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갤 터지기 전에 타이런트 코어링크 하는 글이 있었음.

매우 감명깊게 봐서 나중에 살좀 붙혀서 자기만족하는겸 싸지르려고 했는데 갤 터져서 흐지부지 됨.

그러다 여기 찾아서 씀.

지적 대환영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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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년 00월 00일 14:36:27...28...29...


"각하.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불굴'이라는 칭호에 걸맞지 않게 긴장한 듯한 기색으로 마리가 입을 열었다.

마리의 애써 침착하려지만, 은연중에 떨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인류 최후의 인간이자 사령관인 그 또한 극심한 긴장속에서 마른 침을 삼켰다.

언제나 바쁘고 분주하게 돌아가는 오르카호의 지휘통제실은 그날따라 끔찍하리만큼 조용했다.

사령관이 주변을 둘러보자, 자신의 지휘를 보좌하기 위해 대기중인 바이오로이드들의 잔뜩 굳은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두려움. 공포. 그들이 감추지 못하는 감정이었다.

안된다.

자신은 사령관이다.

모두의 위에 있기에,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조차 내다버려야 되는 순간이 있다.

사령관은 애써 마음을 추스린 뒤 나지막하게 말했다.


"시작해."


말 한마디.

그 말에 불굴의 마리는 고개를 끄덕인 뒤 앞을 향해 사령관의 의지를 전달하였다.


"주목! 현 시각 14:45 등급분류 SS. 전선돌파용 AGS. 개체명 '타이런트'의 코어링크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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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섬.

옛날엔 사람들이 휴양지겸 관광지로 찾아올 만큼 아름다운 조경을 자랑하는 섬 해변가에 이변이 일어났다.

쿠르르르...

쿠르르...

그 이변이라 함은 해변, 정확히 바다 안에서 들리기 시작하는 기이한 소리가 시작이었다.

그 소리는 꽤나 규칙적이고 일정하게 들려왔다.

쿠르르르...

쿠르르..

바다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는 이내 점점 커지고 커져, 해변가의 야생동물들 조차 기겁하고 달아날 만큼 큰 소음으로 변질되었다.

부글부글.

이내 바다의 일부가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바다는 가스버너에 올려놓은 냄비마냥 끓일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상식을 통째로 뭉개버리듯이 바다는 미친듯이 끓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끓는 바닷물 중심에서 거대한 철갑을 두른 괴물이 바다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쿵! 쿵!

괴물이 발을 내딛을때마다 천지가 뒤흔들린다.

괴물의 붉은 안광은 눈앞의 적을 당장이라도 찢어발길듯이 흉폭하기 그지 없었다.

괴물의 거대한 입안에는 용암이라도 머금은듯 지금 순간에도 바닷물을 기화시키며 맹렬히 타오르는 코어가 있다.

폭군.

괴물의 이명이었다.

결전병기이자, 최강의 AGS로 불리는 타이런트는 섬의 해변가에 도착하자마자 레이더를 가동해 탐색을 시작하였다.

그가 출격하기 전 사령관에게 받은 명령은 오직 하나.

'섬 안의 모든 적대적 개체를 추적 섬멸할것.'

오르카호에서 '타이런트 4호'로 분류됬던 그 기체는 사령관의 명령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철충'이라는 피래미에 국한되지 않고, 그저 자신에게 '적대적 개체'로 분류된다면 마음대로 부숴도 망가뜨려도 행여 먹어치운대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

섬이 생각보다 넓어 적으로 간주할 개체들이 레이더에 식별되지 않았지만 타이런트 4호는 귀청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커다란 고함을 내질렀다.

그것은 자신의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함과 동시에 적을 향한 선전포고였다.

폭군은 설령 흉폭하고 잔학할지는 몰라도 비겁한 행위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적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뒤, 모든 방안과 대처를 철저히 유린하고 짓밟는 편이 더 성미에 맞는다.

이내 긴 포효를 마치고, 만족한 채 앞으로 이동하려는 타이런트 4호는 머지않아 걸음을 멈추었다.

거리가 먼 탓에 작았지만 타이런트 4호는 분명히 들었다.

[...크크크, 사령관. 꽤나 취미가 고약하군.]

