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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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원의 저항군은 해안가의 철충들을 소멸시키고 베이스러너를 상륙시킨 후 밤을 보낼 야영지를 만들고 있었다.


세원 저항군 소속 브라우니는 추가적인 철충의 공격은 없는지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오르카호도 해안가 가까이 접근했고 그곳에서 상륙보트가 여럿 접근해왔다.


처음 해안가에 당도한 상륙보트에는 오르카 소속의 스틸라인이 타고 있었다.


마침내 상륙보트가 육지에 닿았고 보트에서 지휘관 모자를 쓴 금발의 장신 미녀가 발을 디뎠다.








브라우니, 김세원 사령관님을 만나러 왔네. 들여보내줄 수 있는가?




그쪽 사령관님이 오셔야 만나실 수 있습니다.




 

각하께서 오시기 전에 안전을 확인하려는 것이네. 부탁하지.




안전은 우리가 이미 다 확보해놨습니다.

해안가에 적대적인 존재는 없습니다.




브라우니. 스틸라인이면서 자네 상관에게 하는 태도가 그 모양인가?





브라우니의 태도에 보다못한 부관 레드후드가 나서 나무라기 시작했다.


브라우니 개체는 우둔하고 단순하니 이렇게 윽박지르면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마리와 레드후드는 한가지를 망각했다.


이 브라우니는 자신들의 브라우니가 아니라는 것을.







 

난 당신들의 부하가 아닙니다.




!!!!!!!!!!!!!!!!!!!!!!!!!!!!!!!!




저는 김세원 사령관님을 모시는 스틸라인 화력조의 브라우니 상병 입니다.

그러니 저에게 명령하지 마십시오.




아니, 그...그게..!!




어차피 오르카 저항군이 올 줄 알고 미리 장소를 준비해둔 겁니다.

그러니 그쪽 사령관께 그냥 오라고 하시면 됩니다.




자네 그게 무슨 말버릇......




그만하게 부관.

이만 하면 됐네.




미안하네 브라우니 상병.

우리가 으례 자네를 일반적인 브라우니들처럼 생각했군...

분명 자네는 저쪽 저항군 소속인 것을...




...................................




알겠네. 우리측 지휘부와 연락해서 사령관 각하를 모셔오도록 하지.






그렇게 마리는 잠시 자리를 이탈해 무전으로 오르카호와 연락을 주고 받았다.


이윽고 오르카호에서 좀 더 많은 수의 보트들이 해안가에 도착했고,


거기서 드디어 인간남성, 오르카 사령관이 땅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호위를 위해 따라온 몇몇 부대의 지휘관들이 뒤이어 보트에서 내렸다.











브라우니는 대충 인원을 파악하고는 오르카 사령관에게 다가와 말했다.






이쪽입니다. 따라오십시오.




(끄덕)






브라우니는 곧바로 앞장서서 세원이 있는 베이스러너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쟤가 아까 마리 대장이 말한 그 브라우니야?




그렇네. 우리쪽 브라우니들과는 달라보이지 않나?




음.... 왠지 머리가 좋아보이는데?

아니면 세상경험이 많아보이는 느낌이랄까?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같군...




브라우니마저 저리 변할 정도로 그날의 사건의 충격이 큰 것일지도 모르겠네...





지휘관들이 각자 브라우니의 대한 느낌을 말하든 말든 브라우니는 묵묵히 앞장서서 이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이윽고 이들은 세원이 있는 베이스러너에 도착했다.


베이스러너에서는 한창 주변정찰을 위해 후방램프를 내리고 안쪽에서 경공격차량(LAV)을 꺼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건물에 바퀴를 단 것같은 크기의 베이스러너에서 또 한 덩치 하는 차가 나오는 광경을 본 오르카 저항군은 다시금 그 거대한 위용에 넋을 잃고 말았다.





오르카 함교에서 보던 것과 달리 이렇게 아래에서 직접 보니 정말 크구나...




닥터양이 설계도를 받을 수 없냐고 부탁한게 납득이 되네요.

구인류 시절에 이런 걸 어떻게 만들 생각을 했을까요.




모르긴 몰라도 이걸 만들려면 상당한 자원과 기술이 들어갔을 것이다....




어????




칸은 도중에 말을 멈추고 베이스러너에서 나오고 있는 LAV를 바라봤다.


거기엔 칸이 말을 멈추고 놀란 이유가 있었다.


LAV안에는 케시크와 워울프가 타고 있었고 LAV 앞에서 하이에나가 수신호로 유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세명 또한 칸을 발견하곤 잠시 하던 걸 멈추고 칸을 응시했다.





......................................




...............................




