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인간님?”
콘스탄챠에게 다가간 기사는 그녀에게 무릎을 꿇었다. 분명히 그녀에게서 종소리가 들렸다. 주인의 명을 기다리며, 기사는 묵묵히 앉아있을 뿐이었다.
“일단 일어나시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일어선다. 숭배해야 할 존재에게 숭배받는 느낌은 썩 좋지는 않았다. 어떻게 해야 오르카를 이끌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콘스탄챠의 눈에 철충 한 무리가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전투 명령을 내려주세요! 그러면 응전하겠습니다!”
콘스탄챠의 말을 듣기나 한 건지 철충들과 콘스탄챠를 번갈아보던 그는 곧 그녀의 팔을 붙잡는다.
“저..저기 뭐하시는...”
‘팔이 너무 얇다. 근육은 탄탄하지만 이 정도로 얇아서는 검도 제대로 휘두를 수 없다. 피부는 너무 부드러워 당장이라도 찢어질 것 같고, 무엇보다 실오라기 하나 겨우 걸친 몸으로는 저것들을 상대할 수 없다.’라고 생각한 기사는 콘스탄챠를 뒤로 무른 다음 검을 뽑고 철충에게 향했다.
“와...”
그 다음 이어진 장면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만큼 아름다웠다. 기사가 한걸음 움직일 때마다 불똥이 궤적을 그린다. 처음은 지팡이었다. 검을 강하게 움켜쥐자 갑자기 지팡이로 변화했다.
지팡이에서 찬란한 빛을 뽑아내 적을 향해 발사한다. 수정과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아름답게 지표를 울렸다. 전진하며 계속 마법을 발사하던 그에게 기생체들이 달려든다. 주문의 쇄도를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몸을 버린 것이다.
기생체들이 달려드는 것을 보고 콘스탄챠는 경악했다. 가장 약한 모습이라지만 접근을 허용한 이상 인간이 당해낼 도리는 없었다. 기사의 갑옷이 아무리 튼튼하다고 한들 그들의 부리는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콘스탄챠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순식간에 지팡이를 다시 검으로 변화시킨 기사는 다가오는 기생체들을 모조리 베어냈다. 가로로 두 조각이 난 기생체가 마지막 힘을 다하여 기사의 발을 공격했지만,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한 채 그의 발에 으스러질 뿐이었다.
날아오는 총알들을 피하고, 쳐내며, 철충들을 때로 처리했다. 2분 가량의 짧은 전투였지만 콘스탄챠에게는 충분했다. 묵묵한 사내일지라도 저 정도로 강하다면 분명 오르카호의 큰 전력이 될 것이다. 지휘야 지휘관급 개체들을 모으면 해결될 일이었다.
“인간님!”
돌연 총소리가 울린다. 쓰러져있던 칙 스나이퍼가 기사를 향해 마지막 탄환을 발사했다. 투구와 흉갑을 잇는 목의 빈틈에 정확히 명중해 꿰뚫었다. 즉사한 기사는 풀썩, 하고 땅으로 쓰러졌다.
“안돼-!”
겨우 찾은 인간이었다. 이렇게 허망하게 죽어서는 안됐다. 그녀는 곧장 달려가 기사의 안위를 확인했다. 시체는 없었다.
“이게...무슨...”
분명히 쓰러지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시체는 고사하고 핏자국 하나 남지 않았다. 그러면 여태까지 본 것이 헛것인가 하면 그것은 또 아니었다. 주변에 널부러진 철충들의 잔해는 방금 전의 전투가 사실임을 증명했다.
“꺅!”
갑자기 낯선 손이 어깨에 올라왔다. 놀란 콘스탄챠가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기사가 서 있었다. 그의 손을 잡고 일어난 콘스탄챠는 참 당혹스러웠다.
‘어떻게? 분명 죽는 걸 내 눈으로 봤는데?’
그런 콘스탄챠는 신경도 쓰지 않고 화톳불로 돌아간 기사는 계속 앉았다 일어났다. 앉고 일어설 때마다 화톳불의 불길이 거세지고 약해지기를 반복했다. 12번이나 계속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기사는 이상하다는 둣 턱을 잡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몇 번을 더 해보아도 철충들이 되살아나지 않자, 잔해에 다가간 그는 그들이 살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깨닫고는 경쾌하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럼 일단 오르카호로 가시죠.”
병에 화톳불의 재를 담고, 나선 모양의 대검은 등에 맨 기사는 콘스탄챠의 옆에서 걸었다. 쓰러진 그리폰을 들고 있었기에 힘에 부친 콘스탄챠는 주의를 돌려 힘을 덜어보려고 기사에게 말을 걸었다.
“이름을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
고요한 침묵만이 메아리처럼 돌아온다. 머쓱해진 그녀는 다시 그에게 질문한다.
“그럼 얼굴이라도...”
끼익 소리와 함께 투구가 열리자 그곳에는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얼굴이 있었다. 뇌파로 인간을 인식하는 바이오로이드일지라도 조금, 아주 조금 시각에 의존한다. 그리고 기사의 얼굴은 그 조금을 압도적으로 상쇄했다.
잠시 후 투구가 닫히고 둘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얼이 빠져있던 콘스탄챠가 나지막이 읇조린다.
“내가 뭘 본거지?”
반응 좋아서 2편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