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뽀끄루와 봉봉 대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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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관의 도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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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유령들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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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 오르카 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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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플레이어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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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주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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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아닌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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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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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괜찮니, 안드바리?”

  

  “네, 언니. 사령관님이 직전에 칼을 멈추셨어요.”

  

  작게 한숨을 내쉰 레오나가 안드바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눈앞이 아찔한 도박이었다. 가상현실이라고 해도 이런 도박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다. 사령관이 조금만 더 매정했더라면 안드바리를 베어버리고 자신까지 베었으리라. 그렇지 못한 그의 성격을 우유부단하다고 해야 할까, 인정 많은 성격이라 해야 할까.

  

  “언니! 나 이제 나와도 돼?”

  

  부서져 쌓인 나뭇더미 사이에서 알비스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레오나가 알비스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알비스가 뛰쳐나와 탄입대에서 초코바를 꺼내 먹었다. 저 초코바는 어디서 나온 걸까?

  

  “끝났나요, 대장?”

  

  수풀을 헤치고 님프와 베라가 걸어 나왔다. 베라에게 부축을 받아, 사실 거의 베라에게 기대어 걷는 님프를 본 레오나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 레오나를 본 님프가 마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지근거리에서 사령관에게 주먹으로 얻어맞았습니다. 숨결이 닿을 거리에서 맞았는데도 충격이 엄청났어요. 주먹에 맞은 게 아니라 장갑차에 치인 듯한 충격이었습니다. 현실이었다면 갈비뼈가 거의 분쇄되었겠죠. 지금은 단순히 힘이 빠진 것뿐입니다.”

  

  베라가 님프를 부축해 나무 아래에 눕혔다. 조금 쉬면 괜찮아질 거에요. 님프가 눈을 감고 가는 숨을 내뱉었다.

  

  레오나가 착잡한 표정으로 님프를 바라보았다. 숨결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내지른 주먹. 그런 주먹에 전투용 바이오로이드인 님프가 저런 피해를 입는다는게 말이 될까? 그런 레오나에게 발키리가 조용히 속삭였다.

  

  “촌경… 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티에치엔 양이 쓰는 걸 언뜻 본 것 같습니다. 티에치엔 양이 사령관께 무술을 가르쳤다고 했었죠…”

  

  “티에치엔이 썼던 그 촌경이란 거, 이렇게 강한 위력이었어?”

  

  “샌드백이 크게 흔들릴 정도로 위력이 있긴 했지만 전투용 바이오로이드를 일격에 격침할만한 위력은 아니었습니다.”

  

  “…그 바보 같은 남자가 혼자서 연습한 거겠지.”

  

  레오나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짙은 연막은 구름처럼 바람을 타고 흩어졌다. 둠 브링어의 폭음이 아련하게 들려왔다.

  

  “캐노니어가 그랬지. 사령관이 리리스와 동귀어진을 했다고.”

  

  “그렇다면 한 번의 기회가 남아있겠군요. 어찌할까요.”

  

  사령관이 부활할 때까지 기다릴까요. 발키리가 조용히 물어왔다. 레오나가 다시 님프를 내려다보았다. 전략이라기도 하기 부끄러운 편법으로 거둔 승리. 이걸 과연 승리라 부를 수 있을까.

  

  “철수한다.”

  

  “사령관을 기다리시지 않는 겁니까?”

  

  “도저히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안 들어. 그리고…”

  

  리리스에게 한번, 자신에게 한번. 다른 누군가에게 한번 죽었을 수도 있지만 그럴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한 번의 기회가 남았겠지.

  

  “기회를 양보할 바보가 남았으니까.”



  *

  “그 레오나가 말이지…”

  

  벽에 기댄 사령관이 턱을 괴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레오나가 그런 방법을 쓰다니. 캐노니어까지 고용하면서. 그렘린을 잃은 것이 그렇게 분했던 것일까. 아니, 레오나가 안드바리를 미끼로 쓰는 그런 작전을 쓸 리가 없다. 안드바리 본인이 그 작전이 가장 효율적이라며 밀어붙였겠지.

