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프리카가 당시 시점에서 가진 정보는


1. 스털링

  현재 하카 부하가 너무 심해서 착륙 후

정비를 받아야만 한다.

(영원히 숨어다니는것은 불가능)


2. 테일러

  하카 수리가 가능한 곳은 유럽 오르카와

북미 펙스뿐이다. 하지만 펙스는

비행선 보면 절대 가만 안둘거다.


3. 사령관

  철의 탑은 큰 위험요소로 제거하지 않으면

일대의 안전보장이 불가능하다.

제거해야만 하는데 하카가 필요하다.


그래서 파프니르가 사령관한테 친 딜이

"스털링 얘기 들어보니까 하카 빌려주면

부숴먹을거 같은데, 그럼 나중에

오르카에서 새로 만들어 줄 수 있음?" 이었음.


결과적으론

"우리도 돈부족함. 새거 못뽑아줄거같음."

라고 하긴 했지만

이런 딜이 오고갔던 시점에서

파프리카는 본인들이 살기 위해서라도

철탑은 언젠가 배제해야 할 요소라는

사실 자체에는 동의하고 있었을거라 생각함.


여기서 파프니르가 취할 수 있는

옵션이 두 개 있었음.


첫번째는 거절하고 정비 끝나면 제 갈길 가기.

두번째는 고장내지 말고 쓰세요 하면서 곱게 빌려주기.


그런데 문제는

파프리카가 가진 정보를 취합해봤을 때

1, 2번 선택 모두 하카를 온존하는게 불가능했음.


1번은 언 발에 오줌누기식 해결책이라 다음 정비주기가 오면

결국 노후된 하카를 포기해야 했을거고,

그때가 오면 대다수가 비전투원 바이오로이드로

구성된 파프니르 일당은 감당해낼 수 없었을거임.

또, 2번은 적 진지 한복판에 거대 풍선을 던지는 꼴이니

기스 안나길 바라는건 불가능했을거고.


그래서 파프리카는 세 번째 선택을 했음.

어차피 포기해야 할 비행선이라면

여러 사람 피곤하게 할거없이

2만4천톤짜리 체급으로 그대로 짜부시켜버리면

그 철탑인지 뭔지는 확실하게 뭉개버릴 수 있을거 아냐? 라는.

지극히 단순명료한 계획이었지만

[원하지 않는데 억지로 징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의 오르카에서는 언급할 수가 없는 카드였지.



결과부터 보면 계획은 성공했음.

철충들은 제대로 저항한번 못해보고

하늘에서 뿅 하고 나타난

2만4천톤짜리 위치에너지탄에

그대로 집잃은 세입자 신세가 되었고,


이전과 달리 낙하산이 있었던 파프리카와 스털링은

기적적으로 생환에 성공했음.


파프니르는 개털이 되긴 했지만

손실한 2만4천톤의 금은 낙하위치를 캐면

일부 회수를 기대할 수 있고,

기관장을 포함한 크루는 한 명도 잃지 않았으며,

스털링이 "펙스 및 철충이랑도 싸울 수 있음"라고 말했던

오르카 세력에 합류하는 것으로

앞으로의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됨.

편의점 자유이용권(한도있음)은 보너스였고.


얼핏 충동적으로 보이는 꼴박어택이었지만

하카를 폭격에만 쓰고 정공법으로 싸웠다면

못 이뤘을 성과를 이뤄내는데 성공함.

성공했으니 좋은 작전이라 말하기 이전에

그 상황에서 이보다 좋은 선택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임.