길지 않은 서로간의 응시가 끝난 뒤 케시크, 워울프, 하이에나는 다시 하던 작업을 계속했고 칸 또한 다시 일행들과 함께 베이스러너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칸의 표정을 확인한 오르카 사령관이 칸에게 말했다.






...신경쓰여?




신경이 안쓰인다면 거짓말이겠고....

복잡한 기분이다...

자꾸 우리쪽 호드 녀석들과 겹쳐보여서 말이지....

확실히.... 다르군... 저들은...




...................................







LAV 다 내려갔으면 램프에 유압실린더 상태좀 체크해줄래?

평소보다 좀 느리게 내려가는거 같아.




알았어 언니.







포츈에 더치걸에...

저들이 멸망 전부터 함께 지내온 김세원의 가족들이란 말이지....




특히 더치걸이 저런 표정으로 열의를 가지고 작업에 임하는 걸 보면 확실히 김세원 사령관의 인망이 높아보이네요.




응. 확실히 김세원 사령관 천성 자체는 좋은 거 같아.





다 왔습니다. 여기가 회의실입니다.

여기서 잠시 기다리십시오.




브라우니의 안내를 받고 회의실에 들러온 오르카 일행은 김세원이 올 때 까지 멀뚱멀뜽 서서 기다렸다.


이윽고 회의실 문이 열리면 김세원이 호위역의 바이오로이드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김세원과 콘스탄챠, 노움, 레프리콘은 오르카 일행을 한번 쓰윽 훑어보곤 회의실 한쪽에 위치를 잡았다.


먼저 김세원이 입을 열었다.







결국 오셨군요.

누추한 곳이지만 환영합니다.




아닙니다. 이렇게 맞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앉으실까요.




김세원의 간략한 환영인사가 있고 회의실의 모두는 각자 자리에 앉았다.





.........................




.....??????




레오나 대장. 

왜 그리 뚫어지게 보십니까?




...아니... 그게... 그쪽 발키리가 안보여서...




아, 우리쪽 발키리는 지금 조종실에서 저 대신 지휘를 하고 있습니다.




아....알았어....




차라도 한잔 하실까요.

마침 향이 좋은 홍차가 있는데.




아... 네.

감사합니다.




[치칙.... 응. 나야. 손님들에게 홍차좀 부탁해.]




곧 있으면 올겁니다.




아, 네.






잠시 뒤 회의실 문을 열고 어느 바이오로이드가 카트를 밀며 들어왔다.







사령관님.

홍차 가져왔습니다.




고마워.

여기 분들에게 한잔씩 내어드려.




네.






바닐라......




(흠칫)




(꾸벅)




(끄덕)




바닐라는 자신과 눈이 마주친 라비아타에게 가볍게 목례를 한 후 마저 차를 따라주고 다시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회의실의 모두는 각자 차를 한모금씩 마시며 대화를 할 타이밍을 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르카 사령관이 먼저 운을 띄웠다. 






베이스러너라고 했나요?

차량이 굉장히 거대하네요.

멸망전 기록에도 없던건데 어떻게 이걸 발견하신 건가요?




이건 저희 부모님께서 저에게 주신 유산 같은 겁니다.




아, 저.... 말씀드려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세원님의 과거 에 대해 감마로부터 들었습니다.

좋지 않은 일을 겪으셨더군요.




음...뭐...여러분들이 감마에게 물어볼거 같았습니다.

좋지 않은 과거임은 맞죠.




감히 제가 세원님의 감정을 단정할 순 없지만...

그래도 고통스러운 과거를 딛고 지금처럼 다시 일어서신것에 대해 굉장히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단하긴요.

그냥 살아남을려고 발버둥친것 뿐인데...




이 베이스러너도 살아남기 위해 탑승한 우리의 새로운 집이자 방주입니다.




그렇군요.....




부모님께서 오메가와 텔타에게 죽임을 당하시기 직전 저에게 알 수 없는 말을 하셨습니다.

"두번째 서랍" 이라고요.




처음엔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우연히 아버지께서 쓰시던 책상에 두번째 서랍을 여니 무슨 카드키와 지도같은게 있더군요.




그래서 우리들은 지도를 보고 어느 건물 지하로 내려갔습니다.

내려가니 글쎄 이녀석이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걸로 복수를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아시다시피 철충이 쳐들어와서 급히 피신했습니다.

저는 베이스러너를 타고 철충을 없애려 했지만 제 가족들이 만류하더군요. 

훗날을 기약하라며....




