은 철충을 인류의 천적으로 만들었다. 대부분의 AGS들이 철충의 숙주가 되었고 인간이 가진 군사력의 대부분이 무력화되었다.

하지만 인간에게 대응 수단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인간의 가장 가까운 종복인 바이오로이드는 철충의 숙주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바이오로이드 역시 철충의 천적은 되지 못했다. AGS를 잡아 먹은 철충은 바이오로이드의 전투력을 뛰어넘고 있었고 게다가 바이오로이드는 이상할 정도로 철충을 파괴하는 데 거부감을 보였다. 인간의 직접적인 살상 명령이 아니면 바이오로이드는 마치 인간을 공격하는 것처럼 철충을 제압하려고 할 뿐 파괴할 생각을 잘 하지 못했다.

이후, 연구자들은 급히 그 원인을 찾으려 했는데 이후 밝혀진 사실은 우습게도 철충은 마치 바이오로이드가 인간의 뇌파를 감지해 인간임을 구분하는 것을 아는 것처럼 인간의 것과 완전히 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파장을 뿜어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후, 인간은 통신을 통해 바이오로이드에게 명령을 내렸지만 멀리서 하는 지휘로는 급변하는 전투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게다가 철충은 교활하게도 바이오로이드와의 교전은 피하고 집중적으로 인간을 사냥하려 했다.

인간은 그 사실을 알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숨으려 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썼는지 철충은 인간을 아주 쉽게 찾아내 살해했다. 인간의 수는 빠르게 줄어 들었다. 바이오로이드들을 불러 들이더라도 자신을 완전히 지킬 수는 없었다.

인간들의 마지막 지하 요새, 락 하버가 철충에게 무너진 날, 인간의 문명은 무너졌다.


그리고, 인류라는 종의 사망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났고, 지구 위에 인류는 사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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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1] : 그때까지만 해도 AGS는 바이오로이드와 인간을 구분하는 능력이 없었다.
[2] : 이때문에 AGS의 AI 기술은 위성의 통제를 받아야 제한을 풀 수 있는 형태였다.
[3] : 당시의 발달한 화력은 강화 인간의 몸으로도 휘말리면 버티기 힘든 수준이었다.
[4] : 대체로 공장이었다.
[5] : 대표적으로 불굴의 마리 등이 있다.


# 프로토타입

첫 번째 바이오로이드 <에바 프로토타입>이 실제로 오리진 더스트의 적용을 인공 생명체에 적용하기 위해 만들어 졌다면 두 번째로 만들어진 바이오로이드,<라비아타 프로토타입>은 삼안 산업의 기술이 얼마나 우월한지, 그리고 바이오로이드가 어떻게 미래를 열 수 있는지를 증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바이오로이드였다.



비용에 대한 제한이 없었기에 라비아타는 인간 생명 공학이 추구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넣어서 만들어졌다. 라비아타의 세포에는 일반적인 바이오로이드의 열배가 넘는 오리진 더스트가 주입되었으며 티타늄 골격을 위해 티타늄 합성 대사체와 좀 더 향상된 지능과 운동 신경을 위해 집적도가 높은 신경 군체가 설계되어 별도로 이식되었다. 심지어 아름답고 풍만한 외모를 위해 아주 오래 전에 사망한 전설적인 여배우의 유전자까지 몰래 빼돌려 분석한 뒤에 삽입될 정도였다.

무대 위에 등장한 라비아타의 시연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이제껏 인간이 만들어낸 어떤 것보다도 아름답고 강한 그녀를 보면서 바이오로이드의 환상을 만들었다.



물론, 실제로 생산된 바이오로이드들이 모두 그런 고성능으로 만들어질 수는 없었다.


라비아타를 만들기 위해서는오리진 더스트의 고집적을 가능하게 하는 아주 특별한 유전 정보가 필요했고 확률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티타늄 합성 대사체까지 대량으로 사용되었기에 개인은 커녕 대기업도 감당하기 힘든 생산 비용을가지고 있었다. 양산을 위한 바이오로이드들은 그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만들 수 있어야 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라비아타는 한동안 자신이 생산된 연구실에 방치되어 있었다. 자신보다 조금 먼저 생산된 에바와 함께 지내던 라비아타는 그녀가 알 수없는 이유로 사라지자 혼자가 되고 말았다.


발표 된 직후의 라비아타는 신시대의 상징이었지만 점점 많은 바이오로이드들이 출시되면서 점점 무대에 오를 기회가 줄어들었다. 


