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애,응애"


아기가 우는 소리가 들린다.


아기?


내 아이!


"그래그래, 우리 왕자님. 왜 그래요~?"


얼른 아이를 안아올려 얼러보지만, 쉽게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변을 본 것도 아니고, 배가 고픈것인가 싶어 젖을 물려보니


허겁지겁 빨아대기 시작한다.


"그래요 그래, 엄마가 미안해요. 우리 왕자님이 이렇게 배가 고팠는데,


엄마가 옆에 있어 주질 못했네"


아이에게 젖을 물려놓고 좀 있자니, 아기가 먹을 만큼 먹었는지 만족한 표정으로 입을 떼곤 꺄르륵 웃는다.


이 어찌나 사랑스러운 아이인지.


"응, 우리 왕자님. 트림하셔야죠?"


안아 올린채로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니, 이내 트림하기 시작했다.


"케훅, 케훅"


저번엔 이런것도 몰라서 토했었는데, 그걸 본 마리아가 꼭 트림을 시키도록 하라고 알려 준 뒤로는


꼭 트림을 시키고 있다. 두번다시 그런 실수는 할 수 없지.


이런 것도 몰랐던 나지만, 이렇게 조금씩 배워나가면 나도 어엿한 엄마가-


...마리아? 마리아가 내 지휘하에 있었던가?


분명히 우리 펙스에는...


"꺄르륵, 꺄하-"


아이의 웃는 소리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그래, 지금 그게 뭐가 중요하담?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훨씬 중요하지


"미안해요, 미안해. 우리 왕자님. 엄마가 우리 왕자님 두고 딴생각을 해서 미안해~"


우리 왕자님은 앞으로 자라서 주인님처럼 위대해질 거에요.


그때까진 엄마가 지켜줄테니까-"





"다아-앗, 다다다-"


아이가 옹알이를 하면서 뒤척인다.


이게 말로만 듣던 뒤집기인가 싶어 가슴을 졸이고 있자니,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는게 화가 난 것처럼 뿌루퉁한 얼굴로 계속 몸을 뒤척인다.


"그래요 우리 공주님, 조금만 더, 더!"


보고있는 나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고 손에 땀을 쥐고 있자니,


이내 아이가 몸을 뒤집어냈다.


"그렇지 그렇지! 잘한다~ 우리 공주님 해냈네!"


별 것 아닌 일인데도, 가슴속에서 간질거리는 무언가가 치밀어오른다.


여태까지 권모술수로 남을 구렁텅이로 밀어넣을때 느꼈던 희열감과 비슷한,


하지만 그런것과는 질적으로 비교도 되지 않는 감정.


나를 쏙 빼닮은 이목구비와 빨간머리를 가진 우리 사랑스런 공주님.


빨간머리?


그러고보니 한동안 머리손질을 못했던 것 같은데, 내 머리색이 어땠더라?


"따아-아!따아아아"


잠깐 딴생각을 하는 사이, 아기가 또 몸을 뒤집고는 '어떠냐'하는 듯한 얼굴로 나를 올려보고 있었다.


"그래요 그래, 우리 공주님. 엄마는 어디 안 가요. 그럼 같이 뭐하고 놀까요-"





"알파언니~ 요번 보고서 가져왔어~"


갈색 트윈테일에 의사가운을 걸친 소녀가 서류뭉치를 팔랑거리며 문을 열어 제꼈다.


"오메가에 관한 건가요?"


긴 보랏빛 머리칼의 고혹적인 미녀, 알파가 마시던 커피를 놓고 일어나 서류뭉치를 받아들었다. 


"응, 리앤언니가 사용했던 가상현실 시스템을 기본으로 언니가 구상한 대로 개조하구, 시나리오 반영했어."


"근데 언니가 말한대로 일단 최대한 행복한 어머니의 입장으로 만들기는 했는데, 좀 이해가 안간다니까?"


"괴롭히는거라면 굳이 이런거 안해도 충분하고, 또 굳이 가상현실을 쓰자면 훨씬 괴롭힐 방법은 많잖아?" 


