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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셨어요 어머니?
어머니께 쓸모있을 코코가 되기 위해
오늘도 Mercury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어요.
오늘은 말이죠,
분리수거도 열심히 했고요,
깨진 유리들도 전부 가루로 만들어 치웠고,
재활용 안되는 폐물들도 전부 다 치웠어요.
부서진 트랙터도 화이트셸로 구겨서
고철 모으는데에 쌓아놨고
비닐들은 봉지에 다 담아서 버렸어요.
그랬더니 하루가 확 지나가버리길레
베이스에 들어가서 푹 쉬었어요.
아직도 할 일이 많은데
하루가 너무 빨리지나가서 너무 아쉬웠어요.
아, 못하겠다는 뜻은 아니에요.
저 잘 할 수 있어요.
믿고 맡겨주세요!
그럼 오늘은 이 정도로 하고 마칠게요.
안녕히 주무세요!
녹음 종료! ...종료키가 어딨더라...? 


*딸깍*


//// /
어머니!
일주일의 끝이 하루밖에 안 남았어요!
그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오늘은 특히 고철종류가 많아서 힘들었는데...
어휴, 화이트셀이 없었으면
진짜 힘들었을 거에요.
아, 아니아니, 잠깐, 잠깐! 녹음 취소! 취소! 


*덜그럭*


...에헴, 흠, 흠. 어머니!
일주일의 끝이 하루밖에 안 남았어요.
그동안 진짜 열심히 일했어요.
오늘은 특히 고철종류가 많았지만
화이트셸이랑 함께 열심히 치워나갔어요.
하나도 안 힘들었어요!
이정도는 화이트셸과 함께라면
가뿐하다구요! 
화이트셸의 굳센 손아귀가 고철들을 
뭉갤때는 아, 이녀석이 없었으면 
어쩔뻔 했을까...
아니, 아니, 제가 혼자서... 
아니, 아아! 진짜! 취소! 취소! 


*딸깍*


//// ////
좋은 하루에요 어머니!
오늘따라 공기가 나쁘네요.
프흐흐! 좋았던 적은 별로 없었지만요.
흠흠, 아무튼!
소각장이라는 장소는 오늘 처음 써봤어요.
산처럼 잔뜩 쌓였었던 폐기물들이
한 번에 활활 타올랐던게 조금 무서웠...
아, 아니, 멋있었어요! 정말루요!
검은 덩어리들 위로
넘실넘실 오고가는 불꽃을
작은 구멍사이 너머로
넋놓고 바라보다
하마터면 제 머리까지
태워버릴뻔 했다니까요?
킥킥킥!
아, 근데 거기서 나는 냄새는...
어휴, 화이트셸에 다 배여서는
닦아도 닦아도 악취가 지워지질 않았어요.
태울때마다 이런 냄새가 나면 어쩌죠?
아직 태워야 할 폐기물들이 한 가득인데...
흠흠!
아니!
아무것도 아니라고요!
제가 다 치워버릴거니깐요!
걱정 마시고 제게 다 맡겨주세요!
아셨죠?
오늘 보고는 이만 마칠게요.
편안한 밤 되세요!
녹음 종료! 


*딸깍*


//// //// //// ///
아...안녕하세요 어머니...


*훌쩍이는 소리* 


흠흠... 오늘은 그,
잘못한게 좀 있었어요...
안내 표지판을 잘 따랐어야 했었는데...
그, 원래는 제가 잘 챙겼...
아니, 아니!
보호장구같은건 당연히,
항상 챙겼었어요.
잘 챙겼었는데,
그게 그러니까...
오늘도 쓰레기들을 가득 모아서
소각장에 버렸거든요?
그날은 정말 너무 더워서
땀도 막 났는데,
막 이마에 난 땀이
곧장 눈으로 들어가지 뭐에요...
원래는 그러면 안됬는데... 그...
눈이 너무 따끔거려서...
헬맷을 확 벗어서 눈을 비비고 있는데
근처에서 무슨 찍찍!하는 소리가 나는거에요.
그래서 눈을 뜨고 딱 봤더니
깡통 위로 뭐가 보였는지 아세요?
쪼끄마한 흰 쥐가 눈을 붉게 뜨고는
절 노려보고 있었지뭐에요?
깜짝 놀라서 소리를 막 지르면서
손에 잡히는것들을 집어던지니까
소각장 안으로 달려가더라고요.
그래서 막 안심하고는 헬맷을 쓰려니까,
앗,
헬맷도 같이 집어던졌지뭐에요...
에...에...에... 