물론 어떤 바이오로이드가 나와도 라비아타의 성능에 미치는 경우는 없었기에 그녀는 일종의 성능의 상징처럼 여겨져 바이오로이드 그랑프리에 출전하긴 했지만 곧 대중들에게는 식상한 존재가 되어 점점 그 노출이 줄어 들었다. 그녀는 기술 유출을 우려한 회사의 방침으로 인해 주인을 찾을 수도 없었고 바깥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그녀는 가장 강력한 바이오로이드였지만 스스로를 새장 속의 새처럼 느꼈다.


그러한 그녀에게 자유로운 인간들은 경이로운 존재였다. 그들은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자신과 다르게 마치 자신을 불태우는 것처럼 새로운 것을 찾아냈다.본능 수준에서 새겨진 인간에 대한 존경심, 봉사의 의지, 충성심과 이러한 동경이 어우러져 라비아타는 인간을 자신의 신처럼 느꼈다.


이런 라비아타에게유일한 낙이 있다면 자신의 창조자였던 연구원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시간이 아주 많았던 라비아타는 그 연구원의 일을 돕고 싶어했고 연구원의 일을 돕기 위해 그리고 연구원과의 대화에서 수많은 것들을 공부했다. 라비아타는 그 시간만은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라비아타에게는 안타깝게도 그러한 행복은 길지 않았다. 10년이 지나고도 라비아타의 성능을 압도할 수 있는 바이오로이드는 만들어지지 않았고 계속된 패배에 지친 블랙리버는 극단적인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다. 라비아타를 만든 연구원을 납치해 그 기술의 비밀을 빼내려 한 것이었다.


납치 자체는 성공이었다. 하지만, 연구원은 라비아타에게만 적용된 기술을 밝히는 것은 세상에 또다른 라비아타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 생각했다. 라비아타에게 깊은 애정을 느끼고 있던그 연구원은 모진 고문에도 입을 열지 않았다. 



한 편,자신의 마음 속 주인으로 여겼던 연구원이 실종되자 라비아타는 불안해 하고 있었다. 명료한 그녀의 머리는 연구원 실종의 원인을 짐작하고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녀에게 외출은 여전히 허락되지 않았지만 며칠 뒤, 결국 불안함을 이기지 못한 그녀는 연구실을 빠져 나갔다.


추적은 힘들지 않았다. 인간이 아무리 흔적을 숨긴다고 하더라도 민감한 그녀의 감각을 벗어날 수는 없었고 며칠이 지나도 그녀의 눈에는 그 흔적이 똑똑히 보였다. 그녀는 불안한 마음을 누르고 흔적을 따라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는 이제 거의 형체도 남지 않을 만큼 고문 당해 강제로 숨만 붙어있는 연구원을 볼 수 있었다.


라비아타는극심한 분노를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선을 넘지 않았다. 그녀는 재빠르게 납치범들을 제압한 뒤에 연구원에게 응급 조치를 했다. 그리고 바로 다른 연구원에게전화를 했다.


가장 뛰어난 연구원의 납치와 그리고 그것을 구하기 위해 탈출한 실험체 바이오로이드. 둘 다 삼안 산업의 입장에서는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문제였다. 일단, 귀가조치된 라비아타는 연금되었고 납치범들은 삼안 산업의 다른 바이오로이드에게 끌려갔다.


며칠 뒤,라비아타는 다른 연구원에게 자신이 마음 속으로 모시던 주인이 결국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라비아타는 자신은 결코 마음 속으로라도 주인을 모시지않겠다고 결심했다.




# 휩노스의 저주

철충의습격이 시작되었던 시기에 AGS 로봇이 철충에게 흡수되고 난 후, 인간은 무방비 상태에 놓였다. 바이오로이드들은 곳곳에서 철충과 맞서 싸웠지만철충에게서 흘러나오는 인간과 유사한 뇌파에 제대로 된 전투력을 낼 수 없었다. 철충과 제대로 싸우기 위해서는 인간의 ‘직접적이고 단호한’ 명령이 있어야 한 것을 뒤늦게 깨달은 인간들은 전투부대에 무장한 인간을 파견했지만 철충은 집요할 정도로 인간을 노려 어떤 희생을 치르든 인간 지휘관을 죽였다.


인간 지휘관이죽은 바이오로이드들은 쉽게 정신적인 공황을 겪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철충은 굳이 바이오로이드를 죽이지 않고 인간을 죽인 뒤에 다른 인간을찾아 나선 것이다.