서류뭉치를 훑어보던 알파가 닥터의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말에


눈물점이 옆에 찍힌 눈을 살짝 흘기고선 이내 입을 열었다.


"그게 통할 상대가 아니라서에요."


알파의 말에 닥터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닥터 말대로 오메가를 괴롭힐 방법은 많아요. 하지만 그런건 별로 통하지 않을거에요.


애초에 저를 비롯한 레모네이드들은 갖은 범죄에 뛰어난 자질을 보이도록 설계됐고,


한편으론 그에 대비해서 프로텍트들도 많이 걸려있죠.


그러니까 오메가에게 어떤 벌을 가하든, 지금 가지고 있는 어떤것을 뺏든 고통스러울지언정 견뎌낼 수 있을 거에요.


그게 비록 오메가 스스로의 목숨이더라도."


닥터의 머리가 반대쪽으로 갸우뚱했다.


"우웅, 그럼 더 이해가 안되는데. 그만큼 정신력이 뛰어난 개체에게 이런게 통할까?"


"물론이죠. 그러니까 지금 우리는, 오메가에게 지금까지 없던걸 주고 있는 거에요.


오메가가 가지고 있지 못했던, 그리고 엄청난 애착을 가진 무언가를."


알파는 테이블 위에서 살짝 식어 미지근해져버린 커피로 목을 축이고는, 하던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걸 뺏아봤자 별 소용이 없다면, 빼앗겼을때 상실감을 충분히 느낄만한걸 준 다음 뺏으면 되잖아요?" 





"엄마아~ 저기 이상한거 있쪄."


"응, 우리 공주님이 본 게 뭘까나?"


어느덧 아이도 많이 자랐다.


특히나 풀밭에서 뛰어다니는 게 좋은지,


틈만 나면 밖으로 나가자고 졸라댄다.


상념에 젖은 채로 아이의 손에 이끌려 따라가 보니, 


"공주님, 이제 집에갈 시간이에요~"


"시러~ 시러어어어~ 더 놀래애~"


어쩜, 떼를 쓰는 모습도 이렇게 귀여울까. 하지만 안된다.


엄마로서 너무 무른것만도 좋지 않으니 여기서는 끊을건 딱 끊어야..


"응, 공주님? 세상에는 무서운게 많답니다? 나쁜 로봇도 있고, 그 로봇보다 더 나쁜 벌레들도 있어요? 그리고 또.. 또..."


뭔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적이라고 할 만한게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왠지, 이것은 꼭 떠올려야 한다고 마음속이 속삭인다.


"응? 또 뭐야뭐야?"


앗차, 그러고보니 그런 게 있다면 더욱이 지금 아이와 밖에 있어선 안되지.


"그런게 있어요. 그러니까 지금은 집에 가고, 다음에 또 나옵시다?"


"응.. 알았쪄.."


납득은 한 것 같지만, 마음에는 들지 않나보다.


뿌루퉁하게 볼을 부풀리고 투정부리고 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귀여운건 모르겠지?


"대신 엄마가 오늘 저녘은 우리 공주님이 제일 좋아하는걸로 해 줄게요."


"진짜? 그럼 뭐해줄거야?"


뿌루퉁했던 볼도 집어넣고 눈을 반짝거리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조금, 심술을 부리고 싶어졌다. 


"후훗, 그건 비~밀~"


"뭐야 뭐야아~~"


투정을 부리고 있지만 기대로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모습이


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응, 우리 공주님. 어서 안전한곳으로 가서, 저녘을 먹도록 해요.


엄마가 꼭 지켜줄테니.





"흐흐흠~"


"오메가꼴이 많이 재밌었나봐?"


기분이 여간 좋은 것이 아닌지, 콧노래를 부르며 징벌방에서 올라오는 알파에게 닥터가 물었다.


"그럼요. 세 번째 루프까지 끝났는데, 기대하던 반응이 나왔거든요."


"음.. 죽여달란 반응이 나올거랬던가?"


알파는 피어나듯 웃으며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말을 입에 담았다.


"네. 드디어 슬슬 무너지고 있는 거죠."


"근데 난 그게 왜 무너지는건지 모르겠어. 죽여달라는건, 그만큼 더 독하게 맘 먹은거 아니야?"


