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앞서.


존나 풀네임 쓰기 귀찮아서 일부는 이름을 단축했슴니다.


매번 콘스탄챠 S2라고 쓰는거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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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하기 싫습니다..."


"..............어??"


거사를 치르고 난 뒤의 사령관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브라우니는 이불을 끌어앉으며,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솔직히.. 야스하기 싫다고요..."


순간 머리가 멍해진 사령관은 브라우니에게 손을 뻗으며 물었다.


"내가 뭐 실수한거라도 있ㄴ..."


그 손길을 피하듯, 침대 가장자리로 슬쩍 몸을 끌어낸 브라우니.


"죄송한데.. 손대지 말아주십쇼...."


사령관은 뻗었던 손을 다시 거둬드렸다.


"아, 미...미안..."


브라우니는 눈을 찡그리며 흘긋 사령관을 봤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솔직히.. 처음엔 호기심이 있었슴다... 다들 나는 했네 좋았네 어쩌구 해서.... 저도 해보고 싶었던건 사실입니다..."


잠깐의 정적. 이윽도 브라우니는 조용히 일어나더니 옷을 주섬주섬 줍기 시작했다.


"소완 아줌마도 그렇고 벤시 아줌마도 그렇고 뭐 신세계니 황홀했다느니 그랬는데... 이게 뭔지 모르겠네요 진짜."


잠깐 말을 멈추고 한숨을 푹 쉬는 브라우니.

사령관은 그녀의 동작 하나 하나에 가시에 찔리는 듯 움찔움찔 반응했다.


"옆 소대 브라우니 말 듣고 그냥 안했어야 했는데... 하나도 기분 안 좋고 힘만들고 정말 최악이었슴다."


속옷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옷을 착용하는 브라우니의 등에는 어떠한 기쁨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령관은 정신이 멍해지는 것 같았다.

펜리르도, 벤시도, 소완도, 알렉산드라도 심지어 나엔마저도... 항상 끝나면 반응은 똑같았다.

좋았다. 황홀했다. 더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 꼭 다시 자신을 선택해주셨으면 좋겠다 등등...

그 모든것은 거짓이었단 말인가? 

내가 그들과 나눈 사랑은, 그저 내가 인간이고 복종하기 위해 억지로 한 것인가?

내가 인간이기에, 마음에도 없는 애정표현을 한 것인가? 나는 그저 사랑을 강요하고 혼자 만족한 것인가?


이윽고 옷을 전부 착용한 브라우니는 등을 돌린 채 방의 출입그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까 어떠냐고 여쭤보셨죠? 존나 기분좋긴 씨발. 존나 아프고 존나 힘들고 존나 기분 안좋았어요."



사령관은 지금까지 자신과 그녀들 사이의 사랑은 전부 거짓된것이었으며, 이를 강요한 자신이 멸망전의 인간과 무엇이 다를까 라는 생각이 들며 자신에 대한 모멸감이 솟구쳐올랐다.


사랑관에 눈에선 한방울 한방울씩 눈물이 맺혀 흐르기 시작했다.


"솔직히, 다신 우리 안 불렀으면 좋겠어요. 이딴 더러운 일, 저만 겪으면 좋겠네요. 다른 부대원들까지 이런 더러운 일까진 시키지 말았으면 해요."



브라우니는 방 밖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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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무슨말이야? 취소라니!"


메이는 부관실에 들이닥쳤다.

옆에는 나이트엔젤을 포함, 둠브링어에 전 대원이 대동하고 있었다.


"분명 일정표에는 내 차례잖아.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취소라고? 나 말고 누가 들어가는데! 콘챠 너야?"


메이와 같이 동행한 둠브링어 대원들도 화가 잔뜩 나 있었다.

오늘은 메이의 비밀의 방 예약일자였기 때문이다.

메이가 졸업만 하게 된다면 자신들도 숨지않고 마음껏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있었는데, 불현듯 취소된 것이었다.