마치 인간레이더가 달린 것처럼 철충은 인간을 찾아냈다. 처음에는 따로 떨어져 있던 시골이나 교외의 인간부터 차례로 죽어갔다. 인간들은 도시로 몰려 들었고도시들은 요새화되었다. 하지만 AGS를 흡수한 철충들은 급조된 요새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게다가 철충에게 흡수된 AGS 중에는 전략병기도 충분했다. 철충은 인간이 모이면 주저없이 대량 살상 무기를 날렸다.


인간은급속도로 죽어갔다. 인간은 도저히 철충을 막을 수 없었다. 인간이 알아낸 철충의 유일한 약점은 철충이 물을 두려워하고 물 속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마지막 희망이 되었다.


<인류연합 정부>의 리더, 아미나 존스[주:1]는인간이 살아남을 길은 바다 뿐이라 여겼다. 그녀는 섬이나 해상 플랫폼, 대형 군함 등을 요새화하고 철충의 공격으로부터 버텼다. 바이오로이드는 이들의마지막 보루가 되었는데 그들은 인간을 지켜줄 뿐 아니라 바다에서 맨몸으로 식료품과 자원을 채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섬의 지하벙커나 거대한 함선들은 바다를 떠돌며 철충에게 저항했다. 아미나 존스는 바이오로이드의 전투력을 보완하기 위해 그녀들이 탑승해 조종할 수 있는 병기를구상[주:2]했고,동시에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지구를 탈출해 화성을 테라포밍할 계획을 세워 AGS와 바이오로이드들을 파견했다. 그리고 전략 병기를 막기 위해 강력한벙커를 만들었다. 그녀의 조치는 효과를 발휘해 인류는 어쨌든 소수나마 철충을 피해 생존할 수 있었고 심지어 대륙에 교두보까지 마련할 수 있었다.철충을 몰아내고 지하에 마련한 대륙의 교두보에는 <락 하버>[주:3]라는이름이 붙여졌다. 부디 바위처럼 부서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어진 이름이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이러한 시도는 질병으로 인해 무력화되고 말았다. 전신이 무기력증에 빠지며 죽어가는 이 전염병은 잠들 듯이 죽어 가는 특징 때문에 <휩노스 병>이라고 불렸는데 전염의 매개조차 밝힐 수 없고 치료도 불가능한 병이었다.




다행인것은 바이오로이드들은 이 병에 걸리지 않았기에 인간들을 돌볼 수 있었지만 그것도 곧 한계에 부딪혔다. 인간들 자체가 줄어들고 있었다.







# 멸망의 날 그리고 유산

인류의마지막 희망, 갈색 성녀 아미나 존스가 휩노스 병에 걸려 쓰러진 날, 락 하버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이 일어났다. 잘 무장되고 모여 있던 바이오로이드군도 이 강력한 공격은 막지 못했다. 그녀들에게 명령을 내릴 인간들은 쓰러졌고 그녀들은 우왕좌왕했다.


결국,며칠에 걸친 공성전 끝에 락 하버가 무너졌다. 그리고 인류의 마지막 희망도 사라졌다.


남은 소수의인간들은 섬이나 바다 위에서 버티고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대부분 병으로 사망하고 지구에는 인간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하지만,그들이 의미 없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아미나 존스는 휩노스 병에 걸린 순간 자신들이 겪을 운명에 대해 예측했다. 하지만 그녀는 희망을 버리지않았다. 단 한 사람의 인간만 살아 남더라도 다시 이 세계가 인간으로 번성할 것임을 믿고 있었다. 아미나 존스는 그러한 날을 위해 한 가지 계획을남겼다.


그녀는 자신을 시중들던 바이오로이드들에게 만약 인간이 이 휩노스 병과 철충들을 이기고 살아남을 경우,그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것과 피난처 등을 남겼고, 기록을 자신이 가장 믿던 바이오로이드, 첫 번째로 만들어진 에바 프로토타입에게 맡겼다. 에바프로토타입은 주인의 명령을 지상 명령으로 삼아 어디론가 사라졌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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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1] : 나이지리아 출신의 이슬람교도이자 흑인 여성으로 무산 계급 출신의 바이오로이드연구원이었지만 멸망 전쟁에서 뛰어난 판단력을 보여 인류의 리더로 추대되었다.



[2] : 회로를 제거해 철충이 기생을 할 수 없는 형태의 병기. 조종을 위해서는강한 완력이 있어야 움직일 수 있는 병기였다.



[3] : 락 하버는 바다쪽으로 튀어나온 곶의 지하에 건설되었으며, 수상함 항구는없었지만 해저에 잠수함 항구를 가지고 보급을 추진했다.