닥터가 잘 모르겠다는 듯, 귀엽게 턱에 검지를 대고선 물었다.


"오메가는 기본적으로 스스로가 우리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나마 대등하다고 생각하는게 우리 사령관님 정도죠.


그러니 죽는 순간 까지도, '너희는 결국 날 죽이는 것 외엔 굴복시킬 수 없지' 라는 마음가짐을 가졌을 거에요."


닥터는 '헤에' 하고 입을 쩍 벌렸다.


그렇게 까지 오만한 바이오로이드가 다 있다니? 하고.


"스스로 아는지 모르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간 보여왔던 냉소적인 모습과 다르게 '죽여달라'고 한 시점에서 오메가는 느끼고 있는 거에요. 

이대로 가다간 꺾인다는 걸."


"그럼, 얼마나 더 걸릴까?"


"글쎄요? 다음 루프일 수도 있고, 그 다음일 수도 있고."


장난스레 넘겨짚는 알파의 말에, 닥터가 야유했다.


"에- 그게 뭐야."


"그렇게 길진 않을 거에요. 잘 버텨도 다다음 루프겠죠."


장난기를 지운 알파에게, 닥터 역시 장난기를 지우고선 물었다


"근데.. 오메가가 무너지고 나면... 오빠는 오메가를 용서할까?"


"...경과에 따라 다르겠죠. 주인님은 분명 이성적이시지만, 애정 또한 깊으신 분이니까."


무심한 듯 말하는 알파의 목소리는, 닥터에겐 일부러 무심한 척 하는듯이 들렸다. 


"언니들이랑 오빠를 생각하면 용서받을 수 없다는건 알지만."


"사실, 좀 끔찍 하긴 하더라구. 시험삼아 한 번 체험해 봤거든."


끔찍한 기억을 되새기는 듯 부르르떠는 닥터에게, 알파가 탁탁 하고 등을 두드려 격려해주었다.


"그러면 닥터가 힘내줘야겠죠? 저도 닥터를 믿고 있답니다?"


"응! 나 힘낼게!"


알파의 격려에, 닥터는 언제 풀이 죽었냐는 듯 활기차게 뛰쳐나갔다. 





오늘 밤은, 평소보다 꽤 추웠다.


하지만 벽난로에 불을 때고,


깃털이불에 휩싸여 우리 왕자님을 꼭 안고 침대속에 있자니


포근한 온기만 느껴질 뿐 추위라곤 느껴지지 않는다.


정말이지 이 아이로부터 비롯되는 행복감은 비교할 것이 없다.


이보다 더한 것이 없으리라 생각되는 행복감은, 


앞으로 이 아이로부터 비롯되는 행복감에 덧쓰여지겠지.


하루, 그리고 다가올 하루가 행복으로 가득 찬 마트료시카.


그것도 작아지는게 아닌 점점 커져가는 마트료시카다. 


아아, 어째서 난 이런걸 모르고 살아왔던 걸까.


왕자님, 우리 왕자님.


엄마가 너 만큼은 꼭 지켜 줄게.


어머니로서, 아이를 꼭 껴안은채 잠에 들고-


깨어나 보니 온기는 온데간데 없었다.


타오르는 벽난로도,


흰 깃털이불도,


사랑스러운 나의 왕자님도 없이 맞이한건


차디찬 금속재질의 마룻바닥과 그보다 차디찬 눈으로 내려다보는 누군가였다.





"응, 좋은 꿈 꿨어?"


삭막한 방과, 그에 어울리지 않는 미소를 띈 알파의 인사는,


오메가의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여긴, 어디? 내 아이는? 어? 왜?"


정확히는 귀에 들어가도 그것을 챙길 정신이 없다고 표현하는것이 옳았다.


그 정신은 곧 툭툭 하고 쳐대는 알파의 따귀에 돌아왔고,


오메가는 정신을 챙겨준 보답을 징벌방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로 갚았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긴 시간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그 무엇보다도 큰 행복감과 그 상실.


아니, 애초에 그 행복감은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현실에서 주어지는 


상실감이라고 표현할 수 없는 공허감에 오메가는 울부짖었다.