  

  “아무리 그래도 그 작전은 조금…”

  

  순간 사령관이 기대고 있는 벽이 박살 났다. 벽 너머에서 스파크 음을 들은 사령관이 한 발짝 빨리 벽에서 떨어져 벽에 깔리는 것만은 피할 수 있었다.

  

  굵은 전선이 고압 전류를 마구 흘려보내며 그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었다. 마치 번개를 휘감은 뱀이 혀를 날름거리는 듯했다. 키리릭 하는 강철음을 쏟아내며 번개의 뱀이 그 주인에게 돌아갔다. 거대한 방패를 짊어진 테러리스트의 악몽, 징벌의 사디어스,

  

  “벌 받을 시간이다, 사령관.”

  

  “나는 아무런 잘못 없는데!”

  

  “죄를 지은 자들은 모두 그렇게 말하지!”

  

  번개의 뱀이 다시 키리릭 하는 강철의 울음소리를 뱉어내며 사령관의 목을 물어뜯기 위해 달려들었다. 스치기만 해도 아웃. 번개라는 무시무시한 독을 가진 뱀은 접근전 위주의 전투를 하는 사령관에게 있어서 천적 그 자체였다.

  

  ‘그렇다고 총을 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사디어스의 방패를 뚫으려면 적어도 나이트 앤젤이나 메이의 폭격 정도는 있어야 한다. 적어도 칼리스타의 오토 캐논 정도는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또 도박인가.

  

  “요즘따라 도박을 참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도박도 훌륭한 체포 이유지! 얌전히 벌을 받으실까!”

  

  “내 기억에 너는 테러리스트 전담반이었던 것 같은데!”

  

  사디어스의 뒤에서 강철의 개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개들은 뱀과 마찬가지로 흉흉하기 짝이 없는 번개를 두르고 사령관을 향해 달려왔다.

  

  “물리면 많이 아플 것 같은데 사양하지!”

  

  품에서 작은 폭탄 여러 개를 꺼낸 사령관이 개들을 향해 집어 던졌다. 한 치의 오차 없이 개들에게 명중한 폭탄이 끈적한 점착액을 뿜어내며 개들을 휘감았다. 끈적한 점착액에 사로잡혀 옴짝달싹 못 하는 개들을 향해 사령관이 머신건을 겨누었다.

  

  “이터니티 특제 머신건이다! 어떤 놈이 살아남는지 볼까!”

  

  머신건이 맹렬하게 회전하며 불을 내뿜었다. 벽과 강철이 마치 두부가 으스러지듯 산산조각이 나며 파편이 이리저리 튀기 시작했다. 총열이 새빨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맹렬하게 회전한 머신건이 멈추었다. 총알이 나오지 않는 머신건을 옆으로 집어 던진 사령관이 뿌연 연기 속을 노려보았다.

  

  "흠집이라도 나길 바랐는데 그렇게 깔끔하면 내가 뭐가 되냐.”

  

  뿌연 연기 속에서 나타난 것은 생채기 하나 없는 사디어스의 방패였다. 사디어스가 방패를 거두기 전 재빨리 앞으로 달려나간 사령관이 아래에서 위로 검을 휘둘렀다. 날카로운 검이 방패 사이의 얇은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얼굴을 베어버릴 듯이 쇄도하는 검을 피해 사디어스가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사디어스가 검을 피한 것을 본 사령관이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사령관이 검을 검집에 꽂아넣었다.

  

  사디어스가 그런 사령관을 의구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사디어스. 성경이라는 책 알아?”

  

  셋

  

  “그 정도는 나도 안다.”

  

  둘

  

  “성경에는 창세기라는 게 있거든. 거기 1장 3절에 뭐라고 나오는지 알아?”

  

  하나

  

  “빛이 있으라.”