# 저항의 시작


라비아타가 연구소를 탈출했다가 돌아왔을 때, 그녀는 처치곤란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녀에게 적용된 기술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던 연구원은 사망한 상태였고 그녀는 한 번 일탈 행동을 한 ‘통제가 힘든’ 바이오로이드로 간주되었다. 그렇다고 그녀를 폐기할 수도 없었다. 그녀를 만든 연구원은 또 다른 라비아타가 만들어지기를 원하지 않았기에 그녀에게 적용된 기술에 대한 핵심 지식을 따로 남기지 않은 상태였다. 그녀는 황당한 로스트 테크놀로지로 간주되었다.


결국, 삼안 산업은 그녀를 구금하기로 결정했다. 그녀가 스스로 돌아왔음을 생각하면 부당한 처사였지만 라비아타는 순순히 따랐다. 굳이 다른 인간을 주인으로 섬기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더 이상 인간의 일에 휘말리고 싶지도 않았다.


인류의 멸망 시기에 라비아타는 블랙 리버 리오보로스 가문의 호위로 차출되었다. 그녀는 놀라운 활약으로 가문을 지켜냈으나 가문은 허무하게도 휩노스 병으로 모두 사망하고 말았다. 그녀는 인류의 최후를 지켜보았고 곧 시간이 지나면 인류의 운명이 자신들을 향해 올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연구원과의 추억이 있는 연구실로 돌아갔다. 


라비아타는 그 연구원이 사라진 후, 의미가 없어진 자신의 세계와 동족을 구해야 할 지를 고민했지만 철충이 자신이 홀로 지내던 연구실로 쳐들어오자 더 이상의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고 싸우기로 마음 먹었다. 그녀는 자료를 챙긴 후, 연구실을 콘크리트로 꼼꼼하게 감싼 뒤에 흙으로 묻어 버렸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연구실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며 떠났다.


라비아타의 명민한 두뇌에는 계획이 이미 뚜렷하게 서 있었다. 철충은 인간들을 죽이는 것에는 집착하고 있었지만 시설의 파괴에는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인간들이 남겨 놓은 바이오로이드의 생산 설비와 무기 생산 설비, 자원 채굴 설비 등을 이용한다면 철충과 싸울 전력을 만들 수 있었다.


철충이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지구는 넓으니까. 숨을 곳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라비아타는 먼저 동지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인간이 모두 죽었지만 바이오로이드들은 꽤 많이 살아 남아 있었다. 그들은 생존에 대한 열망이 있었고 철충의 말살에 대한 인간의 명령을 받은 바이오로이드들도 꽤 많았기에 라비아타의 제안에 찬성했고 곧 합류했다.

라비아타는 바이오로이드 사이에서도 유명인이었다. 그녀는 그랑프리의 주인이었고 엄청난 신체 능력과 지적 능력으로 이름이 높았다. 대부분의 바이오로이드들이 그녀를 리더로 받아들이는 것에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




# 블랙 리버의 합류와 저항군의 결성


본래 삼안의 바이오로이드와 블랙 리버의 바이오로이드는 사이가 좋지 않은 편이었다. 제2차 연합 전쟁에서 두 회사의 바이오로이드들은 격렬하게 전투를 벌였고 두 집단 사이에는 깊은 균열이 있었으며 블랙 리버의 바이오로이드는 PMC에 소속된 경험이 길었기에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히 강했다. 


처음 라비아타가 블랙 리버의 바이오로이드를 모으려 했을 때, 블랙 리버의 바이오로이드 만은 합류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라비아타를 난감하게 했다. 실제로 철충에게 인간이 멸망한 후에도 여전히 군사 위성들은 멀쩡히 작동하고 있었는데 이 대부분의 통제권이 블랙 리버에서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라비아타와 바이오로이드들이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이 군사 위성들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라비아타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블랙 리버의 잔당이 무모하게 다시 철충을 공격하다가 큰 피해를 입었고 가장 지휘권이 높은 바이오로이드 중 하나인 ‘불굴의 마리’ 4호가 위기에 빠졌던 것이다. 라비아타는 마리를 구해내기 위한 특임조를 구성해 결국 그녀를 구해냈으며 마리를 설득해 블랙 리버를 저항군에 끌어들일 수 있었다.


블랙 리버가 저항군에 합류하는 것으로 전쟁은 탄력이 붙었다. 다행히도 철충은 인간을 모두 죽인 후부터는 굳이 바이오로이드를 찾아 공격하지는 않았고 마치 동면이라도 하듯이 몇 군데에 모여 있을 뿐이었다. 라비아타와 바이오로이드는 정확히 그 이유는 몰랐지만 바로 지금이 움직일 때라는 것을 알았다. 