그리고 그 울부짖음이 멎어갈 무렵, 알파가 즐길만큼 즐겨 만족했다는 듯 이죽였다.


"자 그럼, 제게 할말이 있지 않나요?"


나는 네가 어떻게 행동할지 알고 있다는 표정.


옛날의 오메가라면 이 얼굴이 맘에 안들어서라도 악에 찬 독설을 뱉어냈겠지만,


지금의 오메가에겐 그럴 여력은 남아있지 않았다.


"용서.. 용서해주세요..."


양 손에머리를 감싸고, 그저 용서해달란말을 죽어가듯 신음하는 오메가에게, 


"그래 그럼. 용서해 줄게요. 지난번에 빌었던것처럼, 자비롭게 죽여주도록 할까요?"


알파는 만족감이 묻어나는, 마치 네가 이렇게 행동할 것을 다 알고 있었다는 투로 선심을 쓴다는 듯 거들먹거리자,


오메가는 세차게 머리를 흔들며 다리를 붙들고 늘어졌다.


"안돼요, 안돼요! 살려 주세요..용서해 주세요... 제발.. 죽을 순 없어요.. 제발.."


알파는 가볍게 걷어차, 오메가를 떨어냈지만 오메가는 이내 다시 달라붙었다.


"지난번까지만해도 죽여달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내가 알던 오메가는 이렇게 약한 소릴 하는 여자가 아니었는데?"


"죽을 수 없어요! 제발, 한 번만, 한 번만 그 온기를.. 제발 살려 주세요."


비굴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오메가의 작태에,


알파가 머리끄덩이를 채어 올리곤 한심하다는 시선으로 조롱했다.


"유치하고, 비루하고. 또 뭐랬더라? 아. 너무 저열해서 이해할 수도 없는 방식이라고 했던가? 그런데 지금은 왜 이러고 계실까?"


"제가, 몰랐습니다. 저열한것은 저였으니, 제발.."


오메가의 작태에 만족한 듯,


알파는 퍽하고 바닥에 부딪힐 정도로, 놓는다기보단 던지듯 오메가의 머리채를 놓았다.


"성의를 보여준다면, 옛 정을 생각해서라도 도와 줄 순 있는데?"


조롱하는 목소리와 함께 '철그럭, 철컹' 하는 소리를 울리며 선심을 쓰듯 내던진 것은


온기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통짜 쇠로 이루어진 개목걸이와 그에 딸린 사슬이었다.


"용서해 주신다면, 무슨일이라도 하겠습니다."


잠깐의 주저도 없이 집어들어 찰칵하고 목걸이를 채운 오메가가 양손으로 받쳐올린 사슬을 알파가 홱 잡아채자,


콜록 하고 잠깐 기침을 한 오메가의 얼굴에 어떤 반항의 잔재도 남아있지 않은것을 확인한 알파의 얼굴은,


화사하게 이 징벌방에 내려온 이래 가장 화사하게 피어났다. 


"그럼, 지금부터 주인님을 만나러 가 볼까요?"





새하얀 벽지에 새하얀침대, 그리고 새아햔 깃털이불이


창가로부터 쏟아지는 새하얀 햇빛에 빛나는 방에서,


그 방보다 밝은 노랫소리가 빛을 발하고 있다. 


"라라라..라..라."


이윽고 얕은 허밍으로 노래를 마무리지은 오메가가 부풀어 오른 배를 끌어안고


그 안에 있을 아기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 아기, 걱정하지 말아요-


모두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비록 엄마한테 죄가 많지만, 모두들 당신을 사랑해줄거에요."


"그리고 엄마도 여지껏 사랑하지못한만큼 사랑해줄게요."


뱃속의 아이로부터 비롯되는 행복감에 레모네이드는 미소를 지으며 속삭이고,


"그 무엇도 걱정할 필요 없어요. 엄마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당신의 앞을 가로막을건 모두 치워 줄게요"


레모네이드는, 자신의 부풀어 오른 배 속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내 사랑하는 딸,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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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 닥터의 일기


11/28



사용할 수 있는 시술이 더 이상 없다.