  

  순간 하늘에서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사디어스의 눈앞에 떨어졌다. 정말로 눈앞, 방패로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하늘에서 떨어진 섬광탄이 한 치의 오차 없이 사디어스의 눈앞에서 폭발했다.

  

  “크윽! 섬광탄?!”

  

  “아까 칼을 휘두른 건 널 베려는 게 아니라 섬광탄을 던지는 페이크였거든!”

  

  대 바이오로이드 섬광탄을 지근거리에서 맞은 충격. 눈을 뜨지 못하는 수준이 아니라 제자리에 서 있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의 충격이었다. 무너지려는 다리를 채찍질해 간신히 무릎 꿇는 것만은 면한 사디어스가 이를 갈며 으르렁거렸다.

  

  “제법이군, 사령관! 하지만 물러!”

  

  방패로 앞을 막은 사디어스가 사방을 향해 고압 전선을 쏘아내었다. 전선이 날아가 이곳저곳에 박히고 곧 사디어스를 중심으로 거대한 번개의 늪이 만들어졌다. 스치기만 해도 온몸이 타버릴 고통의 공간. 사디어스가 숨을 골랐다. 천천히 시야가 돌아왔다. 접근은 막았다. 테이저 캐논에 맞아 쓰러졌을지는 모르겠지만. 사디어스가 귀를 기울였다. 사령관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테이저 캐논에는 맞지 않은 건가? 사디어스가 방패 사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다.

  

  숨어서 저격할 셈인가? 주위에 폭탄을 숨겨 놓았나? 주위를 경계하며 발밑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없다. 저격도 날아오지 않는다. 방패를 완전히 거두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전히 아무도 없다. 결국 사디어스는 한 가지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령관이 도망쳤다.

  

  “사령과아아안!!!!”

  

  분노 가득한 사디어스의 노호가 울려 퍼졌다.



  *

  저 멀리 자신을 부르짖는 사디어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령관이 몸서리치며 낡은 건물 사이를 걸어나갔다.

  

  “저런 걸 일일이 상대했다가는 몸이 남아나질 않는다고.”

  

  자, 이제 어디로 가볼까. 이 도시 필드도 이제 사람이 없을 것이다. 스카이 나이츠와 둠 브링어의 싸움에 필드가 초토화됐으니 죽었거나 도망쳤거나 둘 중 하나일 터. 달려드는 그림자 괴물을 가볍게 검을 휘둘러 베어낸 사령관이 지도를 보았다. 이쪽으로 가면 사막 필드인가. 사막과 도시의 경계로 가볼까. 사막 필드에는 누가 있으려나. 앵거 오브 호드 말고 있나? 몇몇 바이오로이드가 사막으로 향했다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사막에서 누가 살아나왔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저 멀리 무적의 용이 오베로니아를 쓰러트렸다는 캐럴라이나의 중계가 들려왔다.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오베로니아. 그 오베로니아를 쓰러트렸다면 무적의 용이 새로운 1위가 되었겠지. 용과도 한번 붙어보고 싶은데.

  

  주위의 건물 수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사막 필드와 가까워졌다는 이야기겠지. 과연 조금 더 걷다 보니 저 멀리 펼쳐진 황금의 지평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메마른 모래바람이 불어왔다. 벌써 자박자박 모래 밟는 느낌이 들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사령관.”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사령관이 고개를 들었다. 다 무너져가는 건물 위에 칸이 앉아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건물 구석구석에 앵거 오브 호드가 숨어있었다.

  

  ‘포위 당했나…’

  

  칸이 건물 벽을 달려 아래로 내려왔다. 사령관이 검을 뽑아들며 능청스레 물었다.

  

  “내가 이쪽으로 올지 어떻게 알았어?”

  

  “사령관이 도시 필드로 향했다는 걸 들었다. 도시에서 사막을 건너 초원으로 넘어갈 생각이었을 테지. 주위에서 사령관의 정보를 들으며 사령관이 향할 법한 곳에서 매복했을 뿐이다."