콘챠도 푸욱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아.. 그게.. 사령관님 지시사항이라... 실은 메이 님 말고 리리스님, 리제님에 마리 님, 무용 님 등... 반년간 스케쥴이 모두 취소됐어요...."


그 말을 들은 메이와 둠 브링어 소대원들의 눈은 동그랗게 커지고 말았다.

사령관이 오르카 호에 도착하고 단 하루도 밤의 비밀의 방이 비었던 적은 없었다.

예약자는 항상 북적였고, 비밀리의 부품이나 참치를 통한 암거래를 통해 순위표 바꿔치기까지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던건 모두 알고있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비밀의 방이 비었다고?


"어어어어어어언제부터 이런거야? 사령관 아파? 휩노스병이야? 무슨일이야? 어떻게된거야? 아프면안되는데..."


당황한 메이는 양 팔을 새처럼 파닥파닥 흔들었다. 그녀의 눈에는 걱정어린 눈물이 서려있었다.


"그건 아니고...그냥 하기가 싫다고 하시네요.. 저희도 어떻게 된 일인지 영문은 모르겠는데... 정말..."


콘챠도 마찬가지였다.

본인 순번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답답하고 원통한 마음에 밤에 몇번 찾아가봤지만 비밀의 방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매번 물을때마다 들려오는 대답은 하나였다.


[아니야... 됐어... 그러지 않아도 괜찮아...가...]


분명 사령관이 큰 병이 생겼고, 이를 고칠 방법 또한 없고, 사랑하는 그는 곧 세상을 떠날것이고, 우리는 또 남겨질 것이다.

이런 생각이 연속적으로 들기 시작한 메이는 결국 참지 못하고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


힘없는 사령관의 목소리를 떠올린 콘챠는 다이카와 나이트엔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솔직히 21스쿼드 인원들도 비밀의 방에 출입이 제한된 상태라서요... 도와드릴 방법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메이 님을 모시고 나가주세요..."


기세등등하게 쳐들어왔던 첫 모습과는 다르게, 우는 메이를 지니야와 실피드가 어깨에 들쳐메고 나갔다.

다이카와 나앤은 방 밖으로 나간 뒤 조용히 인사를 하고 앞서나간 메이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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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이 흘렀다.


함내 분위기는 만신창이었다.

사령관이 비밀의 방에 아예 칩거한 탓이었다.

명령 지시는 통신으로만 내리고 사적인 얘기따위는 없었다.


물론, 전투손실은 지금과 같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승무원들의 사기는 땅으로 떨어졌다.


더치걸과 좌우좌는 사령관이 사준 옷을 입고 '한번만 얼굴만 보여주세요 제발'하고 비밀의 방에 문을 두들겼지만

결국 허탕만 친 채, 엉엉 울다가 탈진된 채로 순찰중인 금란에게 발견됐다.


소완은 어느날부터 계란찜에 김, 쌀밥만 내놓기 시작했다.

워울프는 담배를 끊었고, 티아멧은 매일밤 레이시와 폭음을 하며 술기운으로 잠을 청했다.

리제와 포이는 얌전하게 변했으며, 엘리스는 다른 승무원들과 계속 시비를 일으켰다.


이는 지휘개체라고 다를 게 없었다.


메이는 매일밤 우느라 눈이 퉁퉁 부은데다가, 충격으로 실어증까지 온 덕에 사실상 지휘는 나이트앤젤이 대행하고 있었다.


홍련은 한층 사나워져서, 회의 중 격해진 감정을 참지 못하고 레오나와 서로 총구를 겨누는 사태까지 발생했었다.


사건이 일어나기 한달 전 서약의 반지를 받은 무적의 용은 증상이 더 심했다.