거칠고 쉰 목소리로 타이런트 4호는 중얼거렸다.

방금 들렸던 소리는 분명, 다른 타이런트의 포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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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내부로 이동한 타이런트 4호는 이내 도심의 한복판에 도착했다.

관광지나 휴양지였던 섬인만큼 섬에는 분명히 인류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이다.

쿵. 쿵.

노후된 아스팔트와 차량을 뭉개며 도로를 활개하던 타이런트는 이내 자신의 레이더에 가장 가깝게 식별된 적을 찾았다.

길게 늘어선 빌딩 너머에 보이는 육중한 철갑.

철갑 좌측에 하얀색으로 도색된 숫자는 6

오르카 호에서 '타이런트 6호'로 명명되던 기체가 빌딩 사이에서 4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4호와 6호는 동시에 느꼈다.

'적'이다.

[!!!!!!!!!!!!!!!!!!!!!!!!!!!!!!!!!!!!!!!!!!!!!!!!!!!!!]

[!!!!!!!!!!!!!!!!!!!!!!!!!!!!!!!!!!!!!!!!!!!!!!!!!!!!!]

둘의 포효에 낙후된 빌딩의 모든 유리창이 산산조각 나 떨어졌다.

그리고 약속한 것처럼 두 기체는 서로를 마주보며 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쾅! 쾅! 쾅!

도로에 있던 차량들이 개미처럼 짓밟혀 폭발했다.

앞을 가로막던 육교와 빌딩들이 모래성처럼 부숴진다.

그 누구도 폭군의 진격을 막을수는 없었다.

그리고.

꽝!

마치 폭탄이라도 터진것 마냥 두 기체가 충돌했다.

카가가각!!!

금속과의 충돌로 불똥이 튀며 소름끼치는 소리가 퍼져나간다.

타이런트 4호는 6호와 부딪힘과 동시에 머리를 내밀어 다시 한번 6호의 머리를 가격했다.

[!!!!!]

4호의 공격에 분노한 6호는 짧은 흉성과 함께 거대한 입을 벌려 내밀은 4호의 머리를 턱 째 뜯어버리려 하였다.

그러나 눈치가 빠른 4호가 곧장 머리를 빼며 6호의 입질은 허공을 물어 뜯을 뿐이었다.

물러난 4호를 당장이라도 짓밟을 기세로 으르렁 대는 6호와의 짧은 대치.

허나 전투의 고양감과 타오르는 분노 때문에 대치는 그리 길지 않았다.

타이런트 6호가 전장 22미터의 거체를 끌고 아가리를 벌렸다.

쿵! 쿵! 쿵!

400톤이 넘는 거구임에도 꽤나 재빠른 6호의 돌격에 4호는 타이밍에 맞추어 순간적으로 고개를 숙여, 6호의 공격을 피해 반격하였다.

그러나 아까처럼 호락호락하게 당할 6호가 아니었다.

크콰각!

6호의 턱을 아래에서부터 물어뜯을 셈이었던 4호는 순간 자신이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분명 이것은 적의 숨통을 끊을 확실한 기회.

그러나 잘 움직여지지 않는 턱.

4호는 그제야 자신의 턱에 느껴지는 이물감에 슬쩍 눈을 내려 자신의 턱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턱에는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분사하기 위해 사용하는 앞발이자 앵커가 꽂혀있었다.

6호가 4호의 공격을 막기위해 자신의 앵커를 4호의 턱에 꽂아 당긴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을 6호은 놓치지 않았다.

콰지지지지직!

[!!!!!!!!!!!!!!!!!!!!!!!!!!!!!!!}

타이런트 6호가 4호의 목을 물었다.

AGS인 탓에 고통을 느끼는지 의문스럽지만, 4호는 6호의 공격에 이성을 잃은 듯 괴성을 지르며 몸을 흔들었다.

그러나 지금의 기회를 쉽게 놓칠 수 없던 6호 또한 필사적으로 앵커의 줄을 당기며 4호의 목을 놓지 않았다.

구우우우...기이이이이!!

이내 6호의 턱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제트기의 엔진이 점화하는 듯이 타이런트 6호의 턱 이곳 저곳에서 불길이 치솟는다.