라비아타는 여전히 남아있는 인간의 지하 광공업 시설을 점령해 전쟁 물자와 바이오로이드들을 다시 생산하기 시작했다. 철충들은 인간들의 시설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활동도 뜸해진 시점이었기에 라비아타는 최대한 외진 곳에 있는 공업 지대를 기점으로 요새를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몇 년이 흘러, 어느 정도 전쟁 준비가 된 바이오로이드 저항군은 철충들이 모여 있는 군집지[주:1] 를 조용히 공격하기 시작했다. 철충의 저항은 이상할 정도로 소극적이었기에 저항군은 어렵지 않게 철충을 파괴하고 승리할 수 있었다. 라비아타와 마리는 이들의 소극적인 행동을 이상하게 여겼지만[주:2]  그것을 고민할 틈은 없었다. 다시 철충이 활동을 하기 전에 최대한 철충의 수를 줄여야 했다. 


연이은 승리는 바이오로이드의 사기를 올렸다. 하지만, 곧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승리에도 불구하고 저항군은 조금씩 병력이 소모되고 있었고 소모되는 병력은 새로 태어난 바이오로이드로 채우고 있었는데 이 새로 태어난 바이오로이드들은 철충과의 전투에 대해 굉장히 소극적으로 임한다는 점이었다. 그때, 라비아타는 그 원인을 깨달았다. 새로 태어난 바이오로이드는 철충을 없애야 한다는 인간의 명령을 받은 적이 없었다. 


인간과 유사한 뇌파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철충을 공격하는 것은 바이오로이드들에게 꺼려지는 일이었다. 하지만 인간을 본 적이 있고 인간에게 명령을 받은 적이 있는 바이오로이드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유사하다고는 하지만 진짜 인간의 것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인간을 본 적도 명령을 받은 적도 없는 바이오로이드들에게는 심각한 문제였다. 이 바이오로이드들은 선제 공격을 꺼렸고 공격을 받더라도 자신보다 훨씬 강한 철충들을 어떻게든 제압을 하려 했다. 


그리고 불행이 겹쳐졌다. 철충의 행동이 다시 활발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소극적이게 수비만 하던 이전과는 달리 철충은 바이오로이드들을 거침없이 공격하기 시작했으며 전투에 적극적인 그들은 순식간에 바이오로이드들을 학살했다. 라비아타와 마리는 철충이 언젠가 다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피해에 놀라 급히 퇴각했다.



# 긴 전쟁과 1세대 바이오로이드의 소멸


그리고 긴 전쟁이 벌어졌다. 본거지를 여러 군데에 두고 여기저기로 움직이면서 본거지를 숨기는 방법으로 맞선 라비아타의 전술 덕분에 지하 공장에 있는 진짜 본거지가 들키는 것은 막을 수 있었지만 바이오로이드의 수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그렇다고 전투를 그만둘 수도 없었다. 그대로 죽어줄 수는 없었으니.


수십 년이 흘렀다.


긴 전쟁 끝에 라비아타와 마리를 제외한 몇몇 외에는 인간에 의해 만들어져 인간에게 명령을 받았던 바이오로이드들이 거의 사라졌을 때, 라비아타는 더 이상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1세대 바이오로이드들마저 전투에서 죽는다면 철충에게 적개심을 품는 것마저 불가능해지리라.   하지만, 전쟁을 그만 두는 것도 불가능했다. 전쟁을 그만둔 후, 1세대 바이오로이드의 수명이 끝나 버리면 철충에게 대항하는 것이 불가능하니까.


이런 선택도 저런 선택도 할 수 없었다.


그때, 아주 옛날 잊혀졌던 자매, 에바 프로토타입에게 연락이 와서 새로운 사실을 알렸다. 지금 어딘가에서 새로운 인간이 자라고 있다고.


아주 오래 전 잊혀졌던 자매의 연락에 놀란 라비아타는 그녀의 말에 더욱 놀라 그 정보의 진위와 입수 경로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에바는 대답하지 않았다. 의심이 간 라비아타는 그녀에게 자신과의 공통된 기억을 물었다. 대부분의 기억이 일치했지만 미묘하게 어긋난 부분이 있었다. 라비아타의 의심은 더욱 깊어졌지만 그녀는 그저 자신을 믿고 기다려 달라는 말을 할 뿐이었다. 


라비아타는 고민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의심이 들더라도 믿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싸움을 선택하든 도주를 선택하던 남겨진 것은 예정된 파멸 뿐이었다. 


그녀는 결국 에바의 말에 따라  본거지를 버리고 숨기로 마음 먹었다. 


