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엔은 몰랐었다.

매일 혼자 나가던 평범한 탐색인 줄 알았던 임무에

감당할 수 없는 숫자의 철충이 몰려들 줄은...


언어모듈의 장애로 인해 평소 동료들에게 도움만 받던 카엔은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지우고자 이런 간단한 임무에

혼자 지원하여 해결하곤 했었다.

동료들의 손을 조금이라도 쉬게 해주기 위해...


하지만 그런마음이 결국 최악의 결과를 초래해 지금에 다다름을

이제와 자책해도 늦었다는걸 카엔 스스로 뼈저리게 알고있었다.


탐색중...카엔 포위당했어...

탈출은 불가능...


구조신호, 보내면 안돼

철충 많아서

동료가 위험해


동료 죽으면

사령관 슬퍼


사령관 슬프면

카엔도 슬퍼져


지금...카엔 혼자


카엔 혼자 죽으면

아무도 안다쳐


카엔 하나만 새로...

새로 만들면 돼...


이런 혼잣말을 하며 스스로 마음을 달래보는 카엔이었지만

점점 목소리가 떨려오는건 막을 수 없었다.


아냐 싫어

카엔...사령관 보고싶어


사령관 목소리

다시 듣고싶어...


사령관...동료들

다시...카엔과 다시...


뿌얘지는 시야와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

의사전달도 제대로 못해 도움만 받던 카엔은 평소

이런 상황이 오면 담담히 자신을 희생하리라 다짐했건만

그럴 수 없었다.


행복했던 오르카의 생활이, 웃어주는 동료가.

자신을 사랑해주던 사령관이 생각나 하염없이 눈물만 떨구며

그자리에 주저앉아 있을 수 밖에 없는 자신이 너무나도 미웠다.


검은 안개같던 철충떼 사이에서 붉은빛이 이내 반짝였고

피할 수 없는 총구는 카엔을 향해 포화를 쏟아내려 했다.

바로 그때


이 정신나간 가스나가 니 퍼뜩 안일나나!!!!!!


카엔의 앞에 떨어져있던 비상 연락수단에서

울먹이는 후사르의 외침이 튀어나왔다.


뒤질라고 환장했나 니! 뭐라도, 뭐라도 해봐야 할 끼 아이가!!


미안 후사르, 카엔 힘 없어...

카엔 혼자 죽을게 오지마 위험해


뭐라카는데! 상황이 이라믄 구조신호부터 땡기야지

지금까지 뭐한긴데?! 니 빙시가!!!!!


철충 많아, 오지마 위험해


지랄말고 당장 일나서 뛸준비하고 하ㄴ...


오지말라니까!!!!!!!!!


처음이었다. 카엔은 처음으로 감정을 담아 누군가에게 소리쳤다.

언어모듈의 장애로 이런건 불가능할텐데, 자신도 알 수 없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구하려다 다치고 죽어갈 동료들을 보는게 싫으니까

자신만 죽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카엔은 필사적으로 동료들의 구원을 뿌리치려 했다.


미...


미친년아 하늘을 보라꼬!!!!!!!


하늘...?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 본 카엔의 눈에는

아름다운 색색의 불꽃이 그리는 일곱빛의 무지개가 보였다.

언젠가 하치코가 말했던 바로 그 무지개...


하치코는 꼭 기돈곤겪기가 될꺼에요!

그래서 합류할꺼에요!

바로! 저기 아름다운...


스카이...나이츠?


그리고 그 가운데서 카엔에게 떨어지고 있는 해맑은 무언가...


저건...하치코?


카엔씨!!!

기돈곤겪기 하치코가 왔어요!!!


콰앙 소리와 함께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카엔의 바로앞에 착지한 하치코는

철충의 총알 세례를 막아내며 카엔에게 소리쳤다.


카엔, 그거 알아요? 가끔 카엔, 혼자서 충분해 다녀올게

하고 해치밖으로 나가는 카엔의 등이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해요!

어딘가 고독하지만 듬직하고,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런데 가끔은!


크게 외치며 돌아보는 하치코, 돌아본 하치코의 얼굴은

미소짓고 있지만 두 눈에 눈물이 가득했다.


가끔은 하치코나 다른 사람들의 등도 봐줬으면 하는거에요!!!

모두 카엔을 구하러 달려오고 있어요! 그때까진

하치코가 카엔의 등이 되어줄게요!!!


울먹이며 외치는 하치코였지만, 거센 세례에 이미 두 발은

조금씩 밀리고 있는 터였다.


하치코가 무리하고있다는걸 알기에, 그걸 더이상 볼 수 없기에

자신은 괜찮으니 도망치라 말하려는 카엔


저 하치코...


바로 그 찰나의 순간 하치코의 양옆으로

조그만 구멍이 생기더니 점점 넓어져 이내 익숙한 두 얼굴이

튀어나왔다.


푸하!


그리고 펼쳐지는 세 방패


슈퍼 드라코와 알비스, 하치코면 막지 못하는게 없다 이거야!


맞아! 알비스 오늘 초코바도 든든하게 챙겨왔으니까!

끝나고나면 모두한테 나눠줄게!


우리모두가 카엔의 등이 되어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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