지휘관급 회의가 있는 날은 무슨일이 있어도 회의에 참석한 뒤 내심 반지를 과시하고 다녔지만

요즘은 회의도 불참하는데다가 심지어 밤마다 밖으로 나가 서럽게 목놓아 우는 모습을 보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점점 스트레스가 치솟는 승무원들은 어떻게던 사령관과 얘기를 하고싶었지만 "명령"으로 막힌지라 접근이 불가능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식창고를 정리하던 아우로라가 이상한 문을 발견했다.


그곳은 작은 방이었고, 아르망이 있었다.


"..........드디어 찾아주셨군요......"


아우로라와 눈이 마주친 아르망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는 사령관님의 명령으로 이 곳에서 장기 대기중이었는데... 함내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요?"


아우로라는 헐레벌떡 뛰어가 이를 소완에게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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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까지 여러분들에게 들은 내용이라면... 아마 이 추측이 정답이겠지요...."


모든 지휘개체가 모인 부식창고 앞 비밀의 방 입구.

지금까지의 상황을 들은 아르망의 얘기는 믿기 어려웠다.


"우리 중 누군가 사령관을 거부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아르망은 조용히 대답했다.


"현재로써는 그게 최상의 답이겠지요. 정보가 더 있다면 좋겠지만..."


누군가 사령관을 거부했고, 그것이 발단이 되어 사령관이 거리를 두는 것이라는 아르망의 말에 자리에 있던 전원은 충격을 받았다.


무용은 자신의 왼손 약지를 감싸쥐며 물었다.


"그럴순 없다. 어떻게 우리가 그를 거부하겠는가? 어떻게 우리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단말인가?"


다른 지휘개체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했다.


칸이 아르망에게 물었다.


"그건 확실한가?"


아르망은 고개를 저었다.


"여러분들이 주신 정보를 통해 계산했을 뿐... 확실하다곤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 말에 다들 우울하게 입을 다물었다.


정적을 깨고 무용이 입을 열었다.


"나는 사령관의 명령에 다른 제군들과 같이 복종하진 않는다. 내가 가서 여쭤보지."


그렇게 무용은 부식창고를 나가 비밀의 방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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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쯤 흘렀을까.


사령관이 부식창고에 도착했다.


무용은 지친 기색이었다. 눈가를 보면 많이 울었다는 게 한눈에 보였다.


"다들... 미안해..."


레오나가 사령관에게 냉큼 달려가 안겼다.


"우리가 당신을 싫어할 리가 없잖아요... 인간이라서 그런게 아니에요... 우리는 당신을 사랑한다고요.. 믿어주세요 제발...."


"그치만........."


"그치만?"


눈치없이 나앤이 한 말에 시선이 쏠렸지만, 다이카가 우산으로 나앤의 발등을 찍어 주의를 환기시켰다.


"그게... 그... 다들 싫었다고......"


아르망의 말이 확신으로 변한 순간이었다.


라비아타가 격한 어조로 되물었다.


"그럴리가 없습니다. 누가 감히 그랬단 말인가요?"


사령관은 말 없이 마리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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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죄송합니다!!!"


[짝!!짝!]


"죄송합니다!!"


[짝!짝!]


"ㅈ..죄송..합ㄴ.."


스틸라인의 총 지휘부.


임펫과 레드후드는 벌써 몇십분째 죄송합니다만 연발했다.


마리는 노기서린 표정으로 둘의 뺨을 연달아 때렸다.


"생각같았으면 니들 싸그리 다 총살이었어. 알아?"


[짝!]


마리 뒤에 있던 피닉스는 이제 그만하라고 말리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자신에게도 불호령이 떨어질 것 같아 입술을 깨물며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임펫과 레드후드의 뺨을 수십번 때리던 마리는 후 하고 숨을 내뱉고 팔짱을 끼며 일갈했다.


"승무원들 전원 사기에 이런 치명적인 저하를 발생시킨게 우리 스틸라인이라니. 난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군. 다른부대 소속이었으면 그쪽 지휘관한테 처분명령이라도 내려달라 할 생각이었는데, 어떻게 우리 부대에서 이런 괴상한 일이 나온거야?"