거대한 설비를 가져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기껏해야 바이오로이드 생산 설비와 작은 정밀 공업 기계, 그리고 인간과 전쟁에 관해 정리한 메모리 정도가 그들에게 허락된 전부였다. 그 설비를 가지고 도시 외곽, 과거 인간이 수로로 사용하던, 미궁과도 같은 곳으로 숨어 들었다.

라비아타는 부디 자매의 말이 진실이기를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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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1] : 바이오로이드들은 이 군집지를 <하이브>라고 불렀다.


[2] : 그 외에도 AGS에 기생하기 위해 쓰였던 철충 유충들이전혀 없다는 것도 이상한 점 중 하나로 생각했다.


# 화성 식민 계획


인류 멸망 전쟁의 기간 동안, AGS는 파멸적인 피해를 입었다.

철충의 소극적인 행동 덕에 적어도 몸을 피할 수 있었던 바이오로이드와 달리 적극적으로 AGS의 동체에 기생하려는 철충의 시도는 집요했고 지구에서 제작된 엄청난 수의  AGS들이 철충의 숙주가 되어 몸을 빼앗겼다.


하지만  모든 AGS가 철충에게 먹힌 것은 아니었다.

특히 가장 중요한 AGS 개체는 철충의 눈을 피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인류의 마지막 지도자, 아미나 존스의 안배 중 하나로 남아 있었다.


아미나 존스는 현실적으로 인간이 철충과의 전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인류의 생존을 위해 그들이 도망갈 후보군 두 군데를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바다와 우주였다.


기본적으로 제 1 후보는 바다였다. 철충이 이상할 정도로 두려워하는 물은 최고의 성벽이 되어주었으며 동시에 인류가 살아갈 자원 창고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미나 존스는 철충도 떨어지지 않았을 작은 섬과 해저를 인간의 피난처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계획 하나에만 의지하고 있을 정도로 아미나 존스는 순진하지 않았다. 철충이라는 괴물은 뛰어난 지능이 있고 언젠가는 물을 두려워하는 본능을 극복해 인간을 위협할 수 있으리라.  아미나 존스는 그 때문에 인간의 피난처로 두 번째 후보도 선정해 두었다.


바로, 과거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던 시절에 세웠던 화성 식민화 계획이 바로 그것이었다. 아미나는 화성의 테라포밍을 위해 미리 선발대를 파견하기로 결정했고 곧 실행에 옮겼다.


많은 자원을 배분할 수는 없었기에 선발대는 간소하고 자체적으로 자원을 조달하면서 독립적인 행동을 할 수 있게 구성되었다. 


궤도에 머무르면서 지구와 화성의 명령 네트워크를 총괄할 책임자로 지휘관 개체 중 하나였던 AGS 아테나의 연산 능력을 업그레이드한 특별 개체가 선정되었고 <에이다>라는 이름이 붙었다. 거기에 수송/ 건설용 로봇으로 드론과 토미워커가 추가되었고 본래 달 탐사용으로 만들어졌던 바이오로이드 코코와 파워 아머 <화이트 쉘>을 테라포밍의 변수에 대비하기 위해 탐사자 겸 작업자로 투입하기로 결정되었다. 


이들은 매스 드라이버[주:1]로 궤도에 있는 본부 위성으로 쏘아올려졌고 그곳에서 에이다에 의해 탐사대로 조직된 후  화성으로 쏘아졌다. 탐사대는 이후 지상의 상황과 상관없이 화성의 테라포밍 계획의 진행을 시작했다.



# 궤도의 에이다


에이다는 화성의 개척을 천천히 지휘하면서 지구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인간의 인격을 기반으로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극한의 AI를 가진 에이다는 자신의 임무가 단순히 화성의 테라포밍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화성 개척에 성공한다고 해서 인간의 생존과 부흥이라는 최종적인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테라포밍된 화성에서 살 인간이 개척이 끝날 때까지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 에이다는 여러 상황을 자율적으로 판단하여 인간의 생존 상황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이상한 정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휩노스 병의 발발이었다.

 

어떤 징조도 어떤 매개체도 없이 인간에게 악몽과 피할 수 없는 수면을 선사하면서 결국은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휩노스 병이 인간을 덮친 것이다.


이 파멸적인 역병 앞에서 에이다는 인간의 생존 가능성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에이다의 뛰어난 두뇌로도 감염 경로부터 병의 진행까지 어떤 것도 밝혀낼 수 없었다. 


에이다는 곧 이 병의 치사성을 생각하면 인간이 이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리라 생각했고 인간에게 어떠한 경고도 필요하지 않음을 알았다.[주:2] 완벽히 이성적인 에이다는 자신이 독자적인 행동을 통해 인간을 부흥시켜야 함을 이해했다.