그래서 거의 강제로 베이스러너 안에 설치된 냉동튜브에서 동면에 들어갔고,

제가 잠들어있는 동안 녀석들은 6개월마다 교대로 두명씩 짝지어 우리가족과 베이스러너를 지켜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오르카저항군에서 생존자들에게 보내는 교신을 듣고 저를 포함 모두가 깨어난 겁니다.




깨어났을 땐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인류가 멸망했다뇨.





그렇다면 나의 복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만약 모든 인간이 죽었다면 오메가와 델타, 그리고 그것들의 회장들도 죽은 것인가 하는 약간의 희망도 있었죠.




하지만 정찰을 하고 정보를 모으면서 여러분들이 펙스와 싸우고 있음을 알게되었고 여전히 그놈들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비로소 우리는 베이스러너의 시동을 걸고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절반의 성과를 내었죠. 델타.




그렇군요.....




저기... 끼어들어서 미안한데....

그렇다면 김세원 사령관은 아직 신체재건을 받지 못한거네?




신체재건 말입니까?

전에 오르카쪽 정보를 입수하면서 가볍게 지나간 정보가 있었습니다.

오르카 사령관은 신체재건을 통해 새로운 육체로 갈아타셨다구요.




네. 그때는 갈아타지 않으면 안될 상태이기도 했구요...

그리고 신체재건을 해야만 휩노스병으로부터 안전하니까요.




...휩노스 병....흠.....




세원님도 신체재건을 하지 않으시면 언젠가 휩노스병에 걸려 죽을 수도 있어요.




...딱히 오래 살고픈 생각이 없는.........

왜그래 다들?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했죠.




...그래.....




푸훕.




...........................




처음에 세원님을 봤을 때는 냉혈하고 바이오로이드를 도구처럼 사용하는 구인류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이렇게 이쪽 바이오로이드 분들한테 잡혀사는거 보면 좋은 사람임이 확실하네요.




후훗.




망해버린 세상에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가족이니까요.




그래요. 가족이죠.

그래서 말인데......




저희 오르카 저항군과 함깨하시는게 어떠십니까?




그쪽과 함께라...??




네. 저희도 펙스를 물리치려는 목표가 있습니다.

함께하면 더욱 수월해지지 않을까요?

그리고 저희쪽에는 신체재건장치가 있습니다.

그걸 통해 세원님도 강화된 신체로 바꾸시고 휩노스병을 극복하시죠.




흠........




꼭 오르카 저항군 밑에서 제 지시를 받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원하신다면 지금 상태 그대로 동등한 또 하나의 저항군으로서 혈맹관계를 맺으셔도 됩니다.




...........그렇게 제안하신다면....

한가지 더 약속해주실 수 있습니까?




뭐든지요.




제가 만약 대의를 이루려다 목숨을 잃는다면 제 가족들을 반드시 오르카의 일원으로 받아주시겠습니ㄲ.......(찰싹!!!)

왜 또.....??




진짜 못하는 말이 없어...!!!

누구 같이 죽는거 보고싶으면 그렇게 하시던가요.




하하하하.




정말로 서로를 끔찍히 아끼시는군요. 너무 보기 좋습니다.




세원님은 절대 죽지 않을 겁니다. 저희가 그렇게 만들거고요.

이미 저희들은 세원님을 포함한 이곳 바이오로이드분들을 가족이나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걱정마시고 우리 서로 친하게 지내보죠.




...........좋습니다.

한번 좋은 관계를 맺어보죠.

동등한 저항군의 수장으로서.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세원 사령관.




그런 저희는 이만 오르카호로 돌아가겠습니다.

저희쪽 인원에게 신체재건장치를 준비하다고 일러두겠습니다.

원하신 날을 알려주시면 그때 진행하도록 하죠.




조만간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럼 조심히 가십시오.





김세원은 오르카 사령관과 악수를 한 후 그들이 오르카호로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김세원의 옆에서 콘스탄챠가 말했다.





 

일단 첫단추는 잘 꿰어졌네요.

오르카저항군에 어떠한 거부반응 없이 녹아들어서 그들의 힘과 기술을 이용하기.




사실 신체재건도 노리신거죠?

다짜고자 신체재건장치 쓰겠다고 하면 반발할 게 뻔하니까 이런 빌드업을 하신거겠죠?




콘스탄챠의 뼈 있는 일침에 김세원은 별 다른 표정을 짓지 않으며 말했다.






저들이 진심으로 우리를 도와주겠다고 하게 만들면 그만이지.

딱히 우리가 나쁜 짓 하고 다니는 것도 아니잖아.




우리한테 한소리 들을 것도 의도하신거죠?

오르카 저항군들로부터 동정심이 유발하도록. 

진짜 오라버니 영악한건 알아줘야해.

구렁이 담 넘듯이 말이죠.




허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