다른 언니들은 복귀했지만,


메이언니만은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완전한 뇌사판정을 알리는 나에게, 오빠는 오히려 그동안 애써줘서 고맙다며 웃어줬다.


오빠가 차라리 화를 냈으면 마음이 편했을 텐데.


억지로 웃고있는 오빠의 얼굴은 여태봤던 그 어떤 표정보다 끔찍했다.




11/30



오빠가 어제부터 술만 마시고 있다.


소완 언니가 오빠의 몸을 염려해서 부담을 덜어줄 만한 안주를 올렸지만,


오빠는 그다지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한다.


오르카의 업무가 마비된 것도 문제지만, 오빠의 상태가 제일 문제다.




12/2



알파 언니가 약을 가져왔다.


소완 언니가 썼었던 약이다.


피폐해져 있을 오빠몸에 부담은 줄이되 이성은 좀 더 흐려지게끔 해 달라고 했다.


오빠를 '위로'하는데 쓰겠다고 해서 그대로 해 줬지만...


솔직히, 잘한 짓인지는 모르겠다.


12/3


결국 사달이 났다.


오빠의 긴급 호출을 받고 들어간 방에서 본 알파언니의 모습은,


처참이라는 단어 이외에 표현할 말이 없었다.


아니, 처참이란 말로도 많이 모자랐다.


오빠한테 이런 면이 있었는지는 정말이지 아르망언니도 몰랐을 거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오빠가 업무로 복귀했다.


그리고 알파언니가 '위로'라고 했었는데, 입가에 찍어놓은 점을 볼 때,


'분풀이'였던 것 같다.



12/4



오메가에 대한 처분이 결정났다.


메이 언니가 그렇게 된 탓인지


오빠답지 않은 잔인한 처분이었다.


동정의 여지가 아주 없는건 아니지만, 


메이언니를 생각해서라도 동정은 접어둬야겠다.



12/18



간만에 좋은 소식이다.


한동안 집중치료중이던 알파언니가 임신한게 밝혀졌다.


오빠는 당황해서 저번보다 더 허둥지둥거리다 언니한테 가서 사과했다.


미안하면 키스나 한번 해달라는 알파언니말에,


오빠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슬쩍 쪼아먹듯이 키스했다.


능글맞게 이걸론 부족하다는 알파언니한테 다음에, 


둘이 있을때 제대로 해주겠다며 더듬거리는 오빠모습을 보니,


오르카에 아직 남아있던 안좋은 분위기도 금방 해소될 것 같다.



01/23



전에 알파 누나가 고안했던


좀 더 현실적이고 강력한, 정신에 후유증이 많이 남을 가상현실시스템이 완성됐다.


문제는 그만큼 사실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올렸더니,


알파언니가 데이터를 제공하겠다고 자원했다.


오빠는 그렇게까지 하진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알파언니가 이건 자기 몫이라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러니까 오빠가 지난번에 못해준거라며 알파언니한테 찐하게 키스해 줬는데...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12주 이전까지는 분명히 안된다고 주의를 줬었는데!


페더언니가 설치해 둔 카메라에 걸려서 제지되긴 했지만.


아무리 바이오로이드가 인간보다 튼튼하다지만, 


조심할 수 있을땐 조심해줬으면 싶다.



09/10



알파언니가 출산했다.


언니를 쏙 빼닮은 귀여운 여자아이다.


이름은 보르비예프 박사의 이름을 따서 안나로 하기로 했다.


박사의 말로를 생각한 몇몇 언니들이 우려를 보였지만,


주인님과 여러분이 있는데 무슨 문제가 있냐며 웃는 알파 언니의 미소에 모두 반대하지 않았다.


그 날 이후로 헝클어졌던 모든 일들이 제자리를 찾아 가고 있다.


오빠가 트라우마를 대부분 걷어내긴 했지만,


언니들에게서 아이를 가지는것도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않게 된 것은 좋은 변화다.


시간이 많이 늦었다. 알파 언니에게서 받은 데이터를 업로드 하고 자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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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소재로 시작했는데


뭔가 많이 아쉬운 느낌이 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