마리는 임펫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노성을 울렸다.

임펫은 조용히 고개를 땅으로 향한 채, 부들부들 떨고있었다.


"야, 너 도대체 애들 교육을 어떻게 쳐한거야? 사령관 입에서 더러운 일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걸 우리가 어떻게 받아드려야 하는거냐? 어?"


삿대질의 방향은 레드후드를 향했다.

레드후드의 양 뺨은 벌게졌으며, 수치심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있었다.


"씨발 진짜, 연대장 짬 달고 이정도도 관리 못해?  사령관한테 저런 말을 하고 다녔으니 다른부대 애들한테는 도대체 무슨짓을 했는지 상상도 못하겠네 진짜."


오른손으로 이마를 짚은 마리. 마치 머리의 열을 식히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스틸라인은 앞으로 3년간 동침대상에서 제외되기로 하고 합의봤다. 그리고 그 씨발년 누구랬지? 브라우니 3347이 포함된 연대는 영구 동침 금지야. 씨발 진짜, 쪽팔려서 군생활 해먹겠냐?"


말을 끝마친 마리의 어깨가 갑자기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헀다.


"솔직히 통령과 무용 두분이 잘 참아주신거지. 둠브링어와 캐노니어는 해당 연대 전원 "전역" 처리하라고 난리도 아니었다."


마리는 자신의 집무실의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외쳤다.


"씨발, 너희 앞으로 1년간 휴가 특박 외출 싹다 금지야. 이렇게 썩어빠진 새끼들이 쉬긴 뭘 쉬어? 두놈 다 경위서 쓰고 특별정신교육 관련해서 훈련계획 잡아와! 당장 나가!"


마리의 말이 끝나자마자 임펫과 레드후드는 마리의 집무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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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에 튀긴 양파가 좋다네,

맛있으니까 양파가 좋다네.

기름에 튀긴 양파가 좋다네,

양파가 좋다네, 양파가 좋다네.


천진난만한 브라우니들의 목소리가 멀리멀리 퍼져나갔다.


여긴 더 이상 잠수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즐거운가요 브라우니?"


"네 즐겁슴다!"


지친 레프리콘의 목소리를 활기차게 대답하는 브라우니.


이 브라우니는 브라우니 8435였다.


"후........"


브라우니들과 레프리콘, 그리고 수많은 스틸라인 연대원들은 지금 고무보트를 타고 한 섬으로 향하고 있었다.


말번초를 끝내고 복귀하던 중, 우연히 연대장실을 지나던 그녀는 울며 비는 이프리트의 소리를 들었다.


다신 떼쓰지 않겠다고, 근무도 잘 서고 시키는거 더 열심히 하겠다고...


그 처절한 목소리에 들려온 곳은 [짝]하는 소리와 우당탕 하며 무언가가 넘어지는 소리였다.


레프리콘 4937번은 듣고말았다.


그 이야기를...


"어디로 갈 지 모르는데, 즐거우신가요?"


"네! 사령관님이 돌아오셨고, 우리는 다 같이 땅 위에 서니까 말임다."


이윽고, 섬에 다다른 수많은 고무보트들.


이윽고 모두가 오와 열을 맞춰 섰고, 그녀들의 앞에는


선임상사 임펫과 연대장 레드후드가 나타났다.


레드후드는 확성기를 들었다.


"너희는 몰라도 된다. 아니 알 가치가 없어"


그 순간, 임펫이 쏜 RPG가 같이 가져온 무언가를 향해 날아갔다.


통신기였다.


"지금부터 훈련 시작이다. 종료는 대장님이 여기 도착하는 순간까지."


임펫이 말을 이어받았다.


"훈련명은 다음과 같다. '브라우니 3347호를 위하여'"


그리고 수많은 눈동자들이 브라우니 3347호를 보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