*재채기소리* 


킁, 킁! ...어디까지 했더라? 아!
막 당황해서 어디갔지? 어디갔지? 하고
둘러봤더니 저 너머 닫히고 있는
소각장 문 사이로 헬맷이
덩그러니 놓여진게 보였어요.
황급히 달려가서 주워보니
다행히도 기스난데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머리에 썼는데
갑자기 뒤에서 문이 쾅! 하고 닫혔지 뭐에요!
깜깜한 소각장의 바닥 부분에서
곧 불이 들어오더니 열이 막 나기 시작했고,
저는 황급히 문을 열려고
있는 힘을 다해 손잡이를 잡아 당겼지만
문은 꽉 닫힌체 꼼짝도 안 했어요.
힘 쓰는 화이트셸은 밖에 있고
문은 묵묵부답이고,
손이 떨어져나갈정도로 힘을 줬는데도
문이 열리질 않는데
소각장 안이 점점 뜨거워지고.
너무 당황스럽고 무서워서 그... 창피하지만...
막 눈물을 흘리면서 살려주세요! 하고
문을 두들겼는데... 


*기침소리* 


으... 금방...
방금 쫒아냈던 그 흰 쥐가
저를 보더니 막 찍찍 울면서
제 주위를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어요.
그러더니 절 보고 쫒아오란듯이 찍!하고
울더니 네 발로 어딜 향해 막 뛰어가는거
있죠? 곧 쥐를 따라갔더니 도착한 곳엔
트럭 바퀴 하나는 넉넉히 들어갈만한 구멍이보였어요.
쥐가 그 안으로 쏙 들어가길레
같이 들어갔더니 위로 화르륵! 소리랑 함께
뜨거운 열이 막 확하고 지나갔어요.
다행히 구멍 안까지 들어오진 않았지만
너무 무서워서 쥐를 꼭 껴안고는
구멍 안에 수그리고 있었어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까
점점 열이 식으면서
제 등으로 한 줄기 빛이 비치더라고요.
문이 열리는 소리에 쳐다보니
문 밖으로 달이 환하게 보이는거 있죠.
둥글고 환했는데 그걸보곤 막 힘이 빠져서는
주저앉은체로 엉엉 울었어요. 


*훌쩍이는 소리* 


그러고 있으니깐 또 찍찍소리가 나길레 
앞을 봤더니 아까 그 흰 쥐가 절 쳐다보면서
 찍찍거리고 있었어요. 
꼭 제 모습을 보고 웃는것처럼. 
제가 봐도 제 상황이 좀 웃긴것같아서 
막 힉힉거리면서 웃고있으니까 
무서운게 좀 가시더라고요. 
그리고 그 흰 쥐가 그렇게 징그럽게 
보이지만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제 생명의 은인을 대리고 
이 통신기 앞에 서게 되었어요. 


*찍찍!* 


쉿! 프레디! 지금 녹음중이야! 
흠흠! 
어쨌든, 제 잘못은 정말 반성하고있어요. 
정말 죄송해요. 
앞으로는 이런 일 없게 할게요. 
정말이에요! 
한 번만 봐주시면... 
프레디! 
거긴 올라가면 안돼!


*찍찍!* 


*딸깍*


//// //// //// //// /
헤헤헤, 어머니.
프레디랑 전 잘 지내고있어요.
프레디가 비상식량도 가리질 않고
잘 먹어서 다행이에요.
참 똑똑한 아이에요...
빈 참치캔에 솜을 차곡차곡 쌓아
자기 침대로 쓰는 모습을 보니까...
아! 보고해야지!
여긴 별 다른 일은 없어요.
저번같은 일도 없었고
일도 차곡차곡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저기...혹시라도...
어... 어머니를 또 뵐 수는 없을까요..?
여기 오기 전 날
시설에서 뵌 것 말고는
한 번도 만난적이 없었는데...
저, 어머니 말씀대로 놀지도 않고
열심히 했어요!
실수도 별로 없었고 


*찍찍!* 


쉿! 
흠흠! 
어머니께서 싫어하시는 쓸모없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정말로요! 
러니까... 
한 번만이라도 뵈러 와주시면 안 될까요...?
 제발...? 


*한숨소리* 


*딸깍*


//// //// //// //// ////
어머니... 저...
여기 이상한게 있어요...
그게... 그게... 


*축축한게 쏟아지는 소리* 


으으윽... 여기... 여기에 있으면
안될게 왔어요...
왜... 왜... 여기에 어린애들이
널부러져 있는거에요?
다들 똑같이 생겼어요.
주황색에 빨간 눈.
다들 이쁜 옷을 입었는데...
왜 여깄는거에요?
왜 다 조각나있어요?
어떤 애는 팔이 없고,
어떤 애는 다리가 없고,
어떤 애는 허리... 허리가 잘려서
화이트셸로 들어올리니까...
그 사이로 고깃덩이가... 