에이다는 가장 먼저 인간의 격리 방법을 찾아 내려 했지만 아무리 봐도 단순한 격리로는 이미 그 병을 막을 수 없다는 정보가 들어와 있었다. 공기도 빛도 접촉도 액체도 이 병의 감염 경로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 병은 어떤 유전자 형도 피해갈 수 없었다. 모두에게 걸리는 병이었다. 


두 번째로 시도한 것은 인간을 냉동시키는 것이었으나 냉동된 상태에서도 병은 진행되었다. 이 방법도 휩노스 병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다. 


화성에 인간을 보내기에는 테라포밍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인간의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에이다는 일단은 최대한 테라포밍 계획을 빠르게 진행시켰다. 


안타깝게도 에이다의 테라포밍보다 인간의 멸망이 더욱 빨랐다. 에이다는 더 이상 자신이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닫고 자신의 논리 바깥의 영역. 자신이 알지 못하는 방법으로 인간이 숨어들어 살아남았다고 가정한 후, 그 가능성을 대비하는 것만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결론을 도출해 냈다. 그것이 자신의 존재 이유였다.


인간의 적인 철충을 제거하고 자신이 알지 못하는 방법으로 숨어 있던 그 인간이 나타날 때 화성의 테라포밍이 끝나 있다면 화성으로 인간을 이송, 부족하다면 지구의 폐허에 인간이 살 수 있을 세상을 재건하는 것이었다. 에이다는 자신의 탐색 범위를 광범위하게 넓히고 인간을 기다렸다.

에이다는 바이오로이드들이 자신을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잠깐 생각했지만 곧 그 계획을 포기했다.


인간의 명령이 없이는 저들은 철충들과 제대로 전쟁을 벌일 수 없었으니까. 에이다는 곧 다른 파트너를 선택했다. 이제는 주인을 잃은 무인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고 철충의 마수를 피해 아직 존재하고 있는 AGS 로봇 중, 커맨더 로봇에 통신을 보내 인간의 멸망과 로봇들을 규합해야 함을 알렸다. 


에이다에 비해 사고 방식이 단순하고 인간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로봇들은 에이다의 명령을 충실히 따랐다. 물론, 그 중 자아가 강한 로봇인 경우 그녀의 말을 의미가 없는 행동이라 판단하기도 했지만 에이다가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기다리며 인간의 세상을 다시 재건해야 함을 역설하자 결국은 그들 방식의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모든 로봇이 에이다의 뜻을 따른 것은 아니었다. 특히 AGS 중에서 절대 수비 지역[주:3]에 속해 <명령>에 속한 로봇들은 인간의 명령권이 없는 에이다의 명령을 거부하고 자신들의 의무인 전역을 지킬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런 지역들은 대부분 섬에 있었고 전략 무기에 대한 방어 수단을 제한적이나마 가지고 있었기에 이 지역의 로봇들은 자신의 세력을 지키며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어쨌든 대부분의 AGS 세력을 규합한 에이다는 과거 인간이 로봇을 통제하던 방식인 위성 통제 네트워크를 해킹,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인간이 아닌 로봇인 그녀의 명령은 인간의 것처럼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했으나 대부분의 로봇이 그녀의 합리적인 명령대로 움직이게 되었고 그녀는 이제 철충을 몰아낼 방식을 찾기 시작했다. 


사실 철충을 상대하기 위해 AGS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AGS는 전자 회로로 중추 신경계가 이루어져 있었고 전자 회로는 철충이 기생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그 기생을 막을 방법을 찾아야 했다.


에이다는 로봇의 개조를 통해 그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신경계 장갑부터 시작해 나노 머신을 이용한 미세 진공관 신경까지 많은 방법을 썼지만 결국 기생을 좀 늦췄을 뿐 전기 신경계가 코어를 구성하는 한  기생을 늦출 수 있을 뿐 완벽하게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에이다는 최대한 교전을 피하고 특히 유충이 있을 만한 곳을 피하는 전략을 썼다. 이것은 에이다가 광범위한 감시 위성을 이미 장악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한, 운반이 불가능해 결국은 지하를 본거지로 삼은 바이오로이드와 다르게 중장비 로봇을 얼마든지 생산해 동원할 수 있었고 로봇 자체의 엔진으로 대규모 전력의 조달도 어렵지 않았던 그들은 설비를 섬 지역으로 완전히 이전해 섬을 AGS 로봇의 본거지로 삼았다. 