이 전투 살육 기계를 설계한 A.I. '로버트' 가 만족하지 못하고 더욱 강화한 타이런트의 턱에는 부스터가 달려있다.

이 소리는 그 부스터가 동작하는 소리였다.

그 소리를 식별하자마자 위험하다고 판단한 4호는 이내 자신의 앵커를 지면에 꽂았다.

항상 분노하여 파괴만 일삼는 타이런트들은 언뜻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예상외로 타이런트는 이성적이며 전황을 판단할 만큼 지적이다.

그리고 4호는 여기서 죽지 않기 위해 최선의 수를 꺼내들었다.

기이이이이!!!!!!!!!!!

지면에 꽂은 앵커를 고속으로 잡아당겨 4호는 자신의 몸을 지면에 가까이 하였다.

콰지지직!

그리고 훤히 드러난 6호의 상체를 앞발을 포함한 채 그대로 물어뜯었다.

[!!!!!]

4호의 반격에 상체와 앞발이 뜯어지며 적을 고정한 앵커가 풀려버리자 6호는 당황하였으나, 아직 급소를 물고있는것은 자신이라고 판단한 6호는 이내 턱에 있는 부스터의 출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그그그극그....

튼튼하다면 둘째가라도 서러운 타이런트의 철갑이 우그러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다.

4호는 물어뜯었던 6호의 상체 일부를 내뱉은 뒤 다시 6호의 상체를 물었다.

허나 이번엔 일종의 도박수다.

물어뜯기위한 공격이 아닌 들어올리기 위한 공격.

자신이 벌릴수 있는 최대한으로 입을 벌려, 6호의 몸을 물은 4호는 이내 거침없이 고개를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

설마 자신을 들어올리려는 것인가?!

6호는 4호의 대담한 공격에 경악한채 점차 자신의 몸이 들어올려지는 것을 느꼈다.

구동계가 버티지 못할 것이다.

중량은 이미 한도를 초과했다.

그러나 4호는 멈추지 않았다.

타이런트 4호의 온몸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만큼 6호의 발은 점차 지면에서 멀어지고 있다.

그리고, 머지않아 4호는 6호를 완전히 들어올리는데 성공하고 말았다.

콰창!

그리고 우연인지 하늘이 도왔는지, 6호의 턱관절을 구동시키던 구동계가 고장나며, 6호는 4호의 목을 놓치고 말았다.

폭군을 들어올린 폭군.

버둥거리며 4호의 입에서 빠져나가고 싶은 6호였지만, 공중에서 그가 할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기이이이이이이!!!!!
이내 4호의 턱관절에서 부스터가 뿜어져나왔다.

확실하게 끝내려는 셈이다.

우그극...그그각! 콰자자작! 기기긱!!

철판이 우그러지는 소리가 마치 죽어가는 짐승의 비명처럼 들린다.

꽈드득!

그리고 머지않아 끔찍한 소리와 함께 6호의 몸이 4호의 턱에 두동강 나며, 결착이 났다.

[!!!!!!!!!!!!!!!!!!!!!!!!!!!!!!!!!!!!!!!!!!!!]

반으로 갈라진채 기동을 멈춘 6호의 사체를 그대로 내동댕이 친 4호는 길게 포효하며 자신의 승리를 알렸다.

생사를 건 긴장감 넘치는 전투.

그 전투에서 살아남은 희열과 고양감은 비록 기계이더라도 늘 짜릿한 것이었다.

[...크흐흐...나쁘지 않은 여흥이야.]

무리한 기동탓에 관절이 잘 움직이지 않았지만 4호는 만족한 채 6호의 코어를 씹어삼켰다.

따로 사령관이 명령하지는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상대의 코어를 집어삼켜야 하는 것을 알고있었다.

6호의 식어버린 코어는 용광로 같은 4호의 코어에 녹아들어 곧 수많은 전투 경험들과 기록이 되어 자신에게 입력된다.

[이제...남은건 4기인가.]

아니면 더 적을지도 모르지.

타이런트 4호는 어딘가에서 분투할 자신의 형제들을 생각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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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도 쓸 생각임.

2편은 당연하지만 방사열선 쏴야제맛.

긴글 읽어줘서 감사함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