*축축한게 쏟아지는 소리


커어억... 큭... 싫어... 어으으...
이 애들도 태워야하는거에요?
안내 표지판에 적혀있는대로?
전... 전 싫어요... 여태까지... 여태까지
쓰래기도 잘 치웠잖아요...
우는소리도 안 냈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할게요,
그러니까 제발... 이런건 싫어요...
으으으... 


*울부짖는 소리* 


*찍찍*


 *딸깍*


//// //// //// //// //// /
다 태웠어요... 전부... 
프레디가 절 쳐다보고있어요. 
그 애들도 절 쳐다봐요. 
아냐... 그러지마...
 내 잘못이 아니야... 
어쩔 수 없었어... 
어머니의 명령이었다고...
 그렇게... 그렇게 쳐다보지 말란말야!!! 


*쾅!* 


*찌익!* 


*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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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아지고 있어요... 무서워요... 
어른들도 있었어요. 
빨간머리, 파란머리, 
색이 다른 눈, 분홍색... 
다... 다 태웠어요... 
프레디... 어딨는거야...? 
어머니가 시키신 일이었어... 
내 탓이 아니야... 
제발... 날 떠나지마... 
...저 앞으로도... 힘낼게요, 어머니... 


*기침소리* 


약한소리 않고... 
열심히... 
녹음 종료...

 

*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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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소리*


어머니, 편지 잘 받았어요. 
날아다니는 기계가 종이를 건내주길래 뭐지?
 했는데, 어머니가 보내신 편지여서 
얼마나 기뻤는지...


*기침소리* 


컥..컥.. 모르겠어요. 
어머니의 편지대로 오늘은 푹 쉬고 있어요. 
앞으론 시신들이 안 올거라는 글도 봤고요. 
죄송해요. 
제 생각만 해서... 
그치만 너무 무섭고... 
근데 여기 영어는 뭐라고 적혀있는지 
모르겠어요. 손글씨가 아니네? 


*부스럭 부스럭* 


This incinerator is expected to close soon. 
흠... 무슨 내용이지? 
Warning! Many unidentified living organisms are approaching the incinerator? 
이럴줄 알았으면 시설에 있었을때 
영어도 학습 해둘걸... 
오늘은 푹 쉬고 내일부턴 다시 열심히 
일할게요. 
사랑해요, 어머니! 
녹음 종료! 


*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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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음* 


꺄아악!!! 살려주세요!!! 저기에 뭔가가! 


*쿵!* 


꺄아아악!!! 엄마!!! 프레디!!! 
제발!!! 누가 좀 도와주... 아, 안돼!!!


*파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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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
...
매일 아침 아픈 몸을 일으킬 때마다 
고통스러웠어요.
두 발로 서있기도 힘들고
깨진 손거울을 볼 때마다 
울음을 터뜨리곤 했죠.
어머니, 저를 기억하긴 하시나요?
바라신대로 힘든 나날들을 겪어왔는데
날이 갈 수록 통증만 심해져가요.
누군가 저를 찾는 사람은 없는건가요?
저는 누구도 원하지 않은체 쓰레기더미 
속에서 죽어야할 운명인건가요?
그렇게 열심히 일해왔는데도 
누구도 알지 못해요.
언젠가 끝나는 날이 올까?
어머니께서 날 보러 오실까?
내 녹취록을 듣기는 하는걸까?
허튼 생각을 뒤로한 체 최선을 다해왔죠.
날마다 노력하고 노력하고 또 노력해왔는데
다 꿈이었죠.
전 그저 초라하게 서있는 
쓰레기에 불과했어요.
상식도 없고 머리에 든 것마저 없는
 쓰레기라고요.
저 같은 쓰레기마저 사랑해줄 
누군가 어디 없을까요?
이젠 감각도 없어지고 숨도 느려져가네요.
저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건가요?
아님 현실을 바라보고 있는걸까요.
더 이상 생각할 필요도 없겠네요.
이젠 됐어요.
어차피 아무도 날 찾지 않을테니.

미안해, 프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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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고 높은 성인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본부, 여기는 T-12 베라. 
이곳에 활동중인 유기체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쓰레기들로 가득하다, 
오버."

...

"어... 뭐지? 저 흰 쥐는?"


*찍찍*


"엇! 저 애는? 본부! 본부!
여기는 T-12 베라!
 즉시 지원팀을 보내주길 바란다!
오버!"

*찰싹거리는 소리*

"얘, 정신차리렴! 내 말 들리니? 
본부! 본부! 
지휘관님! 드디어 찾았어요! 
얘, 숨 좀 쉬어보렴! 
이렇게 쓰러지면 안되지, 얼마나 찾았는데! 
지휘관님! 
찾았어요! 
실종상태였던 코코를 드디어 찾았다고요! 
지휘관님!"


*찍찍*


*딸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