  

  얼마나 여기서 기다린 거야? 사령관이 혀를 차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포위망이 견고하군. 몸 성히 빠져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뒤돌아 도망치면 나를 찾고 있는 사디어스를 만날 테고 앞으로 나아가면 앵거 오브 호드의 영역인 사막. 사막에서 앵거 오브 호드를 적으로 돌린다는 것은 자살 행위에 가깝다. 여기서 해결해야 하나…

  

  “안심해라. 다른 부대원들은 싸우지 않는다. 그대가 도망치지만 않는다면.”

  

  “무슨 소리실까나?”

  

  “그대와 싸우는 것은 나 하나뿐이라는 소리다.”

  

  칸이 사령관을 향해 리볼버 캐논을 쏘았다. 사령관이 검을 휘둘러 포탄을 베어냈다. 포탄을 베어냈는데도 온몸이 충격에 삐걱거렸다.

  

  ‘여러 번 할 짓은 못 되는군.’

  

  “오로지 그대 하나만을 기다리며 이곳에 서 있었다. 설마 바람 맞히진 않겠지?”

  

  사령관과 칸이 서로를 향해 달려나갔다. 사령관의 검과 칸의 총이 충돌했다. 사령관과 칸의 힘 싸움이 이어졌다. 칸이 부스터로 사령관을 밀어내자 사령관이 칼을 돌려 유려하게 칸을 빗겨냈다. 자신을 넘어뜨리려는 사령관에게서 멀어진 칸이 그를 향해 리볼버 캐논을 겨누었다.

  

  콰앙!

  

  칸의 리볼버 캐논이 불을 뿜고 포탄이 음속을 넘는 속도로 사령관을 향해 날아갔다. 사령관이 날아오는 포탄을 향해 검을 치켜세웠다. 검 끝으로 탄두 살짝 옆을 비껴 찌른 사령관이 그대로 손목을 꺾어 포탄의 궤도를 비틀었다. 궤도가 비틀린 포탄이 사령관의 옆을 스쳐 지나가 낡은 건물을 꿰뚫었다.

  

  “어처구니가 없군.”

  

  사령관이 허공에서 두 자루의 권총을 꺼내 칸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허나 총알은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칸의 그림자조차 스치지 못했다. 섬광탄을 꺼내 든 사령관이 칸을 향해 집어 던졌다. 섬광이 번쩍이고 폭음이 터져 나왔다. 섬광을 직시하지는 않았지만 조금 움직임이 둔해진 칸을 향해 사령관이 활을 꺼내 들어 시위를 당겼다. 화살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갔다.

  

  순간 칸이 손을 뻗어 날아오는 화살을 낚아챘다. 손의 악력만으로 화살을 꺾은 칸이 눈을 뜨고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인데.

  

  “설마 눈을 감고 화살을 쏠 줄이야.”

  

  “그걸 눈을 감고 맨손으로 잡을 줄은 몰랐는데.”

  

  사령관이 재빨리 허공에서 머신건을 꺼내 칸을 겨누었다. 머신건이 불을 뿜으며 탄환이 칸을 향해 날아갔다. 빠르고 부드럽게 움직이며 총알을 피해낸 칸이 사령관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사령관이 이를 악물고 머신건을 휘둘러 포탄을 막아냈다. 포탄에 꿰뚫려 산산이 조각난 머신건의 손잡이를 집어 던지고 사령관이 칸을 향해 달려갔다. 칸도 사령관을 향해 쏘아지듯 달려나갔다.

  

  사령관의 검과 칸의 총이 충돌했다. 그 뒤로 이어지는 질풍과 같은 공격. 불규칙한 궤도로 휘둘러지는 쌍검과 한방 한방이 해머 같은 충격의 칸의 공격. 뒤로 물러나려는 칸의 다리를 걸어 끈질기게 달라붙은 사령관이 그녀의 배에 주먹을 겨누었다.

