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오르카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바이오로이드들은 오르카 지휘실 구석에서 라붕이가 크게 꾸짖는 소리를 들었다.




갑작스럽게 정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





라붕이가 거칠게 시근거리는 소리만이 장을 메웠다.





라붕이는 바이오로이드들을 시덥잖다는 표정으로 지켜보며 지쳐서 다시 침상에 앉아 연거푸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있었다.





'에엣...! 라붕... 쿤...?'



옆자리에서 라붕을 지켜보고 있던 라붕이의 소꿉친구 리앤(SS급 경장지원기, 처녀)은 우려하는 눈초리를 지었다.








라붕이는 이 세상에 남은 마지막 인류로서 선택받은 자.






하찮은 섹돌들을 《해체》하는 권한을 받았었다.








'안돼... 라붕쿤이... 《해체》하는 순간 오르카의 바이오로이드 99%가 죽어버려...'







라붕쿤은 심호흡하고 있지만ㅡ 섹돌일동이 저지른 죄악은 감히 가라앉힐 수 없는 것이었다.







"네놈들 때문에 이몸의 수면패턴에 《변혁》이 생겼잖나ㅡ 전원, 죽음으로 사죄하라."







'안돼... 라붕쿤... 하아... 어떡해야...'







리앤은 머릿속이 하얘지며 어쩔 방도를 모르고 있었다.







그런 리앤의 눈에는 라붕이가 힘을 해방하기 위하여 철충으로 변하는 모습이 보였다.






무언가 하지 않으면 바이오로이드들이 죽고만다.







철충변이의 마지막 동작을 앞두고 리앤은,







라붕쿤을 꼭 껴안았다.








"...에...? 리앤...쨩...?"







라붕이에게는 부끄러움을 잘탄다는 한가지의 약점이 있다는 것을 리앤쨩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푸쉬이이ㅡ






라붕쿤은 코피를 쏟으며 기절했다.







'뭐...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지... 지켜낸건가...? 다행이야...'






리앤은 기절한 라붕을 받아주었다.







그 때, 리앤은 따가운 시선을 눈치챘다.






페로(S급 경장보호기, 단또)


"헤에ㅡ 저녀석ㅡ 의외로 육식계잖아?"






미호(A급 경장공격기, 비틱, 비처녀)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더니~ 크크 나는 뭐 경험은 있으니까~"






"오우~ 믿고 있었다고 어이!"







섹돌일동은 리앤이 라붕쿤을 껴안은 모습을 지켜보며 싱긋 웃음짓고 있었다.






"에에? 에으... 우... 그... 그러니까..."






리앤은 말을 잇지 못하고 얼굴을 붉히며 서둘러서 오르카 지휘실을 뛰쳐나갔다.







비밀의 방으로 나선 리앤은 생각했다.






'헤우으... 이런 부끄러운 꼴 보여서야... 시집가기 글렀네...'









'...그치만... 라붕쿤에게 시집갈 수 있다면... 상관 없을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