에이다의 현명한 전략으로 AGS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에이다와 로봇들이 철충을 몰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함부로 움직인다면 어쩌면 돌아올 지도 모르는 인간의 마지막 기반마저 무너질 것이다. 그녀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몇 년 뒤, 많은 로봇의 희생으로 지구의 생산 시설 일부를 여전히 통제하던 에이다는 그 공장을 기반으로 수월하게 병력 보급을 할 수 있었고 어떻게든 전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문제는 철충의 피해는 더 적다는 것이었지만. 그런 에이다에게 곧 기회가 왔다.

철충들이 갑자기 특정 지역 몇 곳에 군집하더니 활동을 거의 중단한 것이다. 에이다는 혹시나 모를 함정의 가능성에 대비해 직접적인 공격 보다는 주위의 자원과 설비를 모으고 세력을 확충하는 것에 더욱 집중했다. 


에이다의 판단은 옳았다. 철충은 다시 재건되었고 그때 섣부르게 공격을 시도한 바이오로이드는 큰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AGS는 최소한의 피해로 퇴각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전투 중 우연히 철충에 관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바로 철충이 모여있는 이유에 관한 것이었다.



# 철충의 회합과 탈출한 바이오로이드


철충이 모이고 활동이 중지되었을 때, 에이다는 굉장히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바로 통신망의 부하가 무겁게 걸렸다는 것. 에이다는 철충이 모여 일종의 인트라 네트워크에 접속했다는 가설을 세웠고 그 뒤 이 인트라 네트워크에 침입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수십 년이 흐르는 동안 철충은 활동과 일종의 네트워크 접속을 반복했다. 에이다는 어떻게든 통신망에 침입하려 했으나 사실 그 인트라넷에 침입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하지만 적어도 그 행동에 주기가 있다는 것과 그 네트워크 접속 후, 몇몇 철충의 행동 양식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에이다는 이 현상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귀를 곤두세우고 있던 에이다에게 이상한 정보가 걸려 들었다. 철충들 틈에서 이상한 바이오로이드 여성 하나가 탈출한 것이다. 에이다는 그 바이오로이드를 추적하려 했으나 어이없게도 그 여성은 에이다의 추적까지 손쉽게 따돌렸다. 에이다는 자신의 위성 추적까지 따돌릴 수 있을 바이오로이드가 누구일지 추측했으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외모는 과거 최초로 만들어진 바이오로이드인 에바 프로토타입과 유사했으나 그녀의 기능에 대해서는 에이다의 데이터베이스가 저장하고 있었다. 초기 시험형인 에바는 결코 저런 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아무리 바이오로이드가 학습하는 존재라고 해도. 최근 터진 사건들로 인해 에이다는 일단은 섣부른 추격을 포기했다. 그리고 더욱 신중하게 철충에 대한 관찰을 지속했다.



# 마지막 인간의 출현


열심히 정보를 모으던 에이다에게 마지막 인간의 출현은 자기 자신도 믿을 수 없는 사태였다.

하지만 순진하게 기뻐하기에는 그 인간이 바이오로이드와의 접선에 사용된 방법은 대단히 의심스러운 방법이었고 그 시기가 너무나 공교로웠다. 에이다는 이 사건의 의미에 대해 명확하게 추론하지는 못했지만 마지막 인간이 나타난 의미에 대해서는 생각할 수 있었다.


적어도 에이다는 수십 년에 걸친 자신의 모든 노고를 보상 받았다. 유일한 문제는 이 인간이 혹시 철충의 함정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지, 확실한 인간인지에 대한 문제였다. 게다가 혹시라도 휩노스 병의 영향력이 아직 남아 있다면 이 인간도 죽고 말 것이다.


에이다는 이 문제를 신중히 접근해야 함을 알았다. 그녀는 자신의 AGS 중 인간을 지킬 수 있는 기체들을 먼저 근처에 파견하고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해 철충의 함정 여부를 알아내려했다. 그리고 이제 아직 미완성 단계의 화성 테라포밍 계획을 조금 더 빠르게 진행시키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인간의 세상이 다시 돌아오고 자신의 목표가 달성되는 날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다. 에이다는 마치 ‘인간’처럼 자신에게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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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1] : 당시의 매스 드라이버 기술로는 인간의 탑승이 불가능했다. 인간의 연약한 몸은 매스 드라이버에 가해지는 가속도를 견딜 수 없었다.


[2] : 에이다는 이러한 명령이 인간을 오히려 불안하게 만들여 예정된 멸망을 앞당길 수도 있다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렸다.


[3] : 인간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지역. 대부분 아미나가 철충이 바다를 건너게 될 사태에 대비해 절대 사수를 명령한 섬 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