  

  쩌억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엄청난 충격이 엄습했다. 비명을 억지로 눌러 삼킨 칸이 리볼버 캐논을 들어 사령관을 향해 개머리판을 휘둘렀다. 설마 이 타이밍에 공격해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사령관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얻어맞았다. 머리를 후려갈기는 개머리판의 충격에 사령관이 비틀거렸다. 허나 멈춰 있을 시간 따위는 없다. 몸을 채찍질하며 서로를 향해 달려든 사령관과 칸이 또다시 충돌했다.

  

  칸이 생각했다. 생각지도 못한 공격을 받았다. 가까이에서 내지른 주먹이라고는 상상도 못 할 충격이었다. 비록 한 방 먹여주기는 했지만, 자신보다 사령관 쪽이 조금 더 멀쩡해 보인다. 칸이 문득 싸우기 전 들었던 탈론페더의 말을 떠올렸다.

  

  [사령관이 또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고, 정말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쓰세요!]

  

  지금이 바로 그때일까. 정말로 쓰고 싶지 않은 수단인데. 검과 총을 맞대고 힘겨루기가 이어졌다. 칸이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사령관.”

  

  “음?”

  

  “사랑하고 있다.”

  

  “하?”

  

  순간 사령관의 어깨에서 아주 잠깐 힘이 빠졌다. 칸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어깨로 사령관을 밀어내었다. 뜻밖의 한 수에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밀려난 사령관의 가슴팍을 향해 칸이 총을 휘둘렀다. 포신의 검이 사령관의 가슴을 꿰뚫었다.

  

  “면목없군, 사령관.”

  

  칸의 리볼버 캐논이 불을 뿜고, 포탄이 사령관의 가슴을 관통했다.



  *

  시곗바늘은 멈추지 않고 흘러 어느덧 게임도 그 막을 내릴 때가 다가왔다. 사령관을 쓰러트린 칸은 무언가 후련하지 않은 듯 멍하니 돌아다니다 드넓은 초원의 언덕 위에서 그 발걸음을 멈추었다.

  

  “뭘 멍하니 있는 거야?”

  

  바위 위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칸을 향해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목소리의 주인공은 철혈의 레오나였다.

  

  “그대인가.”

  

  “무미건조한 반응이네. 사령관은 만났어?”

  

  “도시와 사막의 경계에서 만났다. 쓰러트렸지. 그리 마음에 드는 방법은 아니었다만.”

  

  “이쪽도 사령관과 만났어. 도시에서 쓰러트렸지. 우리도 마음에 드는 방법은 아니었어.”

  

  “우리보다 먼저 만났었나 보군. 그렇다면 사령관은 한번 남은 건가?”

  

  “아니. 나와 만나기 전 리리스와 만나서 동귀어진했다고 하던데.”

  

  “…굉장하군.”

  

  칸과 레오나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사흘째의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곧이어 하늘에 나타난 캐럴라이나가 게임의 종료를 알렸다.

  

  “누가 우승할 것 같아?”

  

  “용이겠지. 오베로니아를 쓰러트리고 마리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하더군.”

  

  그렇겠지. 레오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캐럴라이나의 인사말이 순위 발표의 순서로 접어들었다. 1등부터 3등의 순위를 제외한 10등까지의 순서가 하늘에 떠올랐다. 캐럴라이나가 3위를 발표했다. 3위를 기록한 것은 의외로 멸망의 메이였다. 과연. 바보처럼 폭격만 하고 다닌 보람이 있군.

  

  […이어 2위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2위는 바로… 무적의 용!]

  

  의외의 결과에 칸과 레오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적의 용이 2위라면 도대체 누가 1위란 말인가? 괴물 사냥이나 아이템 회수에 집중한 제3의 인물인가?

  

  [대망의 1위는 바로… 두구두구두구두구!]

  

  캐럴라이나가 주머니에서 꺼낸 작은 폭죽을 터트렸다. 커다란 얼굴이 화면에 나타났다. 1위 후보로는 생각지도 못했던 남자의 얼굴이.

  

  [축하합니다! 대망의 1위는 바로 사령관입니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